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라진 두 살배기 아이…범인은 아버지

입력 2017.02.27 (08:32) 수정 2017.02.2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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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2014년 두 살 밖에 안된 어린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멀쩡하던 아이가 사라진 것도 이상했지만 더욱 이상한 건 아이 부모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실종 신고도 하지 않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이사까지 가버린 건데요.

약 2년이 지나서야 사건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아이를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겁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 부부는 숨진 아이의 동생을 출생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새로 태어난 동생을 숨진 아이로 바꿔치기하려고 한 겁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경찰로 한 통의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첩보를 입수했어요. 첩보 입수. 친부가 두 살짜리 아기를 칭얼댄다고 때려서 숨지게 해서 시신을 유기했다."

친아빠가 아이를 숨지게 했다는 믿기 힘든 얘기.

경찰은 즉시 아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사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지난 2013년에 태어난 아이가 이듬해 겨울 이사 한 이후부터 가족과 함께 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당시 아이 나이는 두 살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2013년 4월생이니까 2014년 11월이면, 19개월 (두 살) 맞잖아요."

경찰은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 아이의 행방을 추궁했습니다. 그런데,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 아빠는) 입양했다고 했죠. 이제 처음에는 (범행한) 그런 일이 없다고 하다가…."

아이의 아버지인 26살 A 씨는 아이를 입양 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인 21살 B 씨의 말은 달랐습니다.

남편이 아이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양보열(전남 광양경찰서 강력계장) : "(아이가 사망한 시점은 정확히 언제쯤인가요?) 저희들이 수사한 바로는 2014년 11월 27일로 (추정됩니다.)"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즉시 남편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아이가 죽은 건 맞지만 아내가 한 짓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인터뷰> 양보열(전남 광양경찰서 강력계장) : "일단 피의자는 아내가 훈육을 하다가 (아이가) 넘어져서 다쳤다, 숨졌다는 것이고, 아내는 피의자의 폭행으로 인해서 (아이가) 숨졌다고 그렇게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아이의 시신을 찾기 위해 A씨가 시신 유기 장소로 지목한 여수시 한 바닷가 인근 야산을 수색했는데요.

<인터뷰> 남종권(전남 광양경찰서 수사과장) : "(피의자) 본인이 한번 나와서 찍어준 자리가 아까 맨 처음에 기준 잡아서 출발한 자리 있잖아요. 거기거든요. 그 위에다 올려놨다는 거예요. 유일한 진술이 그것이거든요. 가방에 담아서 올려놓고 낙엽으로 덮었다."

이미 사건이 발생한지 시간이 오래 지난 터라 수색은 쉽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10센티미터 정도의 뼛조각 3개만 우선 수거해 국과수에 정밀 분석을 요청한 상탭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뼛조각은) 따로따로 야산 입구에서 수거를 했어요. 3개인가. (그 뼛조각이 그럼 사람의 것으로 추정은 되나요?) 동물의 것으로 추정은 한다는데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 국과수에 보냈습니다."

지난 주말 진행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아내에게 범행 책임을 떠넘기던 A씨의 말이 “거짓”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녹취> (아들 살해한 것 맞습니까? 시신 버린 것 맞아요?) …."

당시 A씨 가족에 대해 주위 사람들은 뭔가 아는 것이 있을까...

지난 2014년도 까지 A씨 가족이 세 들어 살던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A(음성변조) : "(혹시 어머니 여기 (2014년도에) 옆에 살던 (가족) 보신 적 있으세요?) 아이 모르죠. 가까워도 뭐 전혀 만날 수도 없고. (아기도 본적 없고요?) 네. 본 적 없어요."

20대 초반의 A씨 가족이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온 건 2013년 초가을쯤.

넉넉지 않아 보이는 살림에도 어린 부부는 다섯 살, 한 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B(음성변조) : "한 스무 살 이나 됐나, 저런 (젊은) 아이들이 무슨 살림을 할까, 무슨 아기를 키울까 그런 생각을 했어. 처음에 이부자리 이런 것 하나 갖고 왔어. 아이고 그러니까 짠하지. 그렇게 좀 돌봐주고 싶고 그랬어요."

