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트럼프의 ‘가짜 뉴스’ vs 박 대통령의 ‘지라시’

입력 2017.02.17 (15:44) 수정 2017.02.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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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언론에 대한 비판과 독설을 쏟아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가 취임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도 대지 않고 '가짜 뉴스'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반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의 사퇴 이후 더 확산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와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모든 걸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75분간이나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을 여과 없이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언론 향해 거침없는 독설 "맘대로 보도해라. 가짜뉴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불법 가정부' 고용 논란으로 사퇴한 앤드루 퍼즈더의 후임을 발표하는 '짤막한 회견'이 예상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75분 동안이나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 채로 언론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쏟아내고 기자들과 설전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 회견을 하면서 질문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사진=EPA]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 회견을 하면서 질문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사진=EPA]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 언론사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여러분들이 러시아에 대해 원하는 대로 말해도 된다. 그러나 그건 허구의 가짜뉴스다. 모두 다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내통 의혹'에 휘말려 사퇴한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에 대해 "그가 어떤 잘못된 일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옳은 잃은 했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하면서도 대선 기간 캠프 관계자들과 다른 측근들이 러시아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 등과 지속해서 접촉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러시아에 빚이 없다. 러시아에 대출도 없다. 러시아에서 어떤 거래도 없다. 러시아는 가짜 뉴스"라며 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자신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내가 호통치고 발광하는 게 아니다. 단지 당신(언론)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이날 회견에 대해 '역사상 놀라운 순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유례를 찾기 힘든 회견이라고 꼬집었고, 워싱턴포스트(WP)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대해 다 건드렸고, 불만이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바로 가기] 역사상 놀라운 순간:트럼프의 기자회견 [CNN]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화난 표정으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화난 표정으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

트럼프, "정보 유출은 형사 범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보기관들에 대해서도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플린 전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의 '러시아 내통'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것을 비판하면서 "만약 내가 중동 문제를 다룰 때, 또는 북한처럼 '정말 정말 중요한 사안'(really really important subjects)을 다룰 때 정보가 유출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이런 것(정보 유출)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외부로 유출된 정보의 출처를 "정보기관 사람들"이라고 지목해, 앞으로 사법당국의 정보기관을 상대로 한 유출자 색출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보유출을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여러 정보기관의 책임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정보 유출'과 관련해 언론과 정보기관, 민주당 등을 싸잡아 비난하는 여러 건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정보유출, 심지어 기밀정보의 불법유출은 오랫동안 워싱턴 정가의 큰 문제였다"고 비판하면서 "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와 다른 매체들은 유출된 불법 정보 보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기밀정보가 정보 당국에 의해,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불법적으로 건네졌다"며 정보유출 배후로 국가안보국(NSA)과 연방수사국(FBI)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언론과 정보 유출을 비난하며 트위터에 올린 글 트럼프가 언론과 정보 유출을 비난하며 트위터에 올린 글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얘기를 꾸며낸 뒤 '소식통'이라고 둔갑시키는 '가짜 뉴스' 미디어들이 완전히 신뢰를 잃은 민주당원들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나 결국 그들도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면서 "민주당원들은 자신들이 대선에서 왜 무참하게 깨졌는지에 대한 얘기를 만들어내야 했고, 그래서 지어냈다. 그게 바로 러시아다.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바로 가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공화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는 기밀정보 유출자를 반드시 찾을 것이다. 그들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기밀 불법 유출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사건으로 낙마하면서 트럼프 정부와 러시아 정부 간의 유착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기밀 불법유출을 고리 삼아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4년 겨울,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모든 문제를 언론과 정보 유출 탓으로 돌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매우 낯이 익은 풍경이다. 2014년 겨울, 서울로 돌아가 보자.

