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정말 세계화의 피해자일까?

입력 2017.02.06 (15:58) 수정 2017.02.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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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들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는 동안 정작 미국의 부와 힘, 그리고 자신감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휩쓸고 있는 세계화(globalization)에 대한 분노의 물결에 힘입어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의 한 대목이다.

실제로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화에 반하는 일련의 조치를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이틀 뒤인 1월 22일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나프타) 재협상을 전격 선언한 뒤, 이튿날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도 서명한다. 25일에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다시 이틀 뒤에는 이슬람 7개 나라 난민들의 입국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WP, "미국은 생각보다 세계화 영향받지 않아"

그런데 트럼프가 취임 직후 일련의 반세계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적 성향의 미국의 대표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국제 무역과 이민, 세계화의 다른 측면들에 의해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가 미국이 생각보다는 세계화에 의해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 근거로 든 것은 크게 3가지 지표다.

① DHL '글로벌 연결 정도 지수' 140국 중 100위

세계적인 종합물류기업인 DHL은 지난 2011년부터 각 국가가 세계 시장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지표인 '글로벌 연결 지수(DHL Global Connectedness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표 가운데 한 국가의 상품과 서비스, 자본 등이 얼마나 외국으로부터 유입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글로벌 연결 정도 지수(Depth Dimension)'에서 미국은 2016년 조사에서 조사 대상 국가 140개 국가 가운데 100위를 차지했다.

'연결 정도 지수'는 내수 경제의 규모 대비 대외 경제 활동의 규모를 측정하는 지표로 내수 경제가 발달한 국가의 경우 수치가 다소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달리 말해 미국은 내수 경제가 크게 발달해 상대적으로 대외 경제 활동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② 미국 내 수입품 비중은 16% 불과

2015년 기준으로 미국 국내에서 소비된 상품과 서비스 가운데 외국에서 수입된 비율은 16%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전 세계에서 미국보다 수입률이 낮은 국가는 5개 나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 5개 나라는 수단,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브라질, 이란이다.

특히 미국 사람들이 흔히 모든 제품들은 중국산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비율은 3%에 불과하다.


③ 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은 14% 불과

또한 미국인들 가운데 외국에서 태어난 제1 세대 이민자의 비율은 전 세계에서 27위였다.

물론 평균보다는 높지만 최고 수준과는 거리가 있는 순위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이와는 크게 달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2015년에 실시된 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33%의 국민들이 외국에서 출생했을 거라고 답했다. 또한 2013년에 실시된 다른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평균적으로 국민 중 42%가 외국 출생일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실제에 비해 3배나 되는 수치였다.

"정치적 수사가 세계화에 대한 오해를 조장"

이처럼 미국이 세계화의 정도가 생각보다는 낮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해 크게 걱정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그들이 믿고 싶어하거나 가장 두려워 하는 것들을 믿기 때문으로, 그 같은 오해는 트럼프 같은 세계화 비판론자들의 정치적 수사에 의해 조장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세계화의 결과는 그다지 위험스럽지 않지만 세계화에 대한 과장된 오해는 실제 문제에 대한 해결을 어렵게 한다며 1920년대 이후 가장 악화된 소득 불평등 문제를 예로 들었다.

정치인으로서는 소득 불평등의 원인을 외국에서 찾는 게 편리하겠지만 이는 과학기술의 변화와 노동조합의 쇠퇴라는 보다 중요한 국내적 요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요인으로 세금과 교육, 노동 규율 등의 국내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할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3일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명령서를 보여주고 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3일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명령서를 보여주고 있다.

"반세계화는 제2의 대공황 불러올 것"

다른 무엇보다 워싱턴포스트가 우려한 것은 반세계화는 역사적으로 볼 때 재앙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든 것이 바로 1930년대 제정됐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다.

미국은 대공황 직후 국내 산업을 더욱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최고 400%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한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제정했지만, 이 법이 시행된 지 3년 만에 세계 무역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었다.

