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 비닐봉지 살인…8년 만에 드러난 실마리

입력 2017.02.09 (15:43) 수정 2017.02.0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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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청주와 대전을 잇는 현도교 아래에서 의문의 시신이 발견됐다. 피해자는 사고 발생 2주 전 실종된 50대 여성 이진숙(가명) 씨. 대형마트 야간 청소부였던 그녀는 실종 14일이 지나고 나서야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채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 무언가에 목이 졸려 숨이 끊긴 것이다. 시신에선 성폭행이 의심되는 한 남성의 DNA가 발견됐다. 그런데 시신 어디에도 결박한 흔적이나 폭행, 저항 흔적이 없었다. 음주나 약물을 복용하지도 않았다. 그보다 놀라운 사실은 피해자 얼굴에 씌여진 검은색 비닐봉지가 살해 도구로 쓰였다는 것이다.

엽기적인 이 사건에는 DNA 외에는 어떤 단서도 없었다. 범인은 어떻게 검은색 비닐봉지로 피해자를 제압하고 성폭행한 뒤 살인까지 저지른 것일까. 이 죽음에 숨은 진실은 무엇일까.

CCTV 속 용의자를 찾아라

피해자 이 씨는 CCTV에 마지막 모습을 남겼다. 2009년 1월 18일 새벽 청주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야간 근무를 마치고 첫 차를 기다리던 이 씨 모습이 근처에 있던 교통단속 CCTV 카메라에 찍힌 것이다.


CCTV에 기록된 상황은 이렇다. 당시 6시쯤 도착하는 첫차를 기다리던 이 씨 곁으로 낯선 차량이 등장한다. 해당 차량은 반대 방향으로 달리다 갑자기 유턴해 이 씨가 서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40~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운전자는 이 씨를 지켜보다 차에서 내려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 후 이 씨는 운전자와 함께 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용의 차량이 CCTV 밖으로 사라진 뒤, 이 씨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주 후 싸늘한 주검으로 금강변에서 발견되기까지 그녀가 남긴 마지막 흔적은 이 CCTV 화면 뿐이다. 그러나 화질이 너무 떨어져 당시 기술로는 운전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동이 틀 무렵인데다 거리까지 멀어 차량 번호도 보이지 않았다.

법과학으로 풀어본 사건 해결의 실마리


"아주 인정 많고 착하고, 그런 사람이 먼저 가네요. 엊그제도 꿈에 보이더니… 지금도 참 가슴이 아파 가지고" (피해자 모친)

'미제사건전담반-끝까지 간다' 제작진과 충북지방경찰청 장기미제수사팀은 사건을 재수사하던 중 범인을 특정할 만한 몇 가지 단서를 새롭게 발견했다.

기존에 수사팀이 추정했던 용의 차량은 검정색 트라제XG. 카니발, 스타렉스 등과 함께 국내 미니밴 시장을 이끌었던 차종이다. 그마저도 CCTV 화질이 흐릿해 추정할 뿐이었다.


발전된 법 영상 기술로 CCTV 영상을 다시 분석한 결과, 트라제XG 차종임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범위도 한층 좁혀졌다. 출시년도와 차량 구매시 선택할 수 있는 옵션 등으로 차량을 특정한 것이다.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는 또 있다.

그동안 수사팀은 이 씨 머리에 씌워진 비닐봉지를 보고 면식범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평소 이 씨와 알고 지내던 범인이 범행 과정에서 이 씨가 죽자 죄책감에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사후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웠다고 추정한 것이다. CCTV 상에서 이 씨가 용의자와 짧은 시간 얘기를 나눈 뒤 바로 차에 탑승한 점과 이 씨가 크게 저항하지 않은 점도 면식범일 가능성을 높였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이 씨 주변 인물을 탐색해왔지만 끝내 범인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선명한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비면식범일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



8년 만에 새롭게 밝혀진 CCTV 속 진실. 범인은 누구일까. 그가 타고간 차량은 어떤 차량일까. 이 씨의 미스터리한 죽음과 범인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통해 그 날의 진실에 한발 더 다가간다.


