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참관기] ‘영희’ 김민희를 향한 엇갈린 시선

입력 2017.02.1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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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18일(현지시각) 저녁 독일 베를린의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은곰상 트로피를 받은 김민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별처럼 빛나는 환희를 선물받았습니다. 모든 심사위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오늘 받는 이 기쁨은 모두 홍상수 감독님 덕분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날 시상식을 중계하는 영화제 공식 카메라는 김민희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홍상수 감독의 표정도 함께 포착했다.


이어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 함께 참석했다. 김민희의 어깨에는 홍 감독의 자켓이 걸쳐져 있었다. 김민희는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여주인공의 모습,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는 "제가 감독님을 굉장히 존중하고 존경하는데, 즉흥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감독님께 잘 녹아들어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치를 끌어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겨준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인 영화감독과의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여배우 '영희'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해부터 홍상수 감독과 주연 배우 김민희의 불륜설이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상황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에서 어떻게 담길지 관심을 모았다. 지난 16일 오전 9시(현지시각)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분에 공식 초청된 이번 영화가 언론에 첫 선을 보였다. 영화 상영 이후 해외 영화 매체들은 두 사람의 현실 속 상황이 놀라울 만큼 영화에 그대로 반영됐다며 주연배우의 연기와 영화의 연출에 일제히 호평을 내놨다.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홍 감독이 최신작에서 그가 선호하는 주제인 사랑과 고독, 소주를 다시 보여줬다. 주연 김민희의 놀라운 연기가 이 작품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호평했다. 비평가 위주의 평점을 매기는 영화 관련 웹사이트에서는 신선도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의 네티즌들은 영화제에 초청된 홍 감독의 신작 영화 기사에 대해 비난의 댓글을 쏟아부었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영화 평점도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직 국내에 영화가 개봉되기 전이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주로 두 사람의 불륜설에 대한 비난 의견이 주를 이룬다. 특히 주연 배우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두 사람의 활동에 더욱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경계하는 의견도 많다. 불륜설이 제기된 이후 첫 공식 석상에 등장한 두 사람이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공개적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한 놀라움도 있다.


이번 영화가 한국에 개봉되면 두 사람의 행보와 영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영화에는 한국 관객들을 도발하는 내용의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대사가 쏟아진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 이 영화도 '영희'와 '상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영희와 상원의 대사 곳곳에 두 사람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거침없이 속내를 드러낸다. 홍 감독은 상원과 영희를 통해 자신의 영화 작업을 비난하는 패러디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 몇가지 장면은 이렇다. 독일 함부르크를 여행하고 돌아온 영희가 강릉의 한 술집에서 선배들과 마주앉아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영희는 그 자리에서 선배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선배도 사랑하지 못하니까 사는 것에 집착하는 거죠. 진짜 사랑을 못하니까 그거라도 얻으려고 하는 거죠?" "사랑할 자격이 없으니까. 아니 사랑받을 자격이 없으니까. 사랑받을 자격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나요?"

이어서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지만 강릉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상원이 우연히 영희를 만나 다른 영화 스탭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 영희는 그 자리에서 상원에게 "왜 그런 영화를 만드세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서 어쩌실려고요? 무슨 한풀이라도 하실려고요?" 이런 질책에 영희와의 사랑을 매일 후회한다고 답하는 상원. 하지만 이내 영희에게 선물할 책의 몇 구절을 읽어준다. “사랑을 하고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에는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나 불행,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선한 행동인가 악한 행동인가라는 분별보다는 더 고상한 것, 더 중요한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영화 시사 이후 기자회견에서 현지 언론들도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를 연관시킨 질문들을 이어갔다. 홍 감독은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도 내내 영어로 대답했다. "자전적 내용이냐"는 질문에 홍 감독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많은 감독들이 자신의 삶을 반영한다. 자신의 삶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 하지 않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나는 영화에 내 삶을 많이 반영하는 편"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홍 감독은 이 자리에서 김민희와의 관계를 '친밀한 사이'(close relationship)라고 표현해 특히 주목받았다. 자신의 영화 작업은 매일 아침 시나리오와 대사를 쓰고 거기에는 배우와 스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직설적 대사에 대해 혹시 배우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 아니면 전적으로 감독의 의견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김민희 배우의 의도를 반영하지는 않았다. 내 아이디어와 내 의견이다"고 답했다.

정치와 사회적 주제에 관심이 많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인 은곰상을 수상한 배우 김민희에게 해외 영화계의 호평과 한국 대중들의 차가운 시선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영화 ‘아가씨’ 이후 더욱 물이 오른 그녀의 연기력을 인정하고 날개를 달아준 이번 영화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 큰 획을 그은 영광의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륜’에 대한 도덕적 논란이 뜨거운 한국 사회에서 이번 영화에 담긴 도발적 대사들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낳게 될 것 같다. 불륜설에 휩싸인 감독과 배우, 그리고 바로 그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외신들과 영화제 측은 그들이 건넨 사랑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한국 영화가 이룬 쾌거인데도 이번 영화제 수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두 사람이 던지는 화두는 그래서 더욱 복잡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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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9 14: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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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18일(현지시각) 저녁 독일 베를린의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은곰상 트로피를 받은 김민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별처럼 빛나는 환희를 선물받았습니다. 모든 심사위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오늘 받는 이 기쁨은 모두 홍상수 감독님 덕분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날 시상식을 중계하는 영화제 공식 카메라는 김민희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홍상수 감독의 표정도 함께 포착했다.


