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교 “성직자로부터 성학대 피해” 청문회서 고백

입력 2017.02.22 (10:42) 수정 2017.02.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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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가톨릭의 한 주교가 청문회에서 자신도 성직자가 저지른 아동 성 학대의 희생자였다고 고백했다.

시드니 파라마타 교구를 맡은 빈센트 롱 반 응우옌(55) 주교가 21일 호주 교회의 아동 성 학대를 조사 중인 특별위원회(royal commission)의 시드니 청문회에 출석해 성 학대 피해를 고백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22일 보도했다.

응우옌은 베트남 난민으로 1981년 호주에 도착했으며, 베트남계로는 처음으로 호주 주교직에 올랐다. 지난해 파라마타 교구를 맡은 뒤 성 학대 피해자들을 만나며 위로를 전해왔다.

응우옌 주교는 청문회에서 "나 역시 처음 호주에 왔을 때, 또한 성인이 됐을 때조차 성직자의 성 학대 희생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희생자와 함께 힘을 모아 그들을 위한 정의와 존엄이 성취되도록 진정으로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응우옌 주교는 가톨릭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직함이나 특권, 교회의 관습적인 힘은 성직자의 우월성과 엘리트주의를 야기한다며 사제들의 권한을 교구민들에게 더 나눠 주라고 요구했다. 또 가톨릭 교회 내 여성과 평신도의 부족이 아동 성 학대의 발생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위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발언하는 동안 박수가 이어졌으며, 성 학대 피해자와 가족들은 응우옌 주교의 용기 있는 고백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또 일부는 응우옌 주교에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가디언 호주판은 전했다.

호주에서는 지난 6일부터 3주간의 일정으로 호주 교회의 아동 성 학대를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이 청문회에는 호주의 대주교 7명 중 6명을 비롯해 많은 교회 관계자들이 출석해 성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한 노력을 진술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 기간 중 최근 수십 년간 5천 명 가까운 사람이 성 학대를 받았다고 신고했다. 호주 가톨릭계가 이들의 주장에 사실상 눈을 감아온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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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2-22 10:47:14
    국제
호주 가톨릭의 한 주교가 청문회에서 자신도 성직자가 저지른 아동 성 학대의 희생자였다고 고백했다.

시드니 파라마타 교구를 맡은 빈센트 롱 반 응우옌(55) 주교가 21일 호주 교회의 아동 성 학대를 조사 중인 특별위원회(royal commission)의 시드니 청문회에 출석해 성 학대 피해를 고백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22일 보도했다.

응우옌은 베트남 난민으로 1981년 호주에 도착했으며, 베트남계로는 처음으로 호주 주교직에 올랐다. 지난해 파라마타 교구를 맡은 뒤 성 학대 피해자들을 만나며 위로를 전해왔다.

응우옌 주교는 청문회에서 "나 역시 처음 호주에 왔을 때, 또한 성인이 됐을 때조차 성직자의 성 학대 희생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희생자와 함께 힘을 모아 그들을 위한 정의와 존엄이 성취되도록 진정으로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응우옌 주교는 가톨릭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직함이나 특권, 교회의 관습적인 힘은 성직자의 우월성과 엘리트주의를 야기한다며 사제들의 권한을 교구민들에게 더 나눠 주라고 요구했다. 또 가톨릭 교회 내 여성과 평신도의 부족이 아동 성 학대의 발생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위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발언하는 동안 박수가 이어졌으며, 성 학대 피해자와 가족들은 응우옌 주교의 용기 있는 고백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또 일부는 응우옌 주교에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가디언 호주판은 전했다.

호주에서는 지난 6일부터 3주간의 일정으로 호주 교회의 아동 성 학대를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이 청문회에는 호주의 대주교 7명 중 6명을 비롯해 많은 교회 관계자들이 출석해 성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한 노력을 진술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 기간 중 최근 수십 년간 5천 명 가까운 사람이 성 학대를 받았다고 신고했다. 호주 가톨릭계가 이들의 주장에 사실상 눈을 감아온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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