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노노(老老) 돌봄’ 시대…‘일자리·건강’ 모두 잡으려면

입력 2017.02.08 (21:28) 수정 2017.02.0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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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118살인 이탈리아의 세계 최고령, 모라노 할머니의 지난해 생일잔치 모습입니다.

출생 연도가 1899년으로, 19세기에 태어난 인물 중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한데요,

인류의 수명이 늘면서 최고령자의 나이가 2050년에는 120살, 2100년이 되면 125살에 이를 거란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어르신이 어르신을 직접 간병하고 있는 이 사진은, 초고령사회 많은 숙제를 안기고 있는 이른바 '노노(老老)시대'를 상징하고 있는데요.

이슈앤뉴스 오늘은 고령화의 문제점과 대책을 집중 진단합니다.

먼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국가'가 된 일본 사회의 모습을 나신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세계 최초 초고령국가 일본의 자화상 ▼

<리포트>

일본 시모노세키의 한 노인 복지시설.

낮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하루 노인 40여 명이 찾아옵니다.

적정 필요 인력은 20명.

하지만 10명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인터뷰> 사이토(복지시설 대표) : "온갖 경로로 구인모집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생각만큼 사람이 와주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와사키의 이 복지시설은 만성적 구인난에 노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인터뷰> 마츠무라(71세) : "건강하면 80세까지 일해도 좋다고 (회사가)말해준 것을 보람삼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고령의 환자 간호를 배우자 등 노인이 떠안는 이른바 '노노개호'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족 간병에 지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노인도 늘고 있습니다.

<녹취> 간병살인 피의자(음성변조) : "남편한테서 벗어나고 싶다,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정말 그 마음뿐이었어요."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26.5%, 초고령 사회 기준인 20%는 이미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600만 명을 넘어섰고, 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대기 노인만 52만명입니다.

일본 정부도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외국 인력 허용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 고민입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나신하입니다.

▼ 노인이 노인 돌보는 ‘노노(老老)시대’ ▼

<기자 멘트>

평균 수명이 늘어난 건 인류에게 분명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노인 인구 부양이라는 큰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요.

2000년 이미 고령화 사회가 된 우리나라는 내년에는 고령사회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입니다.

지역 사회를 보면 심각성이 더 확실히 드러나는데요,

전북과 경북 등 7개 광역시도가 이미 고령사회 단계에 진입했고, 전라남도는 이미 일본과 같은 초고령 사회입니다.

기초단체는 전국 229개 시군구의 무려 37%가 이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는 홀로 사는 노인은 갈수록 느는 반면,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홀로 사는 가구는 어느덧 144만 가구에 달합니다.

노인 빈곤율은 50%에 육박하는데, OECD국가중 우리 바로 아래인 호주, 멕시코보다도 2배 가까이 높습니다.

이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요즘 주목받는 게 바로 노노케어, 노노돌봄 개념인데요,

노인과 노인을 연결시켜 고독사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 어르신들을 챙기고,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자는 취지입니다.

'노노 돌봄'과 관련한 국내 움직임과 정책 보완점을 국현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일자리와 건강…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

<리포트>

올해 여든두 살의 류지성 할아버지는 매일 홀몸 노인들을 찾아 도시락을 배달합니다.

<녹취> "세 끼 거르시면 안 돼요."

벌써 5년째 점심과 저녁 끼니를 챙겨주고 말동무도 해주면서 둘은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가 됐습니다.

<인터뷰> 류지성(82세/'노노 돌봄' 참여자) : "남이라고 생각하고 다녀본 적은 없어요. 우리 친척이다, 친구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니니까…."

<인터뷰> 이금순(88세/서울 동대문구) : "말씀이라도 다정하게 해주니까 항상 너무 반갑죠. 다정해요. 내 마음 속으로는."

이런 노노돌봄 사업을 통해 지난해에만 8만 3천여 명이 일자리를 얻었고 13만 8천 명이 돌봄 혜택을 봤습니다.

홀몸 노인들이 아예 함께 살면서 서로를 챙겨주는 일명 '그룹홈'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정덕(81세/서울시 금천구) : "덜 외롭지. 여기 문만 열고 나오면 친구들이 나오니까 든든해."

하지만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의 '노노 돌봄'은 아직 가사 지원이나 말벗 등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외국처럼 노인 돌봄을 위한 별도의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지원을 보다 체계화,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정순둘(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데 거기에는 이제 잡의 어떤 전환이다. 새로운 직업이니까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된다 그런 전제를 가지고..."

