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왕자 차준환, 정유라 사태 직격탄?…세계선수권 출전 못하나?

입력 2017.03.0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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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피겨의 미래로 불리는 차준환한국 남자피겨의 미래로 불리는 차준환

한국 남자 피겨의 미래로 불리는 차준환은 객관적인 실력을 볼 때, 내년 평창 올림픽 출전이 유력하다. 하지만 내년 3월 열리는 세계선수권 출전은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실력이 아닌 제도 때문이라면 어떨까? 설마 하는 상황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유라 파문 학기중 대회 출전 3회로 제한 논란

정유라 파문 속에 학생 선수에 대한 학사 관리가 엄격해졌다. 규정에 따르면 수업일수를 129일 이상 채워야 하며 학기 중에 대회 출전은 3회까지 가능하다는 조항이다. 그런데 이 조항을 기계적으로 피겨스케이팅에 적용했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피겨스케이팅의 시즌은 마치 의도했던 것처럼 국내 학기 기간과 어긋난다. 9월초 이른바 B급 국제 대회가 시작되고, 10월말부터는 시니어 및 주니어 그랑프리가 약 2달간 펼쳐진다. 11월에는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 필수적인 랭킹전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1월이 되면 피겨 종합선수권이 열리고, 2월 44대륙 피겨 선수권, 3월 세계선수권으로 한 시즌이 마무리된다. 이같은 여러 대회 가운데 우리나라 학생 선수가 방학 기간에 참가할 수 있는 대회는 1월 피겨 종합선수권과 2월 4대륙 대회뿐이다.결국, 나머지 대회 가운데 3번만 출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피겨 스케이팅 주요 대회,대부분 국내 학기중 열려

차준환은 올해 3월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 대회에 출전한다. 올해 10월 말부터 열리는 그랑프리 시리즈에 초청받는다면 2번 대회를 출전해야 한다. 여기에 11월 열리는 랭킹전을 출전해야만 국가대표 자격을 얻는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그랑프리 2회 출전은 불가능해진다. 올림픽이 내년 2월 열리는 상황에서 그랑프리 출전이 1회로 제한된다면 구성 점수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평창 올림픽이 방학 중인 2월에 열린다는 점을 위안 삼아야 하는 것일까? 올림픽에 출전해도 세계선수권은 못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출전횟수 3회를 넘기기 때문이다.

차준환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차준환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다른 국내 피겨 선수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9월에 열리는 B급 대회에 출전해서 기술점수를 충족시켜야만 국제 대회 출전이 가능한데 B급 대회와 랭킹전에 나서게 되면, 그랑프리 출전은 사실상 어렵다. B급 대회와 그랑프리를 연맹파견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학체육회와 교육부는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해외 학교 다니면 국가대표 불가능

일부에선 캐나다 토론토에서 훈련 중인 차준환의 경우, 캐나다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면 어떠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빙상연맹 규정상 차준환이 국가대표로 뛰려면 반드시 한국의 학교를 다녀야 한다.

빙상연맹의 지도자, 선수 등록 규정 14조 3항에 따르면 재학 중 휴학 중인 사람과 해외유학생은 해당 기간 동안 해당 학교급 또는 일반수 선수로 등록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즉 국내에서 학교에 다녀야만 국가대표로 활동할 수 있으며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어서, 세계선수권등에서 한국대표로 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 재일교포 김채화 선수가 일본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국가대표로 출전한 것에 일부 관계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만들어진 규정이다.결국, 차준환은 해외에서 훈련할 수도 없고, 국내에서 훈련하지만, 모든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과거 고시엔 취재 등을 통해 일본의 학생 스포츠를 접하면서, 엄청난 문화 충격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학생 선수라는 단어 중 선수가 중시되는 국내와는 달리, 학생을 강조하는 일본의 문화는 국내 학원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발표된 수업 일수 등 관리 감독 강화 역시 전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대회 출전을 3회로 제한하는 것은 국내 엘리트 스포츠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선수 활동 기간이 짧은 데다 10대 중후반이 가장 중요한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어쩌면 세계적인 선수 발굴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반면 학원 스포츠의 모범으로 불리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꾸준히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피겨 스케이팅과 학업 병행의 모범적인 사례들,그러나 출전 3회 조항은 한국만?

48년 52년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자인 딕 버튼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다. 88년 올림픽에서 카타리나 비트와 이른바 '카르멘 전쟁'을 했던 데비 토머스는 은퇴 후 의사가 되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했던 레이첼 플랫은 대회 기간 중 언제가 과제물을 가져와 리포트를 작성했고, 결국 스탠퍼드에 입학했다.

