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팔·다리 잘라야만 수술?…혈액암 환자는 어쩌라고

입력 2017.03.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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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를 잘라야만 수술이 아니잖아요. 혈액암 환자는 어쩌라고..."

지난해 10월, 40대 김 모 씨는 급성 백혈병을 판정받아 수술을 받았다. 피부를 절제해 심장으로 들어가는 정맥에 관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관을 통해 항암제를 투여하는 치료를 위한 시술이었다.

수술비가 500만 원이 나왔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15년 전부터 삼성화재에 천만 원이 넘는 보험료를 꾸준히 납입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에는 김 씨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신체의 절단, 적제 등 외과적 수술만 수술로 인정하는 보험약관신체의 절단, 적제 등 외과적 수술만 수술로 인정하는 보험약관

"외과적 수술만 수술.. 신체 절단이 아니면 보상 못 해"

수술이 아니라는 것이 삼성화재의 입장. 삼성화재의 암보험 특약에는 수술에 대한 정의에 관 삽입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수술 약관은 너무나 한정적이었다. 신체의 절단, 장기의 적출, 적제 등의 외과적인 수술만 수술로 인정한다는 것.

하지만 환자들과 의사들은 한목소리로 불합리한 약관이라고 말했다. 혈액암인 백혈병 특성상 신체의 절단, 적제 등을 필요로 하는 수술은 드물다는 것이다. 의학계는 특히 최근의 환자들은 90% 이상이 정맥에 관을 삽입하는 삽입술을 받는다고 말한다. 항암제는 독하기 때문에 보통 주사로 치료한다면 말초신경이 모두 괴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이 같은 약관을 적용하고 있다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이 같은 약관을 적용하고 있다

"시중 보험업계가 모두 같은 약관.. 보험 피해자 양산"

슬픈 것은 대부분의 보험사가 해당 약관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 보험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생명 심지어 우체국 보험까지. 시대에 뒤떨어진 불합리한 약관으로 인해 환자들은 금전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김 씨를 비롯한 다수의 피해자는 보험 가입할 당시는 건강한 상태였다. 해당 약관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전문적으로 파악할 수도 없었다. 보험사는 특약에 이 약관을 교묘히 넣어 10년 넘는 기간 동안 가입자들의 돈을 받아 온 것이다.

금융감독원에서 보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피해자에게 보내 온 서류금융감독원에서 보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피해자에게 보내 온 서류

"보험사 편인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도 환자들에게 큰 힘이 돼 주지 못한다. 보험사와 환자 간 분쟁에서 '명시돼 있는 약관'의 힘이란 실로 위대하다. 김 씨는 삼성화재의 지급거부를 이유로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것은 보험 지급을 거부한 판례와 해당 보험사의 약관 설명뿐.

김 씨는 금감원이 분쟁을 조정해 준다고 믿고 있었지만, 오히려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셈이다.


"환자들의 소원은 그저 치료에만 전념하는 것 "

김 씨는 마지막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입원 연락을 받아 다음 주에 올라간다고 한다. 직장도 그만두고 치료에만 전념하고 있는 김 씨는 당장 돈 한 푼이 아쉽다. 받지 못한 수술비 500만 원이 자꾸만 마음에 남는다. 치료만 신경 쓰고 싶지만,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이다.

[연관 기사] 암보험료 꼬박 냈는데…‘외과적 수술’에만 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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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팔·다리 잘라야만 수술?…혈액암 환자는 어쩌라고
    • 입력 2017-03-07 20:18:37
    취재후·사건후
"팔다리를 잘라야만 수술이 아니잖아요. 혈액암 환자는 어쩌라고..."

지난해 10월, 40대 김 모 씨는 급성 백혈병을 판정받아 수술을 받았다. 피부를 절제해 심장으로 들어가는 정맥에 관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관을 통해 항암제를 투여하는 치료를 위한 시술이었다.

수술비가 500만 원이 나왔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15년 전부터 삼성화재에 천만 원이 넘는 보험료를 꾸준히 납입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에는 김 씨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신체의 절단, 적제 등 외과적 수술만 수술로 인정하는 보험약관
"외과적 수술만 수술.. 신체 절단이 아니면 보상 못 해"

수술이 아니라는 것이 삼성화재의 입장. 삼성화재의 암보험 특약에는 수술에 대한 정의에 관 삽입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수술 약관은 너무나 한정적이었다. 신체의 절단, 장기의 적출, 적제 등의 외과적인 수술만 수술로 인정한다는 것.

하지만 환자들과 의사들은 한목소리로 불합리한 약관이라고 말했다. 혈액암인 백혈병 특성상 신체의 절단, 적제 등을 필요로 하는 수술은 드물다는 것이다. 의학계는 특히 최근의 환자들은 90% 이상이 정맥에 관을 삽입하는 삽입술을 받는다고 말한다. 항암제는 독하기 때문에 보통 주사로 치료한다면 말초신경이 모두 괴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이 같은 약관을 적용하고 있다
"시중 보험업계가 모두 같은 약관.. 보험 피해자 양산"

슬픈 것은 대부분의 보험사가 해당 약관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 보험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생명 심지어 우체국 보험까지. 시대에 뒤떨어진 불합리한 약관으로 인해 환자들은 금전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김 씨를 비롯한 다수의 피해자는 보험 가입할 당시는 건강한 상태였다. 해당 약관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전문적으로 파악할 수도 없었다. 보험사는 특약에 이 약관을 교묘히 넣어 10년 넘는 기간 동안 가입자들의 돈을 받아 온 것이다.

금융감독원에서 보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피해자에게 보내 온 서류
"보험사 편인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도 환자들에게 큰 힘이 돼 주지 못한다. 보험사와 환자 간 분쟁에서 '명시돼 있는 약관'의 힘이란 실로 위대하다. 김 씨는 삼성화재의 지급거부를 이유로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것은 보험 지급을 거부한 판례와 해당 보험사의 약관 설명뿐.

김 씨는 금감원이 분쟁을 조정해 준다고 믿고 있었지만, 오히려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셈이다.


"환자들의 소원은 그저 치료에만 전념하는 것 "

김 씨는 마지막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입원 연락을 받아 다음 주에 올라간다고 한다. 직장도 그만두고 치료에만 전념하고 있는 김 씨는 당장 돈 한 푼이 아쉽다. 받지 못한 수술비 500만 원이 자꾸만 마음에 남는다. 치료만 신경 쓰고 싶지만,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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