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물대포’에 ‘백지 학보’ 발행까지…서울대의 수난사

입력 2017.03.13 (22:12) 수정 2017.03.1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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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토요일 아침, 본관에서 끌려 나온 학생들"

지난 11일, 새벽 6시 30분. 400여 명의 학교 직원들이 본관을 에워쌌다. 조용한 토요일 아침이 깨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잠긴 본관을 열어젖히고 학생들이 있는 4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끌어냈다. 집에 가지 못한 채 아침잠을 자고 있던 학생들은 잠결에 본관 밖으로 끌려 나왔다. 그 과정에서 학생 한 명은 응급실까지 실려갔다.


"학생들을 향한 물대포, 65년 만에 세상에 나온 백지 학보"

끌려 나온 학생들 외에 4층에는 10여 명의 학생이 여전히 갇혀있었다. 학생들은 학교 직원에 소화전 분말을 뿌려댔다. 그러자 학교 측은 소화전을 열어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서울대학교 학보 1면은 백지로 뿌려졌다. 학교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65년 만에 처음으로 백지 학보가 발행된 것이다.


"왜 학생들은 153일간 집에 가지 못했나"

꼬박 153일. 이 153일간 학생들은 집에도 가지 않고 본관을 점거하고 있었다. 이유는 서울대의 시흥캠퍼스건립. 개요는 이렇다. 이장무 총장이 재임하던 당시인 2007년, 서울대는 새 캠퍼스 조성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09년, 시흥시를 새 캠퍼스 후보지로 의결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해인 2016년, 서울대학교 측은 시흥시와 일사천리로 협약을 진행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착공을 시작해 2018년 3월부터 차례로 시흥캠퍼스가 조성될 예정이었다.

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 결정이라고 여겼다. 의견 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큰 공사가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학교는 교육을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학생들은 근거 없는 수익 사업이라고 여겼다. 지난해 10월 10일. 약 천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본관 점거를 시작했다. 시흥캠퍼스 설립을 반대하며 시작한 이 본관 점거는 학교 직원들에 의해 끌려 나오며 끝이 났다.


"시흥캠퍼스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시흥캠퍼스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시흥캠퍼스에 대한 의견수렴을 꾸준히 해온 데다, 학생들이 충분히 캠퍼스 설립 의도를 이해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본관 점거를 이어가는 학생들의 의견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이용하는 익명게시판인 '스누라이프'에는 한 학생이 본관점거를 반대하는 글을 실명으로 올렸다. 처음으로 터져 나온 본관 점거 반대 의견이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의 봄은 언제 오는가"

오늘 오후 5시. 학생들은 학교와 새로운 대화를 시작했다. 행정관 앞에 모인 천여 명의 학생들은 공동행동을 통해 강제 점거 해산과 시흥캠퍼스에 대한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측도 학생들의 이같은 대화 시도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어느덧 3월. 성큼 다가온 봄과 같이 서울대의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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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물대포’에 ‘백지 학보’ 발행까지…서울대의 수난사
    • 입력 2017-03-13 22:12:44
    • 수정2017-03-14 08:29:35
    취재후·사건후
"어느 토요일 아침, 본관에서 끌려 나온 학생들"

지난 11일, 새벽 6시 30분. 400여 명의 학교 직원들이 본관을 에워쌌다. 조용한 토요일 아침이 깨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잠긴 본관을 열어젖히고 학생들이 있는 4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끌어냈다. 집에 가지 못한 채 아침잠을 자고 있던 학생들은 잠결에 본관 밖으로 끌려 나왔다. 그 과정에서 학생 한 명은 응급실까지 실려갔다.


"학생들을 향한 물대포, 65년 만에 세상에 나온 백지 학보"

끌려 나온 학생들 외에 4층에는 10여 명의 학생이 여전히 갇혀있었다. 학생들은 학교 직원에 소화전 분말을 뿌려댔다. 그러자 학교 측은 소화전을 열어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서울대학교 학보 1면은 백지로 뿌려졌다. 학교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65년 만에 처음으로 백지 학보가 발행된 것이다.


"왜 학생들은 153일간 집에 가지 못했나"

꼬박 153일. 이 153일간 학생들은 집에도 가지 않고 본관을 점거하고 있었다. 이유는 서울대의 시흥캠퍼스건립. 개요는 이렇다. 이장무 총장이 재임하던 당시인 2007년, 서울대는 새 캠퍼스 조성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09년, 시흥시를 새 캠퍼스 후보지로 의결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해인 2016년, 서울대학교 측은 시흥시와 일사천리로 협약을 진행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착공을 시작해 2018년 3월부터 차례로 시흥캠퍼스가 조성될 예정이었다.

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 결정이라고 여겼다. 의견 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큰 공사가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학교는 교육을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학생들은 근거 없는 수익 사업이라고 여겼다. 지난해 10월 10일. 약 천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본관 점거를 시작했다. 시흥캠퍼스 설립을 반대하며 시작한 이 본관 점거는 학교 직원들에 의해 끌려 나오며 끝이 났다.


"시흥캠퍼스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시흥캠퍼스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시흥캠퍼스에 대한 의견수렴을 꾸준히 해온 데다, 학생들이 충분히 캠퍼스 설립 의도를 이해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본관 점거를 이어가는 학생들의 의견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이용하는 익명게시판인 '스누라이프'에는 한 학생이 본관점거를 반대하는 글을 실명으로 올렸다. 처음으로 터져 나온 본관 점거 반대 의견이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의 봄은 언제 오는가"

오늘 오후 5시. 학생들은 학교와 새로운 대화를 시작했다. 행정관 앞에 모인 천여 명의 학생들은 공동행동을 통해 강제 점거 해산과 시흥캠퍼스에 대한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측도 학생들의 이같은 대화 시도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어느덧 3월. 성큼 다가온 봄과 같이 서울대의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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