피겨스케이팅과 학업 병행은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운동에만 전념했던 학생 스포츠 선수들도 지금보다 더 힘든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출전 횟수 제한이라는 방식으로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도, 성공적인 엘리트 선수도 육성하기 어렵다. 격동의 시기를 사는 한국의 피겨 유망주들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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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겨 왕자 차준환, 정유라 사태 직격탄?…세계선수권 출전 못하나?
    • 입력 2017-03-07 16:04:04
    취재K
한국 남자피겨의 미래로 불리는 차준환
한국 남자 피겨의 미래로 불리는 차준환은 객관적인 실력을 볼 때, 내년 평창 올림픽 출전이 유력하다. 하지만 내년 3월 열리는 세계선수권 출전은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실력이 아닌 제도 때문이라면 어떨까? 설마 하는 상황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유라 파문 학기중 대회 출전 3회로 제한 논란

정유라 파문 속에 학생 선수에 대한 학사 관리가 엄격해졌다. 규정에 따르면 수업일수를 129일 이상 채워야 하며 학기 중에 대회 출전은 3회까지 가능하다는 조항이다. 그런데 이 조항을 기계적으로 피겨스케이팅에 적용했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피겨스케이팅의 시즌은 마치 의도했던 것처럼 국내 학기 기간과 어긋난다. 9월초 이른바 B급 국제 대회가 시작되고, 10월말부터는 시니어 및 주니어 그랑프리가 약 2달간 펼쳐진다. 11월에는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 필수적인 랭킹전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1월이 되면 피겨 종합선수권이 열리고, 2월 44대륙 피겨 선수권, 3월 세계선수권으로 한 시즌이 마무리된다. 이같은 여러 대회 가운데 우리나라 학생 선수가 방학 기간에 참가할 수 있는 대회는 1월 피겨 종합선수권과 2월 4대륙 대회뿐이다.결국, 나머지 대회 가운데 3번만 출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피겨 스케이팅 주요 대회,대부분 국내 학기중 열려

차준환은 올해 3월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 대회에 출전한다. 올해 10월 말부터 열리는 그랑프리 시리즈에 초청받는다면 2번 대회를 출전해야 한다. 여기에 11월 열리는 랭킹전을 출전해야만 국가대표 자격을 얻는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그랑프리 2회 출전은 불가능해진다. 올림픽이 내년 2월 열리는 상황에서 그랑프리 출전이 1회로 제한된다면 구성 점수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평창 올림픽이 방학 중인 2월에 열린다는 점을 위안 삼아야 하는 것일까? 올림픽에 출전해도 세계선수권은 못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출전횟수 3회를 넘기기 때문이다.

차준환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차준환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다른 국내 피겨 선수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9월에 열리는 B급 대회에 출전해서 기술점수를 충족시켜야만 국제 대회 출전이 가능한데 B급 대회와 랭킹전에 나서게 되면, 그랑프리 출전은 사실상 어렵다. B급 대회와 그랑프리를 연맹파견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학체육회와 교육부는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해외 학교 다니면 국가대표 불가능

일부에선 캐나다 토론토에서 훈련 중인 차준환의 경우, 캐나다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면 어떠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빙상연맹 규정상 차준환이 국가대표로 뛰려면 반드시 한국의 학교를 다녀야 한다.

빙상연맹의 지도자, 선수 등록 규정 14조 3항에 따르면 재학 중 휴학 중인 사람과 해외유학생은 해당 기간 동안 해당 학교급 또는 일반수 선수로 등록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즉 국내에서 학교에 다녀야만 국가대표로 활동할 수 있으며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어서, 세계선수권등에서 한국대표로 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 재일교포 김채화 선수가 일본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국가대표로 출전한 것에 일부 관계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만들어진 규정이다.결국, 차준환은 해외에서 훈련할 수도 없고, 국내에서 훈련하지만, 모든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과거 고시엔 취재 등을 통해 일본의 학생 스포츠를 접하면서, 엄청난 문화 충격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학생 선수라는 단어 중 선수가 중시되는 국내와는 달리, 학생을 강조하는 일본의 문화는 국내 학원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발표된 수업 일수 등 관리 감독 강화 역시 전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대회 출전을 3회로 제한하는 것은 국내 엘리트 스포츠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선수 활동 기간이 짧은 데다 10대 중후반이 가장 중요한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어쩌면 세계적인 선수 발굴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반면 학원 스포츠의 모범으로 불리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꾸준히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피겨 스케이팅과 학업 병행의 모범적인 사례들,그러나 출전 3회 조항은 한국만?

48년 52년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자인 딕 버튼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다. 88년 올림픽에서 카타리나 비트와 이른바 '카르멘 전쟁'을 했던 데비 토머스는 은퇴 후 의사가 되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했던 레이첼 플랫은 대회 기간 중 언제가 과제물을 가져와 리포트를 작성했고, 결국 스탠퍼드에 입학했다.

피겨스케이팅과 학업 병행은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운동에만 전념했던 학생 스포츠 선수들도 지금보다 더 힘든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출전 횟수 제한이라는 방식으로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도, 성공적인 엘리트 선수도 육성하기 어렵다. 격동의 시기를 사는 한국의 피겨 유망주들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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