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최순실이 노린 ‘미얀마 사업’ “미얀마도 불만”

입력 2017.02.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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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천150만 명에 국토 면적은 남한의 7배. 1인당 GDP는 천2백 달러에 불과하지만 매년 8% 이상 성장 하고 있는 나라. 미얀마는 긴 군사독재를 거쳐 지난 2011년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얀마에 개혁개방의 바람이 불면서 건설붐이 일고 있는데요. 이중 상당수가 공적원조로 들어온 외국자본에 의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공적개발원조 사업 역시 이런 '건설 사업'이었습니다.

미얀마 양곤시 외곽 ‘K타운 컨벤션센터’ 예정 부지미얀마 양곤시 외곽 ‘K타운 컨벤션센터’ 예정 부지

'K-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사업은 양곤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양곤시 외곽 지역에서 추진됐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도로가 좁고 포장 상태까지 좋지 않아 차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무성한 수풀을 헤치며 한참을 이동하자 나타나는 허름한 가건물들이 나타납니다. 대규모 컨벤션센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10만 3천여㎡ 면적의 이 부지는 미얀마 상무부 소유인데 지금은 민간에 창고로 빌려주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엉망이었던 K-타운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

K-타운 사업에 포함된 컨벤션센터를 짓기 위해 공적개발원조 시행기관인 한국의 코이카와 미얀마 상무부는 지난해 9월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투입될 예산은 7백여 억 원, 취재진은 이 사업의 조사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컨벤션센터 예비 타당성 보고서컨벤션센터 예비 타당성 보고서

보고서는 기존의 유사 시설물과 비교해 "입지 여건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접근성, 기반시설, 주변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사업성이 매우 취약하다"고 결론 냈습니다.

이 조사에 참여한 KDI의 전직 연구원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명확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전력이나 수도가 굉장히 열악하기 때문에 7백억 정도의 건축비로는 부대시설이나 진출입로, 수도, 전기 등 기본적인 인프라 갖추는 것 정도밖에 만들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또, 조사 주제조차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서 미얀마 현지에 도착했을 정도로 모든 과정이 이례적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저도 깜짝 놀란 게 출장 명령도 이틀 전에 받았고요. 뭘 하는지도 모르고 갔어요. 노트북이나 다른 물건도 아무것도 못 갖고 들어오게 해서 몸만 갔어요. 브리핑도 공항에서 받고. 4일 만에 평가 보고서 쓰라고 하는데. 일정이 굉장히 짧게 잡혀 있었어요. 통상 타당성 조사는 4일보다는 길게 해요."

실무진에서 강력한 반대의견이 나온 데다가 언론에 최순실 의혹 관련 보도가 쏟아지면서 이 사업은 결국 지난해 9월 무렵 무산됐습니다.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사업.. 비선 통한 물밑 작업 의혹까지

그렇다면 부지 선정부터 엉터리였던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은 대체 어떻게 시작된 걸까.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은 지난해 7월 5일 미얀마 상무부 장관이 방한했을 때 컨벤션센터 건립 요청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의 공식 요청이 있기 전부터 비선을 통해 물밑작업이 이뤄졌던 것 아니냐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이 확보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에는 지난해 4월 박근혜 대통령이 공적개발원조 사업에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참여시키라고 지시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스포츠재단의 박헌영 과장 역시 취재진과 만나 최순실 씨가 지난해 초 공적개발원조 문건을 건네며 이익을 챙길 방법을 알아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정 ODA 딱 하나를 보여주는 게 아니고 여러 나라들에 관련된 것들이었고 한 프로젝트당 보면 쓰여 있는 예산이 2억 달러, 1억 달러, 이런 식으로 쓰여 있었어요. 다 해보면 6, 7천억 원 되는 거란 말이에요. 그런 구상안이라고 보여줬던 게 미얀마도 들어있고. (최순실의 지시는) '그런 거에 맞춰서 뭔가 사업을 응용해서 예산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라 그런 거였죠."

미얀마 컨벤션센터 건립 관련 회의 결과 (출처 : 시사인)미얀마 컨벤션센터 건립 관련 회의 결과 (출처 : 시사인)

최순실 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씨가 최근 특검에 제출한 문건 입니다.

'미얀마 컨벤션센터 건립 관련 회의결과' 라는 제목의 이 문서에는 지난해 8월 청와대 관계자와 코이카 수뇌부가 모여 미얀마 K-타운 사업을 논의한 내용이 적혀 있고, 그 위에는 최 씨가 자필로 쓴 쪽지도 붙어 있습니다.

특검은 최 씨 측이 미얀마 사정에 정통한 사업가 인 모 씨를 통해 이권을 챙기려 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최순실 씨 측이 인 씨가 설립한 M사의 지분 15%를 차명으로 넘겨받은 뒤 M사를 내세워 미얀마 K-타운 사업권을 따내려 했다는 겁니다.

