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상인 교수(서울대 행정 대학원) “삼성 경영권 승계, 마무리 조직 존재 불가피” ①

입력 2017.03.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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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7년 3월 1일(수요일)
□ 출연자 : 박상인 교수 (서울대 행정 대학원)


“삼성 경영권 승계, 마무리 조직 존재 불가피”

[윤준호] 삼성이 어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 해체를 중심으로 한 쇄신안 발표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수사를 받던 미래전략실 임원들도 사임을 했고요. 삼성은 앞으로 사장단회의도 없애고 각 계열사 중심으로 자율경영을 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시장과정부 연구소장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 연결해서 이번 쇄신안의 의미 등을 알아보고 우리 기업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상인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박상인]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네. 어제 삼성이 쇄신안 발표했는데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박상인] 네, 한 두 가지 평가를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형식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대체하는 비공식조직이 여전히 존재하고 생성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개별기업 중심의 이사회 중심의 기업지배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보였다는 면에서는 또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윤준호] 실질적으로 미전실 기능을 대신할 조직이 형성될 것 같다, 이게 미전실 자체가 없어지고 각 계열사로 모든 기능이 이관된다는데 이게 가능하겠습니까?

[박상인] 네, 미전실이 과연 무슨 일을 했는가, 라는 것을 살펴봐야 되는데요. 아시다시피 미전실은 59년에 이병철 회장이 만든 비서실에서 발전된 조직입니다. 아마 역할을 한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기업 집단 내부, 삼성이라는 삼성재벌 내부에서 보면 인사권이라든지 계열사 간의 업무조정, 그런 역할을 했습니다. 두 번째, 대외적으로 보면 이른바 대관업무를 했죠. 정치권이나 관료, 언론, 이런 사회 전반적인 영향력 행사를 위한 로비활동을 하는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고요. 세 번째로는, 가장 중요한 게 총수일가의 재산관리와 특히 세습과정을 미전실에서 기획하고 주도를 했습니다. 즉, 뭐냐 하면요. 총수가 있고 총수에 의한 지배, 소수지분을 가지고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그런 근본적인 구조와 본질적인 문제가 바뀌지 않는 이상은 미전실 역할을 하는 총수를 대신해서 총수가 그룹 전체를 관리하고 세습을 하는 그런 것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그런 기능을 어디선가 누군가가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2008년에 미래전략실의 전신이었던 구조본의 이름이 바뀌었던 전략기획실이라는 게 있었는데요. 그게 사실 2년 만에 해체가 됐었습니다. 이건희 회장 삼성특검으로,

[윤준호] 네, 물러났을 당시죠.

[박상인] 네, 물러났을 때죠. 그때 쇄신안으로 발표한 거죠. 그래서 다시 2년 후에 조직이 복귀되고 그게 미전실로, 미래전략실로 발전이 됐는데 그 2년 동안에도 역시 비공식적인 그런 조직이 여전히 그런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었다고 평가를 받고 있죠. 지금도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과 우려가 듭니다.

[윤준호] 그런데 박 교수님. 외국에도 오너십이 있지만 오너와는 별개로 전문경영인 체제도 있고 또 전문적으로 경영이 돌아가는 오너십과 분리되는 부분도 있고, 그리고 또한 국내에서도 보면 이번 재벌들이 3세, 4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상속세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로 해서 이게 계속적으로 세습과정으로 가져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변화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그런 부분의 의견도 있지 않습니까?

