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가보자’는 언론과의 전쟁

입력 2017.02.2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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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출입기자 등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백악관 출입기자 등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언론의 자유를 해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트럼프는 오히려 미국의 언론 자유를 만개시키고 있다. 미국에서 언론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로 구성돼 있는 데 이는 언론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개인도 모두 누릴 수 있는 권리다.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미국 수정 헌법 1조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를 트럼프는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언론의 상호 비판은 자연스런 일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공격이 그래서 미국에서는 언론 탄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에게도 주어진 개인 권리의 자연스러운 향유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언론의 트럼프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다. 어떤 비판도 불가능할 것이 없다. 권력기관의 힘이 작용하지도 않는다. 서로 공격할 뿐이다. 대통령과 언론의 상호 비판과 갈등 표출은 언론 자유를 최우선시하는 미국에서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미국의 다른 대다수 대통령들은 언론의 비판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였고 오히려 근거없는 악의적 비판도 수용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대응이 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국정 경험이 없는 사업가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 헌법 1조의 참 의미를 모를 리는 결코 없다.

언론 자유의 핵심은 언론 기관이 나서서 공인의 행적과 정책 등을 비판. 감시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대다수 역대 대통령들은 그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기관의 자유 보다는 자신의 언론 자유를 앞장세우는 행보를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하는 것은 숨은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과의 설전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백악관

요즘 백악관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매일 매일 설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언론 자유를 선제적으로 누린다. 뉴욕 타임스와 CNN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전통 매체들을 거침 없이 '가짜 뉴스'(fake news)로 공격한다. 특히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는 가짜 뉴스라는 낙인 하나로 끝이다.

더이상의 백악관측 해명도 없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참석해 왔고 자신도 유명인사 자격으로 초청됐던 '백악관 기자단 초청 만찬 행사'(White House Correspondent Diner)에도 불참을 선언했다. 언론과는 무시와 대결이 능사라는 자세다.

2015년 참석했던 백악관 기자단 초청 만찬에 올해는 불참하겠다고 밝혔다2015년 참석했던 백악관 기자단 초청 만찬에 올해는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무모한 대처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무서운 대응 전략이다. 일종의 '완전 무시'는 세세한 비판과 지적이 설 자리를 없애 버리는 효과가 있다. 이제 뉴욕 타임스가 아무리 지적해봐야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가짜 뉴스'의 공격에 불과하다. 정책이나 행동 수정의 준거로 간주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자신이 언론 자유를 만끽함으로써, 즉 언론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를 통해, 언론의 비판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얻으려 하고 있다.

언론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비판 무력화

트럼프를 잘 관찰해보면 과시욕이 넘치는 인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의 튀는 사회자 역할을 했던 과거의 행동거지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유명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의 수상식 비판 발언에 '과대포장된 배우 중 하나'라는 즉각 대응을 내놓는 등 이른바 유명인들의 비판에 민감하다. 이런 그의 과시욕은 대중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파되는 언론에 대한 날선 공격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충족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은 지난 대선에서 명실상부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거인단에서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지만 전체 득표수(Popular Votes)에서는 3백만 표 이상 뒤졌다. 대통령은 됐지만 국민 다수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기업가로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끝내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하는 승부욕 강한 트럼프에게는 수용하기 힘든 게 분명하다. 그래서 그는 기회 있을 때 마다 부정 선거 때문에 졌다고 강변한다. 부정확한 언론 보도와 부정선거에 눈감은 부정직한 언론 때문에 완전한 승리를 놓쳤다는 공격으로 못다 채운 자신의 승부욕을 달래는 것이다.

워싱턴 트럼프 호텔에서 취재기자 등과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워싱턴 트럼프 호텔에서 취재기자 등과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트와 미국 언론의 대립상은 현재로서는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겉으로 전해지는 소식들만 봐서는 양측 모두 한치도 물러섬이 없다. 이런 상황이 당장 유화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다른 움직임도 감지된다. 주요 인사들의 물밑 대화보다 중요한 대목이 있다. 대중 앞에서는 언론에 대해 있는 욕 없는 욕 다해가며 거친 모습을 보이는 트럼프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기자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

백악관 기자들에게 전해지는 취재록(pool report)을 보면 트럼프는 대통령 전용기(Airforce One)를 탈 때마다 pool기자들이 앉아 있는 좌석을 찾아 비공식 간담회(Gaggle)을 하고 있다. 개별 기자들에게는 좋은 기사가 많더라며 친근함도 기꺼이 표시하고 있다. 언론 친화적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도 잘 보여주지 못하던 붙임성이다.

