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에 제 2의 정현이 나올 수 없는 이유

입력 2017.02.15 (09:15) 수정 2017.02.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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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는 최근 정현의 프로투어에서의 맹활약으로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최근 테니스계의 움직임은 이와는 거꾸로 흘러가고 있어 테니스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한국 테니스는 최근 정현의 프로투어에서의 맹활약으로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최근 테니스계의 움직임은 이와는 거꾸로 흘러가고 있어 테니스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대한테니스협회 정기 대의원총회. 테니스협회 현 집행부와 행정감사, 시도 대의원들 사이에서 격론이 오갔다. 그 가운데 가장 뜨거운 사안은 테니스협회의 '주니어 육성 기금' 전용 논란이었다.

대한테니스협회 대의원총회. 곽용운 회장(가운데)이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대한테니스협회 대의원총회. 곽용운 회장(가운데)이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테니스협회는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진행한 장충테니스장 공개 입찰에 응찰했다. 2억 원이 넘는 연간 입찰가를 써내 앞으로 3년간 운영권을 획득했다. 협회의 수익 사업을 위한 투자였다.

한국 테니스는 과연 제2의 정현을 키울 수 있을까.

하지만 입찰액의 출처가 문제였다. 협회는 삼성증권이 주니어 선수 육성 기금으로 내놓은 돈 가운데 2억 1천5백만 원의 돈을 빼내 장충테니스장 입찰권을 따냈다. 이는 전임 집행부와 삼성증권 간에 맺었던 계약 내용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계약에 따르면 삼성 측이 지난 2015년부터 매년 협회에 제공한 3억 원의 지원금은 오직 선수 육성을 위해서만 사용하게 돼 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삼성 측은 발끈했다. 선수 육성 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데 대한 책임을 협회 측에 물었다. 앞으로 2천만 원 이상 기금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사전 협조를 구할 것과 전용한 2억 1천5백만 원을 다시 반납할 때까지 삼성은 테니스협회에 대한 추가 지원을 중지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대한테니스협회가 서울시의 공개 입찰에 응모해 운영권을 따낸 서울 장충테니스 코트.대한테니스협회가 서울시의 공개 입찰에 응모해 운영권을 따낸 서울 장충테니스 코트.

협회의 찜찜한 해명

'선수 육성 기금 전용' 사태에 대해 협회 측도 해명을 내놨다. 테니스협회 곽용운 회장은 "주니어 선수들의 훈련 장소 확보를 위해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샀고, 앞으로 수익금을 육성 기금에 반납하는 것으로 정해 삼성 측에 지난해 11월 유선 통보 협의했다"고 밝혔다.

즉 장충테니스장 입찰 역시 '주니어 육성'이라는 큰 틀에서 벌인 협회의 공식 사업이며, 또 돈을 준 삼성 측에도 이 사실을 사전에 전달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 측 복수의 관계자는 이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아 양측간 합의한 적이 없다고 KBS 취재진에게 밝혔다. 곽 회장도 대의원총회장에서 이사진의 질문이 거듭되자 "부하 직원에게 삼성 쪽에 이 사실을 알려주라고 했는데, 잘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알고보면 결국 재정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현 집행부의 재정난에 있다. 새 집행부를 꾸린 곽용운 회장은 이전 협회장들과 달리 막대한 금액의 출연금을 내놓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협회 살림이 녹록지 않았고 외부의 돈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 협회 자체 내의 수익 사업을 강화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됐다.

결국,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주니어 육성 지원금까지 건드렸고, 대의원총회장에서 행정 감사 지적을 받게 돼 테니스인들 사이에서 "신임 협회가 주니어 육성에 소홀하다"는 비판까지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전임 집행부와 법정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점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운영권을 놓고 현 집행부는 전임 주원홍 회장 측과 내용 증명이 오가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고, 협회 재산을 가압류당하는 위기에까지 봉착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에 빠진 것이다.

지난 2015년 해체한 삼성증권 테니스단은 이형택 등 한국 테니스 제1의 전성기를 이끈 추억의 역사를 간직한 팀이다.지난 2015년 해체한 삼성증권 테니스단은 이형택 등 한국 테니스 제1의 전성기를 이끈 추억의 역사를 간직한 팀이다.

한국 테니스의 미래는 어디로?