세계화의 수준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덜하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며, 세계 무역과 투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대공황 당시보다 반세계화로 인한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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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정말 세계화의 피해자일까?
    • 입력 2017-02-06 15:58:23
    • 수정2017-02-06 15:59:36
    취재K
"다른 나라들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는 동안 정작 미국의 부와 힘, 그리고 자신감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휩쓸고 있는 세계화(globalization)에 대한 분노의 물결에 힘입어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의 한 대목이다.

실제로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화에 반하는 일련의 조치를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이틀 뒤인 1월 22일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나프타) 재협상을 전격 선언한 뒤, 이튿날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도 서명한다. 25일에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다시 이틀 뒤에는 이슬람 7개 나라 난민들의 입국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WP, "미국은 생각보다 세계화 영향받지 않아"

그런데 트럼프가 취임 직후 일련의 반세계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적 성향의 미국의 대표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국제 무역과 이민, 세계화의 다른 측면들에 의해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가 미국이 생각보다는 세계화에 의해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 근거로 든 것은 크게 3가지 지표다.

① DHL '글로벌 연결 정도 지수' 140국 중 100위

세계적인 종합물류기업인 DHL은 지난 2011년부터 각 국가가 세계 시장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지표인 '글로벌 연결 지수(DHL Global Connectedness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표 가운데 한 국가의 상품과 서비스, 자본 등이 얼마나 외국으로부터 유입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글로벌 연결 정도 지수(Depth Dimension)'에서 미국은 2016년 조사에서 조사 대상 국가 140개 국가 가운데 100위를 차지했다.

'연결 정도 지수'는 내수 경제의 규모 대비 대외 경제 활동의 규모를 측정하는 지표로 내수 경제가 발달한 국가의 경우 수치가 다소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달리 말해 미국은 내수 경제가 크게 발달해 상대적으로 대외 경제 활동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② 미국 내 수입품 비중은 16% 불과

2015년 기준으로 미국 국내에서 소비된 상품과 서비스 가운데 외국에서 수입된 비율은 16%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전 세계에서 미국보다 수입률이 낮은 국가는 5개 나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 5개 나라는 수단,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브라질, 이란이다.

특히 미국 사람들이 흔히 모든 제품들은 중국산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비율은 3%에 불과하다.


③ 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은 14% 불과

또한 미국인들 가운데 외국에서 태어난 제1 세대 이민자의 비율은 전 세계에서 27위였다.

물론 평균보다는 높지만 최고 수준과는 거리가 있는 순위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이와는 크게 달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2015년에 실시된 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33%의 국민들이 외국에서 출생했을 거라고 답했다. 또한 2013년에 실시된 다른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평균적으로 국민 중 42%가 외국 출생일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실제에 비해 3배나 되는 수치였다.

"정치적 수사가 세계화에 대한 오해를 조장"

이처럼 미국이 세계화의 정도가 생각보다는 낮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해 크게 걱정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그들이 믿고 싶어하거나 가장 두려워 하는 것들을 믿기 때문으로, 그 같은 오해는 트럼프 같은 세계화 비판론자들의 정치적 수사에 의해 조장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세계화의 결과는 그다지 위험스럽지 않지만 세계화에 대한 과장된 오해는 실제 문제에 대한 해결을 어렵게 한다며 1920년대 이후 가장 악화된 소득 불평등 문제를 예로 들었다.

정치인으로서는 소득 불평등의 원인을 외국에서 찾는 게 편리하겠지만 이는 과학기술의 변화와 노동조합의 쇠퇴라는 보다 중요한 국내적 요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요인으로 세금과 교육, 노동 규율 등의 국내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할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3일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명령서를 보여주고 있다.
"반세계화는 제2의 대공황 불러올 것"

다른 무엇보다 워싱턴포스트가 우려한 것은 반세계화는 역사적으로 볼 때 재앙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든 것이 바로 1930년대 제정됐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다.

미국은 대공황 직후 국내 산업을 더욱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최고 400%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한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제정했지만, 이 법이 시행된 지 3년 만에 세계 무역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었다.

세계화의 수준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덜하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며, 세계 무역과 투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대공황 당시보다 반세계화로 인한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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