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자유 북한을 향한 첫 걸음…영화 ‘퍼스트 스텝’

입력 2017.02.18 (08:20) 수정 2017.02.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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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현실을 다룬 다큐 영화들이 몇차례 공개됐습니다만, 이번엔 탈북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지요?

네. 자유 북한을 위한 첫 걸음 ‘퍼스트 스텝’이란 제목의 다큐 영화인데요, 미국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사건을 담고 있다더군요.

네. 북한 인권 문제를 호소하러 유엔을 찾은 탈북민들이 북한 정부 대표단을 쫓아낸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신변의 위협 때문에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다큐 영화, 그 시사회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영화관.

주말을 앞둔 저녁, 작은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퍼스트 스텝>을 보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요.

<인터뷰> 김보라(관객) : “탈북민 감독님께서 어떤 영화를 제작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북한 인권에 대해서 저희가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라파엘(관객/브라질 유학생) : “세계 평화를 얘기할 때는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다고 생각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사람은 탈북민 영화감독인 김규민 감독.

<녹취> 김규민(영화 감독/탈북민) :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후원으로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작비 4천만 원 중 천 만원이 SNS나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조달됐습니다.

<인터뷰> 김흥기(관객/크라우드펀딩 참여) :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알게 돼가지고 여기 십시일반으로 좀 도움을 드렸어요.”

제작비를 보탠 상당수가 탈북민이었다는 이 영화, 과연 어떤 영화일까요?

다큐 영화 퍼스트 스텝!

2015년 4월, 24명의 탈북민들과 함께 한 5일 간의 기록입니다.

그들은 왜, 미국에 갔을까요?

그리고 감독은 이 영화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요?

다큐 영화 <퍼스트 스텝>은 2년 전, 24명의 탈북민들이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미국으로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들이 미국인 북한인권 활동가 수잔 숄티 여사와 동행하면서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과 3대 세습, 김정은의 폭정을 고발하는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낸 영화인데요.

<인터뷰> 김규민(영화 감독) : “(탈북민들의) 힘든 모습이라든가 아니면 잘 된 모습 이런 것들 위주였지 실제로 북한 인권을 위해서 싸우는 분들 그런 분들에 대한 건 사실 조명이 안 됐거든요. 그분들의 어떤 인간적인 모습들 그런 것들을 한번 찍어보고 싶었어요.”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유엔본부를 방문한 탈북민들이 예상치 못하게 북한 정부 대표단과 맞닥뜨린 상황.

관객석에도 긴장감이 감돕니다.

<인터뷰> 최정훈(탈북민) : “(북한 대표단이) 김일성 배지를 달고, 그것도 우리가 앉은 뒷좌석에 앉을 줄은 생각도 못한 거죠. 처음엔 정말 당황을 했어요.”

탈북민들의 증언을 영어로 반박하며 훼방을 놓는 북한 대표단.

이때, 탈북민들이 그들을 향해 ‘자유 북한’을 소리 높여 외치기 시작합니다.

<녹취> “자유 북한! 자유 북한! 자유 북한.”

결국 북한 대표단은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데요.

<인터뷰> 최정훈(탈북민) : “(북한 대표단의) 발언 중에 우리가 조국을 배신한 반역자다, 이런 말에 저희들이 열 받은 거죠. 그래서 일어나서 자유 북한, 북한에도 자유가 있어야 된다, 너희들이 김정은의 하수인이다...”

영화가 끝난 후 주인공들과 만난 관객들, 영화의 여운이 깊게 남습니다.

<인터뷰> 조형곤(관객) : “이 영화를 보고 정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겠다, 자유 통일이 정말 중요하구나,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보내는 거 나도 같이 힘을 보태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좀 하게 됐습니다.”

며칠 뒤, 작업실에서 다시 만난 김 감독.

시사회를 마치고 나니 제작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특히 동행했던 탈북민들과 그의 이름이 북한 정권의 보복 대상에 올랐다는 제보를 받았던 때의 기억은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요.

<인터뷰> 김규민(영화 감독) : “전화가 수십통이 와 있더라고요, 형사님들한테서.지금 경비(신변 위해도)가 바뀌었다 하면서... 정말 스페인 갔을 때는 호텔에서 침대 위에서 못 잤습니다, 무서워서. 혹시 저격하지 않을까 해가지고서 침대 위에다가 봉긋하게 만들어 놓고 저는 침대 밑에서 이렇게 (잤어요).”

