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폐지 판 돈인데”…할머니들 속인 사기극

입력 2017.02.17 (08:32) 수정 2017.02.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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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홀로 사는 외로운 할머니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낸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여성은 할머니들에게 사업에 필요하다며 돈을 빌렸는데요.

한 할머니는 폐지를 팔아 어렵게 모아놨던 쌈짓돈과 기초노인연금까지 여성에게 빌려줬습니다.

급기야 자신이 살던 집의 전세금을 담보로 보증까지 서줬는데요.

하지만 여성이 돈을 갚지 않아 결국, 할머닌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도 고스란히 날리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들은 돈도 돈이지만 믿고 의지했던 이웃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더 큰 상처를 받았는데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매일 폐지를 주워 팔아 생계를 이어온 75살 조 모 할머니.

지난 10일,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그 사람 잡았다고 빨리 오라고 (하더라고요) 거기 갔다 외서부터는 계속 잠을 못 자요.”

평소 형님 아우 하며 가깝게 지내던 지인 64살 A씨를 검거했다는 경찰의 전화.

할머닌 영문도 모른 채 경찰서로 갔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경찰서에) 갔더니 사람들이 세 명이나 앉아있는 거예요. 그런데 또 한 명이 더 오더라고요.”

경찰은 A씨가 무려 5명에게 고소를 당했고, 할머니 역시 피해자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조재언(서울 서부경찰서 경제팀장) : “2008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공사장 현장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빌려 가서 갚지 않은 상황입니다.”

할머니 없는 살림에 A씨에게 천만 원을 빌려준 상황이었는데요.

그런데 난데없이 경찰이 할머니가 A씨에게 사기를 당한 거라고 말해준 겁니다.

대체 할머니와 A씨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이사 와서 보기는 왔다 갔다 보기는 했어도 말을 한지는 2013년도일 거야. 아마.”

할머니와 A씨가 친분을 쌓게 된 건 약 4년 전 홀로 외롭게 지내던 할머니에게 A씨는 친근하게 다가왔다는데요.

1년쯤 알고 지냈을 때 A씨는 할머니에게 갑자기 돈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어느 날 내가 보기에 아주 복잡한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물어봤어요. “아니 요새 힘들어?” (공사장 현장 식당을) 해야 하는데 못 한다고 돈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식당 운영 자금 100만 원이 부족하다는 A씨.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딱하고 나도 어렵지만, 그 사람 역시 그러니깐 내가 직접 100만 원을 빌려준 거예요.”

할머닌 폐지를 팔아 모아 온 쌈짓돈을 흔쾌히 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A씨는 이후로도 돈을 조금만 더 빌려달라고 말했는데요.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계속 식당만 한다. 그러면서 빌려 간 거예요. 식당 시작하기만 하면 금방 돈이 나오니깐 빌려 달래. 그래서 믿고 빌려준 거죠.”

그렇게 빌려준 돈이 500만원.

기초노인연금으로 나오는 20만 원과 폐지를 팔아 만든 할머니의 목돈은 그렇게 모두 A씨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급기야 A씨는 할머니의 전셋집 보증금을 담보로 500만 원까지 빌렸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내 집 계약서를 가지고 가서 보증을 서줬어. (그런데) 돈을 못 갚으니깐 돈 빌려준 사람이 돈 달라고 하는 거예요.”

하지만 A씨는 결국 돈을 갚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할머닌 전세 보증금을 빼 돈을 대신 갚고 월세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생활은 극도로 궁핍해졌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한 달에 20만 원씩 집세 내기도 힘들어요. 돈 모아놓은 건 하나도 없고 힘들어요.”

A씨가 가져간 할머니 돈은 모두 합쳐 천만 원.

매일 12시간씩 폐지를 주워 할머니가 손에 쥐는 돈은 평균 5천 원이 미만.

거기에 기초노인연금 20만 원까지 더해도 한 달 생활비는 40만 원이 채 안 됩니다.

할머니에게 천만 원은 한 푼도 쓰지 않고 3년을 꼬박 모아야 하는 큰돈.

하지만 할머닌 A씨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양품점에서 가방, 옷 (사서) 아주 멋쟁이처럼 입고 다니더라고요. 자가용 타고 다니면서…….”

