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방값에 울다

입력 2017.02.12 (22:41) 수정 2017.02.1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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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신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는 대학 캠퍼스입니다.

요즘 등록금도 만만치 않은데,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멀다면 주거 비용도 부담일 수밖에 없겠죠.

원룸이나 다가구주택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가 늘어나면 좋을텐데, 이게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합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셋방을 전전하는 대학생들, 그 속 사정을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다니고 있는 박준홍씨가 기숙사 문을 나섭니다.

길을 가면서도 휴대전화로 무언가 계속 검색합니다.

<인터뷰> 박준홍(대학 2학년) : "기숙사 추가 합격 명단에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제가 고시텔하고 원룸 한 번 알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다음 학기 기숙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져서 급하게 살 집을 구하고 있는 겁니다.

학교에서 가까운 부동산을 찾아가 봤습니다.

<녹취> "혹시 보증금이 없는 원룸이나...(우리는 그런건 없어요.)"

<녹취> "안녕하세요. 원룸에 보증금 없는 방..."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지만, 원하는 조건의 방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준홍(대학 2학년) : "보증금이 있다고 하는데는 최저 보증금이 5백만 원이고, 월 3,40짜리는 고시텔보다 좀 별로 좋지 않은 그런 시설인 것 같아요."

학교 정문 근처에 있어 평소 눈여겨 봐왔다는 고시원을 들어가 봤습니다.

침대와 책상, 화장실이 갖춰져 있는 6제곱미터 남짓한 방. 임대료는 월 40만 원입니다.

<녹취> 고시원 관리인(음성변조) : "고시원에서는 이런 방을 스위트룸이라고 하죠. 화장실 있고, 다 있으니까요."

하지만, 준홍씨의 표정은 밝아보이지 않습니다.

<녹취> 박준홍(대학 2학년) : "사진으로만 봤던 건 엄청까지는 아니어도 3명 정도는 들어갈 수 있게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좀 많이 작네요. 딱 1인실..."

1학년때 생활했던 기숙사는 월 30여만 원. 비슷한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고시원 뿐입니다.

<녹취> 박준홍(대학 2학년) : "제 기준에서는 보증금이 부담되기 때문에 저 정도 월 40만 원이라도 지금 감사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돈이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 다 대주시기 때문에..."

대학이 모여있는 서울 신촌.

공인중개사와 함께 학생들이 선호한다는 원룸을 찾아가 봤습니다.

<인터뷰> 김종일(공인중개사) : "평수는 한 5평에서 6평 정도이고요, 옵션은 가스레인지, 드럼 세탁기, 그 다음에 냉장고, 벽걸이 에어컨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 정도 임대 가격이 보증금 천 만 원에 월 50만 원에 임대 중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또다른 원룸. 보증금 5백만 원에 월세 45만 원짜리 방입니다.

<인터뷰> 김종일(공인중개사) : "여기 주택은 이대역에서 도보 4분 거리에있고요. 다가구 분리형 원룸입니다."

한 부동산 중개업체의 조사 결과, 서울 지역 대학가 원룸의 평균 가격은 보증금 1450만 원에 월세 49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증금을 제외하고도 1년에 6백만 원 가까이가 주거비로 드는 셈입니다.

또다른 대학가의 한 하숙집.

대학 2학년인 김 모 씨는 틈 날때마다 인터넷을 통해 방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보증금 56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주고 구한 집이지만, 살아 보니 처음엔 몰랐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낮에도 볕이 잘 들지 않은 추운 방. 집에서도 항상 양말을 신고, 옷을 껴입고 생활합니다.

<녹취> "방 크기에 비해서 창도 작고, 바로 맞은 편이 건물이고, 그래서 낮에도 빛이 안들어와요."

<녹취> "세면대 배수관에서는 물이 새고. 물이 지금은 아예 질질 새요. 물이 계속 안 내려가다가 갑자기 확 뚫려서 저는 해결된 걸로 알고 좋아했는데, 알고보니까 이게 밑으로 터진거였어요."

벽 곳곳에는 벌레 퇴치용 패치가 붙어있습니다.

<녹취> "바퀴벌레 패치인데요, 집에 돈벌레가 엄청 많이 나왔거든요. 돈벌레 전용 패치는 없어서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사다가 한 20개 붙였어요."

벌레가 나오지 않는 따뜻한 방을 구하려면 일단 보증금이 필요합니다.

김 씨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대신, 다음 학기부터 휴학을 하고 돈을 벌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김OO(대학 2학년) : "제가 이제 원룸으로 가려고 알아보고 있거든요. 너무 방음도 안되고 지쳐서.사생활도 보장받고 혼자 살고 싶고 이래서 알아보고 있는데, 이 일대 원룸은 기본이 천 만 원에 60만 원예요.:"

서울 시내 대학의 직영 기숙사비는 월 평균 20에서 30만 원 선.

