싱가포르 아직도 ‘곤장 형벌’…이번엔 외교관!

입력 2017.02.04 (14:48) 수정 2017.02.04 (14: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역사책에나 나올 법한 곤장치기(태형)가 남아 있는 나라가 아직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아시아의 강소국 싱가포르다.

싱가포르의 태형이 국제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지금으로 부터 24년 전인 1993년이다.

당시 미국의 18세 백인 소년 마이클 페이가 싱가포르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인 학교에 다니던 마이클 페이는 주차된 차량 50대에 페인트로 낙서를 하고 자동차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페이에 대해 4개월의 징역형과 벌금 2200 달러를 선고했다. 합리적인 판결이었다. 문제는 여기에 더해 태형 6대가 포함됐던 것.


이 사실이 알려지지 미국 여론은 들끊었다. 페이의 미국 부모는 미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미국 언론들도 태형은 지나치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직접 싱가포르 총리에게 친서와 전화를 통해 태형을 면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뉴욕타임스는 전근대적이고 야만적인 태형을 즉각 폐지하라고 사설까지 썼다.

마이클 페이마이클 페이

그럼에도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미국의 압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총리이던 고척동(吳作東)총리는 "누구든지 싱가포르 땅에서 법을 어기면 싱가포르 법에 따라야 한다"면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친서까지 보낸 점을 감안해 태형을 6대에서 4대로 줄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내 여론은 들 끊었지만 결국 싱가포르는 페이에 대해 태형 4대를 강행했다.

태형 직후 마이클 페이의 엉덩이 사진태형 직후 마이클 페이의 엉덩이 사진

싱가포르의 태형은 강도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옷을 벗겨 볼기를 노출시키고 형틀에 묶어 친다. 두께 1.27cm의 등나무 회초리로 후려 치는데 엄청난 고통이 느껴진다고 한다. 태형 후 치료에는 최소 1주일이 걸리는데, 태형 후에 남은 흉터는 세월이 흘러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엄한 형벌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몇 차례 국제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 대해서도 태형을 예외없이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하철에 낙서한 독일 청년 2명에게 징역형과 함께 태형 3대를 선고하기도 했다. 앞서 2010년에도 스위스인이 페인트로 열차에 낙서한 혐의로 징역 7월과 태형 3대를 선고받은 바 있다.

[연관 기사] ☞ 싱가포르 법원, 독일인 낙서범 2명에 태형 선고

이번엔 외교관에 태형 선고

이번엔 휴가로 자국을 찾은 외국인 외교관에 대해 싱가포르가 태형을 선고했다.

싱가포르 법원은 호텔 방에서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주중 사우디 대사관 직원 반데르 야히야 알자흐라니(39)에 대해 징역 26개월 1주일과 4대의 태형을 선고했다.

태형을 선고받은 사우디 외교관 알자흐라니태형을 선고받은 사우디 외교관 알자흐라니

결혼해 3명의 자식을 둔 그는 지난해 8월 휴가차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있는 한 호텔에 투숙했다. 자신의 방에서 20세 여성 인턴을 껴안고 강제로 키스를 하는가 하면, 몸을 더듬는 등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피해 여성에게 강압적으로 자신의 몸을 만지게 했다.

그는 법정에서 피해 여성이 돈을 뜯어내려고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체포된 이 남성은 여권을 압수당해 지금까지 출국하지 못했다.


1920년까지 있었던 조선의 곤장

일제 시대 때까지 우리나라에도 곤장 형벌이 있었다. 조선경국전에 나오는 조선의 5대 형벌 중 태형(苔刑)과 장형(杖刑)이 바로 곤장 맞기 형벌이다.


두 형벌 중에 장형이 더 엄한 형벌로 태형은 작은 가시나무로, 장형은 큰 가시나무로 쳤다.

조선시대 태형조선시대 태형

태형은 최소가 10대지만 장형은 기본이 60대고, 최대는 100대까지 있었다. 큰 나무로 100대를 맞는 장형은 사실상 맞아 죽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의 무거운 형벌이었다.

곤장치기는 3.1 만세운동 이후 일제가 이른바 '문화통치'를 시행하던 1920년에 들어서야 폐지됐다.

