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된 어머니…모자(母子)의 특별한 사진 여행

입력 2017.02.13 (14:41) 수정 2017.02.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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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소복이 쌓인 고즈넉한 사찰 풍경 속에, 은빛 물결을 이루는 갈대밭 길 위에,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 진달래꽃밭에도, 안재인 작가가 찍은 사진 속 풍경에는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언제나 '어머니'가 있습니다. 사진작가 안재인 씨가 어머니 정영자 씨와 함께 방방곡곡 전국 여행을 시작한 건 지난 2003년부터입니다.





그동안 어머니와 안 작가가 함께 다닌 전국의 절과 절터만 4백여 곳, 그곳을 찾아가기 위해 거쳤던 마을 등을 포함하면 천여 곳이 넘습니다. 20만km의 발자취, 서울에서 부산을 약 2백 번 왕복한 거리로 지구를 5바퀴나 돈 셈입니다.

처음에는 산사의 살림을 맡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촬영하기 위해 성품 좋으신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자 시작한 동행이었습니다. 30년 이상 절 살림을 맡아온 공양주 보살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연세가 많으신 분들을 뵐 일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안 작가는 친화력이 좋으신 어머니와 함께 절에 찾아가 어머니가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곁에서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그러다 오가는 길에 한 장, 두 장 어머니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 시작했고, 어느새 어머니는 안 작가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이자 최고의 모델이 됐습니다. 안 작가의 사진 속 풍경에 어머니가 그렇게 자리 잡게 된 겁니다. 풍경 속에 어머니를 담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안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그 사실이 중요한 거죠. 그래서 그런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여행에 대해 아들과 어머니는 서로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 풍경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녔던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일흔이 넘은 어머니가 불편함도 느끼셨을 시간이었기에 아들 마음 한쪽에는 언제나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없이 고맙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어머니도 그저 '나도 가자'하고 따라나섰던 여행이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들과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이 여행의 순간순간이 어머니에겐 정말 소중합니다. 아들과의 여행은 어떤지 어머니께 묻자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정말 좋은 아들이잖아요. 고맙게 생각해요. 우리 아들. 다른 아들은 저렇게 안 데리고 다니잖아, 엄마를..."

안재인 작가와 어머니 정영자 씨안재인 작가와 어머니 정영자 씨

최근엔 아들의 사진 작업을 이해하고 싶어 노모도 사진기를 들었습니다. 안 작가가 생신 선물로 사드린 카메라로 어머니는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을 담은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서툴지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기뻐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그걸 지켜보는 아들의 모습에서 애틋한 '정(情)'이 느껴졌습니다.


풍경이 된 어머니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아들... 모자(母子)의 특별한 사진 여행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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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경이 된 어머니…모자(母子)의 특별한 사진 여행
    • 입력 2017-02-13 14:41:08
    • 수정2017-02-13 16:24:49
    취재K
눈이 소복이 쌓인 고즈넉한 사찰 풍경 속에, 은빛 물결을 이루는 갈대밭 길 위에,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 진달래꽃밭에도, 안재인 작가가 찍은 사진 속 풍경에는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언제나 '어머니'가 있습니다. 사진작가 안재인 씨가 어머니 정영자 씨와 함께 방방곡곡 전국 여행을 시작한 건 지난 2003년부터입니다. 그동안 어머니와 안 작가가 함께 다닌 전국의 절과 절터만 4백여 곳, 그곳을 찾아가기 위해 거쳤던 마을 등을 포함하면 천여 곳이 넘습니다. 20만km의 발자취, 서울에서 부산을 약 2백 번 왕복한 거리로 지구를 5바퀴나 돈 셈입니다. 처음에는 산사의 살림을 맡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촬영하기 위해 성품 좋으신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자 시작한 동행이었습니다. 30년 이상 절 살림을 맡아온 공양주 보살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연세가 많으신 분들을 뵐 일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안 작가는 친화력이 좋으신 어머니와 함께 절에 찾아가 어머니가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곁에서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그러다 오가는 길에 한 장, 두 장 어머니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 시작했고, 어느새 어머니는 안 작가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이자 최고의 모델이 됐습니다. 안 작가의 사진 속 풍경에 어머니가 그렇게 자리 잡게 된 겁니다. 풍경 속에 어머니를 담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안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그 사실이 중요한 거죠. 그래서 그런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여행에 대해 아들과 어머니는 서로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 풍경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녔던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일흔이 넘은 어머니가 불편함도 느끼셨을 시간이었기에 아들 마음 한쪽에는 언제나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없이 고맙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어머니도 그저 '나도 가자'하고 따라나섰던 여행이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들과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이 여행의 순간순간이 어머니에겐 정말 소중합니다. 아들과의 여행은 어떤지 어머니께 묻자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정말 좋은 아들이잖아요. 고맙게 생각해요. 우리 아들. 다른 아들은 저렇게 안 데리고 다니잖아, 엄마를..." 안재인 작가와 어머니 정영자 씨 최근엔 아들의 사진 작업을 이해하고 싶어 노모도 사진기를 들었습니다. 안 작가가 생신 선물로 사드린 카메라로 어머니는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을 담은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서툴지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기뻐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그걸 지켜보는 아들의 모습에서 애틋한 '정(情)'이 느껴졌습니다. 풍경이 된 어머니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아들... 모자(母子)의 특별한 사진 여행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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