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카사노바’에게 건넨 박 대통령의 경구

입력 2017.02.07 (16:04) 수정 2017.02.0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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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위인사 부인들의 '공공의 정부(情夫)'였던 사실이 드러나 중국을 떠들썩 하게 했던 중국중앙(CC)TV의 전 앵커 루이청강(芮成綱·40)이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수감 사진과 함께 뒤늦게 공개됐다.

중국 즈미엔(直面) 미디어는 7일 지린(吉林)성 자오허(蛟河)시 인민법원이 루이청강 사건에 대해 선고한 통지서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루이청강의 수형 기간은 2015년 8월부터 오는 2020년 12월까지다.

루이청강은 지난 2014년 7월 당국에 의해 체포된 이후 중국 언론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그의 혐의를 둘러싼 추측이 난무했던 가운데 그가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루이청강의 수감 모습. [사진출처=보쉰]루이청강의 수감 모습. [사진출처=보쉰]

간판 앵커에서 카사노바로


루이는 준수한 외모와 유창한 영어로 인기를 끈 CCTV 간판 앵커였다.

하지만 지난해 경찰에 전격 체포된 뒤 루이와 중국 고관 부인들의 성추문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는 루이가 비리로 낙마한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부인 구리핑(谷麗萍·60) 등 약 20명 고위 간부 부인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특히 자신보다 20세 위인 구리핑과 전용기에서 밀회를 즐긴 사실이 중국 언론에 보도되면서 충격을 줬다.

루이청강과 내연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구리핑(오른쪽)루이청강과 내연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구리핑(오른쪽)

그런가 하면 루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 고위층 일가의 부정 축재 자료를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넘겼고, 이로 인해 죄목이 뇌물 수수에서 중범죄인 간첩 혐의로 바뀌어 사형을 받을 수 있다는 설까지 돌았다.

이 후 그에 대한 중국 언론의 보도는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에 루이가 징역 6년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선고된 6년형을 볼 때 그에게 뇌물 수수 혐의만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루이청강은 CCTV 앵커 시절 주로 경제, 투자 분야의 뉴스프로그램을 맡으며 CCTV 재경채널 간부들과 함께 기업인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중국 소식통은 "루이청강이 수뢰 혐의로만 6년형을 선고받았다면 그와 관련된 국가기밀 누설 등 여러 소문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체포 조사 시기가 링지화 낙마 시기와 겹쳐 소문이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루이청강이 갖고 있는 사안의 폭발력이 중국 현직 지도부에 미칠 것을 우려해 사건을 축소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지도부가 권력 교체기인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를 앞두고 권력안정 차원에서 권력층 주변 인물들의 부정비리를 서둘러 정리하기 위해 루이청강 혐의를 축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을 '큰누나'라 불렀던 루이청강

루이청강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행사 기간 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개최국을 배려해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겠다고 하자 “아시아를 대표해 질문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인터뷰를 한적도 있다.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인터뷰하던 때의 루이청강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인터뷰하던 때의 루이청강

박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 하기 이틀 전인 2013년 6월 23일 당시 중국 CCTV 앵커이던 루이청강과 청와대에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후 루이청장은 “같이 사진 찍자”며 박 대통령을 큰누나( 朴大姐)라고 부르자, 박 대통령은 그에게 “당신은 매우 총명하다. 하지만 국가의 일을 하면서 사욕(私慾)을 채워서는 안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말했다.

그는 앵커 시절 인기는 높았지만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고, 오만하며 스타 의식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이날 인터뷰후 박 대통령은 친필 사인과 함게 중국 경구를 적은 글을 루이청강에게 건넸다.

인생재세(人生在世),
지구심안리득(只求心安理得)
취호료(就好了)

세상을 살아가면서
도리에 어긋나지 않아
편안한 마음을 가질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경구는 그의 체포 이후 중국에서 널리 회자되면서 큰 화제가 됐다. 경구와 달리 '도리에 어긋나게 살았던' 루이청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았다.

