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온 마을이 만든 ‘꿈의 뮤지컬 무대’

입력 2017.03.04 (13:19) 수정 2017.03.0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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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앞둔 4시간 전, 취재진이 찾은 백스테이지는 긴장감보단 웃음과 노랫소리로 시끌벅적했습니다. 공연하기 전에 체력이 다하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연습이 한창이었습니다. 한 명이 노래를 시작하면 다 같이 '레미제라블' 명곡을 따라불러 무대를 완성하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 백스테이지의 주인공들은 모두 첫 데뷔를 앞둔 학생들이었습니다.


평소 공부에 시달리느라, 혹은 비싼 가격 때문에 뮤지컬을 볼 기회가 적은 학생들. 저렴한 자리도 몇만 원씩 하는 뮤지컬은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조차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한 자치단체에서 학생들이 직접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도전할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참여 학생을 모집하자마자, 주변 지역 학생까지 250명이 넘게 지원했습니다.

학생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우선, 어른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습니다. 이 뮤지컬을 후원하는 서울 금천구청은 교육용으로 무료로 배포하는 '레미제라블' 판권을 미국 제작사와 국내 최초로 계약했고, 공연장도 제공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학생들의 무대 의상을 한땀 한땀 직접 만들었습니다. 간식과 연습 공간도 제공했습니다.


어른들의 응원 덕분이었을까요? 선발된 학생 50명은 전문 연출과 감독의 지도로 석 달 동안 원곡을 부르기 위한 영어 공부와 안무, 연기, 발성 연습 등을 모두 소화해냈습니다. 하루에 열 시간씩, 합숙 연습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꿈을 이뤄내는 친구들도 생겨났습니다. 처음엔 '심심해서'라는 이유로 시작했던 학생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기나 뮤지컬 분야에 진지한 관심을 두게 된 겁니다. 어느새 4년째 공연이 이어지면서, 첫해 때 참여했던 학생들 가운덴 실제 공연 제작사의 길을 걷게 된 친구도 있습니다. 어른들이 '공부만이 답'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자, 학생들이 꿈을 이루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감사함을 담은 공연은 지역주민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선사했습니다. 청소년 뮤지컬이라고 해 어설플 것 같았지만, 학생들은 프로 공연 못지 않은 실력을 뽐냈습니다.


빵 하나 훔쳐 19년 동안 감옥살이한 장발장의 절규, 원하지 않은 삶을 살다 죽음을 맞이하는 판틴의 노래, 최후의 순간까지 동료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하는 민중들. 학생들이 진지하게 소화해낸 '레미제라블'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취재하고 있는 저조차도 어느새 공연에 몰입하고 있었습니다.

청소년에게 문화적 기회를 주자며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한 이 공연은 매회 매진 기록을 세우며, 10대들에게는 꿈의 무대를, 지역 주민들에게는 뮤지컬을 무료로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금천구는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뮤지컬스쿨 보조금을 지원받아 학생들의 뮤지컬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밀 예정입니다. 올해 공연은 끝났지만, 주민들의 열렬한 성원 덕에 앙코르 공연을 열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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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온 마을이 만든 ‘꿈의 뮤지컬 무대’
    • 입력 2017-03-04 13:19:44
    • 수정2017-03-04 13:20:03
    취재후·사건후
공연을 앞둔 4시간 전, 취재진이 찾은 백스테이지는 긴장감보단 웃음과 노랫소리로 시끌벅적했습니다. 공연하기 전에 체력이 다하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연습이 한창이었습니다. 한 명이 노래를 시작하면 다 같이 '레미제라블' 명곡을 따라불러 무대를 완성하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 백스테이지의 주인공들은 모두 첫 데뷔를 앞둔 학생들이었습니다. 평소 공부에 시달리느라, 혹은 비싼 가격 때문에 뮤지컬을 볼 기회가 적은 학생들. 저렴한 자리도 몇만 원씩 하는 뮤지컬은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조차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한 자치단체에서 학생들이 직접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도전할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참여 학생을 모집하자마자, 주변 지역 학생까지 250명이 넘게 지원했습니다. 학생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우선, 어른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습니다. 이 뮤지컬을 후원하는 서울 금천구청은 교육용으로 무료로 배포하는 '레미제라블' 판권을 미국 제작사와 국내 최초로 계약했고, 공연장도 제공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학생들의 무대 의상을 한땀 한땀 직접 만들었습니다. 간식과 연습 공간도 제공했습니다. 어른들의 응원 덕분이었을까요? 선발된 학생 50명은 전문 연출과 감독의 지도로 석 달 동안 원곡을 부르기 위한 영어 공부와 안무, 연기, 발성 연습 등을 모두 소화해냈습니다. 하루에 열 시간씩, 합숙 연습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꿈을 이뤄내는 친구들도 생겨났습니다. 처음엔 '심심해서'라는 이유로 시작했던 학생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기나 뮤지컬 분야에 진지한 관심을 두게 된 겁니다. 어느새 4년째 공연이 이어지면서, 첫해 때 참여했던 학생들 가운덴 실제 공연 제작사의 길을 걷게 된 친구도 있습니다. 어른들이 '공부만이 답'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자, 학생들이 꿈을 이루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감사함을 담은 공연은 지역주민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선사했습니다. 청소년 뮤지컬이라고 해 어설플 것 같았지만, 학생들은 프로 공연 못지 않은 실력을 뽐냈습니다. 빵 하나 훔쳐 19년 동안 감옥살이한 장발장의 절규, 원하지 않은 삶을 살다 죽음을 맞이하는 판틴의 노래, 최후의 순간까지 동료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하는 민중들. 학생들이 진지하게 소화해낸 '레미제라블'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취재하고 있는 저조차도 어느새 공연에 몰입하고 있었습니다. 청소년에게 문화적 기회를 주자며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한 이 공연은 매회 매진 기록을 세우며, 10대들에게는 꿈의 무대를, 지역 주민들에게는 뮤지컬을 무료로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금천구는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뮤지컬스쿨 보조금을 지원받아 학생들의 뮤지컬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밀 예정입니다. 올해 공연은 끝났지만, 주민들의 열렬한 성원 덕에 앙코르 공연을 열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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