이런 소문이 나니 영화 마무리 작업도 쉽지 않았습니다.

완성까지 2년이나 걸린 이유입니다.

<인터뷰> 강태원(프로듀서) : “출연자분들이 전부 다 암살 리스트에 올라갔다고 해서 후반 작업 스텝들을 꾸리는데 굉장히 힘들었고요.”

2001년 한국에 온 김 감독은 한 탈북민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크로싱>의 조감독을 맡은 데 이어, 장편 영화 <겨울나비>로 정식 데뷔했습니다.

<겨울 나비>는 평안북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어느 모자의 이야기인데요.

굶주림 때문에 일어난 슬프고도 공포스러운 상황을 그렸습니다.

지금은 후속작 준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영동(배우/김규민 감독 후속작 출연 예정) : “시나리오가 너무 처절하더라고요. 죽음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어떤 처절한 상황들이 뭐... 배우로서가 아닌 이 글을 읽었을 때 독자로서 그냥 봤을 때도 처절하구나, 그래서 작품이 참 괜찮다...”

어렵게 영화를 완성하고도 상영관을 잡기조차 힘든 현실이지만, 김 감독은 북한에서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영화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북한에서 ‘영예군인’이라 부르는 상이군인 가족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인터뷰> 김규민(영화 감독) :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에 저도 힘들어요, 개인적으로는. 그게 계속 회상이, 그러니까 옛날의 과거가 계속 회상해야 되기 때문에...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사명감 그런 것 같아요. 이제 북한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 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자신들의 침묵으로 인해 변화하지 않을 북한의 현실입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고향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한 걸음 씩 나아가는 사람들.

<인터뷰> 최정훈(탈북민) : “절대로 두렵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인터뷰> 림일(탈북작가) : “우리 탈북민들은 북한을 떠날 때에 한번 다 죽음을 각오하고 온 사람들 아니겠어요?”

“자유 북한! 자유 북한! 자유 북한...”

그들의 발자국이 곧 길이 되고, 그 길을 따라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가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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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자유 북한을 향한 첫 걸음…영화 ‘퍼스트 스텝’
    • 입력 2017-02-18 08:02:37
    • 수정2017-02-18 08:33:26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의 현실을 다룬 다큐 영화들이 몇차례 공개됐습니다만, 이번엔 탈북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지요?

네. 자유 북한을 위한 첫 걸음 ‘퍼스트 스텝’이란 제목의 다큐 영화인데요, 미국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사건을 담고 있다더군요.

네. 북한 인권 문제를 호소하러 유엔을 찾은 탈북민들이 북한 정부 대표단을 쫓아낸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신변의 위협 때문에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다큐 영화, 그 시사회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영화관.

주말을 앞둔 저녁, 작은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퍼스트 스텝>을 보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요.

<인터뷰> 김보라(관객) : “탈북민 감독님께서 어떤 영화를 제작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북한 인권에 대해서 저희가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라파엘(관객/브라질 유학생) : “세계 평화를 얘기할 때는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다고 생각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사람은 탈북민 영화감독인 김규민 감독.

<녹취> 김규민(영화 감독/탈북민) :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후원으로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작비 4천만 원 중 천 만원이 SNS나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조달됐습니다.

<인터뷰> 김흥기(관객/크라우드펀딩 참여) :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알게 돼가지고 여기 십시일반으로 좀 도움을 드렸어요.”

제작비를 보탠 상당수가 탈북민이었다는 이 영화, 과연 어떤 영화일까요?

다큐 영화 퍼스트 스텝!

2015년 4월, 24명의 탈북민들과 함께 한 5일 간의 기록입니다.

그들은 왜, 미국에 갔을까요?

그리고 감독은 이 영화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요?

다큐 영화 <퍼스트 스텝>은 2년 전, 24명의 탈북민들이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미국으로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들이 미국인 북한인권 활동가 수잔 숄티 여사와 동행하면서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과 3대 세습, 김정은의 폭정을 고발하는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낸 영화인데요.

