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독가스 VX…살충제로 태어나 대량살상무기로

입력 2017.02.24 (17:36) 수정 2017.02.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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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의 시신에서 검출됐다고 밝힌 신경성 독가스인 'VX'는 현재까지 알려진 독가스 가운데 가장 유독한 신경작용제로 수 분 만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VX는 실온에서 호박색의 유성 액체로 존재하고, 특별한 맛이나 냄새가 없지만 호흡기·직접 섭취·눈·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VX가스는 지난 1952년 영국 최대 화학기업이었던 제국화학산업(ICI)의 화학자 라나지 고시가 처음 개발했다.

애초 살충제 목적으로 만들어진 VX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영국은 VX의 상업적 연구와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영국군은 VX의 제조법을 미군에 넘겼고, 미국은 1961년부터 본격적으로 VX의 대량생산에 나섰다.

VX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화학무기로 쓰였다는 주장도 있다. 1988년 당시 이라크는 50t이 넘는 VX를 생산했는데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이를 반정부 세력인 쿠르드족의 근거지에 살포해 수천명을 사망케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자 유엔은 1991년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687호를 통해 VX가스를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만이 VX를 보유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등 몇몇 국가들이 비밀리에 VX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1993년 유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100g이 넘는 VX를 생산·비축할 수 없도록 규정했고, CWC의 회원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이에 따라 비축분의 소량을 폐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국제사회의 규제와 달리 2013년 9월 공개된 프랑스 정보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도 화학무기의 일종으로 수십t의 VX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1995년 일본 옴진리교 지하철 테러 사건 때도 옴진리교를 탈퇴한 신도들과 반대파를 암살하는 데 VX가 사용됐다. VX에 노출된 이들 중 1명은 결국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다.

한편 북한은 화학무기 개발 의혹을 계속 부인해왔지만 전문가들은 CWC의 비회원국인 북한이 다량의 VX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군축관련 비정부기구(NGO)인 핵위협방지구상(NTI)은 북한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2천500∼5천t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보유 중이라며 이중엔 VX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NTI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화학무기 대부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것을 남한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은 최대 1만2천t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린과 VX와 같은 맹독성 신경작용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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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독가스 VX…살충제로 태어나 대량살상무기로
    • 입력 2017-02-24 17:36:31
    • 수정2017-02-24 18:07:11
    국제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의 시신에서 검출됐다고 밝힌 신경성 독가스인 'VX'는 현재까지 알려진 독가스 가운데 가장 유독한 신경작용제로 수 분 만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VX는 실온에서 호박색의 유성 액체로 존재하고, 특별한 맛이나 냄새가 없지만 호흡기·직접 섭취·눈·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VX가스는 지난 1952년 영국 최대 화학기업이었던 제국화학산업(ICI)의 화학자 라나지 고시가 처음 개발했다.

애초 살충제 목적으로 만들어진 VX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영국은 VX의 상업적 연구와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영국군은 VX의 제조법을 미군에 넘겼고, 미국은 1961년부터 본격적으로 VX의 대량생산에 나섰다.

VX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화학무기로 쓰였다는 주장도 있다. 1988년 당시 이라크는 50t이 넘는 VX를 생산했는데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이를 반정부 세력인 쿠르드족의 근거지에 살포해 수천명을 사망케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자 유엔은 1991년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687호를 통해 VX가스를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만이 VX를 보유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등 몇몇 국가들이 비밀리에 VX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1993년 유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100g이 넘는 VX를 생산·비축할 수 없도록 규정했고, CWC의 회원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이에 따라 비축분의 소량을 폐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국제사회의 규제와 달리 2013년 9월 공개된 프랑스 정보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도 화학무기의 일종으로 수십t의 VX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1995년 일본 옴진리교 지하철 테러 사건 때도 옴진리교를 탈퇴한 신도들과 반대파를 암살하는 데 VX가 사용됐다. VX에 노출된 이들 중 1명은 결국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다.

한편 북한은 화학무기 개발 의혹을 계속 부인해왔지만 전문가들은 CWC의 비회원국인 북한이 다량의 VX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군축관련 비정부기구(NGO)인 핵위협방지구상(NTI)은 북한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2천500∼5천t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보유 중이라며 이중엔 VX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NTI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화학무기 대부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것을 남한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은 최대 1만2천t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린과 VX와 같은 맹독성 신경작용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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