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녀’는 언제까지 외면받아야 하나?

입력 2017.02.12 (20:37) 수정 2017.02.1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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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얘기를 담은 영화 ‘어폴로지’(위)와 ‘눈길’(아래)의 포스터다.


일제강점기 이 나라 조선의 소녀들은, 단지 국민을 지킬 힘이 없는 나라의 백성이었던 탓에 무참히 희생됐다. 생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그들에게 이 나라는 '화냥년(서방질하는 여자를 낮잡아 일컫는 말)'이란 딱지를 붙이고 멸시하며 사회에서 몰아냈다.

이후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꽃다웠던 소녀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 이제 몇 분 살아계시지도 않고 그 자리를 작은 '소녀상'이 대신하게 됐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 소녀'들은 고국에서 여전히 차갑게 외면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일본을 용서했다?


부산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 올해 초부터 이 주변이 '필담 논쟁'으로 어지럽다.동네 주민이라는 최 모 씨가 소녀상 이전을 주장하며, "대한민국은 일본을 용서한다" 등의 문구를 적은 유인물 여러 장을 붙인 것이 발단이 됐다.(위 사진)

종이에는 "우리가 언제까지 일본을 미워해야 하나","용서와 사랑이 언제부터 불법이 되었는가. 우리가 먼저 용서하자" 등의 내용이 일본어로도 적혀 있다. 또 "FORGIVE JAPAN", "LOVE JAPAN"처럼 영어로 적은 유인물도 지하철 초량역의 벽면과 주변 설치물 곳곳에 불법으로 나붙었다.(아래 사진)


한 시민이 제보한 사진(아래)에는, '동구청이 나서서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폐가구를 소녀상 주변에 세워두는 남성들의 모습이 찍혀 있다.


누가 용서를 말할 수 있나?


그러던 지난 11일 오전 누군가 이 유인물을 떼어 내고, 그 자리에 다른 글을 적은 종이 3장을 붙여 놓았다(위 사진). 여기에는 "귀하가 가슴 아픔을 당한 이들을 대신해 용서할 만큼 누군가에게 헌신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귀하의 글은 수거해 가니 재물이라고 여긴다면 내용증명서를 보내기 바란다"는 글이 메일 주소 옆에 적혀 있었다.

이런 모습이 여러 날 방치되면서 사건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손을 놓고 있는 중구청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지난 10일 초량역 측이 나섰다. "불법 부착물을 15일(수)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통보문을 붙이고, "그 후엔 강제 철거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축제에 방해" 소녀상 세우지 마!

대구에서는 해당 구청과 함께 주변 상인들까지 나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민간단체가 지목한 대구 동성로 광장은,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축제 때는 행사에도 방해된다는 이유다. 소녀상 주변에 쓰레기가 쌓일 것이라는 우려도 반대의 강력한 이유로 제시됐다.

추진 단체 측은, 가장 번화한 곳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소녀상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무엇보다 과거 대구지역 사람들이 일제에 항거한 역사적 현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구 중구청은 "건립하는 즉시 소녀상을 철거하겠다"고 공언했다. "교육 효과 등을 고려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중앙도서관' 구간과 '3·1운동길 쌈지공원'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추진위가 거절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동성로 상인회> 측은 "최근 상인 20여 명과 대책회의를 한 결과, 대부분이 소녀상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대구 동성로 소녀상은, 지난해 시민 2천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기부금 7천200만 원을 모으면서 본격적으로 건립이 추진된 사안이다. 소녀상의 크기는 받침대를 포함해 가로 2m, 세로 1.6m, 높이 1.23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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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소녀’는 언제까지 외면받아야 하나?
    • 입력 2017-02-12 20:37:45
    • 수정2017-02-12 20:48:18
    취재K
우리나라의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얘기를 담은 영화 ‘어폴로지’(위)와 ‘눈길’(아래)의 포스터다.


일제강점기 이 나라 조선의 소녀들은, 단지 국민을 지킬 힘이 없는 나라의 백성이었던 탓에 무참히 희생됐다. 생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그들에게 이 나라는 '화냥년(서방질하는 여자를 낮잡아 일컫는 말)'이란 딱지를 붙이고 멸시하며 사회에서 몰아냈다.

이후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꽃다웠던 소녀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 이제 몇 분 살아계시지도 않고 그 자리를 작은 '소녀상'이 대신하게 됐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 소녀'들은 고국에서 여전히 차갑게 외면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일본을 용서했다?


부산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 올해 초부터 이 주변이 '필담 논쟁'으로 어지럽다.동네 주민이라는 최 모 씨가 소녀상 이전을 주장하며, "대한민국은 일본을 용서한다" 등의 문구를 적은 유인물 여러 장을 붙인 것이 발단이 됐다.(위 사진)

종이에는 "우리가 언제까지 일본을 미워해야 하나","용서와 사랑이 언제부터 불법이 되었는가. 우리가 먼저 용서하자" 등의 내용이 일본어로도 적혀 있다. 또 "FORGIVE JAPAN", "LOVE JAPAN"처럼 영어로 적은 유인물도 지하철 초량역의 벽면과 주변 설치물 곳곳에 불법으로 나붙었다.(아래 사진)


한 시민이 제보한 사진(아래)에는, '동구청이 나서서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폐가구를 소녀상 주변에 세워두는 남성들의 모습이 찍혀 있다.


누가 용서를 말할 수 있나?


그러던 지난 11일 오전 누군가 이 유인물을 떼어 내고, 그 자리에 다른 글을 적은 종이 3장을 붙여 놓았다(위 사진). 여기에는 "귀하가 가슴 아픔을 당한 이들을 대신해 용서할 만큼 누군가에게 헌신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귀하의 글은 수거해 가니 재물이라고 여긴다면 내용증명서를 보내기 바란다"는 글이 메일 주소 옆에 적혀 있었다.

이런 모습이 여러 날 방치되면서 사건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손을 놓고 있는 중구청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지난 10일 초량역 측이 나섰다. "불법 부착물을 15일(수)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통보문을 붙이고, "그 후엔 강제 철거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축제에 방해" 소녀상 세우지 마!

대구에서는 해당 구청과 함께 주변 상인들까지 나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민간단체가 지목한 대구 동성로 광장은,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축제 때는 행사에도 방해된다는 이유다. 소녀상 주변에 쓰레기가 쌓일 것이라는 우려도 반대의 강력한 이유로 제시됐다.

추진 단체 측은, 가장 번화한 곳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소녀상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무엇보다 과거 대구지역 사람들이 일제에 항거한 역사적 현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구 중구청은 "건립하는 즉시 소녀상을 철거하겠다"고 공언했다. "교육 효과 등을 고려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중앙도서관' 구간과 '3·1운동길 쌈지공원'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추진위가 거절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동성로 상인회> 측은 "최근 상인 20여 명과 대책회의를 한 결과, 대부분이 소녀상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대구 동성로 소녀상은, 지난해 시민 2천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기부금 7천200만 원을 모으면서 본격적으로 건립이 추진된 사안이다. 소녀상의 크기는 받침대를 포함해 가로 2m, 세로 1.6m, 높이 1.23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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