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겨울나라 모스크바는 눈과의 전쟁

입력 2017.02.25 (21:48) 수정 2017.02.2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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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러시아는 겨울이 길기도 하지만, 혹독합니다.

수도 모스크바의 경우 평균 적설량이 1.5미터로 많은 눈이 내리기 때문인데요.

덕택에 모스크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설작업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설차들의 행렬을 보는 것도 외국인들에겐 색다른 볼거리고요, 자연히 다른 나라 대도시들에 비해 눈으로 인한 교통체증도 훨씬 덜하다는데요,

하준수 특파원이 눈의 도시 모스크바의 체계적인 제설작업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눈발이 날립니다.

도로 위에, 차량 위에도 순식간에 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오렌지색 제복을 입은 사람들, 제설작업을 위해 시내 곳곳에 미리 배치된 모스크바 시 도로 사무소 직원들입니다.

<녹취> 제설작업 반장 : "보로딘스카야, 스몰렌스카 지역, 그리고 나머지 지역은 당초 스케줄대로... 자, 이제 일하러 갑시다."

작업 지시가 끝나자 각자 맡은 구역으로 신속하게 출발합니다.

차량 한 대를 따라가 봤습니다.

<녹취> 바딤(제설 차량 운전자) : "이 차는 카마즈라고 불리죠. 눈을 치우고 액체 제설제를 뿌립니다."

하루에 8시간씩, 낮과 밤을 나눠 일합니다.

간선도로에 들어선 제설차량,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합니다.

앞부분에 달린 밀대로 도로에 쌓인 눈을 옆으로 밀어냅니다.

모스크바에 눈이 내리면 흔히 볼 수 있는 제설작업 풍경입니다.

러시아의 겨울은 보통 10월에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일곱 달 이상 계속됩니다.

모스크바의 평균 적설량은 1.5미터, 올해는 2.4미터를 기록했습니다.

많은 눈이 내리는데도 극심한 교통체증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눈도 많이 내리지만 모스크바 시 당국은 제설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제설작업 만큼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제설작업의 첫 단계, 날씨 정보를 꼼꼼히 분석하는 것입니다.

큰 눈이 예보되면 경사진 언덕 등 사고가 예견되는 지역의 차량을 소개하고 미리 염화칼슘 등 제설제를 뿌립니다.

<녹취> 소콜로프(도로 사무소 부소장) : "시에서 명령이 내려오죠. 간선도로나 이면도로, 주택가 등에 눈이 아스팔트에 얼어붙지 않도록 제설제를 뿌리라고요."

눈이 5cm 정도 쌓이면 드디어 대형 제설차가 출동합니다.

밀대를 장착한 제설차들이 6차선 대로에 일렬로 나란히 눈을 밀고 가는 장면은 가히 장관입니다.

차량 앞에 달린 대형 밀대는 오른쪽으로 각도가 져 있어서 자연스레 도로변으로 눈을 밀어붙입니다.

제설작업은 24시간 계속됩니다.

<녹취> 소콜로프(도로 사무소 부소장) : "가장 좋은 시간은 이른 아침이죠. 교통량이 적으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24시간 일합니다. 눈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니까요."

주요 간선도로 안쪽 이면도로나 공원, 주택가 등에서는 덩치가 작은 제설차들이 눈을 치웁니다.

장난감처럼 보이는 이 차들이 쉴 새 없이 눈을 치우고 다닙니다.

<녹취> 유리(제설작업 차량 운전자) : "작동이 아주 편리하죠. 한사람에 의해 운영됩니다. 눈을 치우고 제설제를 뿌리는 작업이 운전석에서 쉽게 조종됩니다."

도로변에 쌓이는 눈덩이, 이때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황금손'입니다.

앞부분에 달린 기계장치가 마치 두 손으로 눈을 쓸어 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애칭입니다.

'황금손'이 수집한 눈덩이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바로 뒤따라 오는 대형 덤프트럭에 실립니다.

덤프트럭이 가득 차면 곧바로 다른 트럭이 임무를 수행합니다.

<녹취> 세르게이('황금손' 운전자) : "이 차량에는 2명이 일하는데요, 번갈아 12시간씩 일합니다. 24시간 작업하는 거죠. 내가 쉴 때는 다른 사람이 일하는 거죠."

산더미 같은 눈덩이를 실은 덤프트럭들은 지정된 장소로 이동합니다.

눈을 가득 실은 채 도 심을 질주하는 트럭들, 이런 트럭이 모이는 곳은 시 외곽에 있는 눈 처리장입니다.

