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北 껴안는 중국…“북한과 결별은 불가”

입력 2017.03.0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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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리길남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베이징 공항에 모습을 나타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가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의 사인이 독극물 VX에 의한 중독이라고 공식 확인한 지 이틀 후로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공식화될지 관심이 모아지던 시점이었다.

중국 외교부의 행보는 빨랐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2월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방문했다"며 "왕이 외교부장과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차관급)과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만나 양국 간의 공통 관심사와 국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설명대로 리길남 부상은 방중 첫날(1일) 류전민 외교부부장을 만났고 둘째날(2일) 왕이 외교부장과 쿵쉬안유 외교 부부장을 면담했다.

왕이 부장은 리 부상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북한은 산수(山水)가 이어져 있고, 전통적인 중북 우호 관계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중국은 북한과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원한다"고 양국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북한 매체도 화답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리길성 부상이 중국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담에서 북·중 관계가 '피로 맺은 친선'임을 강조하며 친선 관계를 공고하게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불과 6일 전 중앙통신이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이란 글에서 "덩치 큰 이웃이 미국의 비위를 맞추면서 조선을 제재하고 있다"며 중국을 맹비난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北조선중앙통신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北조선중앙통신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

멀어졌나 싶으면 다시 북한을 껴안는 중국의 행동은 익숙한 풍경이다.

2015년 12월 12일 세간의 관심 속에 베이징 공연을 추진했던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 악단이 공연 첫날 돌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달도 채 안 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베이징 공연 취소하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모란봉 악단베이징 공연 취소하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모란봉 악단

중국은 우다웨이 6자 회담 수석 대표를 평양으로 보내 추가 도발을 만류했다. 하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를 발사했다.

 북,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 발사 북,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 발사

그런데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제재하기 위한 유엔 결의 2270호 채택에 미온적인 행보를 보였고 결의 2270호는 57일 만에야 채택됐다.

왕이 외교부장이 리길성 부상을 만난 다음 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설을 썼다.

환구시보는 "베이징(중국 정부)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집행을 강화해 북한산 석탄 수입 중지를 결정한 것은 타당한 일이지만 인터넷에서 찬양하는 '북한과의 결별'은 국가 정책상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이 그렇게 한다면 한국과 미국이 손뼉을 치면서 기뻐할 일이며, 이는 '학질에 걸린 외교'로서 대국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북한은 지난 해에만 2차례의 핵실험에 24차례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북극성 2형'이란 새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런데도 한국의 사드 배치를 문제 삼으며 한국 기업을 상대로 국가 차원의 보복조치를 하고 있다.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한국 차량 파손 사진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한국 차량 파손 사진

중국은 스스로를 '대국'이라 부른다. 중국이 생각하는 대국은 과연 무엇인가, 중국은 즐겨 말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은 과연 무엇을 하려 하는가. 중국의 대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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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北 껴안는 중국…“북한과 결별은 불가”
    • 입력 2017-03-03 19:54:26
    취재K
지난 달 28일 리길남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베이징 공항에 모습을 나타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가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의 사인이 독극물 VX에 의한 중독이라고 공식 확인한 지 이틀 후로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공식화될지 관심이 모아지던 시점이었다.

중국 외교부의 행보는 빨랐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2월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방문했다"며 "왕이 외교부장과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차관급)과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만나 양국 간의 공통 관심사와 국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설명대로 리길남 부상은 방중 첫날(1일) 류전민 외교부부장을 만났고 둘째날(2일) 왕이 외교부장과 쿵쉬안유 외교 부부장을 면담했다.

왕이 부장은 리 부상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북한은 산수(山水)가 이어져 있고, 전통적인 중북 우호 관계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중국은 북한과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원한다"고 양국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북한 매체도 화답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리길성 부상이 중국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담에서 북·중 관계가 '피로 맺은 친선'임을 강조하며 친선 관계를 공고하게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불과 6일 전 중앙통신이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이란 글에서 "덩치 큰 이웃이 미국의 비위를 맞추면서 조선을 제재하고 있다"며 중국을 맹비난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北조선중앙통신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
멀어졌나 싶으면 다시 북한을 껴안는 중국의 행동은 익숙한 풍경이다.

2015년 12월 12일 세간의 관심 속에 베이징 공연을 추진했던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 악단이 공연 첫날 돌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달도 채 안 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베이징 공연 취소하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모란봉 악단
중국은 우다웨이 6자 회담 수석 대표를 평양으로 보내 추가 도발을 만류했다. 하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를 발사했다.

 북,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 발사
그런데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제재하기 위한 유엔 결의 2270호 채택에 미온적인 행보를 보였고 결의 2270호는 57일 만에야 채택됐다.

왕이 외교부장이 리길성 부상을 만난 다음 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설을 썼다.

환구시보는 "베이징(중국 정부)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집행을 강화해 북한산 석탄 수입 중지를 결정한 것은 타당한 일이지만 인터넷에서 찬양하는 '북한과의 결별'은 국가 정책상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이 그렇게 한다면 한국과 미국이 손뼉을 치면서 기뻐할 일이며, 이는 '학질에 걸린 외교'로서 대국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북한은 지난 해에만 2차례의 핵실험에 24차례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북극성 2형'이란 새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런데도 한국의 사드 배치를 문제 삼으며 한국 기업을 상대로 국가 차원의 보복조치를 하고 있다.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한국 차량 파손 사진
중국은 스스로를 '대국'이라 부른다. 중국이 생각하는 대국은 과연 무엇인가, 중국은 즐겨 말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은 과연 무엇을 하려 하는가. 중국의 대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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