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한 신경작용제 VX란?

입력 2017.02.24 (13:55) 수정 2017.02.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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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시신서 맹독성 ‘VX’ 검출…화학무기 ‘VX’는 어떤 물질?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오늘(24일) 김정남 독살에 VX가 쓰였다고 발표함에 따라 VX가 어떤 물질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VX는 신경작용제(nerve agent)의 일종으로 신경작용제는 '흡입 또는 피부 접촉 시 주로 자율신경계통인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을 파괴함으로써 단시간 내에 사망하게 하는 급속 살상 작용제(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를 말한다.

VX는 맛과 냄새가 없는 호박(황)색 물질로 실온에서는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치사량은 피부 접촉 시 10mg에 불과하고 흡입 시 50mg·min/m3이다. VX는 1995년 일본 옴진리교 지하철테러 사건에 사용된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 독성이 강한 매우 치명적인 물질로 알려졌다.

1952년 영국에서 살충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합성된 VX는 이후 안전하게 사용되기에는 지나치게 독성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고, 영국이 1956년 화학·생물 무기를 폐기함에 따라 함께 폐기됐다. 하지만 제조법이 미국에 전해지면서 1960년대 미국에서 대량 생산되기도 했다.

1988년에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반정부 세력인 쿠르드족의 근거지에 VX로 추정되는 신경가스를 대량 살포해 수천여 명이 사망함에 따라 유엔은 1991년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VX가스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한 바 있다.


VX가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96년 개봉된 영화 '더 록'을 통해서다. 극비의 군사 작전 수행 중 전사한 장병들에 대한 정부 보상을 요구하던 미 해병대 장군 허멜이 샌프란시스코에 발사하겠다고 위협한 미사일에 장착됐던 물질이 바로 VX였다.

NHK가 먼저 한국 정부 관계자 인용해 VX 사용 가능성 보도

앞서 NHK는 지난 16일 김정남의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독극물 공격을 받은 이후 보인 반응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가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맹독의 VX가스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 공작원들이 암살 작전에 VX가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실제로 이번 암살에 VX가스가 사용됐을 경우 이는 암살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용 방법은 의문...VX 성분을 둘로 나눠 범행?

하지만 김정남을 살해한 여성 용의자들이 VX를 어떻게 김정남에게 사용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3일 두 명의 여성이 맨손으로 김정남의 얼굴을 감싸 얼굴에 독성 물질을 묻힌 뒤 범행 직후 양손을 펼친 채 화장실로 직행해 손을 씻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VX는 피부 접촉 시 치사량이 10mg에 불과해 두 여성이 어떻게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채 맨손으로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묻힐 수 있었는냐는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생화학무기 비확산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레이몬드 질린스카스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용의자들이 글러브를 끼고 있었더라도 VX에서 나오는 연기가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며 살해 용의자들이 직접적으로 VX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질린스카스는 대신 "용의자들이 VX의 성분을 치명적이지 않은 형태로 둘로 나눈 뒤 이 성분들을 동시에 김정남의 얼굴에 발라 섞는 방식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VX가 맹독성 물질이지만 상처 없는 피부에 잠시 소량 묻는 데 그친다면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피부는 독극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액체 상태의 VX를 (단시간 소량) 손바닥에 묻혔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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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4 13:55:59
    • 수정2017-02-24 17:46:09
    국제

[연관 기사] 시신서 맹독성 ‘VX’ 검출…화학무기 ‘VX’는 어떤 물질?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오늘(24일) 김정남 독살에 VX가 쓰였다고 발표함에 따라 VX가 어떤 물질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VX는 신경작용제(nerve agent)의 일종으로 신경작용제는 '흡입 또는 피부 접촉 시 주로 자율신경계통인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을 파괴함으로써 단시간 내에 사망하게 하는 급속 살상 작용제(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를 말한다.

VX는 맛과 냄새가 없는 호박(황)색 물질로 실온에서는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치사량은 피부 접촉 시 10mg에 불과하고 흡입 시 50mg·min/m3이다. VX는 1995년 일본 옴진리교 지하철테러 사건에 사용된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 독성이 강한 매우 치명적인 물질로 알려졌다.

1952년 영국에서 살충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합성된 VX는 이후 안전하게 사용되기에는 지나치게 독성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고, 영국이 1956년 화학·생물 무기를 폐기함에 따라 함께 폐기됐다. 하지만 제조법이 미국에 전해지면서 1960년대 미국에서 대량 생산되기도 했다.

1988년에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반정부 세력인 쿠르드족의 근거지에 VX로 추정되는 신경가스를 대량 살포해 수천여 명이 사망함에 따라 유엔은 1991년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VX가스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한 바 있다.


VX가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96년 개봉된 영화 '더 록'을 통해서다. 극비의 군사 작전 수행 중 전사한 장병들에 대한 정부 보상을 요구하던 미 해병대 장군 허멜이 샌프란시스코에 발사하겠다고 위협한 미사일에 장착됐던 물질이 바로 VX였다.

NHK가 먼저 한국 정부 관계자 인용해 VX 사용 가능성 보도

앞서 NHK는 지난 16일 김정남의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독극물 공격을 받은 이후 보인 반응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가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맹독의 VX가스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 공작원들이 암살 작전에 VX가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실제로 이번 암살에 VX가스가 사용됐을 경우 이는 암살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용 방법은 의문...VX 성분을 둘로 나눠 범행?

하지만 김정남을 살해한 여성 용의자들이 VX를 어떻게 김정남에게 사용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3일 두 명의 여성이 맨손으로 김정남의 얼굴을 감싸 얼굴에 독성 물질을 묻힌 뒤 범행 직후 양손을 펼친 채 화장실로 직행해 손을 씻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VX는 피부 접촉 시 치사량이 10mg에 불과해 두 여성이 어떻게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채 맨손으로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묻힐 수 있었는냐는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생화학무기 비확산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레이몬드 질린스카스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용의자들이 글러브를 끼고 있었더라도 VX에서 나오는 연기가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며 살해 용의자들이 직접적으로 VX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질린스카스는 대신 "용의자들이 VX의 성분을 치명적이지 않은 형태로 둘로 나눈 뒤 이 성분들을 동시에 김정남의 얼굴에 발라 섞는 방식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VX가 맹독성 물질이지만 상처 없는 피부에 잠시 소량 묻는 데 그친다면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피부는 독극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액체 상태의 VX를 (단시간 소량) 손바닥에 묻혔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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