수집된 눈덩이는 산업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아무 데나 버려서는 안 되고 이렇게 지정된 처리장소로 운반해야 합니다.

덤프 트럭들이 길게 늘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대형 파쇄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갑니다.

트럭들이 눈을 쏟아내면 파쇄기가 눈을 잘게 부숴 하수구로 내려보냅니다.

하수구는 0도 이상이라 자연스럽게 눈이 녹게 됩니다.

물론 녹은 것을 그대로 모스크바 강으로 흘려보내지는 않습니다.

<녹취> 바이코프(눈 처리장 부소장) : "그 이후 하수 종말처리장으로 옮겨져 화학·생물학적 정화 과정을 거칩니다. 그다음에 강물로 흘러들어 가죠."

이 같은 눈 처리장이 모스크바 주변에 56개가 있습니다.

지난해 1월 처리한 눈의 양은 2백만 톤에 달합니다.

<녹취> 소콜로프(도로 사무소 부소장) : "모스크바 국립대 본관을 짓는데 2백만 톤의 자재가 들어갔다는데, 우리가 치운 눈으로 모스크바 국립대를 지을 수 있다는 얘기죠."

24시간 펼쳐지는 눈과의 전쟁, 모스크바시는 이를 위해 18,000대의 제설 차량과 6만여 명의 인원을 동원합니다.

이렇게 체계적이고 신속한 제설작업 덕택에 폭설로 인한 교통 체증은 다른 나라 대도시보다 훨씬 적은 편입니다.

<녹취> 세르게이(번역가) :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낫네요. 시 당국이 적절하게 제설작업을 하기 때문에 교통체증이 덜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단기간에 엄청나게 뿌려대는 제설제 때문에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녹취> 아나스타샤(대학생) : "염화칼슘을 너무 뿌려대요. 우리 신발이 빨리 닳고요, 차량이 녹슬고, 산책 나갈 때 개들이 발을 다치기도 해요."

모스크바 시 당국은 올겨울 들어 지금까지 2350만 세제곱 미터의 눈을 치웠다고 밝혔습니다.

해마다 눈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겨울 도시 모스크바, 눈이 오기 무섭게 치우는 제설작업 덕택에 모스크바 사람들은 겨울이 두렵지 않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하준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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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겨울나라 모스크바는 눈과의 전쟁
    • 입력 2017-02-25 22:30:28
    • 수정2017-02-25 22: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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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러시아는 겨울이 길기도 하지만, 혹독합니다.

수도 모스크바의 경우 평균 적설량이 1.5미터로 많은 눈이 내리기 때문인데요.

덕택에 모스크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설작업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설차들의 행렬을 보는 것도 외국인들에겐 색다른 볼거리고요, 자연히 다른 나라 대도시들에 비해 눈으로 인한 교통체증도 훨씬 덜하다는데요,

하준수 특파원이 눈의 도시 모스크바의 체계적인 제설작업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눈발이 날립니다.

도로 위에, 차량 위에도 순식간에 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오렌지색 제복을 입은 사람들, 제설작업을 위해 시내 곳곳에 미리 배치된 모스크바 시 도로 사무소 직원들입니다.

<녹취> 제설작업 반장 : "보로딘스카야, 스몰렌스카 지역, 그리고 나머지 지역은 당초 스케줄대로... 자, 이제 일하러 갑시다."

작업 지시가 끝나자 각자 맡은 구역으로 신속하게 출발합니다.

차량 한 대를 따라가 봤습니다.

<녹취> 바딤(제설 차량 운전자) : "이 차는 카마즈라고 불리죠. 눈을 치우고 액체 제설제를 뿌립니다."

하루에 8시간씩, 낮과 밤을 나눠 일합니다.

간선도로에 들어선 제설차량,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합니다.

앞부분에 달린 밀대로 도로에 쌓인 눈을 옆으로 밀어냅니다.

모스크바에 눈이 내리면 흔히 볼 수 있는 제설작업 풍경입니다.

러시아의 겨울은 보통 10월에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일곱 달 이상 계속됩니다.

모스크바의 평균 적설량은 1.5미터, 올해는 2.4미터를 기록했습니다.

많은 눈이 내리는데도 극심한 교통체증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눈도 많이 내리지만 모스크바 시 당국은 제설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제설작업 만큼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제설작업의 첫 단계, 날씨 정보를 꼼꼼히 분석하는 것입니다.

큰 눈이 예보되면 경사진 언덕 등 사고가 예견되는 지역의 차량을 소개하고 미리 염화칼슘 등 제설제를 뿌립니다.

