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일생에서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시기는 언제?

입력 2017.02.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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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거짓말을 잘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뺨에 초콜릿이 잔뜩 묻어 있는데도 “나 초콜릿 먹은 거 아닌데”라고 발뺌하는 아들딸에게 “거짓말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 길어진다”고 꿀밤을 먹이던 기억. 자녀를 키우면서 누구나 비슷한 일 한두 번쯤은 겪었을 법한데요. 어릴 때만 특별히 거짓말을 잘 할 수 있는 무슨 재주라도 있는 걸까요?

Acta Psychologica. 직역하면 <심리학 기록> 정도로 부를 수 있는 학술지에 흥미 있는 실험 결과가 실려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의 1,000명을 대상으로 거짓말에 관해 실시한 실험입니다.


연구진이 지난 24시간 동안 몇 번이나 거짓말을 했는지 물어본 결과 전체 연령대를 통틀어 하루에 평균 2번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나이별로는 6살부터 8살 사이 어린이들과 60살을 넘긴 성인들이 가장 솔직한 것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그렇다면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연령층은 어디였을까요?

하루 평균 2.8번. 그러니까 세 번 가량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집계된 10대였습니다. 연구진은 ‘최고의 거짓말쟁이’를 가리기 위해 응답자들이 더듬거리거나 말을 멈추지 않고 질문에 반응하는 속도도 측정했습니다. 누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잘 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이 실험에서도 챔피언은 10대였습니다.

10대가 거짓말을 많이 하는 이유에 대해서 심리치료 전문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임에서 벗어나거나 실수한 일에 대해 샅샅이 자백해야 하는 처지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10대들은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진단합니다.

이번 실험 참가자들은 진실을 말했을 경우 벌어질 상황만을 염두에 두고 사실대로 말할지 아니면 거짓말을 할지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거짓말을 했을 경우 뒤따를 수 있는 상황은 사실대로 말할지, 거짓말을 할지 결정하는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진실을 말했을 경우 예상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뒷받침하는 결과입니다.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성장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질풍과 노도의 시기에 있는 10대들에게는 지금 그들이 하려 하는 일이 왜 위험하지 않고 그들에게는 중요한, 최선의 일인지를 부모들은 결코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반감'이 거짓말을 하도록 부추긴다는 설명입니다. 이제 한 인간으로서 막 홀로서기를 시도해보려고 하는데 부모들은 그런 상황을 이해하거나 용납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10대들을 거짓말로 이끈다는 것이지요.

부모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자녀의 거짓말을 매번 흘려 넘기는 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결국 10대의 거짓말은 성장과 성숙으로 가는 하나의 여정이라는 해석입니다.

실험은 실험일 뿐입니다. 사실 사소한 일이라도 웬만해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는 분들한테는 하루 평균 거짓말 2번이라는 수치도 조금 많은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10대가 ‘최고의 거짓말쟁이'라고 해서 귀가하는 10대 자녀를 흘겨보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보다는 '나는 한창 때 얼마나 거짓말을 했었지? 내가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한건 언제였지’하고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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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일생에서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시기는 언제?
    • 입력 2017-02-21 10:46:06
    특파원 리포트
어린이들이 거짓말을 잘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뺨에 초콜릿이 잔뜩 묻어 있는데도 “나 초콜릿 먹은 거 아닌데”라고 발뺌하는 아들딸에게 “거짓말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 길어진다”고 꿀밤을 먹이던 기억. 자녀를 키우면서 누구나 비슷한 일 한두 번쯤은 겪었을 법한데요. 어릴 때만 특별히 거짓말을 잘 할 수 있는 무슨 재주라도 있는 걸까요?

Acta Psychologica. 직역하면 <심리학 기록> 정도로 부를 수 있는 학술지에 흥미 있는 실험 결과가 실려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의 1,000명을 대상으로 거짓말에 관해 실시한 실험입니다.


연구진이 지난 24시간 동안 몇 번이나 거짓말을 했는지 물어본 결과 전체 연령대를 통틀어 하루에 평균 2번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나이별로는 6살부터 8살 사이 어린이들과 60살을 넘긴 성인들이 가장 솔직한 것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그렇다면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연령층은 어디였을까요?

하루 평균 2.8번. 그러니까 세 번 가량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집계된 10대였습니다. 연구진은 ‘최고의 거짓말쟁이’를 가리기 위해 응답자들이 더듬거리거나 말을 멈추지 않고 질문에 반응하는 속도도 측정했습니다. 누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잘 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이 실험에서도 챔피언은 10대였습니다.

10대가 거짓말을 많이 하는 이유에 대해서 심리치료 전문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임에서 벗어나거나 실수한 일에 대해 샅샅이 자백해야 하는 처지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10대들은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진단합니다.

이번 실험 참가자들은 진실을 말했을 경우 벌어질 상황만을 염두에 두고 사실대로 말할지 아니면 거짓말을 할지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거짓말을 했을 경우 뒤따를 수 있는 상황은 사실대로 말할지, 거짓말을 할지 결정하는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진실을 말했을 경우 예상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뒷받침하는 결과입니다.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성장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질풍과 노도의 시기에 있는 10대들에게는 지금 그들이 하려 하는 일이 왜 위험하지 않고 그들에게는 중요한, 최선의 일인지를 부모들은 결코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반감'이 거짓말을 하도록 부추긴다는 설명입니다. 이제 한 인간으로서 막 홀로서기를 시도해보려고 하는데 부모들은 그런 상황을 이해하거나 용납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10대들을 거짓말로 이끈다는 것이지요.

부모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자녀의 거짓말을 매번 흘려 넘기는 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결국 10대의 거짓말은 성장과 성숙으로 가는 하나의 여정이라는 해석입니다.

실험은 실험일 뿐입니다. 사실 사소한 일이라도 웬만해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는 분들한테는 하루 평균 거짓말 2번이라는 수치도 조금 많은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10대가 ‘최고의 거짓말쟁이'라고 해서 귀가하는 10대 자녀를 흘겨보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보다는 '나는 한창 때 얼마나 거짓말을 했었지? 내가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한건 언제였지’하고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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