이어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 함께 참석했다. 김민희의 어깨에는 홍 감독의 자켓이 걸쳐져 있었다. 김민희는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여주인공의 모습,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는 "제가 감독님을 굉장히 존중하고 존경하는데, 즉흥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감독님께 잘 녹아들어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치를 끌어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겨준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인 영화감독과의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여배우 '영희'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해부터 홍상수 감독과 주연 배우 김민희의 불륜설이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상황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에서 어떻게 담길지 관심을 모았다. 지난 16일 오전 9시(현지시각)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분에 공식 초청된 이번 영화가 언론에 첫 선을 보였다. 영화 상영 이후 해외 영화 매체들은 두 사람의 현실 속 상황이 놀라울 만큼 영화에 그대로 반영됐다며 주연배우의 연기와 영화의 연출에 일제히 호평을 내놨다.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홍 감독이 최신작에서 그가 선호하는 주제인 사랑과 고독, 소주를 다시 보여줬다. 주연 김민희의 놀라운 연기가 이 작품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호평했다. 비평가 위주의 평점을 매기는 영화 관련 웹사이트에서는 신선도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의 네티즌들은 영화제에 초청된 홍 감독의 신작 영화 기사에 대해 비난의 댓글을 쏟아부었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영화 평점도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직 국내에 영화가 개봉되기 전이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주로 두 사람의 불륜설에 대한 비난 의견이 주를 이룬다. 특히 주연 배우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두 사람의 활동에 더욱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경계하는 의견도 많다. 불륜설이 제기된 이후 첫 공식 석상에 등장한 두 사람이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공개적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한 놀라움도 있다.


이번 영화가 한국에 개봉되면 두 사람의 행보와 영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영화에는 한국 관객들을 도발하는 내용의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대사가 쏟아진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 이 영화도 '영희'와 '상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영희와 상원의 대사 곳곳에 두 사람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거침없이 속내를 드러낸다. 홍 감독은 상원과 영희를 통해 자신의 영화 작업을 비난하는 패러디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 몇가지 장면은 이렇다. 독일 함부르크를 여행하고 돌아온 영희가 강릉의 한 술집에서 선배들과 마주앉아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영희는 그 자리에서 선배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선배도 사랑하지 못하니까 사는 것에 집착하는 거죠. 진짜 사랑을 못하니까 그거라도 얻으려고 하는 거죠?" "사랑할 자격이 없으니까. 아니 사랑받을 자격이 없으니까. 사랑받을 자격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나요?"

이어서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지만 강릉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상원이 우연히 영희를 만나 다른 영화 스탭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 영희는 그 자리에서 상원에게 "왜 그런 영화를 만드세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서 어쩌실려고요? 무슨 한풀이라도 하실려고요?" 이런 질책에 영희와의 사랑을 매일 후회한다고 답하는 상원. 하지만 이내 영희에게 선물할 책의 몇 구절을 읽어준다. “사랑을 하고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에는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나 불행,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선한 행동인가 악한 행동인가라는 분별보다는 더 고상한 것, 더 중요한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영화 시사 이후 기자회견에서 현지 언론들도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를 연관시킨 질문들을 이어갔다. 홍 감독은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도 내내 영어로 대답했다. "자전적 내용이냐"는 질문에 홍 감독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많은 감독들이 자신의 삶을 반영한다. 자신의 삶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 하지 않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나는 영화에 내 삶을 많이 반영하는 편"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홍 감독은 이 자리에서 김민희와의 관계를 '친밀한 사이'(close relationship)라고 표현해 특히 주목받았다. 자신의 영화 작업은 매일 아침 시나리오와 대사를 쓰고 거기에는 배우와 스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직설적 대사에 대해 혹시 배우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 아니면 전적으로 감독의 의견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김민희 배우의 의도를 반영하지는 않았다. 내 아이디어와 내 의견이다"고 답했다.

정치와 사회적 주제에 관심이 많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인 은곰상을 수상한 배우 김민희에게 해외 영화계의 호평과 한국 대중들의 차가운 시선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영화 ‘아가씨’ 이후 더욱 물이 오른 그녀의 연기력을 인정하고 날개를 달아준 이번 영화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 큰 획을 그은 영광의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륜’에 대한 도덕적 논란이 뜨거운 한국 사회에서 이번 영화에 담긴 도발적 대사들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낳게 될 것 같다. 불륜설에 휩싸인 감독과 배우, 그리고 바로 그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외신들과 영화제 측은 그들이 건넨 사랑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한국 영화가 이룬 쾌거인데도 이번 영화제 수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두 사람이 던지는 화두는 그래서 더욱 복잡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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