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세대’…우리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

입력 2017.02.24 (16:37) 수정 2017.02.2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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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9.8%,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0만 명이 넘는 청년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실업자를 넘어 신용불량자까지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한국 사회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채 세대'를 맞이하고 있다.

'헬조선', 'N포 세대', '흙수저론'의 뒤를 이어 새로운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바로 '청. 년. 실. 신', '청년 실업자'에 '신용불량자'가 더해진 말로 요즘 청년들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한국의 청년들이 '부채 세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만 19세, 최초로 빚을 지는 나이

상당수 청년들은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학자금 대출'로 빚을 진다. 연간 평균 대학 등록금은 668만 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이미 잔뜩 빚을 진 상태가 된다.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부채'를 갚기 위해 살아가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대출금을 갚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20대 취업 준비생인 김영민 씨는 "주변에 학자금 없는 친구들을 보면 일단 출발선 자체부터 다르다"며 "저는 일단 부채가 있는 상태고, 마이너스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라고 하소연했다


고단한 청년들의 삶은 30대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우리 청년들은 등록금, 주거비, 생활비 등 대학 졸업까지 쓰는 돈은 평균 8천5백만 원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30대가 되어도 수입의 반 이상을 대출 상환금을 갚는 데 써야 한다. 인간 관계나 꿈을 포기한 채 빚에 허덕이며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0대 취업 준비생인 이지연 씨는 "이미 결혼을 포기한 상태"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목적이 돼버렸다"고 털어놨다.



잃어버린 20년,일본의 인식 변화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청년 부채 세대'가 등장했다. 일본 청년들은 평균 5천만 원의 부채를 가지고 있다. 청년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일본의 일자리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본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야마다 신고 씨는 "일본의 비정규직이 2천만 명인데 비정규직 고용은 대부분 임금도 낮고 계약 기간도 짧아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최대 광고 회사의 신입사원이 월 100시간의 과도한 초과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청년 부채 해결과 불안정한 일자리 해소를 위해 사회적 합의가 시작됐다. 청년 부채 세대를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악성 부채에 빠지는 한국 청년들

한국의 청년들은 어떻게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될까. 신용이 없는 20대 청년이 시중은행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기란 쉽지 않다. 은행권 저금리 대출 상품 이용이 어렵다 보니 대신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 상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에 양질의 일자리마저 얻기 힘들다 보니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신용불량자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인데요.
(대부 쪽만 (대출) 진행이 가능해요. 대부업체는 대부분 금리가 27.9%에요)
그 외에는 제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없는 거죠? (네)"

청년들은 고금리 대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서민 금융지원 제도는 조건이 까다로워 제대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네덜란드 대학생,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이유


네덜란드의 대학생들은 정부에서 학습지원금과 주택 보조금 등 각종 지원금을 받는다. 네덜란드 정부는 학생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교통 카드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번 수입과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 대학생 릴타 베믹 씨는 "매달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이 모든 비용을 대기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학생으로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네덜란드의 학자금 대출 금리는 0%, 상환기간은 30년으로 학생들이 학자금을 대출받더라도 부담이 없다. 네덜란드 정부는 학생을 '미래의 인력'이라고 생각해 국가 재정으로 모든 것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KBS '명견만리'는 네덜란드의 모습을 통해 한국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청년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본다.


저성장 시대에 부채 세대가 생존할 방법이 무엇일까. 24일 (금) 밤 10시 KBS 1TV '명견만리-저성장 시대, 부채 세대 생존법'에서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출연해 청년 부채 세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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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 세대’…우리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
    • 입력 2017-02-24 16:37:56
    • 수정2017-02-24 18: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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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9.8%,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0만 명이 넘는 청년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실업자를 넘어 신용불량자까지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한국 사회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채 세대'를 맞이하고 있다.

'헬조선', 'N포 세대', '흙수저론'의 뒤를 이어 새로운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바로 '청. 년. 실. 신', '청년 실업자'에 '신용불량자'가 더해진 말로 요즘 청년들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한국의 청년들이 '부채 세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만 19세, 최초로 빚을 지는 나이

상당수 청년들은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학자금 대출'로 빚을 진다. 연간 평균 대학 등록금은 668만 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이미 잔뜩 빚을 진 상태가 된다.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부채'를 갚기 위해 살아가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대출금을 갚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20대 취업 준비생인 김영민 씨는 "주변에 학자금 없는 친구들을 보면 일단 출발선 자체부터 다르다"며 "저는 일단 부채가 있는 상태고, 마이너스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라고 하소연했다


고단한 청년들의 삶은 30대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우리 청년들은 등록금, 주거비, 생활비 등 대학 졸업까지 쓰는 돈은 평균 8천5백만 원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30대가 되어도 수입의 반 이상을 대출 상환금을 갚는 데 써야 한다. 인간 관계나 꿈을 포기한 채 빚에 허덕이며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0대 취업 준비생인 이지연 씨는 "이미 결혼을 포기한 상태"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목적이 돼버렸다"고 털어놨다.



잃어버린 20년,일본의 인식 변화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청년 부채 세대'가 등장했다. 일본 청년들은 평균 5천만 원의 부채를 가지고 있다. 청년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일본의 일자리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본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야마다 신고 씨는 "일본의 비정규직이 2천만 명인데 비정규직 고용은 대부분 임금도 낮고 계약 기간도 짧아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최대 광고 회사의 신입사원이 월 100시간의 과도한 초과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청년 부채 해결과 불안정한 일자리 해소를 위해 사회적 합의가 시작됐다. 청년 부채 세대를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악성 부채에 빠지는 한국 청년들

한국의 청년들은 어떻게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될까. 신용이 없는 20대 청년이 시중은행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기란 쉽지 않다. 은행권 저금리 대출 상품 이용이 어렵다 보니 대신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 상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에 양질의 일자리마저 얻기 힘들다 보니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신용불량자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인데요.
(대부 쪽만 (대출) 진행이 가능해요. 대부업체는 대부분 금리가 27.9%에요)
그 외에는 제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없는 거죠? (네)"

청년들은 고금리 대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서민 금융지원 제도는 조건이 까다로워 제대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네덜란드 대학생,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이유


네덜란드의 대학생들은 정부에서 학습지원금과 주택 보조금 등 각종 지원금을 받는다. 네덜란드 정부는 학생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교통 카드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번 수입과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 대학생 릴타 베믹 씨는 "매달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이 모든 비용을 대기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학생으로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네덜란드의 학자금 대출 금리는 0%, 상환기간은 30년으로 학생들이 학자금을 대출받더라도 부담이 없다. 네덜란드 정부는 학생을 '미래의 인력'이라고 생각해 국가 재정으로 모든 것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KBS '명견만리'는 네덜란드의 모습을 통해 한국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청년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본다.


저성장 시대에 부채 세대가 생존할 방법이 무엇일까. 24일 (금) 밤 10시 KBS 1TV '명견만리-저성장 시대, 부채 세대 생존법'에서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출연해 청년 부채 세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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