[박상인] 네. 사실 우리 2세로 세습이 되는 과정, 그러니까 한 30년 전이죠. 그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죠. 2세 세습 이후에 3세 세습 없을 것이다, 자동적으로 세습하기 어렵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지금 3세에서 4세 세습이 오는데 핵심은 뭐냐 하면요. 오너가, 총수가 그룹 전체, 또 개별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함으로써 얻는 사익 추구가 너무 많다는 거죠. 취할 수 있는 사익이 많다 보니까 경영권 자체에 대한 프리미엄이 굉장히 높아지는 것이고요. 예를 들어서 그렇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같은 경우에 이건희 회장에게 유산 증여가 된 것이 지금까지 61억입니다. 그런데 현재 이재용 부회장 재산이 7조 가까이 됩니다. 1,000배 이상이 20년 사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이 특별히 무슨 사업을 했거나 어떤 고소를 통해서 재산을 증식한 것이 아니고요. 에버랜드 CB 저가발행이라든지 일감 몰아주기라든지 기업 합병이라든지 그리고 상장을 한다든지 이런 행위를 통해서, 이게 대부분 구조본이나 미전실이 기획하고 했던 것들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재산을 이렇게 엄청나게 증식할 수 있었죠. 이게 사익 추구하는 방식이 되는데 이런 사익 추구할 수 있는 방식과 수단이 허용이 된다면 총수 일가들이 세습을 하고 세습 과정에서 엄청나게 부를 축적하는 이런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우리가 만들어 주는 것, 그게 흔히 말하는 재벌개혁의 요체라고 할 수 있겠죠.

[윤준호] 네. 그러니까 앞서 말씀하신 CB, 그러니까 전환사채나 미상장 주식 등을 이용한 그런 총수의 재산관리와 세습과정에 이러한 일정 역할을 했던 조직들이 앞으로도 과연 없어질지는 좀 두고 봐야 된다, 이 말씀이시죠?


[박상인] 네, 특히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세습이 지금 완료되지 못한 단계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암묵적이고 비공식적인 조직이 앞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죠. 그리고 서구라든지 이런 데서 왜 오너십과 경영이 분리가 되고 하느냐, 또 같은 측면입니다.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면요. 가장 경영을 잘하는 사람이 경영을 하고 그 배당을 받아가는 것만이 총수일가의 축재수단이 되는 거죠. 그러면 경영 잘하는 사람에게 경영을 시키고 잘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게 오히려 자신의 이익에 부합될 수가 있게 되죠. 그렇게 되면 사실 바뀌게 됩니다. 그런 유인체계를 만들어줘야 되는 것이지, 사실 큰 떡이 저기 있는데 그것 먹지 마라, 말로만 하고 안 먹겠다고 다짐만 하는 것은 사실상 지켜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죠.

[윤준호] 네. 일단 어제 발표된 내용 다시 한 번 조금만 더 짚어보고 또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래전략실이 그동안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는데 이게 해체가 되면 그동안에 미래전략실이 가졌던 여러 가지 기능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부분들을 전부다 각 계열사로 이관한다는 거죠.

[박상인] 네, 그런 이야기인데요. 그것은 결국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3개사로 아마 분산을 시킬 것 같고요.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아마 기존 인원이나 조직도 3개사로 흡수가 되는데 이런 기존 조직과 인원에서 오신 분들이 비공식적인 역할을 여전히 수행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윤준호] 그러면 방금 말씀하신 것은 각 계열사, 즉, 13개~14개 계열사로 전부다 각각 이관되는 게 아니고 삼성전자와 생명, 물산의 새로운 트로이카, 3두 쪽으로 옮겨지는 미니 미전실이 생길 것이다, 이 말씀이신가요?

[박상인] 네. 미전실 같은 공식적인 조직을 만들지는 않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식적으로 그런 3개사 정도로 분산되고 3개사 비공식조직들이 또 조정하는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준호] 그런데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을 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또 발표했죠.

[박상인] 그렇죠.

[윤준호]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 이게 오너 중심의 경영하고는 어떻게 달라지는 겁니까?

[박상인] 우리가 흔히 오너 중심의 경영을 황제경영이라고 그러죠. 오너의 뜻대로 그저 이사회는 사실 고무도장 역할을 하는 것이 황제경영의 요체인데요.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이사회에서 회사의 중요한 사항을 토론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그런 경영이기 때문에 오너의 황제경영권은 대척점에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사회 이사를 사실상 오너가 다 정하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래요.


