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VS 지역 양극화…문 닫는 대학은?

입력 2017.03.09 (17:48) 수정 2017.03.09 (17: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인구 절벽과 대학 구조개혁…지방대가 가장 불리?

지금은 사라진 대입 학력고사. 1990년대 초반, 정확히 91년도 대입학력고사의 수험생은 95만여 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저출산 시대, 2017년 수능시험 응시자는 60만 명을 겨우 넘었다. (605,988명) 이 때문에 대학 구조개혁은 예정된 수순이다.

학령기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어 1994년 태어난 신생아가 72만여 명인데, 11년 뒤인 2005년엔 신생아 수가 43만여 명으로 뚝 떨어진다. 대학 입학 자원이 29만 여 명 줄어드는 셈이다. 학생이 없는 대학, 시장 논리에 따라 정원을 채우지 못 하는 학교들이 자연 감소할 수도 있고,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구조 개혁을 유도할 수도 있다. 교육부는 정책적 구조개혁을 선택했다.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학정원 축소이다. 입학정원 감축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2014~2016년 사이에 진행된 1주기 구조개혁에서 대입 정원은 이미 4만여 명이 줄였다. 앞으로 이뤄지는 2주기 2017~2019년에는 추가로 5만 명을, 3주기인 2020~2022년까지 추가로 7만 명을 줄여, 모두 16만 명의 정원을 줄이는 게 목표다.

정부는 2주기 1단계 평가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해 평가를 진행하고, 비수도권 대학에서 정원 감축을 할 때는 권역별 균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1주기 구조개혁 당시 '지방대가 더 불리하다'는 비판과 저항이 거셌던 것을 반영한 보완책이다.

하지만, 1단계에서 탈락한 대학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2단계에선 권역별 구분없이 평가가 진행된다. 다시금 '지방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김성재 조선대 교수는 지난 3일 열린 '대학교육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토론회'에서 "교육부의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 전국 대학 정원 감축 인원의 78%인 3만 3천여 명이 지방대학에서 감축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2주기 평가 역시, 수도권과 지역 간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2단계 평가…하위 등급은 정원 감축·재정 지원 제한

교육부가 9일 발표한 2주기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을 보면, 1주기와 달리 평가가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1단계에서 '자율 개선 대학'을 뽑는다. 대학의 자체적인 발전 전략,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요소를 따져 '스스로 발전이 가능'한 대학을 선정한다는 것이다. 자율 개선 대학에 뽑히면, 일단 구조개혁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시 말해, 정원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정부 재정 지원도 계속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전폭적인 행정, 재정적 지원을 통해 자율 발전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자율 개선 대학에 뽑히지 않은 대학들은 2단계 평가 대상이 된다. 2단계 대상 가운데 10%는 '자율 개선 대학'으로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 나머지는 X, Y, Z 세 등급으로 분류돼, 정원 감축이나 재정 지원 제한 같은 구조개혁 대상이 된다. 최하위 등급인 Z 등급이 되면, 국가장학금이나 재정 지원 사업 등 모든 재정지원이 중단된다. 인구 절벽의 후폭풍으로 대학은 이제 말그대로 사활을 건 생존경쟁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 ‘정유라 특혜’ 이화여대에 재정 지원 교육부, 신뢰성은?

