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온 형제 “우리 같이 살 수 있을까?”

입력 2017.02.1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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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형제가 있다. 탈북이주민 청년 김혁(22) 씨와 김신혁(20) 씨다. 힘겹게 두만강을 건넌 뒤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이들 형제를 KBS '동행'이 따라가봤다.



눈물 젖은 두만강, 연이은 불행

2011년 7월, 아버지가 북한에서 간첩으로 몰리면서 김혁 씨 가족은 탈북을 결심한다. 아버지가먼저 중국으로 건너가고 김혁 씨 형제와 어머니는 두만강을 건너 합류하기로 했다. 당시 김혁 씨는 동생과 어머니에게 물살이 센 대신 경비가 느슨한 구역으로 건너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 제안이 불행의 시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형제는 무사히 강을 건넜지만, 어머니가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만 것이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 두 형제에게 또 다시 시련이 닥쳤다. 어렵게 아버지를 만나 한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1년 만에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다. 연고도 없는 한국 땅에서 형제는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됐다. 이제 세상에는 두 형제만 남았다.


그렇게 김혁 씨는 18살에 가장이 됐다. 제 슬픔을 다스리기도 힘든 나이었지만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동생에 대한 책임감이 슬픔보다 컸다. 그 날로 학업도 중단하고 일을 하기 시작한 김혁 씨. 주유소, 식당 아르바이트부터 막노동, 뱃일까지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했다. 동생만큼은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짐 푸는 법 없는 '캐리어' 인생


김혁 씨는 8개월 전 대학 수시전형에 합격한 뒤 광주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대학 입학을 앞둔 혁씨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입학 전 어떻게든 동생 신혁 씨와 함께 살 방을 구하기 위하려면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 출장이 찾은 친구집에 얹혀살며 돈을 모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혁씨에게 보증금 마련의 문턱은 너무나 높다. 현재 동생 김신혁 씨는 아버지 지인의 집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 언제 또 거처를 옮겨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형제는 결코 캐리어의 짐을 푸는 법이 없다.

우리 같이 살 수 있을까?


동생 김신혁 씨는 서울대에 지원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하지만 얼마 전 최종 발표에서 불합격 소식을 들었다. 동생의 반항이 시작됐다.

형 김혁 씨는 그런 동생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돈을 마련해줄테니 서울로 와서 재수학원에 다닐 것을 권했다. 하지만 동생은 집도 없는데 무슨 소리냐며 화를 낸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형 김혁 씨는 더 속상하다.

김혁 씨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구해보려 했다. 하지만 불행은 형제를 따라다니는 것일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수천만 원의 빚이 남아있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이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도 형제는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함께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들이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2월 18일(토) 오후 6시 15분 KBS1TV '동행-북에서 온 형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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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에서 온 형제 “우리 같이 살 수 있을까?”
    • 입력 2017-02-18 08:11:56
    사회
함께 살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형제가 있다. 탈북이주민 청년 김혁(22) 씨와 김신혁(20) 씨다. 힘겹게 두만강을 건넌 뒤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이들 형제를 KBS '동행'이 따라가봤다.



눈물 젖은 두만강, 연이은 불행

2011년 7월, 아버지가 북한에서 간첩으로 몰리면서 김혁 씨 가족은 탈북을 결심한다. 아버지가먼저 중국으로 건너가고 김혁 씨 형제와 어머니는 두만강을 건너 합류하기로 했다. 당시 김혁 씨는 동생과 어머니에게 물살이 센 대신 경비가 느슨한 구역으로 건너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 제안이 불행의 시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형제는 무사히 강을 건넜지만, 어머니가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만 것이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 두 형제에게 또 다시 시련이 닥쳤다. 어렵게 아버지를 만나 한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1년 만에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다. 연고도 없는 한국 땅에서 형제는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됐다. 이제 세상에는 두 형제만 남았다.


그렇게 김혁 씨는 18살에 가장이 됐다. 제 슬픔을 다스리기도 힘든 나이었지만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동생에 대한 책임감이 슬픔보다 컸다. 그 날로 학업도 중단하고 일을 하기 시작한 김혁 씨. 주유소, 식당 아르바이트부터 막노동, 뱃일까지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했다. 동생만큼은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짐 푸는 법 없는 '캐리어' 인생


김혁 씨는 8개월 전 대학 수시전형에 합격한 뒤 광주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대학 입학을 앞둔 혁씨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입학 전 어떻게든 동생 신혁 씨와 함께 살 방을 구하기 위하려면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 출장이 찾은 친구집에 얹혀살며 돈을 모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혁씨에게 보증금 마련의 문턱은 너무나 높다. 현재 동생 김신혁 씨는 아버지 지인의 집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 언제 또 거처를 옮겨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형제는 결코 캐리어의 짐을 푸는 법이 없다.

우리 같이 살 수 있을까?


동생 김신혁 씨는 서울대에 지원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하지만 얼마 전 최종 발표에서 불합격 소식을 들었다. 동생의 반항이 시작됐다.

형 김혁 씨는 그런 동생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돈을 마련해줄테니 서울로 와서 재수학원에 다닐 것을 권했다. 하지만 동생은 집도 없는데 무슨 소리냐며 화를 낸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형 김혁 씨는 더 속상하다.

김혁 씨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구해보려 했다. 하지만 불행은 형제를 따라다니는 것일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수천만 원의 빚이 남아있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이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도 형제는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함께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들이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2월 18일(토) 오후 6시 15분 KBS1TV '동행-북에서 온 형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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