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운동화 신고 세운 신기록은 인정되나?

입력 2017.03.12 (16:09) 수정 2017.03.1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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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바닥에 용수철을 단 운동화를 신고 뛰어서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면 인정할 수 있을까?
첨단 기술을 접목한 운동용품을 이용해 기록을 세우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해야 할지 여부가 스포츠계에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각종 국제 육상대회에서 이런 '첨단 기술이 적용된 운동화'를 신고 뛴 일부 선수들이 기록을 단축하며 우승하는 등 좋은 결과를 거두자 공정 경쟁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제육상연맹(IAAF)이 첨단 기술 운동화의 사용금지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한편에선 과학기술의 발전을 스포츠에 접목한 쾌거라는 찬사가 나오는 반면, 이는 선수의 능력을 불공정하게 향상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전신 수영복에 이어 소위 첨단 운동화의 퇴출 여부가 최근 국제 스포츠계의 중요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고 8일(현지시각)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첨단 운동화 사용금지 여부가 국제 스포츠계의 관심사가 됐다고 보도했다.뉴욕타임스는 첨단 운동화 사용금지 여부가 국제 스포츠계의 관심사가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국제육상연맹이 이런 첨단 운동화를 엘리트 육상 선수들이 신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문의가 많아 2주 안에 기술위원회를 열어 허용 여부와 관련 규정 변경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논란은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비롯한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엘리트 육상선수들의 기록 단축이 자사 첨단 제품의 성과라고 강조하며 경쟁적으로 대대적 마케팅을 벌이면서 가열됐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세계마라톤대회 우승자가 신은 '첨단 운동화'의 경우 6.5온스(약 184g)에 불과하고 두꺼우면서도 가벼운 중창 덕에 착지 후 내딛는 힘을 13% 높여줄 뿐만 아니라 피로도를 줄여주고, 탄소섬유로 만들어 기존 운동화보다 에너지 소모를 4% 줄여준다는 등의 주장을 한다.

나이키가 마라톤의 기록 단축을 위해 개발한 첨단 운동화나이키가 마라톤의 기록 단축을 위해 개발한 첨단 운동화

스포츠과학자들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1~1.5도 내리막길을 뛰는 정도에 해당하며, 이는 엄청난 차이"라고 설명한다.

비판론자들은 이 정도로 탄력이 향상됐다면 용수철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며, '기술 도핑'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국제 공인 경기에서 사용이 금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비나 도구'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로지 선수의 인체만으로 경쟁해야 하며 경제력과 기술이 떨어지는 나라의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든다.

반면 스포츠용품업체들은 물론 일부 선수들과 학자들은 금지에 반대하면서 오히려 스포츠가 이런 기술들을 수용함으로써 발전해왔다고 주장한다.

아디다스가 3D 기술로 개발한 첨단 운동화아디다스가 3D 기술로 개발한 첨단 운동화

IAAF의 관련 규정은 "모든 경기에 사용되는 운동화는 승인받아야 한다"고 돼 있고 "운동화는 선수에게 어떠한 불공정한 추가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여기엔 착용자에게 불공정한 이점을 줄 수 있는 어떠한 기술의 적용도 포함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불공정한 이점이 무엇인지 등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혼란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IAAF가 부패사건 등 각종 스캔들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열리는 기술위원회 회의도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발목이 없는 상태로 태어난 남아프리공화국의 장애인 육상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탄소섬유 재질의 스프린터용 의족을 착용하고 출전하려 하자 IAAF는 다른 선수보다 ‘불공정한 이점'을 누린다며 금지했다. 이후 피스토리우스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해, 출전 제한이 부당하다는 결정을 얻어내기도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장애인 육상선수 피스토리우스가 탄소섬유 의족을 신고 달리는 모습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장애인 육상선수 피스토리우스가 탄소섬유 의족을 신고 달리는 모습

전신 수영복 이어 '첨단 운동화'도 '공정경쟁 위배' 논란

이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운동용품의 사용문제는 운동화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세계 유수 수영선수들에게 첨단기술로 만든 전신 수영복이 기록단축에 도움이 돼 주목받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불공정한 부력과 속도 증강' 효과 문제로 금지된 바 있다.

2007년 사용이 금지되기 전에 전신 수영복을 테스트하던 박태환 선수2007년 사용이 금지되기 전에 전신 수영복을 테스트하던 박태환 선수

첨단 기술 운동화를 옹호하는 이들은 육상 트랙이 돌에서 합성고무로, 장대높이뛰기의 장대가 대나무에서 유리섬유로, 테니스 라켓이 나무에서 금속으로 각각 재질이 바뀌었듯이 운동화도 이미 거품과 겔로 쿠션을 강화하는 등 변화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엄밀하게는 맨발이 아닌 어떤 운동화도 '도구'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일부에선 스포츠용품 업체들의 상술이 지나치다면서 이 논란도 '조깅족'이나 '4시간 마라톤대회' 참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업체들의 상품 판매만 늘려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연 고대 그리스 올림픽 이후로 발전되온 운동용품과 이에 따라 이뤄진 세계 신기록은 어디까지가 진짜 인간의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관련 링크] 뉴욕 타임스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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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2 16:09:49
    • 수정2017-03-12 16:12:00
    취재K

