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웨딩’에 ‘축의금 반환’까지…‘비혼’시대 신풍속도

입력 2017.03.0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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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아직 하지 않았거나 할 의사가 없는 미혼, 비혼 남녀가 늘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미혼과 비혼은 차이가 있다. '미혼(未婚)'이 결혼 의사는 있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라면, '비혼(非婚)'은 자발적으로 결혼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최근 통계청 인구 동향 자료를 보면 혼인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11년의 경우 혼인 건수는 32만 9,100건에 달했지만 2016년은 1월부터 11월까지 26만 9,600건으로 줄었다. '비혼'을 택한 사람들이 전체 혼인 건수 감소에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비혼' 시대, 새로운 풍속도까지 생겨나고 있다.

나홀로 '스드메'..'싱글 웨딩'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풍속은 '싱글 웨딩'이다. 싱글 웨딩이란 결혼식 메이크업을 하고 웨딩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은 후 전문가에게 사진을 찍어서 간직하는 것이다. 결혼은 하지 않지만, 순백의 웨딩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어 보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유행이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한채아와 레인보우 지숙이 싱글 웨딩 촬영을 하는 장면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향신문 박주연 기자는 "대다수 여성은 웨딩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망이 있다"며 "여성들의 참여율이 더 높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웨딩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젊고 아름다울 때 웨딩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고 사진을 찍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한 달에 20명 정도 문의하고, 4~5 명은 실제로 촬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요가 꾸준히 늘다 보니 싱글 웨딩 쪽으로 아예 사업을 확장하는 웨딩 스튜디오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싱글 웨딩만을 맡는 웨딩 촬영 전문 업체도 전국에 20곳 정도로 늘어났다.


지난 1월 BBC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싱글 웨딩을 촬영하는 것을 '한국의 신세대는 결혼을 피한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BBC는 "한국에서 독신 여성이 혼자 드레스를 입고 촬영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싱글 웨딩 촬영 비용은 500달러, 약 60만 원으로 일반 웨딩 촬영 비용의 1/4수준"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싱글 웨딩은 실제 웨딩에 비해 저렴한데, 남녀가 같이 찍지 않다 보니 옷 값, 메이크업 비용도 절반으로 줄고 찍어야 할 사진 수도 적기 때문이다.

"내가 낸 축의금 돌려 줘"..축의금 반환 증가


2016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축의금을 돌려달라'는 비혼 여성의 글이 화제가 됐다. 그동안 냈던 축의금을 돌려 달라는 것으로, 박 기자는 "실제로 축의금을 돌려 달라는 비혼 남녀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축의금을 돌려받으려는 이유는 뭘까? "축의금이라는 게 결혼 비용을 품앗이하는 것이고, 나중에 돌려받겠다는 전제 아래 지금 내는 것"인 만큼 "결혼을 안 할 것이라면 돌려받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박 기자는 설명했다.

박 기자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여성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결혼을 안 한 친구가 있으면 비혼으로 간주해서, 나머지 친구들이 받은 걸 돌려주기로 명문화한 경우다. 이 여성과 친구들은 "친구나 동료가 결혼할 때마다 축의금을 낼 때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꼈지만, 돌아올 보상을 생각하니 동료 결혼식을 진심으로 기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을 때 난자 채취"..'난자 냉동 보관' 증가

훗날을 대비해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미혼·비혼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난자 냉동 보관 시술은 여성의 몸에서 난자를 채취해 극저온에서 얼려둔 뒤 원할 때 해동해 임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술이다. 과거에는 암, 백혈병으로 인해 방사선 치료를 앞둔 환자나 시험관 시술을 하려는 기혼여성들이 했던 시술이다. 최근에는 결혼이 늦어지면서, 나이가 들수록 임신이 어려워지다 보니 젊고 건강할 때의 난자를 채취해서 보관하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남성들도 젊었을 때의 건강한 정자를 확보하기 위해 정자 보관을 하기도 한다. 박 기자는 "여성들과 비교하면 남성들의 정자 보관은 흔히 이뤄져 왔다"며 질병이 있어서 수술을 받기 직전 정자를 보관하는 경우나 시험관 아이를 시술할 때 남성들이 바쁜 경우 정자 보관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난자 보관 시술은 한 달에 한 번, 배란 유도 주사를 스스로 놓아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한다. 이에 비해 남성들의 정자 보관 시술은 상대적으로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난자, 정자 보관 시술의 비용은 얼마나 들까. 난자 냉동 보관 시술의 경우 검사·채취·보관까지 해서 1회 300만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정자 냉동 보관 시술은 1회 차에 30~50만 원 선이다.