<녹취> 소콜로프(도로 사무소 부소장) : "시에서 명령이 내려오죠. 간선도로나 이면도로, 주택가 등에 눈이 아스팔트에 얼어붙지 않도록 제설제를 뿌리라고요."

눈이 5cm 정도 쌓이면 드디어 대형 제설차가 출동합니다.

밀대를 장착한 제설차들이 6차선 대로에 일렬로 나란히 눈을 밀고 가는 장면은 가히 장관입니다.

차량 앞에 달린 대형 밀대는 오른쪽으로 각도가 져 있어서 자연스레 도로변으로 눈을 밀어붙입니다.

제설작업은 24시간 계속됩니다.

<녹취> 소콜로프(도로 사무소 부소장) : "가장 좋은 시간은 이른 아침이죠. 교통량이 적으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24시간 일합니다. 눈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니까요."

주요 간선도로 안쪽 이면도로나 공원, 주택가 등에서는 덩치가 작은 제설차들이 눈을 치웁니다.

장난감처럼 보이는 이 차들이 쉴 새 없이 눈을 치우고 다닙니다.

<녹취> 유리(제설작업 차량 운전자) : "작동이 아주 편리하죠. 한사람에 의해 운영됩니다. 눈을 치우고 제설제를 뿌리는 작업이 운전석에서 쉽게 조종됩니다."

도로변에 쌓이는 눈덩이, 이때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황금손'입니다.

앞부분에 달린 기계장치가 마치 두 손으로 눈을 쓸어 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애칭입니다.

'황금손'이 수집한 눈덩이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바로 뒤따라 오는 대형 덤프트럭에 실립니다.

덤프트럭이 가득 차면 곧바로 다른 트럭이 임무를 수행합니다.

<녹취> 세르게이('황금손' 운전자) : "이 차량에는 2명이 일하는데요, 번갈아 12시간씩 일합니다. 24시간 작업하는 거죠. 내가 쉴 때는 다른 사람이 일하는 거죠."

산더미 같은 눈덩이를 실은 덤프트럭들은 지정된 장소로 이동합니다.

눈을 가득 실은 채 도 심을 질주하는 트럭들, 이런 트럭이 모이는 곳은 시 외곽에 있는 눈 처리장입니다.

수집된 눈덩이는 산업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아무 데나 버려서는 안 되고 이렇게 지정된 처리장소로 운반해야 합니다.

덤프 트럭들이 길게 늘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대형 파쇄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갑니다.

트럭들이 눈을 쏟아내면 파쇄기가 눈을 잘게 부숴 하수구로 내려보냅니다.

하수구는 0도 이상이라 자연스럽게 눈이 녹게 됩니다.

물론 녹은 것을 그대로 모스크바 강으로 흘려보내지는 않습니다.

<녹취> 바이코프(눈 처리장 부소장) : "그 이후 하수 종말처리장으로 옮겨져 화학·생물학적 정화 과정을 거칩니다. 그다음에 강물로 흘러들어 가죠."

이 같은 눈 처리장이 모스크바 주변에 56개가 있습니다.

지난해 1월 처리한 눈의 양은 2백만 톤에 달합니다.

<녹취> 소콜로프(도로 사무소 부소장) : "모스크바 국립대 본관을 짓는데 2백만 톤의 자재가 들어갔다는데, 우리가 치운 눈으로 모스크바 국립대를 지을 수 있다는 얘기죠."

24시간 펼쳐지는 눈과의 전쟁, 모스크바시는 이를 위해 18,000대의 제설 차량과 6만여 명의 인원을 동원합니다.

이렇게 체계적이고 신속한 제설작업 덕택에 폭설로 인한 교통 체증은 다른 나라 대도시보다 훨씬 적은 편입니다.

<녹취> 세르게이(번역가) :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낫네요. 시 당국이 적절하게 제설작업을 하기 때문에 교통체증이 덜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단기간에 엄청나게 뿌려대는 제설제 때문에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녹취> 아나스타샤(대학생) : "염화칼슘을 너무 뿌려대요. 우리 신발이 빨리 닳고요, 차량이 녹슬고, 산책 나갈 때 개들이 발을 다치기도 해요."

모스크바 시 당국은 올겨울 들어 지금까지 2350만 세제곱 미터의 눈을 치웠다고 밝혔습니다.

해마다 눈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겨울 도시 모스크바, 눈이 오기 무섭게 치우는 제설작업 덕택에 모스크바 사람들은 겨울이 두렵지 않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하준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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