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심리 분석해 보니…

입력 2017.02.27 (17:38) 수정 2017.02.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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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gettyimagesbank사진 : gettyimagesbank

"제 고민은 오지랖 넒은 성격입니다. 선후배를 챙기는 살뜰한 사람이 되고 싶어 사소한 것에도 신경쓰는데, 제 마음과 달리 동료들은 쓸데없이 참견하고 간섭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제하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동료들과 서먹하고 소원해지는 것 같고 불편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동료라면 좋은 일은 같이 기뻐하고 슬픈 일은 같이 걱정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사회생활을 몇 년이라도 더 했으니 이것저것 더 챙겨주고 싶은 건데 왜 제 마음을 몰라줄까요?"

오지랖이 넓어 고민이라는 한 의뢰인의 사연이다. 주변에 최소 한 명쯤 있을 법한 이런 사람들의 조언은 때로 불편하고 귀찮기도 하다.

그렇다면 '오지랖 넓은' 이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지난 24일 KBS해피FM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에 출연한 서울아산병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오지랖 넓은 사람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고 사연자 고민에 조언했다.

'가족 같은 회사?'.."위험!"

대다수가 오지랖 넓은 사람을 불편해하지만 이런 성격에도 긍정적인 면은 있다. 대개 정도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이들은 조직과 가정에 활력을 줄 수 있다. 또한 남들은 쉽게 지나칠 법한 것도 꼼꼼하게 챙기고 미리 조언해 실수를 예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독이 되는 법이다. 김 교수는 "'모든 사람과 친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인간관계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즉, 작용-반작용의 법칙처럼 인간관계에서도 한 쪽이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면 오히려 상대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저는 '가족 같은 회사'나 '동료는 가족처럼 친해야 한다'는 식의 말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구호에는 친밀감을 근거로 상대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내가 너를 챙겼으니 내 말을 따라야 해'라는 식이다.

오지랖은 '통제 욕구'와 '자기애' 발로

그렇다면 이들의 '오지랖'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김 교수에 따르면 이들의 심리 상태에는 '통제의 욕구'와 '자기애'가 있다.

'통제의 욕구'는 스스로는 애정이나 관심이라고 믿지만, 무의식적으로 타인에 대한 지배 욕구나 통제 욕구에 휘둘리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통제 욕구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은 무의식 속 통제 욕구를 실현할 권한도 강하고 그 욕구를 정당화할 명분도 많다는 것이다.

사진 : gettyimagesbank사진 : gettyimagesbank

그런가 하면 자기애가 강할 때 남에게 간섭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직장 생활 오래해서 너보다 잘 알아" "내가 촉이 좋잖아. 척보면 알아" "아빠는 네 나이에 스스로 알아서 공부도 하고 부모도 도왔는데 넌 왜 그러니" 등이 해당한다.

이어 김 교수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자신의 자질은 과대평가하고 타인은 나의 도움이 있어야만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착각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즉, 자신은 타인보다 옳은 판단을 하므로 나를 존경하고 내 말에 따라야 한다는 자기애적 성향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청개구리 심보'는 고유한 본성

이들의 간섭을 불편해 하고 거리를 두는 데에도 타당한 이유가 있다. 이런 심리는 타인의 말과는 반대로 행동하려는 '청개구리 심보'에 빗대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심리적 역반응'(Psychological Reactance Theory)이라고 하는 이 용어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개인적 자유가 침해된다고 느끼면, 그게 아무리 좋은 조언이나 충고라 하더라도 그 반대로 행동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런 심리는 그 사람에게 나쁜 마음이 있다기보다는 사람이 가진 고유한 본성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내가 선의로 한 행동이라도 상대방이 '내 자유를 침해한다'고 느끼게 되면, 아무리 좋은 조언도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중한 조언이 관계 지속시켜

사진 : gettyimagesbank사진 : gettyimagesbank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은 무엇일까. 일단 내가 선의로 한 조언이라도 상대방은 기분 나쁘게 받아 들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 가까운 사이일수록 지켜야 할 선이 있음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오지랖 넓은' 이들에게 김 교수는 두 가지를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이 결정한 일을 스스로 해냈을 때다. 이 때문에 지나친 참견과 오지랖은 타인의 행복을 근원적으로 빼앗아가는 행동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강요나 조언에 의해 자신의 일을 해냈다고 생각하면 자기 결정권이 침해되고, 궁극적으로 스스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함부로 조언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일방적으로 전달하면 효과는커녕 오히려 상대가 강압적이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조언하려면 먼저 상대에게 허락을 구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김 교수는 주문했다.