테니스협회와 삼성 측이 주고받은 주니어 육성 기금은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다. 지난 2015년 이형택, 윤용일, 조윤정 등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를 키워낸 삼성증권 팀이 해체되면서, 삼성 측이 테니스 발전 기금 형식으로 내놓은 돈이다. 프로 테니스의 특성상,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이 필수적인데, 주니어들이 마음껏 도전할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도 다른 용도로 대체 불가한 돈이라는 게 테니스인들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도 테니스협회장은 "주니어 선수 육성은 국내 테니스 동호인과 팬들의 큰 관심을 받는 협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이다. 협회가 이 기금까지 건드린 건 잘못됐다"면서 "제2의 정현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협회가 유망주들의 투어 비용을 잘 후원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이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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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테니스에 제 2의 정현이 나올 수 없는 이유
    • 입력 2017-02-15 09:15:49
    • 수정2017-02-15 09:16:29
    취재K
한국 테니스는 최근 정현의 프로투어에서의 맹활약으로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최근 테니스계의 움직임은 이와는 거꾸로 흘러가고 있어 테니스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대한테니스협회 정기 대의원총회. 테니스협회 현 집행부와 행정감사, 시도 대의원들 사이에서 격론이 오갔다. 그 가운데 가장 뜨거운 사안은 테니스협회의 '주니어 육성 기금' 전용 논란이었다.

대한테니스협회 대의원총회. 곽용운 회장(가운데)이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테니스협회는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진행한 장충테니스장 공개 입찰에 응찰했다. 2억 원이 넘는 연간 입찰가를 써내 앞으로 3년간 운영권을 획득했다. 협회의 수익 사업을 위한 투자였다.

한국 테니스는 과연 제2의 정현을 키울 수 있을까.

하지만 입찰액의 출처가 문제였다. 협회는 삼성증권이 주니어 선수 육성 기금으로 내놓은 돈 가운데 2억 1천5백만 원의 돈을 빼내 장충테니스장 입찰권을 따냈다. 이는 전임 집행부와 삼성증권 간에 맺었던 계약 내용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계약에 따르면 삼성 측이 지난 2015년부터 매년 협회에 제공한 3억 원의 지원금은 오직 선수 육성을 위해서만 사용하게 돼 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삼성 측은 발끈했다. 선수 육성 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데 대한 책임을 협회 측에 물었다. 앞으로 2천만 원 이상 기금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사전 협조를 구할 것과 전용한 2억 1천5백만 원을 다시 반납할 때까지 삼성은 테니스협회에 대한 추가 지원을 중지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대한테니스협회가 서울시의 공개 입찰에 응모해 운영권을 따낸 서울 장충테니스 코트.
협회의 찜찜한 해명

'선수 육성 기금 전용' 사태에 대해 협회 측도 해명을 내놨다. 테니스협회 곽용운 회장은 "주니어 선수들의 훈련 장소 확보를 위해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샀고, 앞으로 수익금을 육성 기금에 반납하는 것으로 정해 삼성 측에 지난해 11월 유선 통보 협의했다"고 밝혔다.

즉 장충테니스장 입찰 역시 '주니어 육성'이라는 큰 틀에서 벌인 협회의 공식 사업이며, 또 돈을 준 삼성 측에도 이 사실을 사전에 전달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 측 복수의 관계자는 이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아 양측간 합의한 적이 없다고 KBS 취재진에게 밝혔다. 곽 회장도 대의원총회장에서 이사진의 질문이 거듭되자 "부하 직원에게 삼성 쪽에 이 사실을 알려주라고 했는데, 잘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알고보면 결국 재정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현 집행부의 재정난에 있다. 새 집행부를 꾸린 곽용운 회장은 이전 협회장들과 달리 막대한 금액의 출연금을 내놓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협회 살림이 녹록지 않았고 외부의 돈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 협회 자체 내의 수익 사업을 강화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됐다.

결국,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주니어 육성 지원금까지 건드렸고, 대의원총회장에서 행정 감사 지적을 받게 돼 테니스인들 사이에서 "신임 협회가 주니어 육성에 소홀하다"는 비판까지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전임 집행부와 법정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점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운영권을 놓고 현 집행부는 전임 주원홍 회장 측과 내용 증명이 오가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고, 협회 재산을 가압류당하는 위기에까지 봉착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에 빠진 것이다.

지난 2015년 해체한 삼성증권 테니스단은 이형택 등 한국 테니스 제1의 전성기를 이끈 추억의 역사를 간직한 팀이다.
한국 테니스의 미래는 어디로?

테니스협회와 삼성 측이 주고받은 주니어 육성 기금은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다. 지난 2015년 이형택, 윤용일, 조윤정 등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를 키워낸 삼성증권 팀이 해체되면서, 삼성 측이 테니스 발전 기금 형식으로 내놓은 돈이다. 프로 테니스의 특성상,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이 필수적인데, 주니어들이 마음껏 도전할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도 다른 용도로 대체 불가한 돈이라는 게 테니스인들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도 테니스협회장은 "주니어 선수 육성은 국내 테니스 동호인과 팬들의 큰 관심을 받는 협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이다. 협회가 이 기금까지 건드린 건 잘못됐다"면서 "제2의 정현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협회가 유망주들의 투어 비용을 잘 후원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이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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