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을까?…<밤의 해변에서 혼자>

입력 2017.03.14 (18:08) 수정 2017.03.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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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이고요. 저희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화제 속에 선 두 인물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그간 불거진 사생활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불륜 관계임을 시인한 겁니다. 김민희는 "다가올 상황이나 놓여진 상황 모든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홍상수 감독은 "책임져야하는 부분이고, 영화 만들었으니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라며 부정적 시선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따가운 외부 시선은 보이지 않고 '그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고백과 함께 <밤의 해변에서 혼자>도 베일을 벗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이자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이 영화! 앞서 해외 평단은 "홍상수 최고의 영화", "자신을 그린 일련의 영화들의 최고점을 이룬 영화"라는 호평을 쏟아냈죠. 김민희의 물 흐르듯 하면서 살아 숨쉬는 '생활 연기' 대한 칭찬도 풍성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두 사람의 불륜 스캔들을 모른 바가 아니지만 "도덕적 관점에서 어떻게 보든 예술성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국내 관객들은 이 작품을 '영화로만' 뚝 떼어놓고 보기엔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는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스크린 속에 두 사람의 실제 관계가 너무 많이 오버랩되기 때문입니다. 줄거리부터가 그렇습니다. 영화 속 여배우로 등장하는 영희(김민희 분)는 유부남인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집니다. 스크린 곳곳엔 홍 감독과 김민희, 두 사람의 현재 상황과 이에 대한 세간의 시선, 그리고 세상을 향한 이들의 '항변'이 묻어나는데요.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실제 관계를 연상시키는 대사가 연발하자, 시사회 중엔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 유부남 영화 감독 상원과 사귀었던 영희를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해,

"할 일이 없잖아요. 불륜이니까. 지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 하면서 지들끼리 좋아하는 걸 불륜이래."

▲ 상원이 영희에게,

"그래, 후회하지. 매일매일 후회하고 살지. 후회해서 뭐해. 누가 좋아서 하냐. 그런데 그것도 자꾸 하다보면 달콤해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심장이 타버리는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그때야 비로소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고, 사소한 것이고, 기만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안톤 체호프 소설 '사랑에 관하여')"

▲ 독일 함부르크에서 영희와 만난 이혼한 언니, 지영의 대사

"필요해서 산 거지 원해서 산 건 아니니까"

▲ 영희가 지영에게,

"그 사람 자식도 있거든. 자식이 진짜 무서운 거야"

"난 이제 남자 외모 안 봐. 잘생긴 남자 많이 만나봤어. 근데 다 얼굴값 하더라고."



