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위협도 서슴지 않는 北 대남방송

입력 2017.03.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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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으로 향할수록 선명해지는 그놈 목소리

지난 1일, 개인 일정으로 파주에 들렀다 서울 집으로 가던 길었습니다.

무심코 라디오를 켜고 SEEK(탐색) 버튼을 눌렀죠. 돌아가던 주파수는 'FM 00.0Mhz'(자세한 주파수를 알릴 수 없음을 양해바랍니다)에서 멈췄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낯선 그놈 목소리, 북한 아나운서 말투였습니다.

"역적패당이 미국 상전에 빌붙어 북침열망을 기어이 실현해보려고 얼마나 미친듯이 발광하고 있는가 하는것을 똑똑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유로를 타고 들어오던 길에 얼마나 갔을까, '지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라디오가 뚝 끊겼습니다.

차를 반대로 돌려 다시 파주 쪽으로 향하자, 라디오가 다시 잡혔고 그놈 목소리는 더 선명해지고 표현은 포악해졌습니다.

"키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이 미국의 악명높은 핵타격 수단들과 미제 침략군과 괴뢰군의 방대한 병력이 참가한 가운데 역대 최대규모로 벌여지게 된다면,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를 일촉즉발의 초긴장상태가 또다시 조성되게 될 것이란 것은..."


나중에 알고 보니 서울이나 수도권까지는 도달하지 않는 단파 형식의 라디오 출력이었고, 전방지역에만 잡히는 북한의 '대남 선전 라디오방송'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북쪽으로 들어갈수록 그놈 목소리는 선명해지는 형태였죠.

■ 매일 아침·점심·저녁. 하루 세 번, 6시간 방송

이튿날(2일) 아침, 이번엔 취재진을 꾸려 취재를 위해 다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전날에는 밤에 대남 라디오를 들었던 터라, 이날은 일부러 아침에 출발해 봤죠. 아침에는 과연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방송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시 시간은 오전 9시.

파주로 출발하기 전인 오전 7시 반쯤, 파주 적성면에 계신 분에게 라디오를 틀어봐 달라고 요청했을 땐 분명히 나오고 있다고 하셨거든요.

저들은 평양시를 적용해 우리 시간으로 7시 반, 저들 시간으로 7시에 아침 방송을 시작해서 우리 시간으로 9시에 끝냈던 겁니다.

'점심에는 다시 하겠지...'하는 믿음으로 일단 GO! 가봤습니다.


그런데 10시가 돼도, 11시가 돼도 안 나오더라고요. 망했나? 일단 취재진의 식사는 해결해야겠기에, 근처 부대찌개 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혹시나 밥을 먹는 사이, 방송이 나올지 몰라서 저는 12시가 되자마자 숟가락을 놓고 다시 차량으로 들어가서 라디오를 켜봤습니다.

하지만 허탕. 그렇게 심장이 멎은 듯한 '삐-'소리만 계속되는 가운데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오후 1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그러다 1시 반이 되자, 북한이 다시 대남 라디오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놈 목소리'가 아닌 '그녀'였습니다.

"개성공업지구를 결단내고 미국의 사드를 끌어들이기로 하였으며, 일본과 성 노예 문제를 합의하고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것은 반폭력적..."


그렇게 방송은 2시간 동안 계속됐죠. 차후에 취재해보니, 저들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2시간씩 모두 6시간 동안만 대남 라디오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 "북한군 총정치국 적군와해공작국 활동...대남 선전전략 바꿔"

'도대체 북한의 어떤 조직에서 어떤 식으로 방송을 하는 걸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북한군 대위 출신인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적공국(적군와해공작국)의 활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

적공국은 북한군 총정치국 예하에 있는 조직으로 대남전단과 대남방송, 중국과 동남아 일대의 해외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이죠.

그런데 이 적공국이 대남 선전방송 전략을 바꾼 것 같다고 김성민 대표는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남조선 사람들을 바보로 봤죠. 그래서 우상화 교육자료나 혁명가요를 내보내서 남조선 사람들에게 소위 '주체사상'을 전파한다고 생각한 전략을 구사했었죠. 그런데 남조선 사람들이 이런 걸 듣거나 보더라도 제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래서 이제는 전략을 바꾼 겁니다."