‘컨벤션센터 건립사업 참여’ M사 대표 인 모 씨 인터뷰‘컨벤션센터 건립사업 참여’ M사 대표 인 모 씨 인터뷰

"미얀마 공적개발원조 무산되면 삼성 등 민간 기업 움직이면 돼"

취재진은 최순실씨의 미얀마 사업 파트너였던 인 모 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인 씨가 언론과의 정식 인터뷰에 나선 것은 처음입니다.

인 씨는 먼저 최순실 씨의 사업에 관여해 미얀마 정부와의 연결책 역할을 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회사의 지분을 차명으로 넘긴 이유에 대해서는 사업이 진행되면 향후에 발생할 이익을 기대했다는 점도 털어놨습니다.

"의혹에 중심에 있다는 건 억울하지 않아요. 에이전트 역할을 한 건 맞고, 최순실에게 지분 준 것도 맞고. 저는 이게 되면 미얀마도 좋고, 향후에 사업적으로 메리트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최순실 도움을 받아서."

하지만 인 씨는 760억에 달하는 사업비 전부를 챙기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습니다.

"최순실이 이익을 실현하려고 한 건 맞지만 액수가 너무 크게 알려졌어요. 760억을 다 꿀꺽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준비 과정에서 조금만 먹으려고 했는데... 최순실은 컨벤션보다 건물이 지어지고 난 이후에 주변 개발 사업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최순실 씨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건 지난해 3월 고영태 씨를 만나게 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관세청의 지인을 통해 더블루K 류상영 과장을 알게 됐고, 류상영 과장이 고영태 씨를 소개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영태 씨가 저한테 2016년 3월에 대통령이 미얀마 순방을 하는데 그때 경제 특사로 가시면 되겠네요'라고 하는 거에요. 그걸 누가 믿겠어요. 그런데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같은 고위 공무원한테 연락이 오고 직접 만나게 되고 하면서 믿게 된 거죠. 고영태가 저한테 코이카 이사장도 그렇고 미얀마 대사도 그렇고 자기가 다 앉혔다는 거 말했거든요. 돌이켜보면 최순실의 힘인 거죠."

박근혜 대통령의 3월 미얀마 순방은 연기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최순실 씨와 고영태 씨의 제안으로 한류 문화를 전시할 일종의 문화원 사업이 논의됐고, 이 문화원이 컨벤션센터와 K-타운 계획으로 발전했다고 인 씨는 전했습니다.

컨벤션센터 사업은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고 인 씨는 말했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관심이 없어요. K-타운이 뭔지, 문화센터가 뭔지 몰라요. 한국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한 거예요. 미얀마 정부는 기반시설에 관심이 있지 빌딩은 다음이거든요. 사업비 760억이라는 숫자도 근거 없이 나온 거에요. 코엑스가 1,800억 들어갔대요. 그런데 미얀마 건축비가 한국의 3분의 1이래요. 그걸 대충 잡아서 나온 게 760억이에요."

하지만 사업은 계속 추진됐습니다. 그걸 밀어붙인 게 최순실 씨라고 인 씨는 주장했습니다. 특히 코이카 등 정부 기관들이 어떻게든 사업을 성사시키려 했다고 인 씨는 말했습니다. 부실한 사업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코이카와 외교부의 공식 해명과는 완전히 다른 부분입니다.

"코이카는 막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사업을 하려고 했죠. 코이카가 막으려고 했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 정황 증거로 인 씨는 미얀마 상무부가 보낸 외교 문서 한 장을 제시했습니다. 컨벤션센터 건립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8월 미얀마 상무부가 한국 정부에 보낸 문서입니다.

한국 정부에 보낸 미얀마 상무부의 외교 공문한국 정부에 보낸 미얀마 상무부의 외교 공문

"2016년 8월 미얀마 정부의 공문인데요. '왜 한국에 있는 기관들이 미얀마 정부의 다른 부처에 가서 자꾸 컨벤션센터 부지를 요구하느냐. 창구는 상무부인데 혼란이 생긴다. 코이카, 코트라,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왜 자꾸 땅을 달라고 하냐.'고 (공문에서) 말하고 있어요."

막판에 K-타운과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이 흔들리자, 최순실 씨와 고영태 씨는 민간기업을 끌어들이는 것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새로운 증언도 나왔습니다.

