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뜨뜻미지근한’ 중국의 태도…왜?

입력 2017.02.15 (10:59) 수정 2017.02.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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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래의 성명을 보자. 어느 나라 성명일까?



흡사 북한에서 나온 성명 같지만, 이 성명은 1964년 10월 16일 제1차 핵실험을 한 중국이 당시에 발표한 성명이다. 아래는 원문에서 발췌한 해당 부분 문장이다.

"中华人民共和国政府声明: 一九六四年十月十六日十五时,中国爆炸了一颗原子弹,成功地进行了第一次核试验。这是中国人民在加强国防力量、反对美帝国主义核讹诈和核威胁政策的斗争中所取得的重大成就。保护自己,是任何一个主权国家不可剥夺的权利。保卫世界和平,是一切爱好和平的国家的共同职责。面临着日益增长的美国的核威胁,中国不能坐视不动。中国进行核试验,发展核武器,是被迫而为的。中国政府一贯主张全面禁止和彻底销毁核武器..."

1964년 10월 16일 중국 신장자치구 뤄부포(罗布泊) 일대에서 진행된 중국 최초의 핵실험을 알리는 ‘인민일보’ 호외1964년 10월 16일 중국 신장자치구 뤄부포(罗布泊) 일대에서 진행된 중국 최초의 핵실험을 알리는 ‘인민일보’ 호외

 성명의 주제는, "핵실험은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자위권의 발동으로,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지만, 미국의 핵위협을 좌시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핵을 개발한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성명을 낸 지 15년 뒤 중국과 미국은 수교를 했고, 중국은 이후로도 90년대 중반까지 40여 차례 핵실험을 진행해 현재 250개의 핵탄두와 ICBM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엔 북한이 핵보유 사실을 세상에 처음 공개하면서 밝힌 성명을 보자. 2005년 2월 11일자『로동신문』에 게재된 북한 외무성 성명이다.


어떤가? 40년전 중국에서 낸 핵실험 성명서를 그대로 옮겨서 약간만 바꾸어 놓은 것 같지 않은가?

궁금한 것은, 북한의 이같은 발언과 행보를 지켜보는 중국의 속내가 어떨까하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의 행보를 볼 때마다 "옛적에 자신이 갖고 있던 입장"이었음을 잊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북한의 행보를 대놓고 부정하려면, 매번 중국 자신의 과거를 부정해야하는 모순에 도달한다. 중국으로선 이것이 매우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 횟수를 거듭할수록, 특히 시진핑 집권기부터는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고,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모양새도 취하고는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제재가 미국과 한국이 기대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결과로 나타나진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중국은 대북제재가 민생목적의 북중교역까지 해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고, 북한 정권의 붕괴나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에 반대한다. 나아가 중국은 북핵문제가 북한과 미국의 문제이며, 중국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 항상 동북아는 평화와 안정이 공동의 이익이며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북한이 핵보유 사실을 공개한 이래, 핵실험을 5번이나 하고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까지 발사한 이 시점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이 70년 유엔의 역사에서 비군사적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는 안보리 결의 2270호에도 동의하고 '전면적인' 이행을 공언했지만, 그 전면적인 이행 공언속에는 결의 49항과 50항에 명시된 '대화를 통한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 해결"과 "6자회담 및 9.19공동성명"에 대한 지지와 이에 대한 이행도 해야한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전면적인 이행은 전방위적 이행이란 뜻으로, 각 조항에 명시된 모든 의무사항을 이행하자는 뜻이다. 제재에만 치중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과 교역중인 중국내 기업을 규제해서까지 미국이 요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들어주리라고 기대하긴 어려워보인다. 이는 안보리 결의에도 없는 사안이다. 물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은 이런 요지부동의 중국 입장도 일거에 바꿀 폭발력을 지녔음은 분명해보인다.