김 대표는 북한이 남한의 현실 정치와 정세에 깊숙이 파고들어 공세적인 선전을 하는 쪽으로 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략적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남조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탄핵사태나 키리졸브 한미합동훈련 등을 자주 언급하며 맹비난하고, 여기에 '북에는 핵무기가 있다'는 식으로 겁박까지 가해서 까불지 말라는 메시지도 던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같은 방송으로 뭘 얻으려고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조선노동당의 대남전략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할 거예요. 탄핵정국이나 소위 말하는 남한의 좌익운동에 대해서는 격려하고 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는 경고를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이런 선전방송은 꼭 남한에만 들으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 내부에도 이용하는 거죠. 북한군과 인민들에게 '남한의 상황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가고 있다, 장군님을 좀 더 믿고 따르면 조국통일도 가능하다' 이런 얘기들을 외부는 물론, 북한 내부에 전해주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려는 공산이 큽니다."

■ "듣는 것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마지막으로 한 가지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대남방송을 듣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에 위반될까?'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김보람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중 7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1항과 4항, 5항입니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
①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제3항에 규정된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김보람 변호사김보람 변호사

김보람 변호사의 의견은 "우연히 듣게 되거나 단순한 청취만으로는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이런 대남라디오를 듣고 '너도 한번 들어보라'거나 제작하거나 복사하거나 수집 또는 취득하는 행위를 하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보여요. 예를 들어, 라디오를 다운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권유를 한다든지 이런 부분이죠. 하지만 나오는 걸 그냥 들었다고 처벌할 수 있다고 보기는 개인적으로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럴 분들이 안 계시겠지만, 한마디로 '굳이' 찾아서 대남 방송을 들을 필요는 전혀 없겠죠?

[연관기사] [단독] 北 대남 라디오방송 재개…‘핵전쟁’ 위협도(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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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전쟁’ 위협도 서슴지 않는 北 대남방송
    • 입력 2017-03-03 15:37:46
    정치
■ 북쪽으로 향할수록 선명해지는 그놈 목소리

지난 1일, 개인 일정으로 파주에 들렀다 서울 집으로 가던 길었습니다.

무심코 라디오를 켜고 SEEK(탐색) 버튼을 눌렀죠. 돌아가던 주파수는 'FM 00.0Mhz'(자세한 주파수를 알릴 수 없음을 양해바랍니다)에서 멈췄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낯선 그놈 목소리, 북한 아나운서 말투였습니다.

"역적패당이 미국 상전에 빌붙어 북침열망을 기어이 실현해보려고 얼마나 미친듯이 발광하고 있는가 하는것을 똑똑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유로를 타고 들어오던 길에 얼마나 갔을까, '지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라디오가 뚝 끊겼습니다.

차를 반대로 돌려 다시 파주 쪽으로 향하자, 라디오가 다시 잡혔고 그놈 목소리는 더 선명해지고 표현은 포악해졌습니다.

"키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이 미국의 악명높은 핵타격 수단들과 미제 침략군과 괴뢰군의 방대한 병력이 참가한 가운데 역대 최대규모로 벌여지게 된다면,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를 일촉즉발의 초긴장상태가 또다시 조성되게 될 것이란 것은..."


나중에 알고 보니 서울이나 수도권까지는 도달하지 않는 단파 형식의 라디오 출력이었고, 전방지역에만 잡히는 북한의 '대남 선전 라디오방송'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북쪽으로 들어갈수록 그놈 목소리는 선명해지는 형태였죠.

■ 매일 아침·점심·저녁. 하루 세 번, 6시간 방송

이튿날(2일) 아침, 이번엔 취재진을 꾸려 취재를 위해 다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전날에는 밤에 대남 라디오를 들었던 터라, 이날은 일부러 아침에 출발해 봤죠. 아침에는 과연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방송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시 시간은 오전 9시.