학교 안에 있어 시간 낭비가 적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인터뷰> 장지연(대학생) : "훨씬 싸죠. 왜냐면 여기 한 달로 따지면 20에서 25만 원 정도만 내면 되는데, 자취하려면 월세로 하면 최소 50은 내야 되니까, 반 정도 절약되죠."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9.5%로 조사됐습니다.

서울 시내의 경우 기숙사 수용률은 11.5%에 불과합니다.

재학생 10 명 중 1명 정도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대학들이 기숙사 신축에 나서고는 있지만, 그마저 쉽지 않습니다.

서울 성북구 개운산에 위치한 근린공원.

고려대학교는 지난 2013년 학교 소유인 이 땅에 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딛혀 4년째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상옥(서울 성북구) : "바람도 쐬고, 휴식을 갖고 그러는데 여기다가 기숙사를 짓고 그런다면 누구라도 참지 않죠."

주변 환경을 훼손하고, 학교 근처에서 원룸이나 하숙을 운영하는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인터뷰> 배명순(원룸 임대업자) : "고대 안에 짓는 건 주민들이 뭐라고 말 못하잖아요. 밖에다 짓는 건 타격이 너무 심하니까... 주민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이런 갈등은 다른 곳에서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대학 기숙사 신축 허가를 놓고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열린 구청 민원 회의입니다.

<녹취> "아동을 위한 성북구청! 대학생이 아동이냐!"

주민들은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자리라며 참석을 거부했고, 회의는 파행됐습니다.

<녹취> "주민들이 참석해야 회의가 될 거 아니야? 너희들이 공무원이냐?"

사학진흥재단이 서울 동소문동 주택가에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겁니다.

기숙사가 들어설 위치는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사이의 국유지.

주민들은 기숙사가 들어서면 주변 초등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발합니다.

<인터뷰> 이용현(동소문동 주민) : "젊은애들한테 이런 얘기는 직설적인 말이어서 말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풍기가 문란해진다는 것이 첫째고, 그로 인해서 담배를 물고 다닌다면 본을 보면서 애들이 자라잖아요."

<인터뷰> 이한옥(동소문동 주민) : "애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거나, 여기 너무 경사가 심해서 애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주민들이 원하는 건 그거죠."

하지만, 재단 측은 기숙사 건립 예정 부지 주변에 대학교 20여 개가 몰려 있고, 대체 부지가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갑식(한국사학진흥재단 기금사업본부장) : "동부권에 있는 국유지를 기획재정부하고 협의를 해서 찾은 결과 유일하게 이 부지만 남아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대학 연합 기숙사의 점심 시간.

학생들 사이로 직장인과 경찰 등 외부인들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인터뷰> 전경필(직장인) : "근처 식당은 메뉴가 한정적인데, 여기서 먹으면 다양한 메뉴로 건강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사학진흥재단이 홍제동 주택가에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지으면서, 기숙사 식당을 주민들에게도 개방한 겁니다.

기숙사 내 주차장도 거주자우선주차 구역으로 지정해 주민들과 함께 쓰고 있습니다.

사학진흥재단은 동소문동 기숙사 건립에도 이런 상생 방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인터뷰> 임경지(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 "그 공간에 이사온 사람도 이사오게 되면 바로 주민이 되는 것인데, 외부자에 대한 공포라든가, 위험이라든가 걱정 같은 게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거죠. 저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 오히려 이분들이 공동체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한 테이블에서 같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질 무렵, 대학원생 황용수씨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학교에서 자취방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거리.

<녹취> 황용수(대학원생) : "학교 주변이 워낙 비싸요. 주거 비용이 학교 주변이 (월) 60만 원, 50만 원인데 조금만 떨어져도 좀 싸거든요."

통학이 힘들긴 하지만 전북 고창에서 서울로 와 열 번 가까이 이사를 다닌 끝에 처음 얻은 집다운 집입니다.

전제 보증금은 주택토지공사에서 대학생 대출을 받아 마련했습니다.

<녹취> 황용수(대학원생) :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물 새는 거 받아놓고, 다른 데 있다가 집주인이 집을 옮겨줬는데 거기는 보일러가 안 돼서 겨울에 추웠고, 그래서 추운 날 버텨가지고 또 옮겼는데,거기도 또 반지하고, 이런 식이었거든요."

학비는 부모님께 받지만 방값과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학업에만 집중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녹취> 황용수(대학원생) : "그 얘기 하잖아요. 일해서 돈 벌 생각하지 말고, 공부해서 장학금 받으라고...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어른들은 공부만 하라고 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 다 공부하거든요."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찾아오는 주거 불안.