"'컨벤션센터 사업이 안 되면 어떻게 하죠?'하고 고영태 씨한테 물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민간기업도 있으니까 공적개발원조 빼고 민간기업에서 하자. 인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회장님(최순실)이 움직이면 삼성이든 뭐든 다 움직이니까 민간기업이랑 하면 된다' "

물론 아직 특검의 수사가 진행 중인 현시점에서 인 씨의 증언이 모두 다 맞을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순실 씨가 노렸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 사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올해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예산은 유상원조와 무상원조를 합쳐 올해만 2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 국민의 세금 낭비를 막고 '제2의 최순실'이 등장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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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최순실이 노린 ‘미얀마 사업’ “미얀마도 불만”
    • 입력 2017-02-23 15:43:53
    취재후·사건후
인구 5천150만 명에 국토 면적은 남한의 7배. 1인당 GDP는 천2백 달러에 불과하지만 매년 8% 이상 성장 하고 있는 나라. 미얀마는 긴 군사독재를 거쳐 지난 2011년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얀마에 개혁개방의 바람이 불면서 건설붐이 일고 있는데요. 이중 상당수가 공적원조로 들어온 외국자본에 의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공적개발원조 사업 역시 이런 '건설 사업'이었습니다.

미얀마 양곤시 외곽 ‘K타운 컨벤션센터’ 예정 부지
'K-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사업은 양곤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양곤시 외곽 지역에서 추진됐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도로가 좁고 포장 상태까지 좋지 않아 차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무성한 수풀을 헤치며 한참을 이동하자 나타나는 허름한 가건물들이 나타납니다. 대규모 컨벤션센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10만 3천여㎡ 면적의 이 부지는 미얀마 상무부 소유인데 지금은 민간에 창고로 빌려주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엉망이었던 K-타운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

K-타운 사업에 포함된 컨벤션센터를 짓기 위해 공적개발원조 시행기관인 한국의 코이카와 미얀마 상무부는 지난해 9월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투입될 예산은 7백여 억 원, 취재진은 이 사업의 조사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컨벤션센터 예비 타당성 보고서
보고서는 기존의 유사 시설물과 비교해 "입지 여건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접근성, 기반시설, 주변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사업성이 매우 취약하다"고 결론 냈습니다.

이 조사에 참여한 KDI의 전직 연구원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명확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전력이나 수도가 굉장히 열악하기 때문에 7백억 정도의 건축비로는 부대시설이나 진출입로, 수도, 전기 등 기본적인 인프라 갖추는 것 정도밖에 만들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또, 조사 주제조차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서 미얀마 현지에 도착했을 정도로 모든 과정이 이례적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저도 깜짝 놀란 게 출장 명령도 이틀 전에 받았고요. 뭘 하는지도 모르고 갔어요. 노트북이나 다른 물건도 아무것도 못 갖고 들어오게 해서 몸만 갔어요. 브리핑도 공항에서 받고. 4일 만에 평가 보고서 쓰라고 하는데. 일정이 굉장히 짧게 잡혀 있었어요. 통상 타당성 조사는 4일보다는 길게 해요."

실무진에서 강력한 반대의견이 나온 데다가 언론에 최순실 의혹 관련 보도가 쏟아지면서 이 사업은 결국 지난해 9월 무렵 무산됐습니다.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사업.. 비선 통한 물밑 작업 의혹까지

그렇다면 부지 선정부터 엉터리였던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은 대체 어떻게 시작된 걸까.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은 지난해 7월 5일 미얀마 상무부 장관이 방한했을 때 컨벤션센터 건립 요청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의 공식 요청이 있기 전부터 비선을 통해 물밑작업이 이뤄졌던 것 아니냐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이 확보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에는 지난해 4월 박근혜 대통령이 공적개발원조 사업에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참여시키라고 지시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스포츠재단의 박헌영 과장 역시 취재진과 만나 최순실 씨가 지난해 초 공적개발원조 문건을 건네며 이익을 챙길 방법을 알아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정 ODA 딱 하나를 보여주는 게 아니고 여러 나라들에 관련된 것들이었고 한 프로젝트당 보면 쓰여 있는 예산이 2억 달러, 1억 달러, 이런 식으로 쓰여 있었어요. 다 해보면 6, 7천억 원 되는 거란 말이에요. 그런 구상안이라고 보여줬던 게 미얀마도 들어있고. (최순실의 지시는) '그런 거에 맞춰서 뭔가 사업을 응용해서 예산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라 그런 거였죠."

미얀마 컨벤션센터 건립 관련 회의 결과 (출처 : 시사인)
최순실 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씨가 최근 특검에 제출한 문건 입니다.

'미얀마 컨벤션센터 건립 관련 회의결과' 라는 제목의 이 문서에는 지난해 8월 청와대 관계자와 코이카 수뇌부가 모여 미얀마 K-타운 사업을 논의한 내용이 적혀 있고, 그 위에는 최 씨가 자필로 쓴 쪽지도 붙어 있습니다.

특검은 최 씨 측이 미얀마 사정에 정통한 사업가 인 모 씨를 통해 이권을 챙기려 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최순실 씨 측이 인 씨가 설립한 M사의 지분 15%를 차명으로 넘겨받은 뒤 M사를 내세워 미얀마 K-타운 사업권을 따내려 했다는 겁니다.

