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7일간 불타다…日물류창고 대화재

입력 2017.02.24 (08:54) 수정 2017.02.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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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 대형화재…500도 고온과 사투

지난 16일 오전 9시쯤, 일본 사무용품 통신판매 대기업 '아스쿨'의 사이타마 현 물류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창고는 농지로 둘러싸여 있고, 주변에는 민가와 공장이 흩어져 있는 곳이다. 화재 당시 창고에서 일하던 직원 등 400여 명은 긴급 대피했다. 직원 2명이 연기에 질식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창고에는 복사용지와 편지지 등 사무용품 7만여 종이 배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연성 높은 물품이 가득 쌓여 있었다. 화재 초기에 일부 천정이 무너졌고,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 불길이 번졌다.

건물 온도는 순식간에 500도까지 치솟았다. 거센 불길과 유독 가스 등으로 소방대원들은 창고 안으로 좀처럼 진입하지 못했다.

창고는 철골과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3층짜리 대형 건물이었다. 전체면적 7만 2천 ㎡의 약 60%인 4만 5천 ㎡가 불에 탔다. 소실된 곳의 면적은 도쿄돔과 비슷한 규모였다.

불길을 피한 곳도 강한 열기와 연기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다. 창고의 벽까지 뒤틀리면서 건물 자체가 붕괴할 위험이 커졌다.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연기 때문에 내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 화염과 폭발 등으로 소방대원들의 2차 피해까지 우려됐다. 창고 특성상 창문이 거의 없었던 탓에 건물 내부로 직접 물을 뿌리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더딘 진화작업...일주일간 불타다

17일, 소방대원들은 건물 벽에 구멍을 뚫고 물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18일, 건물 2층의 큰 불길을 잡았다. 고비를 넘긴 것 같았다.


19일 새벽 0시쯤, 창고 3층의 남동쪽에서 두 차례의 폭발이 일어났다. 스프레이 캔 등 인화성 물질이 보관돼 있던 곳이다. 새벽 3시, 지자체는 창고 서쪽에 사는 3세대 주민 7명에게 대피 권고를 내렸다.

20일, 소방대원들이 가까스로 창고 내부로 진입했다. 연기가 어느 곳에서 발생하는지 가늠조차 어려웠다. 오후에 다시 폭발이 일어나 소방대원들이 긴급 대피했다.


21일, 창고 지붕의 붕괴 위험이 제기됐다. 밖에서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진화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3곳의 운동장에서 체육수업과 야외 활동이 금지됐다. 학교 측은 천3백 명분의 마스크를 배포했다.

진화작업이 장기화하면서 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5일간 사용된 물만 만 5천 ㎥였다. 마을 전체가 하루 동안 사용할 양이었다. 생활용수에 영향을 줄 상황이 되자, 해당 지자체는 현측에 물 지원을 요청했다.


화재 발생 7일째인 22일 오전, 외형상 진화 작업이 끝났다. 그러나, 숨어 있는 불씨까지 찾아서 완전히 진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안전이 확인된 뒤 소방당국과 경찰의 공동 조사가 시작됐다. 지난 2014년 회사 측이 제출한 서류를 보면, 스프링클러와 방화 셔터 등이 설치되는 등 법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 조사를 통해, 화재 원인은 무엇인지, 자체 소방시설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구조적 문제는 없었는지, 회사 측의 초기 대응은 적절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총무성 소방청은 화재 규모가 큰 데다, 진상 규명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를 보내 조사작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소방연구센터의 전문가 9명이 현장에 파견됐다.



또 대형 창고의 소방 설비 설치 실태와 보관·운영 실태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구조적으로 창문이 적은 창고 건물의 소방 대책과 개선 방안도 찾기로 했다.

사장이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다

취재진에게 사과하고 있는 아스쿨의 이와타 사장취재진에게 사과하고 있는 아스쿨의 이와타 사장

아스쿨의 물류센터는 전국에 7곳이다. 화재가 난 곳은 이 회사 물류의 최대 거점시설이다. 이번 화재로 5개 현 지역의 배달이 차질을 빚었다. 일부 인터넷 쇼핑몰은 제품 발송을 한때 중단하기도 했다.

22일 오후,'아스쿨'의 이와타 사장이 현장 취재진 앞에서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인근 주민과 지자체, 그리고 고객과 거래처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주민들의 건강과 불안을 고려해 24시간 상담전화를 설치하고, 주민 대상 설명회도 곧 갖겠다고 했다.


이와타 사장은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제삼자 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고, 소방당국과 경찰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이나 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직접 언론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다. 사실, 솔직하고 신속하게 사과하고 수습에 속도를 내는 것이 최고의 위기대응 방법이다.



