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북한의 핵 집착…케임브리지 대학에 요청한 책 목록보니

입력 2017.03.0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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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몇 년 전부터 북한의 대학교들과 학술교류를 희망해 왔다. 세계 대학 평가에서 항상 상위 10위권 안의 평가를 받아 온 세계적 대학인 케임브리지 대학이 왜 하필 북한의 대학들과 학술 교류를 원했을까?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 전경. 각종 평가에서 전 세계 상위 10위권 안에 포함되는 명문대학교. 최근 영국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북한을 공부하려는 욕구도 커지고 있지만 케임브리지 도서관에도 북한 관련 서적은 많지 않다.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 전경. 각종 평가에서 전 세계 상위 10위권 안에 포함되는 명문대학교. 최근 영국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북한을 공부하려는 욕구도 커지고 있지만 케임브리지 도서관에도 북한 관련 서적은 많지 않다.

세계와 담을 쌓아 온 북한은 학계에서도 고립을 자처해 왔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모든 분야에 대해 방대한 분량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에서도 북한 관련 서적은 희귀 서적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서양 세계, 특히 영국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북한 관련 서적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도 커지기 시작했다. 북한의 인문, 역사, 지리, 의학 등을 연구하려는 케임브리지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백방으로 북한 서적을 구해보려 했지만 성과를 못내던 케임브리지 대학 측은 결국 북한 대학과 학술교류의 물꼬 틀기에 나선 것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 내부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 내부

케임브리지 대학 도서관은 외교적 통로를 통해 북한 정부와 대화 채널을 만들었다. 케임브리지가 보유하고 있는 서적과 북한의 주요 대학교들이 소장하는 서적을 서로 교환해 보자는 제안을 넣었다. 그러면서 케임브리지측은 북한측에 자신들이 필요한 서적 목록을 보냈다. 얼마 뒤 북한도 케임브리지측에 자신들이 원하는 서적 목록과 주제를 보내왔다. 여기까지 영국과 북한의 쉽지 않은 학술교류는 원만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해 온 서적 목록과 주제들을 보는 순간 케임브리지 대학교 측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술 교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전문 과학 분야의 주제들만이 적혀 있었다. 그것도 모두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북한이 보내온 요구 서적들의 주제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discrete mathematics, (2) information technology, (3) computer logics, (4) optical physics,
(5) superhigh-pressure physics, (6) solar energy, plasma physics, (7) high polymer physics,
(8) fluid mechanics, (9) aero-hydrodynamics, (10) elasto-plasticity mechanics.

북한이 보내달라고 요구한 주제들을 핵물리학 전문가에게 의뢰해 보니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나뉘었다. 먼저
(1)부터 (3)과 관련된 전문서적에는 핵무기의 파괴력 측정에 이용할 수 있는 지식과 관련돼 있었다. 즉 이 주제의 서적들을 북한에 보낼 경우 북한은 그 지식을 이용해 핵무기가 터졌을 때 살상 반경 등을 컴퓨터로 예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4)부터 (10)의 서적들은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역시 이 주제와 관련된 전문 서적들을 보낼 경우 북한은 핵융합 과정과 기술을 연구할 수 있게 된다. 핵무기는 크게 핵분열 방식과 핵융합 방식으로 나뉘는데 좀 더 파괴력이 크고 복잡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핵융합 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자체 회의를 통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원하는 서적을 줄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을 뿐만 아니라 유엔 안보리로부터 케임브리지가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연합은 지난 2월 27일 대북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이나 과학 관련 교류를 금지하도록 명시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대신 농사와 기상 등 정말 북한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서적들을 보내주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목적을 이루지 못한 북한은 더 이상의 교류를 원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학술 교류라는 순수 목적에서 시작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정말 북한에게 필요한 것은 핵 무기 개발 밖에 없는 것일까? 세계적 대학인 케임브리지 대학도 핵 개발에 모든 것을 건 북한에게 두 손을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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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북한의 핵 집착…케임브리지 대학에 요청한 책 목록보니
    • 입력 2017-03-08 11:28:27
    특파원 리포트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몇 년 전부터 북한의 대학교들과 학술교류를 희망해 왔다. 세계 대학 평가에서 항상 상위 10위권 안의 평가를 받아 온 세계적 대학인 케임브리지 대학이 왜 하필 북한의 대학들과 학술 교류를 원했을까?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 전경. 각종 평가에서 전 세계 상위 10위권 안에 포함되는 명문대학교. 최근 영국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북한을 공부하려는 욕구도 커지고 있지만 케임브리지 도서관에도 북한 관련 서적은 많지 않다.
세계와 담을 쌓아 온 북한은 학계에서도 고립을 자처해 왔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모든 분야에 대해 방대한 분량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에서도 북한 관련 서적은 희귀 서적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서양 세계, 특히 영국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북한 관련 서적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도 커지기 시작했다. 북한의 인문, 역사, 지리, 의학 등을 연구하려는 케임브리지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백방으로 북한 서적을 구해보려 했지만 성과를 못내던 케임브리지 대학 측은 결국 북한 대학과 학술교류의 물꼬 틀기에 나선 것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 내부
케임브리지 대학 도서관은 외교적 통로를 통해 북한 정부와 대화 채널을 만들었다. 케임브리지가 보유하고 있는 서적과 북한의 주요 대학교들이 소장하는 서적을 서로 교환해 보자는 제안을 넣었다. 그러면서 케임브리지측은 북한측에 자신들이 필요한 서적 목록을 보냈다. 얼마 뒤 북한도 케임브리지측에 자신들이 원하는 서적 목록과 주제를 보내왔다. 여기까지 영국과 북한의 쉽지 않은 학술교류는 원만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해 온 서적 목록과 주제들을 보는 순간 케임브리지 대학교 측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술 교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전문 과학 분야의 주제들만이 적혀 있었다. 그것도 모두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북한이 보내온 요구 서적들의 주제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discrete mathematics, (2) information technology, (3) computer logics, (4) optical physics,
(5) superhigh-pressure physics, (6) solar energy, plasma physics, (7) high polymer physics,
(8) fluid mechanics, (9) aero-hydrodynamics, (10) elasto-plasticity mechanics.

북한이 보내달라고 요구한 주제들을 핵물리학 전문가에게 의뢰해 보니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나뉘었다. 먼저
(1)부터 (3)과 관련된 전문서적에는 핵무기의 파괴력 측정에 이용할 수 있는 지식과 관련돼 있었다. 즉 이 주제의 서적들을 북한에 보낼 경우 북한은 그 지식을 이용해 핵무기가 터졌을 때 살상 반경 등을 컴퓨터로 예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4)부터 (10)의 서적들은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역시 이 주제와 관련된 전문 서적들을 보낼 경우 북한은 핵융합 과정과 기술을 연구할 수 있게 된다. 핵무기는 크게 핵분열 방식과 핵융합 방식으로 나뉘는데 좀 더 파괴력이 크고 복잡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핵융합 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자체 회의를 통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원하는 서적을 줄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을 뿐만 아니라 유엔 안보리로부터 케임브리지가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연합은 지난 2월 27일 대북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이나 과학 관련 교류를 금지하도록 명시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대신 농사와 기상 등 정말 북한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서적들을 보내주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목적을 이루지 못한 북한은 더 이상의 교류를 원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학술 교류라는 순수 목적에서 시작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정말 북한에게 필요한 것은 핵 무기 개발 밖에 없는 것일까? 세계적 대학인 케임브리지 대학도 핵 개발에 모든 것을 건 북한에게 두 손을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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