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파업하는 나라…닷새동안 85명 피살

입력 2017.02.09 (17:35) 수정 2017.02.0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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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시로 파업을 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브라질이다.

경찰이 파업하면 또 다른 경찰이나 군인들이 진압한다. 이 과정에서 폭력을 쓰기도 하고 때론 경찰끼리 총격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리우올림픽이 열렸을 때는 경찰들이 공항에 모여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여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월급을 안 준다며 경찰이 파업을 벌인 것이다.

사정은 그 후 더 악화했다. 지방 여러 도시에서 경찰과 공무원에게 월급을 못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브라질 경제 사정이 더 나빠졌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재정에 구멍이 난 까닭이다.


브라질 남동부 에스피리투 산투 주의 주도(州都)인 비토리아에서 경찰이 파업을 벌인 틈을 타 각종 폭력과 도난사건이 벌어지면서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각) 브라질 언론의 보도를 보면 지난 4일부터 비토리아 시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으로 지금까지 적어도 85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링크] ☞ 글로보 보도

시내 상가와 슈퍼마켓 등에서는 약탈 행위가 벌어졌다. 그리고 공공건물과 각종 집기류, 거리의 광고판 등 상당수가 불에 타는 모습도 목격됐다.


혼란이 계속되자 각급 학교는 수업을 중단했다. 시내버스는 운행을 멈추거나 승객을 태우지 않고 정류장을 지나쳤다. 약탈을 두려워한 쇼핑센터는 일제히 셔터를 내리고 문을 닫았다.

주 정부는 경찰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3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파업이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나면서 경찰 가족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사태가 확산했다고 말했다.

경찰 파업이 폭력 사태로 번지자 당국은 즉각 군 병력을 투입해 질서유지에 나섰다. 군인들은 시내 곳곳에서 검문검색을 벌였으며 범죄 용의자들을 잡아 가뒀다.


법원은 경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경찰관들에게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파업은 쉽사리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 가족들은 당장 먹고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 파업의 원인은 재정난


경찰 파업은 지방정부의 재정난에서 비롯됐다.

경제의 장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재원이 부족해진 지방 정부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공공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앞서 전국의 주 정부들은 재정난 완화를 위해 연방정부에 1,783억 헤알(약 64조 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주 정부의 재정적자는 2017년 872억 헤알, 2018년 921억 헤알, 2019년 965억 헤알에 이어 2020년에는 천억 헤알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 27개 주 정부 가운데 일부는 이미 공무원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 할 정도로 사실상 파산 상태를 맞았다.

지난해 6월에는 브라질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 주 정부가, 그리고 11월에는 남부 히우 그란지 두 술 주 정부, 12월 초엔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 정부가 재정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비토리아…브라질의 평택항?


비토리아는 브라질 동남부 이스피리투산투 주의 주도이다. 인구는 약 35만 명이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에서 대서양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 곳에 위치한다.

대서양에 떠 있는 섬에 있는 항구도시로, 브라질 본토와는 여러 개의 아름다운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브라질의 인천항이라 할 수 있는 산투스항구가 물동량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대체항구의 역할을 한다. 크진 않지만 요긴한 역할을 하는 항구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이다. 우리나라의 평택 항쯤이라고나 할까.

폭력과 파업으로 황폐해진 비토리아 항이 다시 안정과 아름다운 과거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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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이 파업하는 나라…닷새동안 85명 피살
    • 입력 2017-02-09 17:35:57
    • 수정2017-02-09 19:49:04
    취재K
경찰이 수시로 파업을 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브라질이다. 경찰이 파업하면 또 다른 경찰이나 군인들이 진압한다. 이 과정에서 폭력을 쓰기도 하고 때론 경찰끼리 총격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리우올림픽이 열렸을 때는 경찰들이 공항에 모여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여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월급을 안 준다며 경찰이 파업을 벌인 것이다. 사정은 그 후 더 악화했다. 지방 여러 도시에서 경찰과 공무원에게 월급을 못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브라질 경제 사정이 더 나빠졌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재정에 구멍이 난 까닭이다. 브라질 남동부 에스피리투 산투 주의 주도(州都)인 비토리아에서 경찰이 파업을 벌인 틈을 타 각종 폭력과 도난사건이 벌어지면서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각) 브라질 언론의 보도를 보면 지난 4일부터 비토리아 시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으로 지금까지 적어도 85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링크] ☞ 글로보 보도 시내 상가와 슈퍼마켓 등에서는 약탈 행위가 벌어졌다. 그리고 공공건물과 각종 집기류, 거리의 광고판 등 상당수가 불에 타는 모습도 목격됐다. 혼란이 계속되자 각급 학교는 수업을 중단했다. 시내버스는 운행을 멈추거나 승객을 태우지 않고 정류장을 지나쳤다. 약탈을 두려워한 쇼핑센터는 일제히 셔터를 내리고 문을 닫았다. 주 정부는 경찰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3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파업이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나면서 경찰 가족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사태가 확산했다고 말했다. 경찰 파업이 폭력 사태로 번지자 당국은 즉각 군 병력을 투입해 질서유지에 나섰다. 군인들은 시내 곳곳에서 검문검색을 벌였으며 범죄 용의자들을 잡아 가뒀다. 법원은 경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경찰관들에게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파업은 쉽사리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 가족들은 당장 먹고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 파업의 원인은 재정난 경찰 파업은 지방정부의 재정난에서 비롯됐다. 경제의 장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재원이 부족해진 지방 정부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공공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앞서 전국의 주 정부들은 재정난 완화를 위해 연방정부에 1,783억 헤알(약 64조 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주 정부의 재정적자는 2017년 872억 헤알, 2018년 921억 헤알, 2019년 965억 헤알에 이어 2020년에는 천억 헤알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 27개 주 정부 가운데 일부는 이미 공무원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 할 정도로 사실상 파산 상태를 맞았다. 지난해 6월에는 브라질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 주 정부가, 그리고 11월에는 남부 히우 그란지 두 술 주 정부, 12월 초엔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 정부가 재정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비토리아…브라질의 평택항? 비토리아는 브라질 동남부 이스피리투산투 주의 주도이다. 인구는 약 35만 명이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에서 대서양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 곳에 위치한다. 대서양에 떠 있는 섬에 있는 항구도시로, 브라질 본토와는 여러 개의 아름다운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브라질의 인천항이라 할 수 있는 산투스항구가 물동량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대체항구의 역할을 한다. 크진 않지만 요긴한 역할을 하는 항구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이다. 우리나라의 평택 항쯤이라고나 할까. 폭력과 파업으로 황폐해진 비토리아 항이 다시 안정과 아름다운 과거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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