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 디펜스’ 수원의 악몽은 끝났다

입력 2017.02.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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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넘는 프로축구 역사에서 수원 삼성은 명문팀으로 불렸다. 지겨울 만큼(?) 우승 후보로 꼽혔고 성적 순위에서도 언제나 상위권에 자리해왔다. 그러나 2016년엔 수원을 상위권에서 볼 수 없었다. 수원엔 최악의 시즌이었다. 운영비 삭감과 스타급 선수들의 이탈 등으로 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행보를 보였던 수원은 시즌 중반엔 10위까지 추락했다. K리그 클래식 상, 하위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하위 그룹으로 떨어졌다.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스릴러 수비 '히치콕 디펜스'

축구 애호가들 사이에서 '히치콕 디펜스'라는 말이 유행한 건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 때문이었다. 소오름 돋는 티키타카 전술로 상대 수비를 정신없이 흔든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을 보면서 사람들은 스릴러 영화의 거장 히치콕 감독의 작품을 떠올렸다. 바르셀로나의 상대 팀은 언제 어디서 득점을 내줄지 몰라 항상 조마조마했다. 사람들은 불안에 떠는 가련한 상대 수비를 빗대 '히치콕 디펜스'라고 불렀다.

수원은 지난 시즌 K리그판 '히치콕 디펜스'라는 불명예 수식어를 달았다. 경기를 잘하다가도 경기 막판에 실점해 다 잡은 승리를 놓치거나 허무하게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32라운드까지 실점한 47골 중에서 무려 8골을 후반 추가 시간에 허용했다. 비율은 17%에 달했다. 수원의 막판 집중력 부족이 언론 기사에 자주 언급됐고 서포터즈의 분노와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반드시 거쳐야 할 고통의 시간

몰락 위기였지만 명가에는 저력이 있었다. 수원은 마지막 희망이었던 FA컵 우승을 이뤄냈다.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뤄냈다. 벼랑 끝에 절박한 심정으로 매달려 봤기에, 바닥을 쳐 봤기에 수원은 2017년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다부진 각오를 품었다. 서정원 감독은 고통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분명한 것은 2016년보다는 2017년이 더 상위에 있을 것이라고 약속드립니다. 그렇게 하려면 그만큼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지금 스페인 이곳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선수들이 그만큼 많은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공격형 스리백 변신

서정원 감독은 불안 불안했던 수비 전술에 변화를 줬다. 스페인 전훈에서도 가장 집중한 것이 수비 훈련이었다. 그동안 스리백을 주 전술로 활용하는 유럽 명문팀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새 시즌 전술 해결법을 찾은 것이다.

검증받은 골잡이 조나탄을 중심으로 염기훈과 산토스를 측면 공격수로 활용한다. 새로 영입한 J리그 사간 도스에서 뛰던 김민우와 최성근을 양쪽 윙백에 배치에 공격 전개 때의 빌드업에 집중했다. 측면 공격에 힘을 더하면서 공격형 스리백을 만든 것이다.

제공권에서 승리를!

수원은 올해 초 호주 A 리그 시드니 FC 출신 수비수 매튜 저먼을 영입했다. 매튜는 호주 A 리그 브리즈번 로어와 시드니 FC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6시즌 동안 137경기에 출전한 베테랑 수비수다. 2009 FIFA U-20 월드컵과 2011 U-23 대회 등 호주 나이별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게다가 신장이 192cm. 제공권에 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수원은 지난 시즌 수비 불안을 분석하면서 제공권 다툼에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발견했다. 매튜는 그 단점을 없애줄, 수원에 꼭 필요한 수비수였다. 매튜를 비롯해 이정수와 구자룡 등 장신 수비수들이 스리백을 이룬다.

'빵후니' 공백은 '육육이'가

수원은 지난 시즌 반짝반짝 빛났던 권창훈을 프랑스 디종에 보냈지만 올 시즌 걱정하지는 않는다. 바로 크로아티아 출신의 미드필더, 다미르 소브시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전훈 기간 연습 경기를 통해 테스트했던 다미르는 상대 압박을 뚫고 전방으로 패스를 넣어주는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수원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러나 다미르가 수원에 올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수원 팬들이 만들어줬다. 연습 경기 당시 등번호 66번을 달고 뛰던 다미르의 모습을 보고 수원 팬들이 '육육이'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다미르가 크로아티아에서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자신에게 '육육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폭발적인 관심을 보여준 수원 팬들에게 감동했다. 수원 외의 복수 구단으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던 육육이, 다미르는 결국 수원행을 결심했다.