<인터뷰> 김규민(영화 감독) : “(탈북민들의) 힘든 모습이라든가 아니면 잘 된 모습 이런 것들 위주였지 실제로 북한 인권을 위해서 싸우는 분들 그런 분들에 대한 건 사실 조명이 안 됐거든요. 그분들의 어떤 인간적인 모습들 그런 것들을 한번 찍어보고 싶었어요.”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유엔본부를 방문한 탈북민들이 예상치 못하게 북한 정부 대표단과 맞닥뜨린 상황.

관객석에도 긴장감이 감돕니다.

<인터뷰> 최정훈(탈북민) : “(북한 대표단이) 김일성 배지를 달고, 그것도 우리가 앉은 뒷좌석에 앉을 줄은 생각도 못한 거죠. 처음엔 정말 당황을 했어요.”

탈북민들의 증언을 영어로 반박하며 훼방을 놓는 북한 대표단.

이때, 탈북민들이 그들을 향해 ‘자유 북한’을 소리 높여 외치기 시작합니다.

<녹취> “자유 북한! 자유 북한! 자유 북한.”

결국 북한 대표단은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데요.

<인터뷰> 최정훈(탈북민) : “(북한 대표단의) 발언 중에 우리가 조국을 배신한 반역자다, 이런 말에 저희들이 열 받은 거죠. 그래서 일어나서 자유 북한, 북한에도 자유가 있어야 된다, 너희들이 김정은의 하수인이다...”

영화가 끝난 후 주인공들과 만난 관객들, 영화의 여운이 깊게 남습니다.

<인터뷰> 조형곤(관객) : “이 영화를 보고 정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겠다, 자유 통일이 정말 중요하구나,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보내는 거 나도 같이 힘을 보태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좀 하게 됐습니다.”

며칠 뒤, 작업실에서 다시 만난 김 감독.

시사회를 마치고 나니 제작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특히 동행했던 탈북민들과 그의 이름이 북한 정권의 보복 대상에 올랐다는 제보를 받았던 때의 기억은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요.

<인터뷰> 김규민(영화 감독) : “전화가 수십통이 와 있더라고요, 형사님들한테서.지금 경비(신변 위해도)가 바뀌었다 하면서... 정말 스페인 갔을 때는 호텔에서 침대 위에서 못 잤습니다, 무서워서. 혹시 저격하지 않을까 해가지고서 침대 위에다가 봉긋하게 만들어 놓고 저는 침대 밑에서 이렇게 (잤어요).”

이런 소문이 나니 영화 마무리 작업도 쉽지 않았습니다.

완성까지 2년이나 걸린 이유입니다.

<인터뷰> 강태원(프로듀서) : “출연자분들이 전부 다 암살 리스트에 올라갔다고 해서 후반 작업 스텝들을 꾸리는데 굉장히 힘들었고요.”

2001년 한국에 온 김 감독은 한 탈북민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크로싱>의 조감독을 맡은 데 이어, 장편 영화 <겨울나비>로 정식 데뷔했습니다.

<겨울 나비>는 평안북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어느 모자의 이야기인데요.

굶주림 때문에 일어난 슬프고도 공포스러운 상황을 그렸습니다.

지금은 후속작 준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영동(배우/김규민 감독 후속작 출연 예정) : “시나리오가 너무 처절하더라고요. 죽음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어떤 처절한 상황들이 뭐... 배우로서가 아닌 이 글을 읽었을 때 독자로서 그냥 봤을 때도 처절하구나, 그래서 작품이 참 괜찮다...”

어렵게 영화를 완성하고도 상영관을 잡기조차 힘든 현실이지만, 김 감독은 북한에서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영화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북한에서 ‘영예군인’이라 부르는 상이군인 가족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인터뷰> 김규민(영화 감독) :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에 저도 힘들어요, 개인적으로는. 그게 계속 회상이, 그러니까 옛날의 과거가 계속 회상해야 되기 때문에...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사명감 그런 것 같아요. 이제 북한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 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자신들의 침묵으로 인해 변화하지 않을 북한의 현실입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고향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한 걸음 씩 나아가는 사람들.

<인터뷰> 최정훈(탈북민) : “절대로 두렵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인터뷰> 림일(탈북작가) : “우리 탈북민들은 북한을 떠날 때에 한번 다 죽음을 각오하고 온 사람들 아니겠어요?”

“자유 북한! 자유 북한! 자유 북한...”

그들의 발자국이 곧 길이 되고, 그 길을 따라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가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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