[박상인]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이라는 것은 오너가 이사회 이사를 모두 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형식적인 이야기고요. 단, 이게 정말 바람직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이 말을 했으면 그렇게 갈 수 있도록 스스로 손발을 좀 묶어서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이것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됩니다. 그것 중에 하나가 이번에 상법개정안에 이사회의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총수일가와 계열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사람으로 선출하는 안이 있습니다. 이 안 자체가 지금 입법될 가능성이 별로 높아 보이지 않은데 저는 삼성이 정말 진정 그런 의도가 있다면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하는 상법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아마 이야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저는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윤준호] 사실 지금도 이 이사회가 거수기 이사다, 이런 이야기 많이 듣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어제 미래전략실 해체 결정에 대해서 이런 컨트롤타워가 가지는 순기능도 있지 않느냐, 어떠한 그룹 차원의 신수종 선택이라든가 아니면 대대적인 투자결정, 계열사 간의 이해 조정, 이런 것은 이러한 컨트롤타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일 것 같은데 이러한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투명성을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은 없느냐, 이런 얘기가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박상인] 그것 좋은 지적이시고요. 지금 기업집단형태로 있기 때문에 기업집단 내부에서의 조정이라는 부분들이 필요하고요. 그 기능을 하는 게 나쁜 것 아닙니다. 그런데 미전실이 그 기능 외에 말씀드린 것처럼 대관업무라든지 세전문제, 이게 사실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던 거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지금 많이 생긴 것이고요. 컨트롤타워가 지금 말씀드린 기업집단 내부의 효율성을 위해서 존재하는 그런 기능을 하는 조직이 되려면 다시 말씀드리지만 총수의 사익 추구를 할 수 있는 그런 방식들이 법적으로 제약을 받아서 할 수가 없게 돼야 됩니다.

[윤준호] 네. 사익 추구가 제도적으로 차단돼야 된다, 이런 말씀이시고. 이렇게 삼성이 일단 형식적으로라도 이런 발걸음을, 행보를 가져갔습니다. 우리 기업문화 지금까지 삼성이 항상 선도해 왔는데 어떤 영향을 줄까요?

[박상인] 그런데 삼성이 이렇게 선도를 하고 다른 기업들이 따라하는 그런 양상들을 보였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드린 것처럼 이게 형식적인 변화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고요. 오히려 비공식적인 조직으로 기존의 역할을 하면서 오는 많은 부작용도 기업 내부에 생길 수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결국은 과거 2008년에 없앴다가 2년 만에 다시 여론이 좀 가라앉으니까 부활시킨 그런 전철이 있는데 그런 전철을 앞으로 또 되밟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들고요. 해법은 기업이 이런 조직을 바꾸고 안 바꾸고의 문제가 아니고요. 기본적인 총수의 사익 추구와 세습을 위한 사익 추구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교육, 그런 의미에서의 재벌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향이라는 것이 결국은 삼성에서 이번에 발표한 자율경영, 계열사의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위한 교육이기 때문에 재벌그룹들, 총수일가가 명분상 반대할 수가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윤준호] 네. 다시 말해서 총수의 사익추구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것이 먼저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러한 컨트롤타워가 가지는 대관업무의 부정적인 부분 때문에 이게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총수의 컨트롤타워가 가지는 대관업무는 또 상대방이 있지 않습니까? 상대방이 또 바뀌면 이 부분도 바뀔 것 같은데, 즉, 상대방, 권력자들과 정치권, 이 부분도 바뀌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박상인] 네, 맞습니다. 한쪽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바뀌면 바뀔 수는 있죠. 그런데 예를 들어서 새로운 정권에서 권력과 정경유착, 부패문제 끊겠다, 그래서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시다. 그런데 그런 정권이 계속 앞으로도 생길 것이냐는 문제죠. 재벌에 의한 경제권력이 이 정도로 강하고 우리 사회에 가용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이처럼 강하면 다음 정권 또는 그 바뀐 정권 안에서라도 항상 이런 정경유착과 부패의 씨앗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을 바꾸지 않고요. 모기가 많이 생기는 웅덩이가 있는데 모기장 치고 모기채로 모기 잡고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 수가 있죠. 웅덩이 자체를 소독을 하든지 해야지 근본적인 해결이 되는 것이죠.

