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스타 ‘미우라’ 50세에도 현역!

입력 2017.02.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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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군림했던 미우라 가즈요시(요코하마 FC)는 1967년 2월 26일생으로 90년대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홍명보 중국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보다 두 살 위고,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보다는 세 살이 많다. 일본팬들로부터 '카즈(KAZU)'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우라는 올해로 딱 만 50세가 됐다.

지난 1월 11일, 일본 2부리그인 J2리그 요코하마 FC는 미우라와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요코하마가 2부리그로 강등됐긴 했지만, 미우라는 다시 한 번 최고령 선수 신기록을 경신했고 '50대 축구선수'로 기록되는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J2리그 요코하마 FC와 재계약한 만 50세 미우라 가즈요시J2리그 요코하마 FC와 재계약한 만 50세 미우라 가즈요시

한국에 내준 94년 월드컵 본선 티켓

1990년부터 2000년까지 국가대표 공격수로 활약한 미우라는 A매치 89경기에서 55골을 넣으며 일본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다. 영원한 맞수, 한일 축구 대결에서도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까다로웠던 상대는 역시 미우라였다. 워낙 발재간이 뛰어난 데다 탁월한 골 결정력까지 갖춘 미우라는 경계 대상 1호였다.

축구 한일전, 최영일과 미우라/출처:대한축구협회축구 한일전, 최영일과 미우라/출처:대한축구협회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1994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에서 한국은 미우라 때문에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미우라의 결승 골로 우리나라는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일본에 0 대 1로 져 본선 자력 진출의 길이 막혔다. 본선진출국이 24개 팀이었던 94년 미국월드컵으로 가는 길은 역대 가장 치열한 아시아 예선이었다.

승부조작을 막기 위해 카타르 도하에서 일제히 같은 시간에 열린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북한전에서 반드시 이기고 일본이 이라크와 비기거나 져야만 본선행이 가능했다. 기적은 경기 종료 불과 10초를 남기고 일어났다. 이라크를 이기고 있던 일본이 종료 10초 전 동점 골을 내줘 다 잡았던 본선티켓을 한국에 내줬다. 우리에겐 일명 '도하의 기적' 된 이 경기가 끝난 직후 미우라는 '축구의 신이 있다면 따지고 싶다'는 발언을 남겼다.

한국축구 '도하의 기적' 1993년 당시 기사한국축구 '도하의 기적' 1993년 당시 기사

자신의 50번째 생일에 새롭게 쓴 일본 축구 역사

국가대표로는 월드컵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미우라는 서정원,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 등 그 시절 한국 축구의 별들이 차례로 그라운드를 떠난 뒤에도 감독이 아닌 선수로 남아 있다. 그리고 자신의 50세 생일인 지난 26일 홈에서 열린 2017 일본 프로축구 2부리그 개막전에 선발 출전했다. 그것도 잠깐 뛰는 척만 한 것이 아닌 후반 20분까지 65분 동안이나 뛰는 체력을 과시했다. 생일 자축 골은 터뜨리지 못했다.

50세 생일에 경기에 선발 출전한 미우라50세 생일에 경기에 선발 출전한 미우라

미우라는 지난 시즌에도 J2리그 20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했다. 작년 8월 7일 세레소 오사카전에선 본인이 가진 J리그 최고령 득점 기록을 49세 5개월 12일로 늘리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도 최고령 선수는 일본인이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타자인 스즈키 이치로는 올해 만 44세지만 은퇴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아마추어 선수들 가운데도 코치가 될 나이인 30대 중 후반의 고령 선수들이 즐비하다.

만 44세 메이저리그 최고령 현역 스즈키 이치로만 44세 메이저리그 최고령 현역 스즈키 이치로

일본 선수들의 장수 비결은 그만큼 자기 관리가 엄격하다는 의미다. 꾸준한 훈련량과 직업에 대한 장인정신 그리고 그들을 존중하는 일본의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의 노장 선수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다 쓸쓸히 퇴장하고 만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 하고 나이 들어 성적이 떨어지면 팀에 민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 삼성 이승엽도 만 41세인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탄탄한 생활체육 기반...대조적인 한일 체육

일본 선수들의 장수 사례는 생활체육의 기반이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탄탄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지역마다 수많은 스포츠클럽을 통해 어릴 때부터 체육의 기본기를 다져온 일본인들에게 운동은 생활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도 학생 건강검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고3 남학생의 지난해 평균 키는 173.5cm로 10년 전보다 0.5㎝ 작아졌고, 고3 여학생 역시 160.9cm로 10년 전보다 0.2cm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체중은 늘어났다. 또, 일주일에 사흘 이상 숨차거나 땀나게 운동하는 고등학생 비율은 24.4%로 낮아졌다.