사는 게 바쁘다보니 A씨 가족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잘 알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다만 셋째가 태어난 뒤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집을 떠나버렸다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B(음성변조) : "(셋째) 낳아서 얼마 안 돼서 몰라 2개월인가 돼서 가버린 것 같아. 자기들도 어렵고 (하니까) 몰래 간다는 말도 없이 가버렸어."

그런데 그 가족이 집을 비울 때쯤, A씨 집에서는 평소엔 잘 들리지 않았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B(음성변조) : "큰 아이 하나 마지막에 우는소리가 났어. 매 (맞고) 많이 우는소리였어. 악을 쓰고 우는소리였어. 아이고 나는 놀랐지. 아기들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저렇게까지 그랬을까. 진짜 안타깝네."

이후 A씨 가족은 전입신고도 하지 않은 채 두어 차례 더 집을 옮겨 다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A씨의 범행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아이의 엄마는 왜, 이런 사실을 숨겨온 걸까.

<인터뷰> 양보열(전남 광양경찰서 강력계장) : "(아이 엄마는) 신고하면 교도소에 가고 그래서 무서워서 신고를 못하게 됐다고 합니다."

사라진 아이는 둘째 아이로 부부에겐 모두 네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이상한 건, 숨진 아이와 성별이 같은 넷째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고 영아원에 맡겼습니다.

부부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넷째 아이를 나중에 데려와 숨진 둘째 아들로 둔갑시키려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지난달부터 지인의 19개월 된 아이를 임시로 맡아 기르던 이유에 대해서도 추궁 중입니다.

지인의 아이에게서도 학대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얼굴에 멍이 많이 들어있었어요. 파란 멍이. (A 씨는) 귀여워서 꼬집었다. 장난으로."

다른 자녀들에 대한 학대도 의심되는 상황.

경찰은 아동보호기관과 연계해 아이들을 보호하고 심리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녹취>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들의 연령이 또 어리다 보면 우선 안정이 먼저고요. 다른 학대 여부는 확인 중입니다."

경찰은 아이 엄마 B씨를 방조혐의로 입건하고, 구속된 A씨를 상대로 정확한 시신 유기장소 등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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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사라진 두 살배기 아이…범인은 아버지
    • 입력 2017-02-27 08:34:48
    • 수정2017-02-27 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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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2014년 두 살 밖에 안된 어린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멀쩡하던 아이가 사라진 것도 이상했지만 더욱 이상한 건 아이 부모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실종 신고도 하지 않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이사까지 가버린 건데요.

약 2년이 지나서야 사건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아이를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겁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 부부는 숨진 아이의 동생을 출생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새로 태어난 동생을 숨진 아이로 바꿔치기하려고 한 겁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경찰로 한 통의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첩보를 입수했어요. 첩보 입수. 친부가 두 살짜리 아기를 칭얼댄다고 때려서 숨지게 해서 시신을 유기했다."

친아빠가 아이를 숨지게 했다는 믿기 힘든 얘기.

경찰은 즉시 아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사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지난 2013년에 태어난 아이가 이듬해 겨울 이사 한 이후부터 가족과 함께 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당시 아이 나이는 두 살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2013년 4월생이니까 2014년 11월이면, 19개월 (두 살) 맞잖아요."

경찰은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 아이의 행방을 추궁했습니다. 그런데,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 아빠는) 입양했다고 했죠. 이제 처음에는 (범행한) 그런 일이 없다고 하다가…."

아이의 아버지인 26살 A 씨는 아이를 입양 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인 21살 B 씨의 말은 달랐습니다.

남편이 아이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양보열(전남 광양경찰서 강력계장) : "(아이가 사망한 시점은 정확히 언제쯤인가요?) 저희들이 수사한 바로는 2014년 11월 27일로 (추정됩니다.)"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즉시 남편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아이가 죽은 건 맞지만 아내가 한 짓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인터뷰> 양보열(전남 광양경찰서 강력계장) : "일단 피의자는 아내가 훈육을 하다가 (아이가) 넘어져서 다쳤다, 숨졌다는 것이고, 아내는 피의자의 폭행으로 인해서 (아이가) 숨졌다고 그렇게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아이의 시신을 찾기 위해 A씨가 시신 유기 장소로 지목한 여수시 한 바닷가 인근 야산을 수색했는데요.