이번엔 박 대통령이 사면초가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월 헌정 사상 두번째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돼 대통령 업무가 정지된 상태로 탄핵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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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판 ‘카사노바’에게 건넨 박 대통령의 경구
    • 입력 2017-02-07 16:04:33
    • 수정2017-02-07 21:57:50
    취재K
중국 고위인사 부인들의 '공공의 정부(情夫)'였던 사실이 드러나 중국을 떠들썩 하게 했던 중국중앙(CC)TV의 전 앵커 루이청강(芮成綱·40)이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수감 사진과 함께 뒤늦게 공개됐다.

중국 즈미엔(直面) 미디어는 7일 지린(吉林)성 자오허(蛟河)시 인민법원이 루이청강 사건에 대해 선고한 통지서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루이청강의 수형 기간은 2015년 8월부터 오는 2020년 12월까지다.

루이청강은 지난 2014년 7월 당국에 의해 체포된 이후 중국 언론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그의 혐의를 둘러싼 추측이 난무했던 가운데 그가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루이청강의 수감 모습. [사진출처=보쉰]
간판 앵커에서 카사노바로


루이는 준수한 외모와 유창한 영어로 인기를 끈 CCTV 간판 앵커였다.

하지만 지난해 경찰에 전격 체포된 뒤 루이와 중국 고관 부인들의 성추문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는 루이가 비리로 낙마한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부인 구리핑(谷麗萍·60) 등 약 20명 고위 간부 부인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특히 자신보다 20세 위인 구리핑과 전용기에서 밀회를 즐긴 사실이 중국 언론에 보도되면서 충격을 줬다.

루이청강과 내연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구리핑(오른쪽)
그런가 하면 루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 고위층 일가의 부정 축재 자료를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넘겼고, 이로 인해 죄목이 뇌물 수수에서 중범죄인 간첩 혐의로 바뀌어 사형을 받을 수 있다는 설까지 돌았다.

이 후 그에 대한 중국 언론의 보도는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에 루이가 징역 6년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선고된 6년형을 볼 때 그에게 뇌물 수수 혐의만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루이청강은 CCTV 앵커 시절 주로 경제, 투자 분야의 뉴스프로그램을 맡으며 CCTV 재경채널 간부들과 함께 기업인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중국 소식통은 "루이청강이 수뢰 혐의로만 6년형을 선고받았다면 그와 관련된 국가기밀 누설 등 여러 소문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체포 조사 시기가 링지화 낙마 시기와 겹쳐 소문이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루이청강이 갖고 있는 사안의 폭발력이 중국 현직 지도부에 미칠 것을 우려해 사건을 축소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지도부가 권력 교체기인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를 앞두고 권력안정 차원에서 권력층 주변 인물들의 부정비리를 서둘러 정리하기 위해 루이청강 혐의를 축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을 '큰누나'라 불렀던 루이청강

루이청강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행사 기간 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개최국을 배려해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겠다고 하자 “아시아를 대표해 질문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인터뷰를 한적도 있다.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인터뷰하던 때의 루이청강
박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 하기 이틀 전인 2013년 6월 23일 당시 중국 CCTV 앵커이던 루이청강과 청와대에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후 루이청장은 “같이 사진 찍자”며 박 대통령을 큰누나( 朴大姐)라고 부르자, 박 대통령은 그에게 “당신은 매우 총명하다. 하지만 국가의 일을 하면서 사욕(私慾)을 채워서는 안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말했다.

그는 앵커 시절 인기는 높았지만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고, 오만하며 스타 의식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이날 인터뷰후 박 대통령은 친필 사인과 함게 중국 경구를 적은 글을 루이청강에게 건넸다.

인생재세(人生在世),
지구심안리득(只求心安理得)
취호료(就好了)

세상을 살아가면서
도리에 어긋나지 않아
편안한 마음을 가질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경구는 그의 체포 이후 중국에서 널리 회자되면서 큰 화제가 됐다. 경구와 달리 '도리에 어긋나게 살았던' 루이청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았다.

이번엔 박 대통령이 사면초가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월 헌정 사상 두번째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돼 대통령 업무가 정지된 상태로 탄핵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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