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꿈꿨던 ‘김정남 암살 용의자’

입력 2017.02.23 (15:49) 수정 2017.02.2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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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뉴스9] 여성 용의자들, 공원·쇼핑몰서 암살 예행연습

김정남 살해 용의자의 베트남 국영방송 VTV3 출연 화면 [사진=유튜브 캡처]김정남 살해 용의자의 베트남 국영방송 VTV3 출연 화면 [사진=유튜브 캡처]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베트남 국적의 용의자 도안 티 흐엉(29)은 아이돌을 꿈꿨던 연예인 지망생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각) 현재 유튜브에는 흐엉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지난해 베트남 아이돌 오디션에 참가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올라있다.

계정 이름은 'Bella Tron Tron Bella(통통한 벨라)'이다.

일본 매체와 유력 통신사들은 이 여성이 흐엉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홍 쿠안(Hong Quan)이라는 유튜브 계정에 게시된 약 30초짜리 영상을 보면, 흐엉과 매우 흡사한 모습의 여성이 심사위원 앞에서 짤막하게 노래를 부른 뒤 퇴장한다. 이 여성은 1차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여성이 노래를 시작한 지 불과 6~7초 만에 여성 심사위원은 노래를 중단시켰다.


그런데 이 여성은 방송에서 남딘 성 출신의 딘 티 쿠옌(Dinh Thi Khuyen)으로 소개됐다. 이름은 다르지만 남딘 성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발표한 흐엉의 고향과 일치한다.



로이터통신은 얼굴 인식 도구를 이용해 이 여성과 경찰이 발표한 흐엉의 사진을 비교한 결과 같은 인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3일 흐엉의 친구들을 인용해 그녀가 여배우와 댄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베트남 아이돌'에 본명으로 출연했지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 '김정남 암살' 베트남 여성은 연예 지망생…아이돌 오디션도

흐엉으로 추정되는 이 여성은 또 다른 동영상에도 등장한다.

페이스북에서 딘 티 쿠옌으로 검색하면 흐엉으로 보이는 붉은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한 남성과 공원 벤치에 앉아 장난을 치다가 입맞춤을 하는 영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길거리에서 여성이 키스하게 하는 베트남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올린 것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말레이 경찰은 흐엉이 연예와 관련된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페북엔 한국 향한 관심…한국인 페친도 20여명이나

흐엉이 운영하던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계정에서도 그의 일상생활이 드문드문 드러났다.

'루비 루비(Ruby Ruby)'라는 이름으로 가입된 페이스북 계정에는 흐엉으로 추정되는 여성 사진이 다수 게재돼 있다.


이 여성은 지난 9일 범행 당시 입었던 'LOL'티셔츠를 입고 찍은 것으로 보이는 셀카 사진과 아이스크림과 음식을 촬영 사진을 게재하며 "인생은 음식. 나는 매우 많이 먹는다. 그리고 나는 너도 먹을 수 있다. ㅋㅋㅋㅋㅋㅋ 나의 소년"이라고 적었다. 이 문장은 영문으로 돼 있지만, 중간의 'ㅋㅋㅋㅋ...'는 한글로 적혀 있다.

사진 속 여성의 어깨 위에는 역시 범행 당시 메고 있던 디올 핸드백으로 추정되는 하늘색 가방끈이 눈에 띈다.

흐엉의 페이스북 친구 60여 명 중 20여 명이 한국인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흐엉이 친구들에게 교제 중인 한반도 출신 남성과 제주도에 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흐엉과 최근까지 같은 방에서 살았던 여성은 신문에 "흐엉이 복수의 코리안 남성과 교제해 왔다"며 "사건 1주일 정도 전 남성과 함께 한국의 제주도에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흐엉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다른 게시물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월에는 비빔밥 사진과 셀카 사진을 함께 올리면서 영어로 "내가 너를 위해 요리할 것(I will cook for u)"이라며 "너도 원하니? (Do u want?)"라고 적었다. 한글 표현을 쓴 게시물도 있었다.

가장 최근의 게시물은 지난 11일 올라왔다. 눈을 감은 얼굴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나는 더 자고 싶다. 하지만 당신의 곁에서(I want to sleep more but by your side)"라는 글이 게시됐다.