'미제사건 전담반-끝까지 간다' 2편 'CCTV 속 용의자를 찾아라!-청주 검은 비닐봉지 살인 사건'은 2월 11일(토) 밤 10시 30분, KBS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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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엽기적’ 비닐봉지 살인…8년 만에 드러난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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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청주와 대전을 잇는 현도교 아래에서 의문의 시신이 발견됐다. 피해자는 사고 발생 2주 전 실종된 50대 여성 이진숙(가명) 씨. 대형마트 야간 청소부였던 그녀는 실종 14일이 지나고 나서야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채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 무언가에 목이 졸려 숨이 끊긴 것이다. 시신에선 성폭행이 의심되는 한 남성의 DNA가 발견됐다. 그런데 시신 어디에도 결박한 흔적이나 폭행, 저항 흔적이 없었다. 음주나 약물을 복용하지도 않았다. 그보다 놀라운 사실은 피해자 얼굴에 씌여진 검은색 비닐봉지가 살해 도구로 쓰였다는 것이다. 엽기적인 이 사건에는 DNA 외에는 어떤 단서도 없었다. 범인은 어떻게 검은색 비닐봉지로 피해자를 제압하고 성폭행한 뒤 살인까지 저지른 것일까. 이 죽음에 숨은 진실은 무엇일까. CCTV 속 용의자를 찾아라 피해자 이 씨는 CCTV에 마지막 모습을 남겼다. 2009년 1월 18일 새벽 청주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야간 근무를 마치고 첫 차를 기다리던 이 씨 모습이 근처에 있던 교통단속 CCTV 카메라에 찍힌 것이다. CCTV에 기록된 상황은 이렇다. 당시 6시쯤 도착하는 첫차를 기다리던 이 씨 곁으로 낯선 차량이 등장한다. 해당 차량은 반대 방향으로 달리다 갑자기 유턴해 이 씨가 서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40~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운전자는 이 씨를 지켜보다 차에서 내려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 후 이 씨는 운전자와 함께 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용의 차량이 CCTV 밖으로 사라진 뒤, 이 씨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주 후 싸늘한 주검으로 금강변에서 발견되기까지 그녀가 남긴 마지막 흔적은 이 CCTV 화면 뿐이다. 그러나 화질이 너무 떨어져 당시 기술로는 운전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동이 틀 무렵인데다 거리까지 멀어 차량 번호도 보이지 않았다. 법과학으로 풀어본 사건 해결의 실마리 "아주 인정 많고 착하고, 그런 사람이 먼저 가네요. 엊그제도 꿈에 보이더니… 지금도 참 가슴이 아파 가지고" (피해자 모친) '미제사건전담반-끝까지 간다' 제작진과 충북지방경찰청 장기미제수사팀은 사건을 재수사하던 중 범인을 특정할 만한 몇 가지 단서를 새롭게 발견했다. 기존에 수사팀이 추정했던 용의 차량은 검정색 트라제XG. 카니발, 스타렉스 등과 함께 국내 미니밴 시장을 이끌었던 차종이다. 그마저도 CCTV 화질이 흐릿해 추정할 뿐이었다. 발전된 법 영상 기술로 CCTV 영상을 다시 분석한 결과, 트라제XG 차종임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범위도 한층 좁혀졌다. 출시년도와 차량 구매시 선택할 수 있는 옵션 등으로 차량을 특정한 것이다.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는 또 있다. 그동안 수사팀은 이 씨 머리에 씌워진 비닐봉지를 보고 면식범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평소 이 씨와 알고 지내던 범인이 범행 과정에서 이 씨가 죽자 죄책감에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사후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웠다고 추정한 것이다. CCTV 상에서 이 씨가 용의자와 짧은 시간 얘기를 나눈 뒤 바로 차에 탑승한 점과 이 씨가 크게 저항하지 않은 점도 면식범일 가능성을 높였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이 씨 주변 인물을 탐색해왔지만 끝내 범인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선명한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비면식범일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
8년 만에 새롭게 밝혀진 CCTV 속 진실. 범인은 누구일까. 그가 타고간 차량은 어떤 차량일까. 이 씨의 미스터리한 죽음과 범인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통해 그 날의 진실에 한발 더 다가간다. '미제사건 전담반-끝까지 간다' 2편 'CCTV 속 용의자를 찾아라!-청주 검은 비닐봉지 살인 사건'은 2월 11일(토) 밤 10시 30분, KBS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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