지난 2014년 11월 말 세계일보는 청와대 내부 문건을 근거로 이른바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건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며 오히려 문건 유출을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수석 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2014년 12월 1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최근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청와대에는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소문과 각종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그것들이 다 현실에 맞는 것도 아니고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 만약 기초적인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그대로 외부로 유출한다면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고 사회에 갈등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서 유출을 누가 어떤 의도로 해 이렇게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지에 대해 조속히 밝혀야 한다.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일벌백계로 조처할 것이다"

지난해 8월에도 청와대는 '정보 불법 유출'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었다.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지금은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미르 재단과 K 스포츠 재단의 불법 모금 과정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청와대와 우병우 당시 민정 수석 비서관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청와대는 당시에도 이석수 특별 감찰관의 '언론 접촉'을 문제 삼으며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찰내용을 특정언론에 유출하고 특정언론과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져버린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묵과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발표는 이후 검찰의 수사 지침이 됐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비선 실세 논란'이나 '국정 농단 의혹' 등 언론이 문제를 제기할때마다 '지라시'에 불과한 내부 문건을 누군가가 불법 유출해 국정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책임한 정치 공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검찰 수사와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났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정미 헌법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인가?

다시 2017년 미국 워싱턴의 모습을 한번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얘기가 언론에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요즘 세계 도박업계의 중요 화두 가운데 하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 '중도하차'에 돈을 거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즉각 탄핵하자는 서명 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벌써 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이민자 없는 날’ (Day Without Immigrants)을 맞이해 미국 전역에서 많은 이민자가 가게 문을 닫고 학교 수업을 포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반(反) 이민 정책의 표적이 된 멕시코계를 비롯한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동맹 휴업을 주도했다. 사진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행진 모습. [사진=EPA]16일(현지시각) ‘이민자 없는 날’ (Day Without Immigrants)을 맞이해 미국 전역에서 많은 이민자가 가게 문을 닫고 학교 수업을 포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반(反) 이민 정책의 표적이 된 멕시코계를 비롯한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동맹 휴업을 주도했다. 사진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행진 모습. [사진=EPA]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 2월 기준으로 지지도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의 유권자 1천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9%에 그쳤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첫해 2월 국정 지지도를 보면 버락 오바마 64%,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53%, 빌 클린턴 56%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63% ,로널드 레이건 55% 등으로 모두 50%를 웃돌았다. 반이민 행정 명령 등 '미국 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정책을 가속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오히려 미국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한 셈이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고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그런데 현재는 상 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을 점하고 있다. 또 미국 역사상 이런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사례도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논란이 되는 분열적인 정책을 계속 펴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집권 공화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지켜줄까? 아니면 그를 버릴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고 이제 겨우 28일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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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7 15:44:29
    • 수정2017-02-17 15:45:28
    뉴스플러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언론에 대한 비판과 독설을 쏟아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가 취임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도 대지 않고 '가짜 뉴스'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반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의 사퇴 이후 더 확산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와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모든 걸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75분간이나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을 여과 없이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언론 향해 거침없는 독설 "맘대로 보도해라. 가짜뉴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불법 가정부' 고용 논란으로 사퇴한 앤드루 퍼즈더의 후임을 발표하는 '짤막한 회견'이 예상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75분 동안이나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 채로 언론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쏟아내고 기자들과 설전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 회견을 하면서 질문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사진=EPA]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 언론사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여러분들이 러시아에 대해 원하는 대로 말해도 된다. 그러나 그건 허구의 가짜뉴스다. 모두 다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내통 의혹'에 휘말려 사퇴한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에 대해 "그가 어떤 잘못된 일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옳은 잃은 했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하면서도 대선 기간 캠프 관계자들과 다른 측근들이 러시아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 등과 지속해서 접촉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러시아에 빚이 없다. 러시아에 대출도 없다. 러시아에서 어떤 거래도 없다. 러시아는 가짜 뉴스"라며 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자신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내가 호통치고 발광하는 게 아니다. 단지 당신(언론)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이날 회견에 대해 '역사상 놀라운 순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유례를 찾기 힘든 회견이라고 꼬집었고, 워싱턴포스트(WP)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대해 다 건드렸고, 불만이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바로 가기] 역사상 놀라운 순간:트럼프의 기자회견 [CNN]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화난 표정으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
트럼프, "정보 유출은 형사 범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보기관들에 대해서도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플린 전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의 '러시아 내통'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것을 비판하면서 "만약 내가 중동 문제를 다룰 때, 또는 북한처럼 '정말 정말 중요한 사안'(really really important subjects)을 다룰 때 정보가 유출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이런 것(정보 유출)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외부로 유출된 정보의 출처를 "정보기관 사람들"이라고 지목해, 앞으로 사법당국의 정보기관을 상대로 한 유출자 색출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보유출을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여러 정보기관의 책임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정보 유출'과 관련해 언론과 정보기관, 민주당 등을 싸잡아 비난하는 여러 건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정보유출, 심지어 기밀정보의 불법유출은 오랫동안 워싱턴 정가의 큰 문제였다"고 비판하면서 "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와 다른 매체들은 유출된 불법 정보 보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기밀정보가 정보 당국에 의해,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불법적으로 건네졌다"며 정보유출 배후로 국가안보국(NSA)과 연방수사국(FBI)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언론과 정보 유출을 비난하며 트위터에 올린 글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얘기를 꾸며낸 뒤 '소식통'이라고 둔갑시키는 '가짜 뉴스' 미디어들이 완전히 신뢰를 잃은 민주당원들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나 결국 그들도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면서 "민주당원들은 자신들이 대선에서 왜 무참하게 깨졌는지에 대한 얘기를 만들어내야 했고, 그래서 지어냈다. 그게 바로 러시아다.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바로 가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공화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는 기밀정보 유출자를 반드시 찾을 것이다. 그들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기밀 불법 유출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사건으로 낙마하면서 트럼프 정부와 러시아 정부 간의 유착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기밀 불법유출을 고리 삼아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4년 겨울,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모든 문제를 언론과 정보 유출 탓으로 돌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매우 낯이 익은 풍경이다. 2014년 겨울, 서울로 돌아가 보자.