이 사진은 이번 범행이 발생한 쿠알라룸푸르 공항 인근에서 올린 것으로 나와 있다.

이 페이스북 계정에는 지난 12월 14일 처음 사진이 올라왔으며, 대부분 캄보디아 프놈펜, 베트남 하노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지에서 게시한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최근에 올린 사진 속 여성은 앞머리가 있는 노란 단발머리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공개한 용의자 사진과 흡사한 모습이다.

흐엉은 지난해 11월 초 제주 국제공항으로 무비자 입국해 3박 4일 동안 제주도에 머물렀고, 당시 20대 한국인 남성이 흐엉의 신원보증인 역할을 하며 편의를 봐준 정황도 한국 당국에 포착됐다.


그녀는 경찰 조사에서 TV 출연을 하기 위해 장난을 하는 걸로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핏 암살을 사주한 사람들로부터 속임수를 당했다는 취지의 말로 보인다.

그녀의 공항에서의 모습 가운데도 손을 번쩍 드는 모습이 목격된다. 그녀는 진짜 촬영이 된다고 생각하고 손을 번쩍 든 것일까?

흐엉이 범행을 저지르고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가면서 손을 번쩍 든 모습흐엉이 범행을 저지르고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가면서 손을 번쩍 든 모습

동영상 가운데 일본 TV에 소개된 범행 직후 모습에 핑크빛 화살표의 흐엉이 손을 들고 있는 모습.동영상 가운데 일본 TV에 소개된 범행 직후 모습에 핑크빛 화살표의 흐엉이 손을 들고 있는 모습.

흐엉은 김정남이 살해된 다음날인 14일 오후 친척에게 SNS로 연락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 요금 5만 동(약 2천500원)을 대신 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음식·의류 등 소소한 포스팅…학력에는 '하버드' 기재