청년들의 꿈을 위축시키고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만큼 해법 마련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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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 방값에 울다
    • 입력 2017-02-12 23:01:43
    • 수정2017-02-12 23:31:02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신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는 대학 캠퍼스입니다.

요즘 등록금도 만만치 않은데,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멀다면 주거 비용도 부담일 수밖에 없겠죠.

원룸이나 다가구주택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가 늘어나면 좋을텐데, 이게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합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셋방을 전전하는 대학생들, 그 속 사정을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다니고 있는 박준홍씨가 기숙사 문을 나섭니다.

길을 가면서도 휴대전화로 무언가 계속 검색합니다.

<인터뷰> 박준홍(대학 2학년) : "기숙사 추가 합격 명단에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제가 고시텔하고 원룸 한 번 알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다음 학기 기숙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져서 급하게 살 집을 구하고 있는 겁니다.

학교에서 가까운 부동산을 찾아가 봤습니다.

<녹취> "혹시 보증금이 없는 원룸이나...(우리는 그런건 없어요.)"

<녹취> "안녕하세요. 원룸에 보증금 없는 방..."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지만, 원하는 조건의 방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준홍(대학 2학년) : "보증금이 있다고 하는데는 최저 보증금이 5백만 원이고, 월 3,40짜리는 고시텔보다 좀 별로 좋지 않은 그런 시설인 것 같아요."

학교 정문 근처에 있어 평소 눈여겨 봐왔다는 고시원을 들어가 봤습니다.

침대와 책상, 화장실이 갖춰져 있는 6제곱미터 남짓한 방. 임대료는 월 40만 원입니다.

<녹취> 고시원 관리인(음성변조) : "고시원에서는 이런 방을 스위트룸이라고 하죠. 화장실 있고, 다 있으니까요."

하지만, 준홍씨의 표정은 밝아보이지 않습니다.

<녹취> 박준홍(대학 2학년) : "사진으로만 봤던 건 엄청까지는 아니어도 3명 정도는 들어갈 수 있게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좀 많이 작네요. 딱 1인실..."

1학년때 생활했던 기숙사는 월 30여만 원. 비슷한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고시원 뿐입니다.

<녹취> 박준홍(대학 2학년) : "제 기준에서는 보증금이 부담되기 때문에 저 정도 월 40만 원이라도 지금 감사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돈이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 다 대주시기 때문에..."

대학이 모여있는 서울 신촌.

공인중개사와 함께 학생들이 선호한다는 원룸을 찾아가 봤습니다.

<인터뷰> 김종일(공인중개사) : "평수는 한 5평에서 6평 정도이고요, 옵션은 가스레인지, 드럼 세탁기, 그 다음에 냉장고, 벽걸이 에어컨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 정도 임대 가격이 보증금 천 만 원에 월 50만 원에 임대 중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또다른 원룸. 보증금 5백만 원에 월세 45만 원짜리 방입니다.

<인터뷰> 김종일(공인중개사) : "여기 주택은 이대역에서 도보 4분 거리에있고요. 다가구 분리형 원룸입니다."

한 부동산 중개업체의 조사 결과, 서울 지역 대학가 원룸의 평균 가격은 보증금 1450만 원에 월세 49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증금을 제외하고도 1년에 6백만 원 가까이가 주거비로 드는 셈입니다.

또다른 대학가의 한 하숙집.

대학 2학년인 김 모 씨는 틈 날때마다 인터넷을 통해 방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보증금 56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주고 구한 집이지만, 살아 보니 처음엔 몰랐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낮에도 볕이 잘 들지 않은 추운 방. 집에서도 항상 양말을 신고, 옷을 껴입고 생활합니다.

<녹취> "방 크기에 비해서 창도 작고, 바로 맞은 편이 건물이고, 그래서 낮에도 빛이 안들어와요."

<녹취> "세면대 배수관에서는 물이 새고. 물이 지금은 아예 질질 새요. 물이 계속 안 내려가다가 갑자기 확 뚫려서 저는 해결된 걸로 알고 좋아했는데, 알고보니까 이게 밑으로 터진거였어요."

벽 곳곳에는 벌레 퇴치용 패치가 붙어있습니다.

<녹취> "바퀴벌레 패치인데요, 집에 돈벌레가 엄청 많이 나왔거든요. 돈벌레 전용 패치는 없어서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사다가 한 20개 붙였어요."

벌레가 나오지 않는 따뜻한 방을 구하려면 일단 보증금이 필요합니다.

김 씨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대신, 다음 학기부터 휴학을 하고 돈을 벌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김OO(대학 2학년) : "제가 이제 원룸으로 가려고 알아보고 있거든요. 너무 방음도 안되고 지쳐서.사생활도 보장받고 혼자 살고 싶고 이래서 알아보고 있는데, 이 일대 원룸은 기본이 천 만 원에 60만 원예요.:"

서울 시내 대학의 직영 기숙사비는 월 평균 20에서 30만 원 선.