진상규명, 법적책임, 경찰조사 운운하며 책임 회피로 일관하거나, 직원 개인의 일탈이나 실수로 몰고 가거나, '불순세력' 운운하며 해괴한 이념공세를 펴거나, 아니면 마지못해 '도의적 책임'운운하며 형식적으로 사과하다면, 조직에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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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4 08:54:08
    • 수정2017-02-24 12:03:53
    특파원 리포트
물류창고 대형화재…500도 고온과 사투

지난 16일 오전 9시쯤, 일본 사무용품 통신판매 대기업 '아스쿨'의 사이타마 현 물류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창고는 농지로 둘러싸여 있고, 주변에는 민가와 공장이 흩어져 있는 곳이다. 화재 당시 창고에서 일하던 직원 등 400여 명은 긴급 대피했다. 직원 2명이 연기에 질식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창고에는 복사용지와 편지지 등 사무용품 7만여 종이 배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연성 높은 물품이 가득 쌓여 있었다. 화재 초기에 일부 천정이 무너졌고,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 불길이 번졌다.

건물 온도는 순식간에 500도까지 치솟았다. 거센 불길과 유독 가스 등으로 소방대원들은 창고 안으로 좀처럼 진입하지 못했다.

창고는 철골과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3층짜리 대형 건물이었다. 전체면적 7만 2천 ㎡의 약 60%인 4만 5천 ㎡가 불에 탔다. 소실된 곳의 면적은 도쿄돔과 비슷한 규모였다.

불길을 피한 곳도 강한 열기와 연기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다. 창고의 벽까지 뒤틀리면서 건물 자체가 붕괴할 위험이 커졌다.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연기 때문에 내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 화염과 폭발 등으로 소방대원들의 2차 피해까지 우려됐다. 창고 특성상 창문이 거의 없었던 탓에 건물 내부로 직접 물을 뿌리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더딘 진화작업...일주일간 불타다

17일, 소방대원들은 건물 벽에 구멍을 뚫고 물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18일, 건물 2층의 큰 불길을 잡았다. 고비를 넘긴 것 같았다.


19일 새벽 0시쯤, 창고 3층의 남동쪽에서 두 차례의 폭발이 일어났다. 스프레이 캔 등 인화성 물질이 보관돼 있던 곳이다. 새벽 3시, 지자체는 창고 서쪽에 사는 3세대 주민 7명에게 대피 권고를 내렸다.

20일, 소방대원들이 가까스로 창고 내부로 진입했다. 연기가 어느 곳에서 발생하는지 가늠조차 어려웠다. 오후에 다시 폭발이 일어나 소방대원들이 긴급 대피했다.


21일, 창고 지붕의 붕괴 위험이 제기됐다. 밖에서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진화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3곳의 운동장에서 체육수업과 야외 활동이 금지됐다. 학교 측은 천3백 명분의 마스크를 배포했다.

진화작업이 장기화하면서 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5일간 사용된 물만 만 5천 ㎥였다. 마을 전체가 하루 동안 사용할 양이었다. 생활용수에 영향을 줄 상황이 되자, 해당 지자체는 현측에 물 지원을 요청했다.


화재 발생 7일째인 22일 오전, 외형상 진화 작업이 끝났다. 그러나, 숨어 있는 불씨까지 찾아서 완전히 진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안전이 확인된 뒤 소방당국과 경찰의 공동 조사가 시작됐다. 지난 2014년 회사 측이 제출한 서류를 보면, 스프링클러와 방화 셔터 등이 설치되는 등 법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 조사를 통해, 화재 원인은 무엇인지, 자체 소방시설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구조적 문제는 없었는지, 회사 측의 초기 대응은 적절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총무성 소방청은 화재 규모가 큰 데다, 진상 규명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를 보내 조사작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소방연구센터의 전문가 9명이 현장에 파견됐다.



또 대형 창고의 소방 설비 설치 실태와 보관·운영 실태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구조적으로 창문이 적은 창고 건물의 소방 대책과 개선 방안도 찾기로 했다.

사장이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다

취재진에게 사과하고 있는 아스쿨의 이와타 사장
아스쿨의 물류센터는 전국에 7곳이다. 화재가 난 곳은 이 회사 물류의 최대 거점시설이다. 이번 화재로 5개 현 지역의 배달이 차질을 빚었다. 일부 인터넷 쇼핑몰은 제품 발송을 한때 중단하기도 했다.

22일 오후,'아스쿨'의 이와타 사장이 현장 취재진 앞에서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인근 주민과 지자체, 그리고 고객과 거래처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주민들의 건강과 불안을 고려해 24시간 상담전화를 설치하고, 주민 대상 설명회도 곧 갖겠다고 했다.


이와타 사장은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제삼자 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고, 소방당국과 경찰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이나 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직접 언론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다. 사실, 솔직하고 신속하게 사과하고 수습에 속도를 내는 것이 최고의 위기대응 방법이다.



진상규명, 법적책임, 경찰조사 운운하며 책임 회피로 일관하거나, 직원 개인의 일탈이나 실수로 몰고 가거나, '불순세력' 운운하며 해괴한 이념공세를 펴거나, 아니면 마지못해 '도의적 책임'운운하며 형식적으로 사과하다면, 조직에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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