‘컨벤션센터 건립사업 참여’ M사 대표 인 모 씨 인터뷰
"미얀마 공적개발원조 무산되면 삼성 등 민간 기업 움직이면 돼"

취재진은 최순실씨의 미얀마 사업 파트너였던 인 모 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인 씨가 언론과의 정식 인터뷰에 나선 것은 처음입니다.

인 씨는 먼저 최순실 씨의 사업에 관여해 미얀마 정부와의 연결책 역할을 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회사의 지분을 차명으로 넘긴 이유에 대해서는 사업이 진행되면 향후에 발생할 이익을 기대했다는 점도 털어놨습니다.

"의혹에 중심에 있다는 건 억울하지 않아요. 에이전트 역할을 한 건 맞고, 최순실에게 지분 준 것도 맞고. 저는 이게 되면 미얀마도 좋고, 향후에 사업적으로 메리트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최순실 도움을 받아서."

하지만 인 씨는 760억에 달하는 사업비 전부를 챙기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습니다.

"최순실이 이익을 실현하려고 한 건 맞지만 액수가 너무 크게 알려졌어요. 760억을 다 꿀꺽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준비 과정에서 조금만 먹으려고 했는데... 최순실은 컨벤션보다 건물이 지어지고 난 이후에 주변 개발 사업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최순실 씨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건 지난해 3월 고영태 씨를 만나게 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관세청의 지인을 통해 더블루K 류상영 과장을 알게 됐고, 류상영 과장이 고영태 씨를 소개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영태 씨가 저한테 2016년 3월에 대통령이 미얀마 순방을 하는데 그때 경제 특사로 가시면 되겠네요'라고 하는 거에요. 그걸 누가 믿겠어요. 그런데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같은 고위 공무원한테 연락이 오고 직접 만나게 되고 하면서 믿게 된 거죠. 고영태가 저한테 코이카 이사장도 그렇고 미얀마 대사도 그렇고 자기가 다 앉혔다는 거 말했거든요. 돌이켜보면 최순실의 힘인 거죠."

박근혜 대통령의 3월 미얀마 순방은 연기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최순실 씨와 고영태 씨의 제안으로 한류 문화를 전시할 일종의 문화원 사업이 논의됐고, 이 문화원이 컨벤션센터와 K-타운 계획으로 발전했다고 인 씨는 전했습니다.

컨벤션센터 사업은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고 인 씨는 말했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관심이 없어요. K-타운이 뭔지, 문화센터가 뭔지 몰라요. 한국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한 거예요. 미얀마 정부는 기반시설에 관심이 있지 빌딩은 다음이거든요. 사업비 760억이라는 숫자도 근거 없이 나온 거에요. 코엑스가 1,800억 들어갔대요. 그런데 미얀마 건축비가 한국의 3분의 1이래요. 그걸 대충 잡아서 나온 게 760억이에요."

하지만 사업은 계속 추진됐습니다. 그걸 밀어붙인 게 최순실 씨라고 인 씨는 주장했습니다. 특히 코이카 등 정부 기관들이 어떻게든 사업을 성사시키려 했다고 인 씨는 말했습니다. 부실한 사업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코이카와 외교부의 공식 해명과는 완전히 다른 부분입니다.

"코이카는 막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사업을 하려고 했죠. 코이카가 막으려고 했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 정황 증거로 인 씨는 미얀마 상무부가 보낸 외교 문서 한 장을 제시했습니다. 컨벤션센터 건립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8월 미얀마 상무부가 한국 정부에 보낸 문서입니다.

한국 정부에 보낸 미얀마 상무부의 외교 공문
"2016년 8월 미얀마 정부의 공문인데요. '왜 한국에 있는 기관들이 미얀마 정부의 다른 부처에 가서 자꾸 컨벤션센터 부지를 요구하느냐. 창구는 상무부인데 혼란이 생긴다. 코이카, 코트라,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왜 자꾸 땅을 달라고 하냐.'고 (공문에서) 말하고 있어요."

막판에 K-타운과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이 흔들리자, 최순실 씨와 고영태 씨는 민간기업을 끌어들이는 것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새로운 증언도 나왔습니다.

"'컨벤션센터 사업이 안 되면 어떻게 하죠?'하고 고영태 씨한테 물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민간기업도 있으니까 공적개발원조 빼고 민간기업에서 하자. 인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회장님(최순실)이 움직이면 삼성이든 뭐든 다 움직이니까 민간기업이랑 하면 된다' "

물론 아직 특검의 수사가 진행 중인 현시점에서 인 씨의 증언이 모두 다 맞을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순실 씨가 노렸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 사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올해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예산은 유상원조와 무상원조를 합쳐 올해만 2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 국민의 세금 낭비를 막고 '제2의 최순실'이 등장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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