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한일야구 엇갈린 명암…일본이 더 아쉬워하는 이유는?

입력 2017.03.12 (07: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스포츠전문 매체 산케이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일본 야구대표팀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정식을 하고 과거 대회의 굴욕적 장면을 모은 영상을 함께 보며 세계 정상탈환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출정식에 등장한 의외의 준비물은 지난 대회의 상징적 장면을 정리한 '동기부여 비디오'였다고 한다. 2분 10초 분량의 영상에는 2009년 제2회 우승 등 일본의 기쁜 순간도 있었지만, '동기 부여'를 위해 준비한 일본야구 굴욕의 역사도 있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그중에는 2006년 제1회 WBC 2차 리그에서 한국에 패한 뒤 마운드에 태극기가 꽂힌 장면도 있었다. 당시 한국대표팀 투수 서재응 등이 승리 후 마운드로 올라가 태극기를 꽂던 모습은 한국야구의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대만전에서 간신히 1승…. 오승환만 빛났던 대표팀

한국야구는 2015년 초대 챔피언에 오른 프리미어 12에서도 일본 야구에 굴욕을 안겼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한국은 4대3의 역전승을 거뒀고, 도쿄돔은 태극기 물결에 휩싸였다.


2006년 WBC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 연이어 겪은 한일전 패배의 충격 때문인지 일본은 한국과의 야구 대결에서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도쿄 TV에서 조사한 ‘절대 지고 싶지 않은 나라’ 항목에선 한국(48%)이 중국(28%)을 제치고 1위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번 WBC는 1, 2라운드가 리그전으로 바뀌면서 최대 두 번까지 한·일전이 열릴 수 있었다. 두 팀이 1라운드를 통과하면 도쿄돔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서 만나게 되고, 두 번째 한·일전이 성사된다면, 결승전까지 기대할 수 있었지만, 한국의 무기력한 탈락으로 한일전 자체가 무산됐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이어 져 2패로 WBC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고 대만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이겨 조 3위로 간신히 체면만 지킨 셈이 됐다. 한국 최초의 돔구장 고척 스카이돔에서 '개최국'의 지위로 첫 대회에 치렀던 대표팀의 도전은 이로써 허탈하게 마무리됐다.

게다가 무기력한 경기로 팬들의 비난도 쏟아졌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갈채를 받은 선수는 논란 속에 가장 마지막에 대표팀에 합류했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었다. 해외원정 도박이 들통 나 쫓기듯 메이저리그로 떠났지만, 오히려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오승환은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 끝에 WBC 대표팀에 발탁된 뒤 우리 선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오승환은 이스라엘과 개막전, 대만과의 1라운드 최종전에 등판해 3과 3분의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 6탈삼진으로 막았다. 이스라엘전 2사 만루, 대만전 무사 2루 등 위험한 순간에 등판해 앞 투수가 남긴 주자의 득점을 봉쇄했지만, 결국 외로운 사투로 끝나고 말았다.

반면 B조의 일본은 쿠바와 호주를 꺾고 2연승으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었다. 고쿠보 히로키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2차전에서 호주를 4-1로 제쳐, 마지막 상대인 최약체 중국과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가볍게 1라운드를 통과했다.

한국 없는 2라운드….'설욕전','흥행' 놓친 일본의 아쉬움

결국, 우리만큼이나 한국의 탈락을 아쉬워하는 팀이 일본이 됐다. '굴욕 비디오'까지 준비해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했을 만큼 '설욕의 기회'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5년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친 바 있다. 한국의 기적 같은 대역전으로 일본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도 ‘일본 야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도쿄돔에서 당한 대역전패였다.


한일전을 고대한 또 다른 이유는 흥행이었다. 일본야구기구(NPB) 관계자는 “WBC 최고 흥행카드는 누가 뭐래도 한일전”이라며 “한일전 만큼 흥미진진한 경기도 없다는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전의 일본 TV 광고 단가는 1라운드 1차 전이였던 쿠바 대 일본전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TV 시청률은 말할 것도 없다. 7일 쿠바 대 일본전 TV 지상파 시청률은 22.2%였지만, 일본야구계는 2라운드에서 한국과 대결한다면 30% 이상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프리미어 12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 시청률이 평균 25.2%(관동지구)였으며 순간 최고 시청률은 32.2%까지 치솟았다.

투지 상실한 야구대표팀...'국민 감독'의 쓸쓸한 퇴장

'국민 감독' 김인식의 마지막 도전도 쓸쓸하게 끝났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2015년에는 프리미어 12 대표팀을 맡아 한국을 초대 챔피언으로 올려놓은 70대 백전노장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끊임없는 논란과 부상 선수 속출로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못한 채 대회에 나섰다가 안타까운 결과를 얻었다.