[연관기사] ☞ 중·러 “北 미사일 발사 반대”…中 역할론 관심 (2017.2.14)

그렇다고 해도 중국이 지금의 입장을 180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관한 입장을 얘기할 때마다 늘 판에 박힌 양비론적 접근이나, 추상적인 해법을 내놓는 등 '뜨뜻미지근한' 말을 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과거와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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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뜨뜻미지근한’ 중국의 태도…왜?
    • 입력 2017-02-15 10:59:10
    • 수정2017-02-15 11:08:24
    특파원 리포트
우선, 아래의 성명을 보자. 어느 나라 성명일까?



흡사 북한에서 나온 성명 같지만, 이 성명은 1964년 10월 16일 제1차 핵실험을 한 중국이 당시에 발표한 성명이다. 아래는 원문에서 발췌한 해당 부분 문장이다.

"中华人民共和国政府声明: 一九六四年十月十六日十五时,中国爆炸了一颗原子弹,成功地进行了第一次核试验。这是中国人民在加强国防力量、反对美帝国主义核讹诈和核威胁政策的斗争中所取得的重大成就。保护自己,是任何一个主权国家不可剥夺的权利。保卫世界和平,是一切爱好和平的国家的共同职责。面临着日益增长的美国的核威胁,中国不能坐视不动。中国进行核试验,发展核武器,是被迫而为的。中国政府一贯主张全面禁止和彻底销毁核武器..."

1964년 10월 16일 중국 신장자치구 뤄부포(罗布泊) 일대에서 진행된 중국 최초의 핵실험을 알리는 ‘인민일보’ 호외
 성명의 주제는, "핵실험은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자위권의 발동으로,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지만, 미국의 핵위협을 좌시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핵을 개발한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성명을 낸 지 15년 뒤 중국과 미국은 수교를 했고, 중국은 이후로도 90년대 중반까지 40여 차례 핵실험을 진행해 현재 250개의 핵탄두와 ICBM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엔 북한이 핵보유 사실을 세상에 처음 공개하면서 밝힌 성명을 보자. 2005년 2월 11일자『로동신문』에 게재된 북한 외무성 성명이다.


어떤가? 40년전 중국에서 낸 핵실험 성명서를 그대로 옮겨서 약간만 바꾸어 놓은 것 같지 않은가?

궁금한 것은, 북한의 이같은 발언과 행보를 지켜보는 중국의 속내가 어떨까하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의 행보를 볼 때마다 "옛적에 자신이 갖고 있던 입장"이었음을 잊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북한의 행보를 대놓고 부정하려면, 매번 중국 자신의 과거를 부정해야하는 모순에 도달한다. 중국으로선 이것이 매우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 횟수를 거듭할수록, 특히 시진핑 집권기부터는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고,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모양새도 취하고는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제재가 미국과 한국이 기대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결과로 나타나진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중국은 대북제재가 민생목적의 북중교역까지 해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고, 북한 정권의 붕괴나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에 반대한다. 나아가 중국은 북핵문제가 북한과 미국의 문제이며, 중국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 항상 동북아는 평화와 안정이 공동의 이익이며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북한이 핵보유 사실을 공개한 이래, 핵실험을 5번이나 하고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까지 발사한 이 시점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이 70년 유엔의 역사에서 비군사적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는 안보리 결의 2270호에도 동의하고 '전면적인' 이행을 공언했지만, 그 전면적인 이행 공언속에는 결의 49항과 50항에 명시된 '대화를 통한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 해결"과 "6자회담 및 9.19공동성명"에 대한 지지와 이에 대한 이행도 해야한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전면적인 이행은 전방위적 이행이란 뜻으로, 각 조항에 명시된 모든 의무사항을 이행하자는 뜻이다. 제재에만 치중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과 교역중인 중국내 기업을 규제해서까지 미국이 요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들어주리라고 기대하긴 어려워보인다. 이는 안보리 결의에도 없는 사안이다. 물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은 이런 요지부동의 중국 입장도 일거에 바꿀 폭발력을 지녔음은 분명해보인다.

[연관기사] ☞ 중·러 “北 미사일 발사 반대”…中 역할론 관심 (2017.2.14)

그렇다고 해도 중국이 지금의 입장을 180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관한 입장을 얘기할 때마다 늘 판에 박힌 양비론적 접근이나, 추상적인 해법을 내놓는 등 '뜨뜻미지근한' 말을 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과거와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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