[윤준호] 네. 선언보다 중요한 것이 환경 마련이다, 오늘 말씀 이렇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상인]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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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박상인 교수(서울대 행정 대학원) “삼성 경영권 승계, 마무리 조직 존재 불가피” ①
    • 입력 2017-03-01 10:48:01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7년 3월 1일(수요일)
□ 출연자 : 박상인 교수 (서울대 행정 대학원)


“삼성 경영권 승계, 마무리 조직 존재 불가피”

[윤준호] 삼성이 어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 해체를 중심으로 한 쇄신안 발표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수사를 받던 미래전략실 임원들도 사임을 했고요. 삼성은 앞으로 사장단회의도 없애고 각 계열사 중심으로 자율경영을 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시장과정부 연구소장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 연결해서 이번 쇄신안의 의미 등을 알아보고 우리 기업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상인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박상인]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네. 어제 삼성이 쇄신안 발표했는데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박상인] 네, 한 두 가지 평가를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형식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대체하는 비공식조직이 여전히 존재하고 생성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개별기업 중심의 이사회 중심의 기업지배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보였다는 면에서는 또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윤준호] 실질적으로 미전실 기능을 대신할 조직이 형성될 것 같다, 이게 미전실 자체가 없어지고 각 계열사로 모든 기능이 이관된다는데 이게 가능하겠습니까?

[박상인] 네, 미전실이 과연 무슨 일을 했는가, 라는 것을 살펴봐야 되는데요. 아시다시피 미전실은 59년에 이병철 회장이 만든 비서실에서 발전된 조직입니다. 아마 역할을 한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기업 집단 내부, 삼성이라는 삼성재벌 내부에서 보면 인사권이라든지 계열사 간의 업무조정, 그런 역할을 했습니다. 두 번째, 대외적으로 보면 이른바 대관업무를 했죠. 정치권이나 관료, 언론, 이런 사회 전반적인 영향력 행사를 위한 로비활동을 하는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고요. 세 번째로는, 가장 중요한 게 총수일가의 재산관리와 특히 세습과정을 미전실에서 기획하고 주도를 했습니다. 즉, 뭐냐 하면요. 총수가 있고 총수에 의한 지배, 소수지분을 가지고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그런 근본적인 구조와 본질적인 문제가 바뀌지 않는 이상은 미전실 역할을 하는 총수를 대신해서 총수가 그룹 전체를 관리하고 세습을 하는 그런 것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그런 기능을 어디선가 누군가가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2008년에 미래전략실의 전신이었던 구조본의 이름이 바뀌었던 전략기획실이라는 게 있었는데요. 그게 사실 2년 만에 해체가 됐었습니다. 이건희 회장 삼성특검으로,

[윤준호] 네, 물러났을 당시죠.

[박상인] 네, 물러났을 때죠. 그때 쇄신안으로 발표한 거죠. 그래서 다시 2년 후에 조직이 복귀되고 그게 미전실로, 미래전략실로 발전이 됐는데 그 2년 동안에도 역시 비공식적인 그런 조직이 여전히 그런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었다고 평가를 받고 있죠. 지금도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과 우려가 듭니다.

[윤준호] 그런데 박 교수님. 외국에도 오너십이 있지만 오너와는 별개로 전문경영인 체제도 있고 또 전문적으로 경영이 돌아가는 오너십과 분리되는 부분도 있고, 그리고 또한 국내에서도 보면 이번 재벌들이 3세, 4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상속세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로 해서 이게 계속적으로 세습과정으로 가져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변화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그런 부분의 의견도 있지 않습니까?