사업 준비로 잠시 어려운 것뿐, 식당을 하면 곧 형편이 좋아질 거로 생각한 겁니다.

게다가 할머닌 자신의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주고 할머니 집으로 전입신고까지 하게 해줬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 : “전화 잃어버렸는데 전화 없으면 하루도 못사는 사람이라 전화 형님이 좀 저거 해 달라 그래서.”

뒤늦게 A씨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할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괴로워요. 사람을 착하게 봤지. 착하게 봤는데 그렇게 사길 쳐 놓고…….”

피해자는 조 씨 할머니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A씨는 같은 수법으로 모두 5명의 노인들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인터뷰> 조재언(서울 서부경찰서 경제팀장) : “남편은 미국 영주권자인데 미국에서 국내에 한국에 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유명 건설 회사들이 공사하는 곳에서 공사장 현장 식당을 운영하겠다. 그러면서 돈을 빌려달라는 식으로 돈을 빌려 갔습니다.”

재력가 행세를 하며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약속한 A씨.

식당을 열 장소라며 사람들을 공사 현장에 데려가 의심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조재언(서울 서부경찰서 경제팀장) : “공사현장을 보여주면서 마치 (자신의 사업과) 관련이 있는 거처럼 피해자들한테 현장을 답사시키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세상 물정 어두운 60-70대 할머니들.

피해금액은 1억 4천여만 원에 달합니다.

이들 역시 간간히 식사 대접을 받았을 뿐 이자 한 번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1월 갑자기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지난 10일 A씨가 검거됐습니다.

재력가라던 A씨는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았는지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A씨는 식당을 운영할 계획이 있긴 했던 걸까?

<인터뷰> 조재언(서울 서부경찰서 경제팀장) :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했느냐고 물었을 때 생활비로도 일부 사용하고 건설 관계자들에게 지급했다(고 하는데) 하지만 실체는 없었죠.”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공사장 현장 식당에서 일한 경험은 있지만 뚜렷한 직업은 없는 걸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돈의 사용처에 대해 수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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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폐지 판 돈인데”…할머니들 속인 사기극
    • 입력 2017-02-17 08:32:42
    • 수정2017-02-17 10: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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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외로운 할머니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낸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여성은 할머니들에게 사업에 필요하다며 돈을 빌렸는데요.

한 할머니는 폐지를 팔아 어렵게 모아놨던 쌈짓돈과 기초노인연금까지 여성에게 빌려줬습니다.

급기야 자신이 살던 집의 전세금을 담보로 보증까지 서줬는데요.

하지만 여성이 돈을 갚지 않아 결국, 할머닌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도 고스란히 날리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들은 돈도 돈이지만 믿고 의지했던 이웃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더 큰 상처를 받았는데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매일 폐지를 주워 팔아 생계를 이어온 75살 조 모 할머니.

지난 10일,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그 사람 잡았다고 빨리 오라고 (하더라고요) 거기 갔다 외서부터는 계속 잠을 못 자요.”

평소 형님 아우 하며 가깝게 지내던 지인 64살 A씨를 검거했다는 경찰의 전화.

할머닌 영문도 모른 채 경찰서로 갔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경찰서에) 갔더니 사람들이 세 명이나 앉아있는 거예요. 그런데 또 한 명이 더 오더라고요.”

경찰은 A씨가 무려 5명에게 고소를 당했고, 할머니 역시 피해자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조재언(서울 서부경찰서 경제팀장) : “2008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공사장 현장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빌려 가서 갚지 않은 상황입니다.”

할머니 없는 살림에 A씨에게 천만 원을 빌려준 상황이었는데요.

그런데 난데없이 경찰이 할머니가 A씨에게 사기를 당한 거라고 말해준 겁니다.

대체 할머니와 A씨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이사 와서 보기는 왔다 갔다 보기는 했어도 말을 한지는 2013년도일 거야. 아마.”

할머니와 A씨가 친분을 쌓게 된 건 약 4년 전 홀로 외롭게 지내던 할머니에게 A씨는 친근하게 다가왔다는데요.