신발 바닥에 용수철을 단 운동화를 신고 뛰어서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면 인정할 수 있을까?
첨단 기술을 접목한 운동용품을 이용해 기록을 세우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해야 할지 여부가 스포츠계에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각종 국제 육상대회에서 이런 '첨단 기술이 적용된 운동화'를 신고 뛴 일부 선수들이 기록을 단축하며 우승하는 등 좋은 결과를 거두자 공정 경쟁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제육상연맹(IAAF)이 첨단 기술 운동화의 사용금지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한편에선 과학기술의 발전을 스포츠에 접목한 쾌거라는 찬사가 나오는 반면, 이는 선수의 능력을 불공정하게 향상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전신 수영복에 이어 소위 첨단 운동화의 퇴출 여부가 최근 국제 스포츠계의 중요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고 8일(현지시각)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첨단 운동화 사용금지 여부가 국제 스포츠계의 관심사가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국제육상연맹이 이런 첨단 운동화를 엘리트 육상 선수들이 신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문의가 많아 2주 안에 기술위원회를 열어 허용 여부와 관련 규정 변경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논란은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비롯한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엘리트 육상선수들의 기록 단축이 자사 첨단 제품의 성과라고 강조하며 경쟁적으로 대대적 마케팅을 벌이면서 가열됐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세계마라톤대회 우승자가 신은 '첨단 운동화'의 경우 6.5온스(약 184g)에 불과하고 두꺼우면서도 가벼운 중창 덕에 착지 후 내딛는 힘을 13% 높여줄 뿐만 아니라 피로도를 줄여주고, 탄소섬유로 만들어 기존 운동화보다 에너지 소모를 4% 줄여준다는 등의 주장을 한다.

나이키가 마라톤의 기록 단축을 위해 개발한 첨단 운동화
스포츠과학자들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1~1.5도 내리막길을 뛰는 정도에 해당하며, 이는 엄청난 차이"라고 설명한다.

비판론자들은 이 정도로 탄력이 향상됐다면 용수철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며, '기술 도핑'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국제 공인 경기에서 사용이 금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비나 도구'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로지 선수의 인체만으로 경쟁해야 하며 경제력과 기술이 떨어지는 나라의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든다.

반면 스포츠용품업체들은 물론 일부 선수들과 학자들은 금지에 반대하면서 오히려 스포츠가 이런 기술들을 수용함으로써 발전해왔다고 주장한다.

아디다스가 3D 기술로 개발한 첨단 운동화
IAAF의 관련 규정은 "모든 경기에 사용되는 운동화는 승인받아야 한다"고 돼 있고 "운동화는 선수에게 어떠한 불공정한 추가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여기엔 착용자에게 불공정한 이점을 줄 수 있는 어떠한 기술의 적용도 포함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불공정한 이점이 무엇인지 등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혼란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IAAF가 부패사건 등 각종 스캔들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열리는 기술위원회 회의도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발목이 없는 상태로 태어난 남아프리공화국의 장애인 육상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탄소섬유 재질의 스프린터용 의족을 착용하고 출전하려 하자 IAAF는 다른 선수보다 ‘불공정한 이점'을 누린다며 금지했다. 이후 피스토리우스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해, 출전 제한이 부당하다는 결정을 얻어내기도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장애인 육상선수 피스토리우스가 탄소섬유 의족을 신고 달리는 모습
전신 수영복 이어 '첨단 운동화'도 '공정경쟁 위배' 논란

이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운동용품의 사용문제는 운동화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세계 유수 수영선수들에게 첨단기술로 만든 전신 수영복이 기록단축에 도움이 돼 주목받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불공정한 부력과 속도 증강' 효과 문제로 금지된 바 있다.

2007년 사용이 금지되기 전에 전신 수영복을 테스트하던 박태환 선수
첨단 기술 운동화를 옹호하는 이들은 육상 트랙이 돌에서 합성고무로, 장대높이뛰기의 장대가 대나무에서 유리섬유로, 테니스 라켓이 나무에서 금속으로 각각 재질이 바뀌었듯이 운동화도 이미 거품과 겔로 쿠션을 강화하는 등 변화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엄밀하게는 맨발이 아닌 어떤 운동화도 '도구'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일부에선 스포츠용품 업체들의 상술이 지나치다면서 이 논란도 '조깅족'이나 '4시간 마라톤대회' 참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업체들의 상품 판매만 늘려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연 고대 그리스 올림픽 이후로 발전되온 운동용품과 이에 따라 이뤄진 세계 신기록은 어디까지가 진짜 인간의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관련 링크] 뉴욕 타임스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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