[박상인] 네. 사실 우리 2세로 세습이 되는 과정, 그러니까 한 30년 전이죠. 그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죠. 2세 세습 이후에 3세 세습 없을 것이다, 자동적으로 세습하기 어렵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지금 3세에서 4세 세습이 오는데 핵심은 뭐냐 하면요. 오너가, 총수가 그룹 전체, 또 개별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함으로써 얻는 사익 추구가 너무 많다는 거죠. 취할 수 있는 사익이 많다 보니까 경영권 자체에 대한 프리미엄이 굉장히 높아지는 것이고요. 예를 들어서 그렇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같은 경우에 이건희 회장에게 유산 증여가 된 것이 지금까지 61억입니다. 그런데 현재 이재용 부회장 재산이 7조 가까이 됩니다. 1,000배 이상이 20년 사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이 특별히 무슨 사업을 했거나 어떤 고소를 통해서 재산을 증식한 것이 아니고요. 에버랜드 CB 저가발행이라든지 일감 몰아주기라든지 기업 합병이라든지 그리고 상장을 한다든지 이런 행위를 통해서, 이게 대부분 구조본이나 미전실이 기획하고 했던 것들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재산을 이렇게 엄청나게 증식할 수 있었죠. 이게 사익 추구하는 방식이 되는데 이런 사익 추구할 수 있는 방식과 수단이 허용이 된다면 총수 일가들이 세습을 하고 세습 과정에서 엄청나게 부를 축적하는 이런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우리가 만들어 주는 것, 그게 흔히 말하는 재벌개혁의 요체라고 할 수 있겠죠.

[윤준호] 네. 그러니까 앞서 말씀하신 CB, 그러니까 전환사채나 미상장 주식 등을 이용한 그런 총수의 재산관리와 세습과정에 이러한 일정 역할을 했던 조직들이 앞으로도 과연 없어질지는 좀 두고 봐야 된다, 이 말씀이시죠?


[박상인] 네, 특히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세습이 지금 완료되지 못한 단계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암묵적이고 비공식적인 조직이 앞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죠. 그리고 서구라든지 이런 데서 왜 오너십과 경영이 분리가 되고 하느냐, 또 같은 측면입니다.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면요. 가장 경영을 잘하는 사람이 경영을 하고 그 배당을 받아가는 것만이 총수일가의 축재수단이 되는 거죠. 그러면 경영 잘하는 사람에게 경영을 시키고 잘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게 오히려 자신의 이익에 부합될 수가 있게 되죠. 그렇게 되면 사실 바뀌게 됩니다. 그런 유인체계를 만들어줘야 되는 것이지, 사실 큰 떡이 저기 있는데 그것 먹지 마라, 말로만 하고 안 먹겠다고 다짐만 하는 것은 사실상 지켜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죠.

[윤준호] 네. 일단 어제 발표된 내용 다시 한 번 조금만 더 짚어보고 또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래전략실이 그동안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는데 이게 해체가 되면 그동안에 미래전략실이 가졌던 여러 가지 기능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부분들을 전부다 각 계열사로 이관한다는 거죠.

[박상인] 네, 그런 이야기인데요. 그것은 결국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3개사로 아마 분산을 시킬 것 같고요.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아마 기존 인원이나 조직도 3개사로 흡수가 되는데 이런 기존 조직과 인원에서 오신 분들이 비공식적인 역할을 여전히 수행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윤준호] 그러면 방금 말씀하신 것은 각 계열사, 즉, 13개~14개 계열사로 전부다 각각 이관되는 게 아니고 삼성전자와 생명, 물산의 새로운 트로이카, 3두 쪽으로 옮겨지는 미니 미전실이 생길 것이다, 이 말씀이신가요?

[박상인] 네. 미전실 같은 공식적인 조직을 만들지는 않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식적으로 그런 3개사 정도로 분산되고 3개사 비공식조직들이 또 조정하는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준호] 그런데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을 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또 발표했죠.

[박상인] 그렇죠.

[윤준호]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 이게 오너 중심의 경영하고는 어떻게 달라지는 겁니까?

[박상인] 우리가 흔히 오너 중심의 경영을 황제경영이라고 그러죠. 오너의 뜻대로 그저 이사회는 사실 고무도장 역할을 하는 것이 황제경영의 요체인데요.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이사회에서 회사의 중요한 사항을 토론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그런 경영이기 때문에 오너의 황제경영권은 대척점에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사회 이사를 사실상 오너가 다 정하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래요.


