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대통령 탄핵과 윤리적 역설

입력 2017.03.11 (07:44) 수정 2017.03.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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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안 해설국장]

이번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의 ‘선한 의지’와 ‘결과 책임’ 논쟁이 있었습니다. 한 대권주자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됐던 것’이라며 ‘결국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에 다른 대선주자는 ‘정치인에게는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과’라며 대통령을 향해 또 선한 의지 발언을 겨냥해 비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와 기자간담회 등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며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정치를 직업적 소명으로 받아들인 대통령으로서 순수한 마음, 선한 의지만을 가지고 행한 일들의 결과가 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정치의 세계에서는 별개입니다. 우리 헌정사와 세계 역사에서 전혀 그렇지 않음을 목격해 왔습니다. 20세기 초 독일 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적 행위에 있어서는 선으로부터는 선만이, 악으로부터는 악만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자는 정치적으로 유아에 불과하다’고 통찰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정치세계의 윤리적 역설에서 무지했고 자신의 선택과 결정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결과에 대해 결국 탄핵이라는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선한 의지를 갖고 어려운 사람과 국민을 위해 일을 하려 한 정치 지도자일지는 몰라도 필요적 조건을 갖춘 정치 지도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박 대통령의 퇴진에 따른 선거 국면에서 박근혜 지우기를 위한 주장들이 우리 사회를 뒤덮을 것입니다. 그만큼 탄핵사태가 드리운 그늘이 크기 때문입니다. 막스 베버는 1차 세계 대전 패전 직후 독일에서 벌어진 반전 평화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등 이상 사회를 시험하려는 각종 주장들을 정치적 딜레탕티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마추어리즘, 포퓰리즘이라고 할 이 말을 베버는 무책임이란 뜻으로 사용했습니다. 100년이 지난 오늘 우리 현실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관료사회, 심지어 청와대에서도 일어나는 딜레탕티즘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헌법적 명령에 따라 채 임기 1년을 못 남기고 파면됐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전직 대통령의 남은 책임은 헌법재판소 최후진술 의견서에서 밝혔듯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모아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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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대통령 탄핵과 윤리적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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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3-11 10: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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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안 해설국장]

이번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의 ‘선한 의지’와 ‘결과 책임’ 논쟁이 있었습니다. 한 대권주자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됐던 것’이라며 ‘결국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에 다른 대선주자는 ‘정치인에게는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과’라며 대통령을 향해 또 선한 의지 발언을 겨냥해 비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와 기자간담회 등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며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정치를 직업적 소명으로 받아들인 대통령으로서 순수한 마음, 선한 의지만을 가지고 행한 일들의 결과가 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정치의 세계에서는 별개입니다. 우리 헌정사와 세계 역사에서 전혀 그렇지 않음을 목격해 왔습니다. 20세기 초 독일 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적 행위에 있어서는 선으로부터는 선만이, 악으로부터는 악만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자는 정치적으로 유아에 불과하다’고 통찰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정치세계의 윤리적 역설에서 무지했고 자신의 선택과 결정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결과에 대해 결국 탄핵이라는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선한 의지를 갖고 어려운 사람과 국민을 위해 일을 하려 한 정치 지도자일지는 몰라도 필요적 조건을 갖춘 정치 지도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박 대통령의 퇴진에 따른 선거 국면에서 박근혜 지우기를 위한 주장들이 우리 사회를 뒤덮을 것입니다. 그만큼 탄핵사태가 드리운 그늘이 크기 때문입니다. 막스 베버는 1차 세계 대전 패전 직후 독일에서 벌어진 반전 평화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등 이상 사회를 시험하려는 각종 주장들을 정치적 딜레탕티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마추어리즘, 포퓰리즘이라고 할 이 말을 베버는 무책임이란 뜻으로 사용했습니다. 100년이 지난 오늘 우리 현실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관료사회, 심지어 청와대에서도 일어나는 딜레탕티즘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헌법적 명령에 따라 채 임기 1년을 못 남기고 파면됐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전직 대통령의 남은 책임은 헌법재판소 최후진술 의견서에서 밝혔듯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모아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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