지난 시즌의 모습은 없다.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는 수원의 마음이다. 선수 구성부터 전술까지 변화를 거듭한 수원은 18일(오늘) 일본 사간도스와의 연습 경기를 치른 뒤 22일 올 시즌 첫 공식 경기인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G조 1차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승부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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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치콕 디펜스’ 수원의 악몽은 끝났다
    • 입력 2017-02-18 09:02:03
    취재K
30년이 넘는 프로축구 역사에서 수원 삼성은 명문팀으로 불렸다. 지겨울 만큼(?) 우승 후보로 꼽혔고 성적 순위에서도 언제나 상위권에 자리해왔다. 그러나 2016년엔 수원을 상위권에서 볼 수 없었다. 수원엔 최악의 시즌이었다. 운영비 삭감과 스타급 선수들의 이탈 등으로 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행보를 보였던 수원은 시즌 중반엔 10위까지 추락했다. K리그 클래식 상, 하위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하위 그룹으로 떨어졌다.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스릴러 수비 '히치콕 디펜스'

축구 애호가들 사이에서 '히치콕 디펜스'라는 말이 유행한 건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 때문이었다. 소오름 돋는 티키타카 전술로 상대 수비를 정신없이 흔든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을 보면서 사람들은 스릴러 영화의 거장 히치콕 감독의 작품을 떠올렸다. 바르셀로나의 상대 팀은 언제 어디서 득점을 내줄지 몰라 항상 조마조마했다. 사람들은 불안에 떠는 가련한 상대 수비를 빗대 '히치콕 디펜스'라고 불렀다.

수원은 지난 시즌 K리그판 '히치콕 디펜스'라는 불명예 수식어를 달았다. 경기를 잘하다가도 경기 막판에 실점해 다 잡은 승리를 놓치거나 허무하게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32라운드까지 실점한 47골 중에서 무려 8골을 후반 추가 시간에 허용했다. 비율은 17%에 달했다. 수원의 막판 집중력 부족이 언론 기사에 자주 언급됐고 서포터즈의 분노와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반드시 거쳐야 할 고통의 시간

몰락 위기였지만 명가에는 저력이 있었다. 수원은 마지막 희망이었던 FA컵 우승을 이뤄냈다.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뤄냈다. 벼랑 끝에 절박한 심정으로 매달려 봤기에, 바닥을 쳐 봤기에 수원은 2017년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다부진 각오를 품었다. 서정원 감독은 고통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분명한 것은 2016년보다는 2017년이 더 상위에 있을 것이라고 약속드립니다. 그렇게 하려면 그만큼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지금 스페인 이곳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선수들이 그만큼 많은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공격형 스리백 변신

서정원 감독은 불안 불안했던 수비 전술에 변화를 줬다. 스페인 전훈에서도 가장 집중한 것이 수비 훈련이었다. 그동안 스리백을 주 전술로 활용하는 유럽 명문팀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새 시즌 전술 해결법을 찾은 것이다.

검증받은 골잡이 조나탄을 중심으로 염기훈과 산토스를 측면 공격수로 활용한다. 새로 영입한 J리그 사간 도스에서 뛰던 김민우와 최성근을 양쪽 윙백에 배치에 공격 전개 때의 빌드업에 집중했다. 측면 공격에 힘을 더하면서 공격형 스리백을 만든 것이다.

제공권에서 승리를!

수원은 올해 초 호주 A 리그 시드니 FC 출신 수비수 매튜 저먼을 영입했다. 매튜는 호주 A 리그 브리즈번 로어와 시드니 FC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6시즌 동안 137경기에 출전한 베테랑 수비수다. 2009 FIFA U-20 월드컵과 2011 U-23 대회 등 호주 나이별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게다가 신장이 192cm. 제공권에 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수원은 지난 시즌 수비 불안을 분석하면서 제공권 다툼에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발견했다. 매튜는 그 단점을 없애줄, 수원에 꼭 필요한 수비수였다. 매튜를 비롯해 이정수와 구자룡 등 장신 수비수들이 스리백을 이룬다.

'빵후니' 공백은 '육육이'가

수원은 지난 시즌 반짝반짝 빛났던 권창훈을 프랑스 디종에 보냈지만 올 시즌 걱정하지는 않는다. 바로 크로아티아 출신의 미드필더, 다미르 소브시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전훈 기간 연습 경기를 통해 테스트했던 다미르는 상대 압박을 뚫고 전방으로 패스를 넣어주는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수원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러나 다미르가 수원에 올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수원 팬들이 만들어줬다. 연습 경기 당시 등번호 66번을 달고 뛰던 다미르의 모습을 보고 수원 팬들이 '육육이'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다미르가 크로아티아에서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자신에게 '육육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폭발적인 관심을 보여준 수원 팬들에게 감동했다. 수원 외의 복수 구단으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던 육육이, 다미르는 결국 수원행을 결심했다.


지난 시즌의 모습은 없다.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는 수원의 마음이다. 선수 구성부터 전술까지 변화를 거듭한 수원은 18일(오늘) 일본 사간도스와의 연습 경기를 치른 뒤 22일 올 시즌 첫 공식 경기인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G조 1차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승부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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