[박상인]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이라는 것은 오너가 이사회 이사를 모두 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형식적인 이야기고요. 단, 이게 정말 바람직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이 말을 했으면 그렇게 갈 수 있도록 스스로 손발을 좀 묶어서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이것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됩니다. 그것 중에 하나가 이번에 상법개정안에 이사회의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총수일가와 계열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사람으로 선출하는 안이 있습니다. 이 안 자체가 지금 입법될 가능성이 별로 높아 보이지 않은데 저는 삼성이 정말 진정 그런 의도가 있다면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하는 상법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아마 이야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저는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윤준호] 사실 지금도 이 이사회가 거수기 이사다, 이런 이야기 많이 듣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어제 미래전략실 해체 결정에 대해서 이런 컨트롤타워가 가지는 순기능도 있지 않느냐, 어떠한 그룹 차원의 신수종 선택이라든가 아니면 대대적인 투자결정, 계열사 간의 이해 조정, 이런 것은 이러한 컨트롤타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일 것 같은데 이러한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투명성을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은 없느냐, 이런 얘기가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박상인] 그것 좋은 지적이시고요. 지금 기업집단형태로 있기 때문에 기업집단 내부에서의 조정이라는 부분들이 필요하고요. 그 기능을 하는 게 나쁜 것 아닙니다. 그런데 미전실이 그 기능 외에 말씀드린 것처럼 대관업무라든지 세전문제, 이게 사실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던 거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지금 많이 생긴 것이고요. 컨트롤타워가 지금 말씀드린 기업집단 내부의 효율성을 위해서 존재하는 그런 기능을 하는 조직이 되려면 다시 말씀드리지만 총수의 사익 추구를 할 수 있는 그런 방식들이 법적으로 제약을 받아서 할 수가 없게 돼야 됩니다.

[윤준호] 네. 사익 추구가 제도적으로 차단돼야 된다, 이런 말씀이시고. 이렇게 삼성이 일단 형식적으로라도 이런 발걸음을, 행보를 가져갔습니다. 우리 기업문화 지금까지 삼성이 항상 선도해 왔는데 어떤 영향을 줄까요?

[박상인] 그런데 삼성이 이렇게 선도를 하고 다른 기업들이 따라하는 그런 양상들을 보였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드린 것처럼 이게 형식적인 변화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고요. 오히려 비공식적인 조직으로 기존의 역할을 하면서 오는 많은 부작용도 기업 내부에 생길 수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결국은 과거 2008년에 없앴다가 2년 만에 다시 여론이 좀 가라앉으니까 부활시킨 그런 전철이 있는데 그런 전철을 앞으로 또 되밟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들고요. 해법은 기업이 이런 조직을 바꾸고 안 바꾸고의 문제가 아니고요. 기본적인 총수의 사익 추구와 세습을 위한 사익 추구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교육, 그런 의미에서의 재벌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향이라는 것이 결국은 삼성에서 이번에 발표한 자율경영, 계열사의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위한 교육이기 때문에 재벌그룹들, 총수일가가 명분상 반대할 수가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윤준호] 네. 다시 말해서 총수의 사익추구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것이 먼저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러한 컨트롤타워가 가지는 대관업무의 부정적인 부분 때문에 이게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총수의 컨트롤타워가 가지는 대관업무는 또 상대방이 있지 않습니까? 상대방이 또 바뀌면 이 부분도 바뀔 것 같은데, 즉, 상대방, 권력자들과 정치권, 이 부분도 바뀌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박상인] 네, 맞습니다. 한쪽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바뀌면 바뀔 수는 있죠. 그런데 예를 들어서 새로운 정권에서 권력과 정경유착, 부패문제 끊겠다, 그래서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시다. 그런데 그런 정권이 계속 앞으로도 생길 것이냐는 문제죠. 재벌에 의한 경제권력이 이 정도로 강하고 우리 사회에 가용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이처럼 강하면 다음 정권 또는 그 바뀐 정권 안에서라도 항상 이런 정경유착과 부패의 씨앗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을 바꾸지 않고요. 모기가 많이 생기는 웅덩이가 있는데 모기장 치고 모기채로 모기 잡고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 수가 있죠. 웅덩이 자체를 소독을 하든지 해야지 근본적인 해결이 되는 것이죠.

[윤준호] 네. 선언보다 중요한 것이 환경 마련이다, 오늘 말씀 이렇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상인]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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