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연습생에 ‘위약금 폭탄’ 겁준 대형 기획사들

입력 2017.03.07 (20:07) 수정 2017.03.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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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돌 가수를 꿈꿨던 김나연(가명·18) 양은 최근 학업도 가수 준비도 아닌 어정쩡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년 전 연습생 계약을 체결했지만, 연예기획사의 교육과 지원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여건상 학업과 병행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해 올초, 연습생 계약을 해지해보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따져보니 계약을 해지하려면 그간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내놓아야 되는 위약금이 5천만 원 넘어, 계약 해지란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2. 5년차 연습생 박민후(가명·23) 씨. 데뷔 시켜준다는 말에 혹해 한 연예 기획사와 계약했지만, 회사 사정에 따라 자꾸 데뷔 시기가 늦춰지면서 졸지에 아이돌 장수생 처지가 돼버렸다. 더 늦기 전에 데뷔 가능성이 큰 다른 기획사로 옮기고 싶지만, 박 씨 역시 계약서에 발이 묶였다. 그간 받았던 기획사 지원비의 3배 이상을 위약금으로 물어야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습생 노예 계약에 제동이 걸렸다.

연습생이 투자금의 최대 3배를 위약금으로 물게 한 연예기획사의 갑질이 중단된다.

공정위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피,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주), ㈜디에스피미디어,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등 8개 대형 연예기획사가 계약 해지 시 연습생에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등 불공정 약관을 적용해 온 것을 적발해 시정했다고 7일 밝혔다.


출처 : 공정거래위원회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조사결과 YG엔터, JYP, FNC엔터, 큐브엔터, 젤리피쉬엔터, DSP미디어 등 6개 기획사들은 연습생의 책임으로 계약을 해지하게 될 경우 투자비용의 2~3배를 위약금으로 요구했다. 연예 기획사의 소속 연습생에 대한 투자비용이 3년간 평균 5천3백만 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실정을 감안할 때 그간 계약해지를 하는 경우 연습생들은 위약금 1억~1억 5천만 원 정도를 물어야 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연예 기획사들이 연습생 계약해지로 입는 손해는 교육비와 같은 직접 투자비용이 대부분인데 월평균 91만 원 정도로 여기에 이자비용 정도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데뷔 권한을 악용한 불공정 약관이라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연습생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같은 연예기획사와 전속체결 의무를 지도록 하는 JYP, 큐브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등 3개사 약관은 우선 협상 의무만 부담하는 수준으로 대폭 완화됐다. 연습생 계약을 맺었던 기획사가 연예인 전속계약에서는 먼저 협상할 수 있되 최종선택은 연습생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출처 : 공정위출처 : 공정위

별도 유예기간이나 사전 통지 없이 연습생 계약을 즉시에 해지할 수 있도록 한 JYP, DSP미디어, 로엔·큐브·YG엔터테인먼트의 약관 조항은 사전에 해지 사실을 알리고 3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개선됐다.

소속 연예인의 명예·신용 훼손을 이유로 연습생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DSP미디어, SM·FNC엔터테인먼트 등 3개사의 약관 조항은 모두 삭제됐다.

이들 기획사는 공정위가 지난해 말, 약관 심사에 들어가자 문제가 된 조항을 스스로 고쳤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연습생 권익에선 소홀했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유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강력한 제재를 수반하지는 않고 있어 과연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비판도 나온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기획사라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갑질인 데다, 연습생 대부분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정위의 조치가 실질적인 개선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법은 민사의 영역인 만큼 공정위로서도 시정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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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7 20:07:38
    • 수정2017-03-07 20:21:36
    사회
#1. 아이돌 가수를 꿈꿨던 김나연(가명·18) 양은 최근 학업도 가수 준비도 아닌 어정쩡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년 전 연습생 계약을 체결했지만, 연예기획사의 교육과 지원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여건상 학업과 병행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해 올초, 연습생 계약을 해지해보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따져보니 계약을 해지하려면 그간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내놓아야 되는 위약금이 5천만 원 넘어, 계약 해지란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2. 5년차 연습생 박민후(가명·23) 씨. 데뷔 시켜준다는 말에 혹해 한 연예 기획사와 계약했지만, 회사 사정에 따라 자꾸 데뷔 시기가 늦춰지면서 졸지에 아이돌 장수생 처지가 돼버렸다. 더 늦기 전에 데뷔 가능성이 큰 다른 기획사로 옮기고 싶지만, 박 씨 역시 계약서에 발이 묶였다. 그간 받았던 기획사 지원비의 3배 이상을 위약금으로 물어야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습생 노예 계약에 제동이 걸렸다.

연습생이 투자금의 최대 3배를 위약금으로 물게 한 연예기획사의 갑질이 중단된다.

공정위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피,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주), ㈜디에스피미디어,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등 8개 대형 연예기획사가 계약 해지 시 연습생에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등 불공정 약관을 적용해 온 것을 적발해 시정했다고 7일 밝혔다.


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조사결과 YG엔터, JYP, FNC엔터, 큐브엔터, 젤리피쉬엔터, DSP미디어 등 6개 기획사들은 연습생의 책임으로 계약을 해지하게 될 경우 투자비용의 2~3배를 위약금으로 요구했다. 연예 기획사의 소속 연습생에 대한 투자비용이 3년간 평균 5천3백만 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실정을 감안할 때 그간 계약해지를 하는 경우 연습생들은 위약금 1억~1억 5천만 원 정도를 물어야 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연예 기획사들이 연습생 계약해지로 입는 손해는 교육비와 같은 직접 투자비용이 대부분인데 월평균 91만 원 정도로 여기에 이자비용 정도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데뷔 권한을 악용한 불공정 약관이라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연습생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같은 연예기획사와 전속체결 의무를 지도록 하는 JYP, 큐브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등 3개사 약관은 우선 협상 의무만 부담하는 수준으로 대폭 완화됐다. 연습생 계약을 맺었던 기획사가 연예인 전속계약에서는 먼저 협상할 수 있되 최종선택은 연습생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출처 : 공정위
별도 유예기간이나 사전 통지 없이 연습생 계약을 즉시에 해지할 수 있도록 한 JYP, DSP미디어, 로엔·큐브·YG엔터테인먼트의 약관 조항은 사전에 해지 사실을 알리고 3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개선됐다.

소속 연예인의 명예·신용 훼손을 이유로 연습생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DSP미디어, SM·FNC엔터테인먼트 등 3개사의 약관 조항은 모두 삭제됐다.

이들 기획사는 공정위가 지난해 말, 약관 심사에 들어가자 문제가 된 조항을 스스로 고쳤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연습생 권익에선 소홀했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유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강력한 제재를 수반하지는 않고 있어 과연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비판도 나온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기획사라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갑질인 데다, 연습생 대부분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정위의 조치가 실질적인 개선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법은 민사의 영역인 만큼 공정위로서도 시정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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