기존의 사회복지안전망과 연계해 돌봄 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KBS 뉴스 국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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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노노(老老) 돌봄’ 시대…‘일자리·건강’ 모두 잡으려면
    • 입력 2017-02-08 21:30:37
    • 수정2017-02-08 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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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118살인 이탈리아의 세계 최고령, 모라노 할머니의 지난해 생일잔치 모습입니다.

출생 연도가 1899년으로, 19세기에 태어난 인물 중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한데요,

인류의 수명이 늘면서 최고령자의 나이가 2050년에는 120살, 2100년이 되면 125살에 이를 거란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어르신이 어르신을 직접 간병하고 있는 이 사진은, 초고령사회 많은 숙제를 안기고 있는 이른바 '노노(老老)시대'를 상징하고 있는데요.

이슈앤뉴스 오늘은 고령화의 문제점과 대책을 집중 진단합니다.

먼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국가'가 된 일본 사회의 모습을 나신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세계 최초 초고령국가 일본의 자화상 ▼

<리포트>

일본 시모노세키의 한 노인 복지시설.

낮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하루 노인 40여 명이 찾아옵니다.

적정 필요 인력은 20명.

하지만 10명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인터뷰> 사이토(복지시설 대표) : "온갖 경로로 구인모집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생각만큼 사람이 와주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와사키의 이 복지시설은 만성적 구인난에 노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인터뷰> 마츠무라(71세) : "건강하면 80세까지 일해도 좋다고 (회사가)말해준 것을 보람삼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고령의 환자 간호를 배우자 등 노인이 떠안는 이른바 '노노개호'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족 간병에 지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노인도 늘고 있습니다.

<녹취> 간병살인 피의자(음성변조) : "남편한테서 벗어나고 싶다,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정말 그 마음뿐이었어요."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26.5%, 초고령 사회 기준인 20%는 이미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600만 명을 넘어섰고, 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대기 노인만 52만명입니다.

일본 정부도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외국 인력 허용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 고민입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나신하입니다.

▼ 노인이 노인 돌보는 ‘노노(老老)시대’ ▼

<기자 멘트>

평균 수명이 늘어난 건 인류에게 분명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노인 인구 부양이라는 큰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요.

2000년 이미 고령화 사회가 된 우리나라는 내년에는 고령사회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입니다.

지역 사회를 보면 심각성이 더 확실히 드러나는데요,

전북과 경북 등 7개 광역시도가 이미 고령사회 단계에 진입했고, 전라남도는 이미 일본과 같은 초고령 사회입니다.

기초단체는 전국 229개 시군구의 무려 37%가 이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는 홀로 사는 노인은 갈수록 느는 반면,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홀로 사는 가구는 어느덧 144만 가구에 달합니다.

노인 빈곤율은 50%에 육박하는데, OECD국가중 우리 바로 아래인 호주, 멕시코보다도 2배 가까이 높습니다.

이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요즘 주목받는 게 바로 노노케어, 노노돌봄 개념인데요,

노인과 노인을 연결시켜 고독사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 어르신들을 챙기고,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자는 취지입니다.

'노노 돌봄'과 관련한 국내 움직임과 정책 보완점을 국현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일자리와 건강…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

<리포트>

올해 여든두 살의 류지성 할아버지는 매일 홀몸 노인들을 찾아 도시락을 배달합니다.

<녹취> "세 끼 거르시면 안 돼요."

벌써 5년째 점심과 저녁 끼니를 챙겨주고 말동무도 해주면서 둘은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가 됐습니다.

<인터뷰> 류지성(82세/'노노 돌봄' 참여자) : "남이라고 생각하고 다녀본 적은 없어요. 우리 친척이다, 친구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니니까…."

<인터뷰> 이금순(88세/서울 동대문구) : "말씀이라도 다정하게 해주니까 항상 너무 반갑죠. 다정해요. 내 마음 속으로는."

이런 노노돌봄 사업을 통해 지난해에만 8만 3천여 명이 일자리를 얻었고 13만 8천 명이 돌봄 혜택을 봤습니다.

홀몸 노인들이 아예 함께 살면서 서로를 챙겨주는 일명 '그룹홈'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정덕(81세/서울시 금천구) : "덜 외롭지. 여기 문만 열고 나오면 친구들이 나오니까 든든해."

하지만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의 '노노 돌봄'은 아직 가사 지원이나 말벗 등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외국처럼 노인 돌봄을 위한 별도의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지원을 보다 체계화,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정순둘(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데 거기에는 이제 잡의 어떤 전환이다. 새로운 직업이니까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된다 그런 전제를 가지고..."

기존의 사회복지안전망과 연계해 돌봄 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KBS 뉴스 국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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