김인식 감독은 " 대표팀 감독을 맡을 만한 실력 있는 감독이 많다. 다만 부담이 큰 대표팀이라 안 하려고 했던 거 같다. 저는 이번 기회에 모든 야구계나 언론에서도 도와줘서 저보다 젊은 감독이 들어서길 바란다."라는 말로 무겁게 작별을 고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WBC 한일야구 엇갈린 명암…일본이 더 아쉬워하는 이유는?
    • 입력 2017-03-12 07:02:58
    취재K
지난달 28일 스포츠전문 매체 산케이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일본 야구대표팀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정식을 하고 과거 대회의 굴욕적 장면을 모은 영상을 함께 보며 세계 정상탈환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출정식에 등장한 의외의 준비물은 지난 대회의 상징적 장면을 정리한 '동기부여 비디오'였다고 한다. 2분 10초 분량의 영상에는 2009년 제2회 우승 등 일본의 기쁜 순간도 있었지만, '동기 부여'를 위해 준비한 일본야구 굴욕의 역사도 있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그중에는 2006년 제1회 WBC 2차 리그에서 한국에 패한 뒤 마운드에 태극기가 꽂힌 장면도 있었다. 당시 한국대표팀 투수 서재응 등이 승리 후 마운드로 올라가 태극기를 꽂던 모습은 한국야구의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대만전에서 간신히 1승…. 오승환만 빛났던 대표팀

한국야구는 2015년 초대 챔피언에 오른 프리미어 12에서도 일본 야구에 굴욕을 안겼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한국은 4대3의 역전승을 거뒀고, 도쿄돔은 태극기 물결에 휩싸였다.


2006년 WBC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 연이어 겪은 한일전 패배의 충격 때문인지 일본은 한국과의 야구 대결에서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도쿄 TV에서 조사한 ‘절대 지고 싶지 않은 나라’ 항목에선 한국(48%)이 중국(28%)을 제치고 1위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번 WBC는 1, 2라운드가 리그전으로 바뀌면서 최대 두 번까지 한·일전이 열릴 수 있었다. 두 팀이 1라운드를 통과하면 도쿄돔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서 만나게 되고, 두 번째 한·일전이 성사된다면, 결승전까지 기대할 수 있었지만, 한국의 무기력한 탈락으로 한일전 자체가 무산됐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이어 져 2패로 WBC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고 대만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이겨 조 3위로 간신히 체면만 지킨 셈이 됐다. 한국 최초의 돔구장 고척 스카이돔에서 '개최국'의 지위로 첫 대회에 치렀던 대표팀의 도전은 이로써 허탈하게 마무리됐다.

게다가 무기력한 경기로 팬들의 비난도 쏟아졌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갈채를 받은 선수는 논란 속에 가장 마지막에 대표팀에 합류했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었다. 해외원정 도박이 들통 나 쫓기듯 메이저리그로 떠났지만, 오히려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오승환은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 끝에 WBC 대표팀에 발탁된 뒤 우리 선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오승환은 이스라엘과 개막전, 대만과의 1라운드 최종전에 등판해 3과 3분의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 6탈삼진으로 막았다. 이스라엘전 2사 만루, 대만전 무사 2루 등 위험한 순간에 등판해 앞 투수가 남긴 주자의 득점을 봉쇄했지만, 결국 외로운 사투로 끝나고 말았다.

반면 B조의 일본은 쿠바와 호주를 꺾고 2연승으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었다. 고쿠보 히로키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2차전에서 호주를 4-1로 제쳐, 마지막 상대인 최약체 중국과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가볍게 1라운드를 통과했다.

한국 없는 2라운드….'설욕전','흥행' 놓친 일본의 아쉬움

결국, 우리만큼이나 한국의 탈락을 아쉬워하는 팀이 일본이 됐다. '굴욕 비디오'까지 준비해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했을 만큼 '설욕의 기회'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5년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친 바 있다. 한국의 기적 같은 대역전으로 일본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도 ‘일본 야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도쿄돔에서 당한 대역전패였다.


한일전을 고대한 또 다른 이유는 흥행이었다. 일본야구기구(NPB) 관계자는 “WBC 최고 흥행카드는 누가 뭐래도 한일전”이라며 “한일전 만큼 흥미진진한 경기도 없다는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전의 일본 TV 광고 단가는 1라운드 1차 전이였던 쿠바 대 일본전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TV 시청률은 말할 것도 없다. 7일 쿠바 대 일본전 TV 지상파 시청률은 22.2%였지만, 일본야구계는 2라운드에서 한국과 대결한다면 30% 이상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프리미어 12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 시청률이 평균 25.2%(관동지구)였으며 순간 최고 시청률은 32.2%까지 치솟았다.

투지 상실한 야구대표팀...'국민 감독'의 쓸쓸한 퇴장

'국민 감독' 김인식의 마지막 도전도 쓸쓸하게 끝났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2015년에는 프리미어 12 대표팀을 맡아 한국을 초대 챔피언으로 올려놓은 70대 백전노장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끊임없는 논란과 부상 선수 속출로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못한 채 대회에 나섰다가 안타까운 결과를 얻었다.

김인식 감독은 " 대표팀 감독을 맡을 만한 실력 있는 감독이 많다. 다만 부담이 큰 대표팀이라 안 하려고 했던 거 같다. 저는 이번 기회에 모든 야구계나 언론에서도 도와줘서 저보다 젊은 감독이 들어서길 바란다."라는 말로 무겁게 작별을 고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