구글 같은 일부 외국 기업에서는 회사 복지 차원에서 직원의 난자, 정자 보관 시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박 기자는 "만혼에 따른 출산율 저하를 사회적 손실로 보고 이를 복지 문제로 수용하려는 기업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26일(일) KBS 1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에 출연한 경향신문 박주연 기자는 '비혼자들의 증가로 생겨난 풍속도'를 소개했다. 자세한 내용은 '다시 듣기'로 만나볼 수 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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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글 웨딩’에 ‘축의금 반환’까지…‘비혼’시대 신풍속도
    • 입력 2017-03-01 07:59:57
    방송·연예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았거나 할 의사가 없는 미혼, 비혼 남녀가 늘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미혼과 비혼은 차이가 있다. '미혼(未婚)'이 결혼 의사는 있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라면, '비혼(非婚)'은 자발적으로 결혼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최근 통계청 인구 동향 자료를 보면 혼인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11년의 경우 혼인 건수는 32만 9,100건에 달했지만 2016년은 1월부터 11월까지 26만 9,600건으로 줄었다. '비혼'을 택한 사람들이 전체 혼인 건수 감소에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비혼' 시대, 새로운 풍속도까지 생겨나고 있다.

나홀로 '스드메'..'싱글 웨딩'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풍속은 '싱글 웨딩'이다. 싱글 웨딩이란 결혼식 메이크업을 하고 웨딩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은 후 전문가에게 사진을 찍어서 간직하는 것이다. 결혼은 하지 않지만, 순백의 웨딩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어 보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유행이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한채아와 레인보우 지숙이 싱글 웨딩 촬영을 하는 장면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향신문 박주연 기자는 "대다수 여성은 웨딩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망이 있다"며 "여성들의 참여율이 더 높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웨딩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젊고 아름다울 때 웨딩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고 사진을 찍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한 달에 20명 정도 문의하고, 4~5 명은 실제로 촬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요가 꾸준히 늘다 보니 싱글 웨딩 쪽으로 아예 사업을 확장하는 웨딩 스튜디오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싱글 웨딩만을 맡는 웨딩 촬영 전문 업체도 전국에 20곳 정도로 늘어났다.


지난 1월 BBC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싱글 웨딩을 촬영하는 것을 '한국의 신세대는 결혼을 피한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BBC는 "한국에서 독신 여성이 혼자 드레스를 입고 촬영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싱글 웨딩 촬영 비용은 500달러, 약 60만 원으로 일반 웨딩 촬영 비용의 1/4수준"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싱글 웨딩은 실제 웨딩에 비해 저렴한데, 남녀가 같이 찍지 않다 보니 옷 값, 메이크업 비용도 절반으로 줄고 찍어야 할 사진 수도 적기 때문이다.

"내가 낸 축의금 돌려 줘"..축의금 반환 증가


2016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축의금을 돌려달라'는 비혼 여성의 글이 화제가 됐다. 그동안 냈던 축의금을 돌려 달라는 것으로, 박 기자는 "실제로 축의금을 돌려 달라는 비혼 남녀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축의금을 돌려받으려는 이유는 뭘까? "축의금이라는 게 결혼 비용을 품앗이하는 것이고, 나중에 돌려받겠다는 전제 아래 지금 내는 것"인 만큼 "결혼을 안 할 것이라면 돌려받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박 기자는 설명했다.

박 기자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여성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결혼을 안 한 친구가 있으면 비혼으로 간주해서, 나머지 친구들이 받은 걸 돌려주기로 명문화한 경우다. 이 여성과 친구들은 "친구나 동료가 결혼할 때마다 축의금을 낼 때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꼈지만, 돌아올 보상을 생각하니 동료 결혼식을 진심으로 기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을 때 난자 채취"..'난자 냉동 보관' 증가

훗날을 대비해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미혼·비혼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난자 냉동 보관 시술은 여성의 몸에서 난자를 채취해 극저온에서 얼려둔 뒤 원할 때 해동해 임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술이다. 과거에는 암, 백혈병으로 인해 방사선 치료를 앞둔 환자나 시험관 시술을 하려는 기혼여성들이 했던 시술이다. 최근에는 결혼이 늦어지면서, 나이가 들수록 임신이 어려워지다 보니 젊고 건강할 때의 난자를 채취해서 보관하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남성들도 젊었을 때의 건강한 정자를 확보하기 위해 정자 보관을 하기도 한다. 박 기자는 "여성들과 비교하면 남성들의 정자 보관은 흔히 이뤄져 왔다"며 질병이 있어서 수술을 받기 직전 정자를 보관하는 경우나 시험관 아이를 시술할 때 남성들이 바쁜 경우 정자 보관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난자 보관 시술은 한 달에 한 번, 배란 유도 주사를 스스로 놓아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한다. 이에 비해 남성들의 정자 보관 시술은 상대적으로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난자, 정자 보관 시술의 비용은 얼마나 들까. 난자 냉동 보관 시술의 경우 검사·채취·보관까지 해서 1회 300만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정자 냉동 보관 시술은 1회 차에 30~50만 원 선이다.

구글 같은 일부 외국 기업에서는 회사 복지 차원에서 직원의 난자, 정자 보관 시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박 기자는 "만혼에 따른 출산율 저하를 사회적 손실로 보고 이를 복지 문제로 수용하려는 기업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26일(일) KBS 1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에 출연한 경향신문 박주연 기자는 '비혼자들의 증가로 생겨난 풍속도'를 소개했다. 자세한 내용은 '다시 듣기'로 만나볼 수 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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