'자기반영'과 '디테일', 그리고 '돌발성'은 홍상수 영화만의 특징적인 매력이죠. 이번 영화 속에서도 홍상수 감독은 영화 속 페르소나로 보이는 상원과 그밖에 다른 배우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자유롭게 항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홍 감독이 보여준 '자기 반영'은 이들의 실제 관계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에겐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 영화 평론가는 "홍 감독은 이 영화가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게 볼 수 없다. 앞서 홍 감독이 김민희와 호흡을 맞췄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처럼 김민희를 향한 애정의 시선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묻어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 속 자신들의 관계에 대한 강변이 주를 이루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평론가는 "두 사람이 세간의 악평들로 인해 적잖이 상처를 받은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한 일종의 피해 의식이 영화 속에도 녹아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영화 감독과 배우, 두 개인 간의 사랑이 지극히 배타적이고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건 사실입니다. 영화 자체의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력과는 분리되어 평가되어야 할 부분일 수 있고요. 심지어 이토록 솔직한 욕망은 누군가에겐 부러운 용기이자 열정의 상징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작품을 작품으로만 평가받고 싶은' 두 사람의 바람대로 오롯이 영화적 가치로만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글쎄"입니다. 국내 관객들이 영화에 드리워진 불륜의 그림자를 온전히 지워내고 작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영희의 시점으로 남녀 관계의 의미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이 영화엔, 홍상수 김민희 두 사람의 현 상황과 감정의 응어리들이 여실히 묻어나 있습니다. 영화는 오는 23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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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을까?…<밤의 해변에서 혼자>
    • 입력 2017-03-14 18:08:16
    • 수정2017-03-14 18: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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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이고요. 저희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화제 속에 선 두 인물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그간 불거진 사생활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불륜 관계임을 시인한 겁니다. 김민희는 "다가올 상황이나 놓여진 상황 모든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홍상수 감독은 "책임져야하는 부분이고, 영화 만들었으니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라며 부정적 시선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따가운 외부 시선은 보이지 않고 '그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고백과 함께 <밤의 해변에서 혼자>도 베일을 벗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이자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이 영화! 앞서 해외 평단은 "홍상수 최고의 영화", "자신을 그린 일련의 영화들의 최고점을 이룬 영화"라는 호평을 쏟아냈죠. 김민희의 물 흐르듯 하면서 살아 숨쉬는 '생활 연기' 대한 칭찬도 풍성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두 사람의 불륜 스캔들을 모른 바가 아니지만 "도덕적 관점에서 어떻게 보든 예술성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국내 관객들은 이 작품을 '영화로만' 뚝 떼어놓고 보기엔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는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스크린 속에 두 사람의 실제 관계가 너무 많이 오버랩되기 때문입니다. 줄거리부터가 그렇습니다. 영화 속 여배우로 등장하는 영희(김민희 분)는 유부남인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집니다. 스크린 곳곳엔 홍 감독과 김민희, 두 사람의 현재 상황과 이에 대한 세간의 시선, 그리고 세상을 향한 이들의 '항변'이 묻어나는데요.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실제 관계를 연상시키는 대사가 연발하자, 시사회 중엔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 유부남 영화 감독 상원과 사귀었던 영희를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해,

"할 일이 없잖아요. 불륜이니까. 지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 하면서 지들끼리 좋아하는 걸 불륜이래."

▲ 상원이 영희에게,

"그래, 후회하지. 매일매일 후회하고 살지. 후회해서 뭐해. 누가 좋아서 하냐. 그런데 그것도 자꾸 하다보면 달콤해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심장이 타버리는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그때야 비로소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고, 사소한 것이고, 기만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안톤 체호프 소설 '사랑에 관하여')"

▲ 독일 함부르크에서 영희와 만난 이혼한 언니, 지영의 대사

"필요해서 산 거지 원해서 산 건 아니니까"

▲ 영희가 지영에게,

"그 사람 자식도 있거든. 자식이 진짜 무서운 거야"

"난 이제 남자 외모 안 봐. 잘생긴 남자 많이 만나봤어. 근데 다 얼굴값 하더라고."



'자기반영'과 '디테일', 그리고 '돌발성'은 홍상수 영화만의 특징적인 매력이죠. 이번 영화 속에서도 홍상수 감독은 영화 속 페르소나로 보이는 상원과 그밖에 다른 배우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자유롭게 항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홍 감독이 보여준 '자기 반영'은 이들의 실제 관계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에겐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 영화 평론가는 "홍 감독은 이 영화가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게 볼 수 없다. 앞서 홍 감독이 김민희와 호흡을 맞췄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처럼 김민희를 향한 애정의 시선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묻어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 속 자신들의 관계에 대한 강변이 주를 이루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평론가는 "두 사람이 세간의 악평들로 인해 적잖이 상처를 받은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한 일종의 피해 의식이 영화 속에도 녹아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영화 감독과 배우, 두 개인 간의 사랑이 지극히 배타적이고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건 사실입니다. 영화 자체의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력과는 분리되어 평가되어야 할 부분일 수 있고요. 심지어 이토록 솔직한 욕망은 누군가에겐 부러운 용기이자 열정의 상징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작품을 작품으로만 평가받고 싶은' 두 사람의 바람대로 오롯이 영화적 가치로만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글쎄"입니다. 국내 관객들이 영화에 드리워진 불륜의 그림자를 온전히 지워내고 작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영희의 시점으로 남녀 관계의 의미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이 영화엔, 홍상수 김민희 두 사람의 현 상황과 감정의 응어리들이 여실히 묻어나 있습니다. 영화는 오는 23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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