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구급대원 ‘웨어러블 캠’ 누구를 보호하나?

입력 2017.02.21 (11:58) 수정 2017.02.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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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1초가 급한 응급상황에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119구급대원은 출동한다. 하지만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조 대상자에게 욕설을 듣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런 봉변을 당하는 일이 한 해 수백 건에 이른다. 국민안전처는 이런 피해를 막겠다며 지난해 구급대원들의 몸에 '웨어러블 캠'을 달아 출동 현장에서 녹화하도록 하는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다양한 증거를 확보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이를 통해 구급대원들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각 지방자치단체 소방본부에 '웨어러블 캠' 구입을 위한 예산도 내려보냈다.


얼마나 잘 쓰이고 있을까? 어떤 화면이 찍혀 있을까? 예방 효과는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한 소방서 구급대원이 응급처치하는 환자가 돌발행동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 촬영을 시도했다.

첫번째 시도, 녹화는 됐는데 소리만 들어가 있다. 화면은 녹화 시작 첫 장면에 그대로 멈춰있었다. 오류가 난 것이다. 두번째 시도, 이번엔 아예 녹화가 안 됐다. 다시 시도해봤다. 드디어 녹화가 됐다. 그런데 이번엔 녹화된 장면이 재생이 안 됐다. 알 수 없는 오류 때문이라는 경고문이 떠 있었다.


이 지역의 '웨어러블 캠'은 카메라를 휴대전화에 유선으로 연결해 조작하고 녹화하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움직일 때 연결 잭이 흔들리면서 오류가 나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는 과정에서 다른 버튼이 눌리다 보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캠에 연결된 전화로 누군가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하면 녹화는 중단됐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확인해보기로 했다. 한 지역은 손에 들고 찍는 캠코더에 가까웠다. 급박한 구조현장에서 누군가 다른 한 명이 촬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휴대전화로 찍는 것과 다를 것도 없다. 또 다른 지역은 헬멧에 고정해서 쓰는 방식. 그런데 무거워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게 해당 지역 소방본부 관계자의 말이다.

결국, 취재한 지역 모두 실용성이 떨어져 거의 쓰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현장 구급대원들은 구급차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훨씬 유용하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또 만일의 경우 동료가 옆에서 휴대전화로 찍는 것이 '웨어러블 캠'보다 더 낫다고도 했다.

[자료출처 : 홍철호 의원실][자료출처 : 홍철호 의원실]

지난해 119구급대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한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전국에서 199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웨어러블 캠'으로 적발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장에서 장비를 거의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된 '웨어러블 캠'은 강원 414대, 경기 222대, 경남 114대 등 전국 10개 시도에 모두 974대. 3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추가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470여 대가 더 보급될 예정이다. '웨어러블 캠'이 싼 건 5만 원, 비싼 건 30만 원 정도인데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이유다.

구급대원들의 안전과 피해를 막기 위해선 '없는 것보다 나은' 장비가 아니라, 현장에서 '쓸모 있고, 효과를 낼 수 있는 장비'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119구급대원들, 한 가지를 지원하더라도 정말 도움이 되는 지원이 이뤄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

[연관기사] [뉴스9] 구급대원 보호?…‘웨어러블 캠’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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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구급대원 ‘웨어러블 캠’ 누구를 보호하나?
    • 입력 2017-02-21 11:58:57
    • 수정2017-02-21 11:59:19
    취재후·사건후
1분, 1초가 급한 응급상황에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119구급대원은 출동한다. 하지만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조 대상자에게 욕설을 듣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런 봉변을 당하는 일이 한 해 수백 건에 이른다. 국민안전처는 이런 피해를 막겠다며 지난해 구급대원들의 몸에 '웨어러블 캠'을 달아 출동 현장에서 녹화하도록 하는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다양한 증거를 확보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이를 통해 구급대원들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각 지방자치단체 소방본부에 '웨어러블 캠' 구입을 위한 예산도 내려보냈다.


얼마나 잘 쓰이고 있을까? 어떤 화면이 찍혀 있을까? 예방 효과는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한 소방서 구급대원이 응급처치하는 환자가 돌발행동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 촬영을 시도했다.

첫번째 시도, 녹화는 됐는데 소리만 들어가 있다. 화면은 녹화 시작 첫 장면에 그대로 멈춰있었다. 오류가 난 것이다. 두번째 시도, 이번엔 아예 녹화가 안 됐다. 다시 시도해봤다. 드디어 녹화가 됐다. 그런데 이번엔 녹화된 장면이 재생이 안 됐다. 알 수 없는 오류 때문이라는 경고문이 떠 있었다.


이 지역의 '웨어러블 캠'은 카메라를 휴대전화에 유선으로 연결해 조작하고 녹화하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움직일 때 연결 잭이 흔들리면서 오류가 나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는 과정에서 다른 버튼이 눌리다 보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캠에 연결된 전화로 누군가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하면 녹화는 중단됐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확인해보기로 했다. 한 지역은 손에 들고 찍는 캠코더에 가까웠다. 급박한 구조현장에서 누군가 다른 한 명이 촬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휴대전화로 찍는 것과 다를 것도 없다. 또 다른 지역은 헬멧에 고정해서 쓰는 방식. 그런데 무거워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게 해당 지역 소방본부 관계자의 말이다.

결국, 취재한 지역 모두 실용성이 떨어져 거의 쓰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현장 구급대원들은 구급차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훨씬 유용하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또 만일의 경우 동료가 옆에서 휴대전화로 찍는 것이 '웨어러블 캠'보다 더 낫다고도 했다.

[자료출처 : 홍철호 의원실]
지난해 119구급대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한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전국에서 199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웨어러블 캠'으로 적발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장에서 장비를 거의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된 '웨어러블 캠'은 강원 414대, 경기 222대, 경남 114대 등 전국 10개 시도에 모두 974대. 3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추가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470여 대가 더 보급될 예정이다. '웨어러블 캠'이 싼 건 5만 원, 비싼 건 30만 원 정도인데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이유다.

구급대원들의 안전과 피해를 막기 위해선 '없는 것보다 나은' 장비가 아니라, 현장에서 '쓸모 있고, 효과를 낼 수 있는 장비'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119구급대원들, 한 가지를 지원하더라도 정말 도움이 되는 지원이 이뤄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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