일단 상대방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내가 조언을 해도 되겠느냐" "내 의견을 말해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구하면, 상대는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조언자의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선택지를 주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하나의 답을 강요하기보다 "여러 가지 대안이 있는데, 네가 고민해서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방법은 상대방에게 스스로 결정한다는 믿음을 줘 자기 통제감을 갖게 하고, '스스로 결정했으니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해 인간관계와 조직에 모두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24일 방송된 KBS해피FM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에서는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출연해 동료들에게 신경쓰는 마음과 '오지랖'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은 '다시듣기'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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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랖’ 심리 분석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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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2-27 17: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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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gettyimagesbank "제 고민은 오지랖 넒은 성격입니다. 선후배를 챙기는 살뜰한 사람이 되고 싶어 사소한 것에도 신경쓰는데, 제 마음과 달리 동료들은 쓸데없이 참견하고 간섭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제하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동료들과 서먹하고 소원해지는 것 같고 불편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동료라면 좋은 일은 같이 기뻐하고 슬픈 일은 같이 걱정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사회생활을 몇 년이라도 더 했으니 이것저것 더 챙겨주고 싶은 건데 왜 제 마음을 몰라줄까요?" 오지랖이 넓어 고민이라는 한 의뢰인의 사연이다. 주변에 최소 한 명쯤 있을 법한 이런 사람들의 조언은 때로 불편하고 귀찮기도 하다. 그렇다면 '오지랖 넓은' 이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지난 24일 KBS해피FM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에 출연한 서울아산병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오지랖 넓은 사람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고 사연자 고민에 조언했다. '가족 같은 회사?'.."위험!" 대다수가 오지랖 넓은 사람을 불편해하지만 이런 성격에도 긍정적인 면은 있다. 대개 정도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이들은 조직과 가정에 활력을 줄 수 있다. 또한 남들은 쉽게 지나칠 법한 것도 꼼꼼하게 챙기고 미리 조언해 실수를 예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독이 되는 법이다. 김 교수는 "'모든 사람과 친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인간관계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즉, 작용-반작용의 법칙처럼 인간관계에서도 한 쪽이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면 오히려 상대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저는 '가족 같은 회사'나 '동료는 가족처럼 친해야 한다'는 식의 말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구호에는 친밀감을 근거로 상대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내가 너를 챙겼으니 내 말을 따라야 해'라는 식이다. 오지랖은 '통제 욕구'와 '자기애' 발로 그렇다면 이들의 '오지랖'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김 교수에 따르면 이들의 심리 상태에는 '통제의 욕구'와 '자기애'가 있다. '통제의 욕구'는 스스로는 애정이나 관심이라고 믿지만, 무의식적으로 타인에 대한 지배 욕구나 통제 욕구에 휘둘리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통제 욕구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은 무의식 속 통제 욕구를 실현할 권한도 강하고 그 욕구를 정당화할 명분도 많다는 것이다.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런가 하면 자기애가 강할 때 남에게 간섭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직장 생활 오래해서 너보다 잘 알아" "내가 촉이 좋잖아. 척보면 알아" "아빠는 네 나이에 스스로 알아서 공부도 하고 부모도 도왔는데 넌 왜 그러니" 등이 해당한다. 이어 김 교수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자신의 자질은 과대평가하고 타인은 나의 도움이 있어야만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착각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즉, 자신은 타인보다 옳은 판단을 하므로 나를 존경하고 내 말에 따라야 한다는 자기애적 성향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청개구리 심보'는 고유한 본성 이들의 간섭을 불편해 하고 거리를 두는 데에도 타당한 이유가 있다. 이런 심리는 타인의 말과는 반대로 행동하려는 '청개구리 심보'에 빗대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심리적 역반응'(Psychological Reactance Theory)이라고 하는 이 용어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개인적 자유가 침해된다고 느끼면, 그게 아무리 좋은 조언이나 충고라 하더라도 그 반대로 행동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런 심리는 그 사람에게 나쁜 마음이 있다기보다는 사람이 가진 고유한 본성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내가 선의로 한 행동이라도 상대방이 '내 자유를 침해한다'고 느끼게 되면, 아무리 좋은 조언도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중한 조언이 관계 지속시켜 사진 : gettyimagesbank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은 무엇일까. 일단 내가 선의로 한 조언이라도 상대방은 기분 나쁘게 받아 들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 가까운 사이일수록 지켜야 할 선이 있음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오지랖 넓은' 이들에게 김 교수는 두 가지를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이 결정한 일을 스스로 해냈을 때다. 이 때문에 지나친 참견과 오지랖은 타인의 행복을 근원적으로 빼앗아가는 행동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강요나 조언에 의해 자신의 일을 해냈다고 생각하면 자기 결정권이 침해되고, 궁극적으로 스스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함부로 조언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일방적으로 전달하면 효과는커녕 오히려 상대가 강압적이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조언하려면 먼저 상대에게 허락을 구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김 교수는 주문했다. 일단 상대방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내가 조언을 해도 되겠느냐" "내 의견을 말해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구하면, 상대는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조언자의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선택지를 주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하나의 답을 강요하기보다 "여러 가지 대안이 있는데, 네가 고민해서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방법은 상대방에게 스스로 결정한다는 믿음을 줘 자기 통제감을 갖게 하고, '스스로 결정했으니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해 인간관계와 조직에 모두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24일 방송된 KBS해피FM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에서는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출연해 동료들에게 신경쓰는 마음과 '오지랖'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은 '다시듣기'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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