<인터뷰> 남종권(전남 광양경찰서 수사과장) : "(피의자) 본인이 한번 나와서 찍어준 자리가 아까 맨 처음에 기준 잡아서 출발한 자리 있잖아요. 거기거든요. 그 위에다 올려놨다는 거예요. 유일한 진술이 그것이거든요. 가방에 담아서 올려놓고 낙엽으로 덮었다."

이미 사건이 발생한지 시간이 오래 지난 터라 수색은 쉽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10센티미터 정도의 뼛조각 3개만 우선 수거해 국과수에 정밀 분석을 요청한 상탭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뼛조각은) 따로따로 야산 입구에서 수거를 했어요. 3개인가. (그 뼛조각이 그럼 사람의 것으로 추정은 되나요?) 동물의 것으로 추정은 한다는데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 국과수에 보냈습니다."

지난 주말 진행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아내에게 범행 책임을 떠넘기던 A씨의 말이 “거짓”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녹취> (아들 살해한 것 맞습니까? 시신 버린 것 맞아요?) …."

당시 A씨 가족에 대해 주위 사람들은 뭔가 아는 것이 있을까...

지난 2014년도 까지 A씨 가족이 세 들어 살던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A(음성변조) : "(혹시 어머니 여기 (2014년도에) 옆에 살던 (가족) 보신 적 있으세요?) 아이 모르죠. 가까워도 뭐 전혀 만날 수도 없고. (아기도 본적 없고요?) 네. 본 적 없어요."

20대 초반의 A씨 가족이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온 건 2013년 초가을쯤.

넉넉지 않아 보이는 살림에도 어린 부부는 다섯 살, 한 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B(음성변조) : "한 스무 살 이나 됐나, 저런 (젊은) 아이들이 무슨 살림을 할까, 무슨 아기를 키울까 그런 생각을 했어. 처음에 이부자리 이런 것 하나 갖고 왔어. 아이고 그러니까 짠하지. 그렇게 좀 돌봐주고 싶고 그랬어요."

사는 게 바쁘다보니 A씨 가족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잘 알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다만 셋째가 태어난 뒤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집을 떠나버렸다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B(음성변조) : "(셋째) 낳아서 얼마 안 돼서 몰라 2개월인가 돼서 가버린 것 같아. 자기들도 어렵고 (하니까) 몰래 간다는 말도 없이 가버렸어."

그런데 그 가족이 집을 비울 때쯤, A씨 집에서는 평소엔 잘 들리지 않았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B(음성변조) : "큰 아이 하나 마지막에 우는소리가 났어. 매 (맞고) 많이 우는소리였어. 악을 쓰고 우는소리였어. 아이고 나는 놀랐지. 아기들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저렇게까지 그랬을까. 진짜 안타깝네."

이후 A씨 가족은 전입신고도 하지 않은 채 두어 차례 더 집을 옮겨 다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A씨의 범행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아이의 엄마는 왜, 이런 사실을 숨겨온 걸까.

<인터뷰> 양보열(전남 광양경찰서 강력계장) : "(아이 엄마는) 신고하면 교도소에 가고 그래서 무서워서 신고를 못하게 됐다고 합니다."

사라진 아이는 둘째 아이로 부부에겐 모두 네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이상한 건, 숨진 아이와 성별이 같은 넷째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고 영아원에 맡겼습니다.

부부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넷째 아이를 나중에 데려와 숨진 둘째 아들로 둔갑시키려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지난달부터 지인의 19개월 된 아이를 임시로 맡아 기르던 이유에 대해서도 추궁 중입니다.

지인의 아이에게서도 학대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얼굴에 멍이 많이 들어있었어요. 파란 멍이. (A 씨는) 귀여워서 꼬집었다. 장난으로."

다른 자녀들에 대한 학대도 의심되는 상황.

경찰은 아동보호기관과 연계해 아이들을 보호하고 심리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녹취>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들의 연령이 또 어리다 보면 우선 안정이 먼저고요. 다른 학대 여부는 확인 중입니다."

경찰은 아이 엄마 B씨를 방조혐의로 입건하고, 구속된 A씨를 상대로 정확한 시신 유기장소 등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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