아직도 태형, 장형을 시행하는 국가로는 싱가포르 외에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가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싱가포르 아직도 ‘곤장 형벌’…이번엔 외교관!
    • 입력 2017-02-04 14:48:21
    • 수정2017-02-04 14:49:18
    취재K
역사책에나 나올 법한 곤장치기(태형)가 남아 있는 나라가 아직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아시아의 강소국 싱가포르다. 싱가포르의 태형이 국제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지금으로 부터 24년 전인 1993년이다. 당시 미국의 18세 백인 소년 마이클 페이가 싱가포르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인 학교에 다니던 마이클 페이는 주차된 차량 50대에 페인트로 낙서를 하고 자동차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페이에 대해 4개월의 징역형과 벌금 2200 달러를 선고했다. 합리적인 판결이었다. 문제는 여기에 더해 태형 6대가 포함됐던 것. 이 사실이 알려지지 미국 여론은 들끊었다. 페이의 미국 부모는 미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미국 언론들도 태형은 지나치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직접 싱가포르 총리에게 친서와 전화를 통해 태형을 면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뉴욕타임스는 전근대적이고 야만적인 태형을 즉각 폐지하라고 사설까지 썼다. 마이클 페이 그럼에도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미국의 압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총리이던 고척동(吳作東)총리는 "누구든지 싱가포르 땅에서 법을 어기면 싱가포르 법에 따라야 한다"면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친서까지 보낸 점을 감안해 태형을 6대에서 4대로 줄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내 여론은 들 끊었지만 결국 싱가포르는 페이에 대해 태형 4대를 강행했다. 태형 직후 마이클 페이의 엉덩이 사진 싱가포르의 태형은 강도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옷을 벗겨 볼기를 노출시키고 형틀에 묶어 친다. 두께 1.27cm의 등나무 회초리로 후려 치는데 엄청난 고통이 느껴진다고 한다. 태형 후 치료에는 최소 1주일이 걸리는데, 태형 후에 남은 흉터는 세월이 흘러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엄한 형벌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몇 차례 국제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 대해서도 태형을 예외없이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하철에 낙서한 독일 청년 2명에게 징역형과 함께 태형 3대를 선고하기도 했다. 앞서 2010년에도 스위스인이 페인트로 열차에 낙서한 혐의로 징역 7월과 태형 3대를 선고받은 바 있다. [연관 기사] ☞ 싱가포르 법원, 독일인 낙서범 2명에 태형 선고 이번엔 외교관에 태형 선고 이번엔 휴가로 자국을 찾은 외국인 외교관에 대해 싱가포르가 태형을 선고했다. 싱가포르 법원은 호텔 방에서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주중 사우디 대사관 직원 반데르 야히야 알자흐라니(39)에 대해 징역 26개월 1주일과 4대의 태형을 선고했다. 태형을 선고받은 사우디 외교관 알자흐라니 결혼해 3명의 자식을 둔 그는 지난해 8월 휴가차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있는 한 호텔에 투숙했다. 자신의 방에서 20세 여성 인턴을 껴안고 강제로 키스를 하는가 하면, 몸을 더듬는 등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피해 여성에게 강압적으로 자신의 몸을 만지게 했다. 그는 법정에서 피해 여성이 돈을 뜯어내려고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체포된 이 남성은 여권을 압수당해 지금까지 출국하지 못했다. 1920년까지 있었던 조선의 곤장 일제 시대 때까지 우리나라에도 곤장 형벌이 있었다. 조선경국전에 나오는 조선의 5대 형벌 중 태형(苔刑)과 장형(杖刑)이 바로 곤장 맞기 형벌이다. 두 형벌 중에 장형이 더 엄한 형벌로 태형은 작은 가시나무로, 장형은 큰 가시나무로 쳤다. 조선시대 태형 태형은 최소가 10대지만 장형은 기본이 60대고, 최대는 100대까지 있었다. 큰 나무로 100대를 맞는 장형은 사실상 맞아 죽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의 무거운 형벌이었다. 곤장치기는 3.1 만세운동 이후 일제가 이른바 '문화통치'를 시행하던 1920년에 들어서야 폐지됐다. 아직도 태형, 장형을 시행하는 국가로는 싱가포르 외에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가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