흑인대학 총장 등을 집무실로 초청해서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트럼프흑인대학 총장 등을 집무실로 초청해서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트럼프

언론과의 싸움보다 '거침 없는 개혁과제 추진'에 주목해야

더욱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언론의 논쟁이 외부에서 보는 우리에게는 낮설고 거칠어 보이기까지 하지만 언론 자유가 만개한 미국에서는 일상적 모습의 하나일 뿐이다. 언론과 싸움만하는 트럼프, 그래서 오래 못 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과의 전쟁이라는 눈요기 거리에 신경을 쓰는 동안 트럼프 팀은 미국 사람 모두가 원하는 '안전'과 '일자리'는 물론 힘든 개혁과제들을 거침 없이 다뤄나가고 있다. 대통령과 부통령, 장관들이 역할을 분담하며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만 보고 트럼프를 쉽게 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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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8 18: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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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출입기자 등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언론의 자유를 해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트럼프는 오히려 미국의 언론 자유를 만개시키고 있다. 미국에서 언론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로 구성돼 있는 데 이는 언론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개인도 모두 누릴 수 있는 권리다.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미국 수정 헌법 1조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를 트럼프는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언론의 상호 비판은 자연스런 일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공격이 그래서 미국에서는 언론 탄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에게도 주어진 개인 권리의 자연스러운 향유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언론의 트럼프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다. 어떤 비판도 불가능할 것이 없다. 권력기관의 힘이 작용하지도 않는다. 서로 공격할 뿐이다. 대통령과 언론의 상호 비판과 갈등 표출은 언론 자유를 최우선시하는 미국에서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미국의 다른 대다수 대통령들은 언론의 비판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였고 오히려 근거없는 악의적 비판도 수용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대응이 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국정 경험이 없는 사업가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 헌법 1조의 참 의미를 모를 리는 결코 없다.

언론 자유의 핵심은 언론 기관이 나서서 공인의 행적과 정책 등을 비판. 감시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대다수 역대 대통령들은 그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기관의 자유 보다는 자신의 언론 자유를 앞장세우는 행보를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하는 것은 숨은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과의 설전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백악관

요즘 백악관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매일 매일 설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언론 자유를 선제적으로 누린다. 뉴욕 타임스와 CNN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전통 매체들을 거침 없이 '가짜 뉴스'(fake news)로 공격한다. 특히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는 가짜 뉴스라는 낙인 하나로 끝이다.

더이상의 백악관측 해명도 없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참석해 왔고 자신도 유명인사 자격으로 초청됐던 '백악관 기자단 초청 만찬 행사'(White House Correspondent Diner)에도 불참을 선언했다. 언론과는 무시와 대결이 능사라는 자세다.

2015년 참석했던 백악관 기자단 초청 만찬에 올해는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무모한 대처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무서운 대응 전략이다. 일종의 '완전 무시'는 세세한 비판과 지적이 설 자리를 없애 버리는 효과가 있다. 이제 뉴욕 타임스가 아무리 지적해봐야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가짜 뉴스'의 공격에 불과하다. 정책이나 행동 수정의 준거로 간주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자신이 언론 자유를 만끽함으로써, 즉 언론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를 통해, 언론의 비판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얻으려 하고 있다.

언론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비판 무력화

트럼프를 잘 관찰해보면 과시욕이 넘치는 인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의 튀는 사회자 역할을 했던 과거의 행동거지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유명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의 수상식 비판 발언에 '과대포장된 배우 중 하나'라는 즉각 대응을 내놓는 등 이른바 유명인들의 비판에 민감하다. 이런 그의 과시욕은 대중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파되는 언론에 대한 날선 공격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충족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은 지난 대선에서 명실상부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거인단에서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지만 전체 득표수(Popular Votes)에서는 3백만 표 이상 뒤졌다. 대통령은 됐지만 국민 다수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기업가로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끝내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하는 승부욕 강한 트럼프에게는 수용하기 힘든 게 분명하다. 그래서 그는 기회 있을 때 마다 부정 선거 때문에 졌다고 강변한다. 부정확한 언론 보도와 부정선거에 눈감은 부정직한 언론 때문에 완전한 승리를 놓쳤다는 공격으로 못다 채운 자신의 승부욕을 달래는 것이다.

워싱턴 트럼프 호텔에서 취재기자 등과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트와 미국 언론의 대립상은 현재로서는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겉으로 전해지는 소식들만 봐서는 양측 모두 한치도 물러섬이 없다. 이런 상황이 당장 유화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다른 움직임도 감지된다. 주요 인사들의 물밑 대화보다 중요한 대목이 있다. 대중 앞에서는 언론에 대해 있는 욕 없는 욕 다해가며 거친 모습을 보이는 트럼프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기자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

백악관 기자들에게 전해지는 취재록(pool report)을 보면 트럼프는 대통령 전용기(Airforce One)를 탈 때마다 pool기자들이 앉아 있는 좌석을 찾아 비공식 간담회(Gaggle)을 하고 있다. 개별 기자들에게는 좋은 기사가 많더라며 친근함도 기꺼이 표시하고 있다. 언론 친화적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도 잘 보여주지 못하던 붙임성이다.

흑인대학 총장 등을 집무실로 초청해서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트럼프
언론과의 싸움보다 '거침 없는 개혁과제 추진'에 주목해야

더욱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언론의 논쟁이 외부에서 보는 우리에게는 낮설고 거칠어 보이기까지 하지만 언론 자유가 만개한 미국에서는 일상적 모습의 하나일 뿐이다. 언론과 싸움만하는 트럼프, 그래서 오래 못 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과의 전쟁이라는 눈요기 거리에 신경을 쓰는 동안 트럼프 팀은 미국 사람 모두가 원하는 '안전'과 '일자리'는 물론 힘든 개혁과제들을 거침 없이 다뤄나가고 있다. 대통령과 부통령, 장관들이 역할을 분담하며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만 보고 트럼프를 쉽게 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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