지난 2014년 11월 말 세계일보는 청와대 내부 문건을 근거로 이른바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건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며 오히려 문건 유출을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2014년 12월 1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최근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청와대에는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소문과 각종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그것들이 다 현실에 맞는 것도 아니고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 만약 기초적인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그대로 외부로 유출한다면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고 사회에 갈등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서 유출을 누가 어떤 의도로 해 이렇게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지에 대해 조속히 밝혀야 한다.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일벌백계로 조처할 것이다"

지난해 8월에도 청와대는 '정보 불법 유출'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었다.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지금은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미르 재단과 K 스포츠 재단의 불법 모금 과정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청와대와 우병우 당시 민정 수석 비서관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청와대는 당시에도 이석수 특별 감찰관의 '언론 접촉'을 문제 삼으며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찰내용을 특정언론에 유출하고 특정언론과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져버린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묵과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발표는 이후 검찰의 수사 지침이 됐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비선 실세 논란'이나 '국정 농단 의혹' 등 언론이 문제를 제기할때마다 '지라시'에 불과한 내부 문건을 누군가가 불법 유출해 국정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책임한 정치 공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검찰 수사와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났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정미 헌법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인가?

다시 2017년 미국 워싱턴의 모습을 한번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얘기가 언론에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요즘 세계 도박업계의 중요 화두 가운데 하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 '중도하차'에 돈을 거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즉각 탄핵하자는 서명 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벌써 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이민자 없는 날’ (Day Without Immigrants)을 맞이해 미국 전역에서 많은 이민자가 가게 문을 닫고 학교 수업을 포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반(反) 이민 정책의 표적이 된 멕시코계를 비롯한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동맹 휴업을 주도했다. 사진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행진 모습. [사진=EPA]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 2월 기준으로 지지도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의 유권자 1천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9%에 그쳤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첫해 2월 국정 지지도를 보면 버락 오바마 64%,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53%, 빌 클린턴 56%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63% ,로널드 레이건 55% 등으로 모두 50%를 웃돌았다. 반이민 행정 명령 등 '미국 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정책을 가속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오히려 미국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한 셈이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고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그런데 현재는 상 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을 점하고 있다. 또 미국 역사상 이런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사례도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논란이 되는 분열적인 정책을 계속 펴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집권 공화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지켜줄까? 아니면 그를 버릴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고 이제 겨우 28일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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