대학을 아예 폐교시킬 수도 있는 평가인 만큼, 평가 과정과 결과의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시행했던 각종 재정 지원 사업은 투명하게 이뤄졌을까? 감사원은 최근 교육부 고위 간부를 중징계하라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청와대 지시를 받고 지난해 이화여대가 프라임(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되도록 개입한 혐의다. 애초 상명대 본교와 분교가 모두 선정돼야 했지만, 감사원은 이 간부가 청와대 지시를 받아 본교를 탈락시키고 후순위였던 이화여대를 선정했다고 판단한 건데, 특검 수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교육부는 감사원 처분이 부당하다며,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개별 재정 지원 사업에서도 투명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대학 구조개혁 평가 같은 대규모 작업에 대해선 국민 대다수가 결과에 수긍할 수 있을까?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2주기 평가 역시 지방대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지역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교육부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돈줄을 죄어서 대학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식에 대학들이 수긍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수도권 VS 지역 양극화…문 닫는 대학은?
    • 입력 2017-03-09 17:48:31
    • 수정2017-03-09 17:55:40
    취재K
* 인구 절벽과 대학 구조개혁…지방대가 가장 불리? 지금은 사라진 대입 학력고사. 1990년대 초반, 정확히 91년도 대입학력고사의 수험생은 95만여 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저출산 시대, 2017년 수능시험 응시자는 60만 명을 겨우 넘었다. (605,988명) 이 때문에 대학 구조개혁은 예정된 수순이다. 학령기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어 1994년 태어난 신생아가 72만여 명인데, 11년 뒤인 2005년엔 신생아 수가 43만여 명으로 뚝 떨어진다. 대학 입학 자원이 29만 여 명 줄어드는 셈이다. 학생이 없는 대학, 시장 논리에 따라 정원을 채우지 못 하는 학교들이 자연 감소할 수도 있고,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구조 개혁을 유도할 수도 있다. 교육부는 정책적 구조개혁을 선택했다.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학정원 축소이다. 입학정원 감축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2014~2016년 사이에 진행된 1주기 구조개혁에서 대입 정원은 이미 4만여 명이 줄였다. 앞으로 이뤄지는 2주기 2017~2019년에는 추가로 5만 명을, 3주기인 2020~2022년까지 추가로 7만 명을 줄여, 모두 16만 명의 정원을 줄이는 게 목표다. 정부는 2주기 1단계 평가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해 평가를 진행하고, 비수도권 대학에서 정원 감축을 할 때는 권역별 균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1주기 구조개혁 당시 '지방대가 더 불리하다'는 비판과 저항이 거셌던 것을 반영한 보완책이다. 하지만, 1단계에서 탈락한 대학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2단계에선 권역별 구분없이 평가가 진행된다. 다시금 '지방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김성재 조선대 교수는 지난 3일 열린 '대학교육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토론회'에서 "교육부의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 전국 대학 정원 감축 인원의 78%인 3만 3천여 명이 지방대학에서 감축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2주기 평가 역시, 수도권과 지역 간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2단계 평가…하위 등급은 정원 감축·재정 지원 제한 교육부가 9일 발표한 2주기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을 보면, 1주기와 달리 평가가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1단계에서 '자율 개선 대학'을 뽑는다. 대학의 자체적인 발전 전략,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요소를 따져 '스스로 발전이 가능'한 대학을 선정한다는 것이다. 자율 개선 대학에 뽑히면, 일단 구조개혁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시 말해, 정원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정부 재정 지원도 계속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전폭적인 행정, 재정적 지원을 통해 자율 발전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자율 개선 대학에 뽑히지 않은 대학들은 2단계 평가 대상이 된다. 2단계 대상 가운데 10%는 '자율 개선 대학'으로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 나머지는 X, Y, Z 세 등급으로 분류돼, 정원 감축이나 재정 지원 제한 같은 구조개혁 대상이 된다. 최하위 등급인 Z 등급이 되면, 국가장학금이나 재정 지원 사업 등 모든 재정지원이 중단된다. 인구 절벽의 후폭풍으로 대학은 이제 말그대로 사활을 건 생존경쟁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 ‘정유라 특혜’ 이화여대에 재정 지원 교육부, 신뢰성은? 대학을 아예 폐교시킬 수도 있는 평가인 만큼, 평가 과정과 결과의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시행했던 각종 재정 지원 사업은 투명하게 이뤄졌을까? 감사원은 최근 교육부 고위 간부를 중징계하라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청와대 지시를 받고 지난해 이화여대가 프라임(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되도록 개입한 혐의다. 애초 상명대 본교와 분교가 모두 선정돼야 했지만, 감사원은 이 간부가 청와대 지시를 받아 본교를 탈락시키고 후순위였던 이화여대를 선정했다고 판단한 건데, 특검 수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교육부는 감사원 처분이 부당하다며,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개별 재정 지원 사업에서도 투명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대학 구조개혁 평가 같은 대규모 작업에 대해선 국민 대다수가 결과에 수긍할 수 있을까?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2주기 평가 역시 지방대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지역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교육부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돈줄을 죄어서 대학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식에 대학들이 수긍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