파주로 출발하기 전인 오전 7시 반쯤, 파주 적성면에 계신 분에게 라디오를 틀어봐 달라고 요청했을 땐 분명히 나오고 있다고 하셨거든요.

저들은 평양시를 적용해 우리 시간으로 7시 반, 저들 시간으로 7시에 아침 방송을 시작해서 우리 시간으로 9시에 끝냈던 겁니다.

'점심에는 다시 하겠지...'하는 믿음으로 일단 GO! 가봤습니다.


그런데 10시가 돼도, 11시가 돼도 안 나오더라고요. 망했나? 일단 취재진의 식사는 해결해야겠기에, 근처 부대찌개 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혹시나 밥을 먹는 사이, 방송이 나올지 몰라서 저는 12시가 되자마자 숟가락을 놓고 다시 차량으로 들어가서 라디오를 켜봤습니다.

하지만 허탕. 그렇게 심장이 멎은 듯한 '삐-'소리만 계속되는 가운데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오후 1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그러다 1시 반이 되자, 북한이 다시 대남 라디오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놈 목소리'가 아닌 '그녀'였습니다.

"개성공업지구를 결단내고 미국의 사드를 끌어들이기로 하였으며, 일본과 성 노예 문제를 합의하고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것은 반폭력적..."


그렇게 방송은 2시간 동안 계속됐죠. 차후에 취재해보니, 저들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2시간씩 모두 6시간 동안만 대남 라디오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 "북한군 총정치국 적군와해공작국 활동...대남 선전전략 바꿔"

'도대체 북한의 어떤 조직에서 어떤 식으로 방송을 하는 걸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북한군 대위 출신인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적공국(적군와해공작국)의 활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
적공국은 북한군 총정치국 예하에 있는 조직으로 대남전단과 대남방송, 중국과 동남아 일대의 해외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이죠.

그런데 이 적공국이 대남 선전방송 전략을 바꾼 것 같다고 김성민 대표는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남조선 사람들을 바보로 봤죠. 그래서 우상화 교육자료나 혁명가요를 내보내서 남조선 사람들에게 소위 '주체사상'을 전파한다고 생각한 전략을 구사했었죠. 그런데 남조선 사람들이 이런 걸 듣거나 보더라도 제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래서 이제는 전략을 바꾼 겁니다."

김 대표는 북한이 남한의 현실 정치와 정세에 깊숙이 파고들어 공세적인 선전을 하는 쪽으로 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략적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남조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탄핵사태나 키리졸브 한미합동훈련 등을 자주 언급하며 맹비난하고, 여기에 '북에는 핵무기가 있다'는 식으로 겁박까지 가해서 까불지 말라는 메시지도 던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같은 방송으로 뭘 얻으려고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조선노동당의 대남전략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할 거예요. 탄핵정국이나 소위 말하는 남한의 좌익운동에 대해서는 격려하고 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는 경고를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이런 선전방송은 꼭 남한에만 들으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 내부에도 이용하는 거죠. 북한군과 인민들에게 '남한의 상황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가고 있다, 장군님을 좀 더 믿고 따르면 조국통일도 가능하다' 이런 얘기들을 외부는 물론, 북한 내부에 전해주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려는 공산이 큽니다."

■ "듣는 것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마지막으로 한 가지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대남방송을 듣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에 위반될까?'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김보람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중 7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1항과 4항, 5항입니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
①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제3항에 규정된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김보람 변호사
김보람 변호사의 의견은 "우연히 듣게 되거나 단순한 청취만으로는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이런 대남라디오를 듣고 '너도 한번 들어보라'거나 제작하거나 복사하거나 수집 또는 취득하는 행위를 하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보여요. 예를 들어, 라디오를 다운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권유를 한다든지 이런 부분이죠. 하지만 나오는 걸 그냥 들었다고 처벌할 수 있다고 보기는 개인적으로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럴 분들이 안 계시겠지만, 한마디로 '굳이' 찾아서 대남 방송을 들을 필요는 전혀 없겠죠?

[연관기사] [단독] 北 대남 라디오방송 재개…‘핵전쟁’ 위협도(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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