흐엉은 이 밖에 또 다른 이름의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며 파티 참석 사진 등을 올리고, 학력란에 '하버드'라고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 있는 그의 가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흐엉이 하버드에 다닌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베트남 여성 흐엉은 오래전부터 암살에 동원하기 적합한 공범으로 선정돼 TV에 출연한다는 허황한 꿈에 부풀어 엄청난 암살 극에 이용된 희생양인 걸까? 다국적 용의자들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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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을 꿈꿨던 ‘김정남 암살 용의자’
    • 입력 2017-02-23 15:49:22
    • 수정2017-02-23 21: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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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뉴스9] 여성 용의자들, 공원·쇼핑몰서 암살 예행연습 김정남 살해 용의자의 베트남 국영방송 VTV3 출연 화면 [사진=유튜브 캡처]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베트남 국적의 용의자 도안 티 흐엉(29)은 아이돌을 꿈꿨던 연예인 지망생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각) 현재 유튜브에는 흐엉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지난해 베트남 아이돌 오디션에 참가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올라있다. 계정 이름은 'Bella Tron Tron Bella(통통한 벨라)'이다. 일본 매체와 유력 통신사들은 이 여성이 흐엉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홍 쿠안(Hong Quan)이라는 유튜브 계정에 게시된 약 30초짜리 영상을 보면, 흐엉과 매우 흡사한 모습의 여성이 심사위원 앞에서 짤막하게 노래를 부른 뒤 퇴장한다. 이 여성은 1차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여성이 노래를 시작한 지 불과 6~7초 만에 여성 심사위원은 노래를 중단시켰다. 그런데 이 여성은 방송에서 남딘 성 출신의 딘 티 쿠옌(Dinh Thi Khuyen)으로 소개됐다. 이름은 다르지만 남딘 성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발표한 흐엉의 고향과 일치한다.
로이터통신은 얼굴 인식 도구를 이용해 이 여성과 경찰이 발표한 흐엉의 사진을 비교한 결과 같은 인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3일 흐엉의 친구들을 인용해 그녀가 여배우와 댄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베트남 아이돌'에 본명으로 출연했지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 '김정남 암살' 베트남 여성은 연예 지망생…아이돌 오디션도 흐엉으로 추정되는 이 여성은 또 다른 동영상에도 등장한다. 페이스북에서 딘 티 쿠옌으로 검색하면 흐엉으로 보이는 붉은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한 남성과 공원 벤치에 앉아 장난을 치다가 입맞춤을 하는 영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길거리에서 여성이 키스하게 하는 베트남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올린 것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말레이 경찰은 흐엉이 연예와 관련된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페북엔 한국 향한 관심…한국인 페친도 20여명이나 흐엉이 운영하던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계정에서도 그의 일상생활이 드문드문 드러났다. '루비 루비(Ruby Ruby)'라는 이름으로 가입된 페이스북 계정에는 흐엉으로 추정되는 여성 사진이 다수 게재돼 있다. 이 여성은 지난 9일 범행 당시 입었던 'LOL'티셔츠를 입고 찍은 것으로 보이는 셀카 사진과 아이스크림과 음식을 촬영 사진을 게재하며 "인생은 음식. 나는 매우 많이 먹는다. 그리고 나는 너도 먹을 수 있다. ㅋㅋㅋㅋㅋㅋ 나의 소년"이라고 적었다. 이 문장은 영문으로 돼 있지만, 중간의 'ㅋㅋㅋㅋ...'는 한글로 적혀 있다. 사진 속 여성의 어깨 위에는 역시 범행 당시 메고 있던 디올 핸드백으로 추정되는 하늘색 가방끈이 눈에 띈다. 흐엉의 페이스북 친구 60여 명 중 20여 명이 한국인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흐엉이 친구들에게 교제 중인 한반도 출신 남성과 제주도에 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흐엉과 최근까지 같은 방에서 살았던 여성은 신문에 "흐엉이 복수의 코리안 남성과 교제해 왔다"며 "사건 1주일 정도 전 남성과 함께 한국의 제주도에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흐엉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다른 게시물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월에는 비빔밥 사진과 셀카 사진을 함께 올리면서 영어로 "내가 너를 위해 요리할 것(I will cook for u)"이라며 "너도 원하니? (Do u want?)"라고 적었다. 한글 표현을 쓴 게시물도 있었다. 가장 최근의 게시물은 지난 11일 올라왔다. 눈을 감은 얼굴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나는 더 자고 싶다. 하지만 당신의 곁에서(I want to sleep more but by your side)"라는 글이 게시됐다. 이 사진은 이번 범행이 발생한 쿠알라룸푸르 공항 인근에서 올린 것으로 나와 있다. 이 페이스북 계정에는 지난 12월 14일 처음 사진이 올라왔으며, 대부분 캄보디아 프놈펜, 베트남 하노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지에서 게시한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최근에 올린 사진 속 여성은 앞머리가 있는 노란 단발머리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공개한 용의자 사진과 흡사한 모습이다. 흐엉은 지난해 11월 초 제주 국제공항으로 무비자 입국해 3박 4일 동안 제주도에 머물렀고, 당시 20대 한국인 남성이 흐엉의 신원보증인 역할을 하며 편의를 봐준 정황도 한국 당국에 포착됐다. 그녀는 경찰 조사에서 TV 출연을 하기 위해 장난을 하는 걸로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핏 암살을 사주한 사람들로부터 속임수를 당했다는 취지의 말로 보인다. 그녀의 공항에서의 모습 가운데도 손을 번쩍 드는 모습이 목격된다. 그녀는 진짜 촬영이 된다고 생각하고 손을 번쩍 든 것일까? 흐엉이 범행을 저지르고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가면서 손을 번쩍 든 모습 동영상 가운데 일본 TV에 소개된 범행 직후 모습에 핑크빛 화살표의 흐엉이 손을 들고 있는 모습. 흐엉은 김정남이 살해된 다음날인 14일 오후 친척에게 SNS로 연락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 요금 5만 동(약 2천500원)을 대신 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 음식·의류 등 소소한 포스팅…학력에는 '하버드' 기재 흐엉은 이 밖에 또 다른 이름의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며 파티 참석 사진 등을 올리고, 학력란에 '하버드'라고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 있는 그의 가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흐엉이 하버드에 다닌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베트남 여성 흐엉은 오래전부터 암살에 동원하기 적합한 공범으로 선정돼 TV에 출연한다는 허황한 꿈에 부풀어 엄청난 암살 극에 이용된 희생양인 걸까? 다국적 용의자들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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