1년쯤 알고 지냈을 때 A씨는 할머니에게 갑자기 돈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어느 날 내가 보기에 아주 복잡한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물어봤어요. “아니 요새 힘들어?” (공사장 현장 식당을) 해야 하는데 못 한다고 돈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식당 운영 자금 100만 원이 부족하다는 A씨.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딱하고 나도 어렵지만, 그 사람 역시 그러니깐 내가 직접 100만 원을 빌려준 거예요.”

할머닌 폐지를 팔아 모아 온 쌈짓돈을 흔쾌히 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A씨는 이후로도 돈을 조금만 더 빌려달라고 말했는데요.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계속 식당만 한다. 그러면서 빌려 간 거예요. 식당 시작하기만 하면 금방 돈이 나오니깐 빌려 달래. 그래서 믿고 빌려준 거죠.”

그렇게 빌려준 돈이 500만원.

기초노인연금으로 나오는 20만 원과 폐지를 팔아 만든 할머니의 목돈은 그렇게 모두 A씨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급기야 A씨는 할머니의 전셋집 보증금을 담보로 500만 원까지 빌렸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내 집 계약서를 가지고 가서 보증을 서줬어. (그런데) 돈을 못 갚으니깐 돈 빌려준 사람이 돈 달라고 하는 거예요.”

하지만 A씨는 결국 돈을 갚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할머닌 전세 보증금을 빼 돈을 대신 갚고 월세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생활은 극도로 궁핍해졌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한 달에 20만 원씩 집세 내기도 힘들어요. 돈 모아놓은 건 하나도 없고 힘들어요.”

A씨가 가져간 할머니 돈은 모두 합쳐 천만 원.

매일 12시간씩 폐지를 주워 할머니가 손에 쥐는 돈은 평균 5천 원이 미만.

거기에 기초노인연금 20만 원까지 더해도 한 달 생활비는 40만 원이 채 안 됩니다.

할머니에게 천만 원은 한 푼도 쓰지 않고 3년을 꼬박 모아야 하는 큰돈.

하지만 할머닌 A씨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양품점에서 가방, 옷 (사서) 아주 멋쟁이처럼 입고 다니더라고요. 자가용 타고 다니면서…….”

사업 준비로 잠시 어려운 것뿐, 식당을 하면 곧 형편이 좋아질 거로 생각한 겁니다.

게다가 할머닌 자신의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주고 할머니 집으로 전입신고까지 하게 해줬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 : “전화 잃어버렸는데 전화 없으면 하루도 못사는 사람이라 전화 형님이 좀 저거 해 달라 그래서.”

뒤늦게 A씨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할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괴로워요. 사람을 착하게 봤지. 착하게 봤는데 그렇게 사길 쳐 놓고…….”

피해자는 조 씨 할머니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A씨는 같은 수법으로 모두 5명의 노인들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인터뷰> 조재언(서울 서부경찰서 경제팀장) : “남편은 미국 영주권자인데 미국에서 국내에 한국에 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유명 건설 회사들이 공사하는 곳에서 공사장 현장 식당을 운영하겠다. 그러면서 돈을 빌려달라는 식으로 돈을 빌려 갔습니다.”

재력가 행세를 하며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약속한 A씨.

식당을 열 장소라며 사람들을 공사 현장에 데려가 의심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조재언(서울 서부경찰서 경제팀장) : “공사현장을 보여주면서 마치 (자신의 사업과) 관련이 있는 거처럼 피해자들한테 현장을 답사시키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세상 물정 어두운 60-70대 할머니들.

피해금액은 1억 4천여만 원에 달합니다.

이들 역시 간간히 식사 대접을 받았을 뿐 이자 한 번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1월 갑자기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지난 10일 A씨가 검거됐습니다.

재력가라던 A씨는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았는지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A씨는 식당을 운영할 계획이 있긴 했던 걸까?

<인터뷰> 조재언(서울 서부경찰서 경제팀장) :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했느냐고 물었을 때 생활비로도 일부 사용하고 건설 관계자들에게 지급했다(고 하는데) 하지만 실체는 없었죠.”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공사장 현장 식당에서 일한 경험은 있지만 뚜렷한 직업은 없는 걸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돈의 사용처에 대해 수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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