생활체육은커녕 너무 어릴 때부터 공부와 경쟁에만 매달려 기본적인 학교 체육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데다, 운동선수들마저 집중적인 엘리트 체육에 지쳐 대다수가 조기 은퇴할 시기만을 엿보는 한국의 현실은 언제쯤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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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축구스타 ‘미우라’ 50세에도 현역!
    • 입력 2017-02-27 15:51:38
    취재K
일본 축구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군림했던 미우라 가즈요시(요코하마 FC)는 1967년 2월 26일생으로 90년대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홍명보 중국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보다 두 살 위고,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보다는 세 살이 많다. 일본팬들로부터 '카즈(KAZU)'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우라는 올해로 딱 만 50세가 됐다.

지난 1월 11일, 일본 2부리그인 J2리그 요코하마 FC는 미우라와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요코하마가 2부리그로 강등됐긴 했지만, 미우라는 다시 한 번 최고령 선수 신기록을 경신했고 '50대 축구선수'로 기록되는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J2리그 요코하마 FC와 재계약한 만 50세 미우라 가즈요시
한국에 내준 94년 월드컵 본선 티켓

1990년부터 2000년까지 국가대표 공격수로 활약한 미우라는 A매치 89경기에서 55골을 넣으며 일본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다. 영원한 맞수, 한일 축구 대결에서도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까다로웠던 상대는 역시 미우라였다. 워낙 발재간이 뛰어난 데다 탁월한 골 결정력까지 갖춘 미우라는 경계 대상 1호였다.

축구 한일전, 최영일과 미우라/출처:대한축구협회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1994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에서 한국은 미우라 때문에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미우라의 결승 골로 우리나라는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일본에 0 대 1로 져 본선 자력 진출의 길이 막혔다. 본선진출국이 24개 팀이었던 94년 미국월드컵으로 가는 길은 역대 가장 치열한 아시아 예선이었다.

승부조작을 막기 위해 카타르 도하에서 일제히 같은 시간에 열린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북한전에서 반드시 이기고 일본이 이라크와 비기거나 져야만 본선행이 가능했다. 기적은 경기 종료 불과 10초를 남기고 일어났다. 이라크를 이기고 있던 일본이 종료 10초 전 동점 골을 내줘 다 잡았던 본선티켓을 한국에 내줬다. 우리에겐 일명 '도하의 기적' 된 이 경기가 끝난 직후 미우라는 '축구의 신이 있다면 따지고 싶다'는 발언을 남겼다.

한국축구 '도하의 기적' 1993년 당시 기사
자신의 50번째 생일에 새롭게 쓴 일본 축구 역사

국가대표로는 월드컵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미우라는 서정원,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 등 그 시절 한국 축구의 별들이 차례로 그라운드를 떠난 뒤에도 감독이 아닌 선수로 남아 있다. 그리고 자신의 50세 생일인 지난 26일 홈에서 열린 2017 일본 프로축구 2부리그 개막전에 선발 출전했다. 그것도 잠깐 뛰는 척만 한 것이 아닌 후반 20분까지 65분 동안이나 뛰는 체력을 과시했다. 생일 자축 골은 터뜨리지 못했다.

50세 생일에 경기에 선발 출전한 미우라
미우라는 지난 시즌에도 J2리그 20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했다. 작년 8월 7일 세레소 오사카전에선 본인이 가진 J리그 최고령 득점 기록을 49세 5개월 12일로 늘리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도 최고령 선수는 일본인이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타자인 스즈키 이치로는 올해 만 44세지만 은퇴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아마추어 선수들 가운데도 코치가 될 나이인 30대 중 후반의 고령 선수들이 즐비하다.

만 44세 메이저리그 최고령 현역 스즈키 이치로
일본 선수들의 장수 비결은 그만큼 자기 관리가 엄격하다는 의미다. 꾸준한 훈련량과 직업에 대한 장인정신 그리고 그들을 존중하는 일본의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의 노장 선수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다 쓸쓸히 퇴장하고 만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 하고 나이 들어 성적이 떨어지면 팀에 민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 삼성 이승엽도 만 41세인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탄탄한 생활체육 기반...대조적인 한일 체육

일본 선수들의 장수 사례는 생활체육의 기반이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탄탄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지역마다 수많은 스포츠클럽을 통해 어릴 때부터 체육의 기본기를 다져온 일본인들에게 운동은 생활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도 학생 건강검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고3 남학생의 지난해 평균 키는 173.5cm로 10년 전보다 0.5㎝ 작아졌고, 고3 여학생 역시 160.9cm로 10년 전보다 0.2cm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체중은 늘어났다. 또, 일주일에 사흘 이상 숨차거나 땀나게 운동하는 고등학생 비율은 24.4%로 낮아졌다.

생활체육은커녕 너무 어릴 때부터 공부와 경쟁에만 매달려 기본적인 학교 체육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데다, 운동선수들마저 집중적인 엘리트 체육에 지쳐 대다수가 조기 은퇴할 시기만을 엿보는 한국의 현실은 언제쯤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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