학교 안에 있어 시간 낭비가 적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인터뷰> 장지연(대학생) : "훨씬 싸죠. 왜냐면 여기 한 달로 따지면 20에서 25만 원 정도만 내면 되는데, 자취하려면 월세로 하면 최소 50은 내야 되니까, 반 정도 절약되죠."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9.5%로 조사됐습니다.

서울 시내의 경우 기숙사 수용률은 11.5%에 불과합니다.

재학생 10 명 중 1명 정도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대학들이 기숙사 신축에 나서고는 있지만, 그마저 쉽지 않습니다.

서울 성북구 개운산에 위치한 근린공원.

고려대학교는 지난 2013년 학교 소유인 이 땅에 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딛혀 4년째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상옥(서울 성북구) : "바람도 쐬고, 휴식을 갖고 그러는데 여기다가 기숙사를 짓고 그런다면 누구라도 참지 않죠."

주변 환경을 훼손하고, 학교 근처에서 원룸이나 하숙을 운영하는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인터뷰> 배명순(원룸 임대업자) : "고대 안에 짓는 건 주민들이 뭐라고 말 못하잖아요. 밖에다 짓는 건 타격이 너무 심하니까... 주민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이런 갈등은 다른 곳에서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대학 기숙사 신축 허가를 놓고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열린 구청 민원 회의입니다.

<녹취> "아동을 위한 성북구청! 대학생이 아동이냐!"

주민들은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자리라며 참석을 거부했고, 회의는 파행됐습니다.

<녹취> "주민들이 참석해야 회의가 될 거 아니야? 너희들이 공무원이냐?"

사학진흥재단이 서울 동소문동 주택가에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겁니다.

기숙사가 들어설 위치는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사이의 국유지.

주민들은 기숙사가 들어서면 주변 초등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발합니다.

<인터뷰> 이용현(동소문동 주민) : "젊은애들한테 이런 얘기는 직설적인 말이어서 말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풍기가 문란해진다는 것이 첫째고, 그로 인해서 담배를 물고 다닌다면 본을 보면서 애들이 자라잖아요."

<인터뷰> 이한옥(동소문동 주민) : "애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거나, 여기 너무 경사가 심해서 애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주민들이 원하는 건 그거죠."

하지만, 재단 측은 기숙사 건립 예정 부지 주변에 대학교 20여 개가 몰려 있고, 대체 부지가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갑식(한국사학진흥재단 기금사업본부장) : "동부권에 있는 국유지를 기획재정부하고 협의를 해서 찾은 결과 유일하게 이 부지만 남아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대학 연합 기숙사의 점심 시간.

학생들 사이로 직장인과 경찰 등 외부인들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인터뷰> 전경필(직장인) : "근처 식당은 메뉴가 한정적인데, 여기서 먹으면 다양한 메뉴로 건강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사학진흥재단이 홍제동 주택가에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지으면서, 기숙사 식당을 주민들에게도 개방한 겁니다.

기숙사 내 주차장도 거주자우선주차 구역으로 지정해 주민들과 함께 쓰고 있습니다.

사학진흥재단은 동소문동 기숙사 건립에도 이런 상생 방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인터뷰> 임경지(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 "그 공간에 이사온 사람도 이사오게 되면 바로 주민이 되는 것인데, 외부자에 대한 공포라든가, 위험이라든가 걱정 같은 게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거죠. 저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 오히려 이분들이 공동체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한 테이블에서 같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질 무렵, 대학원생 황용수씨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학교에서 자취방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거리.

<녹취> 황용수(대학원생) : "학교 주변이 워낙 비싸요. 주거 비용이 학교 주변이 (월) 60만 원, 50만 원인데 조금만 떨어져도 좀 싸거든요."

통학이 힘들긴 하지만 전북 고창에서 서울로 와 열 번 가까이 이사를 다닌 끝에 처음 얻은 집다운 집입니다.

전제 보증금은 주택토지공사에서 대학생 대출을 받아 마련했습니다.

<녹취> 황용수(대학원생) :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물 새는 거 받아놓고, 다른 데 있다가 집주인이 집을 옮겨줬는데 거기는 보일러가 안 돼서 겨울에 추웠고, 그래서 추운 날 버텨가지고 또 옮겼는데,거기도 또 반지하고, 이런 식이었거든요."

학비는 부모님께 받지만 방값과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학업에만 집중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녹취> 황용수(대학원생) : "그 얘기 하잖아요. 일해서 돈 벌 생각하지 말고, 공부해서 장학금 받으라고...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어른들은 공부만 하라고 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 다 공부하거든요."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찾아오는 주거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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