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CNN이 주목(?)한 ‘美 민간인 대피’ 훈련

입력 2017.03.1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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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체류 중인 미국인들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미국 CNN 방송이 올해 초 보도한 내용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주한미군 가족 등이 북한의 도발 등 유사시 해외로 긴급 대피하는 '미국 민간인 대피' 훈련을 전하는 내용이다.

어린 자녀와 함께 훈련에 참가한 니콜 마르티네즈 씨는 주한 미군 가족이다. 니콜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해외로 대피하는 이번 훈련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CNN 기자가 니콜에게 어린 자녀가 어떠한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인지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자, 니콜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아이에게 한국은 과거에 전쟁을 치렀고,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관련 사이트] http://www.cnn.com/videos/politics/2017/01/03/americans-in-south-korea-prepare-for-worst-field-pkg-lead.cnn

주한 미군 홈페이지에 지난해 가을 짤막한 메시지가 하나 떴다.
'용기 있는 항해 훈련 2016'(Exercise Courageous Channel 2016, 비전투원 소개 작전)
시간: 2016년 11월 1일~4일 0900~1900
집합 장소:
-동두천: 캠프 케이지, 한센 필드 하우스 빌딩 3015
-의정부: 캠프 레드 클라우드, CRC 짐 빌딩 S-266
-서울: 용산 캐리슨, 콜리어 코뮤니티 피트니스 센터 빌딩 5200
-평택: 캠프 험프리스, 저클러 짐 빌딩 S-1296
-대구: 캠프 워커, 켈리 피트니스 센터, 빌딩-261


주한 미군이 유사시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민간인 등을 대피시키기 위한 '용기 있는 항해(Courageous Channel)' 훈련을 실시한다는 공고이다. 주한 미군은 이 같은 '용기 있는 항해(Courageous Channel)' 훈련을 1996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 2차례씩 실시해 왔다. 1994년 북핵 위기 이후 미국이 대응 차원에서 시작한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국민들은 매년 실시되는 강고한 한미연합 훈련 내용을 언론을 통해 보아왔다. 이런 우리 국민들에게는 주한 미군의 이같은 민간인 대피 훈련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내용일 수 있다. 하지만 주한 미군이 '유사시 미국민 대피' 훈련을 매년 실시해 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그리고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훈련을 한 차례 취소한 적이 있었을 뿐이었다.


주한 미군은 '용기 있는 항해(Courageous Channel)' 훈련을 그 동안 대부분 체육관 등에서 서류 확인 작업으로 대신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주한 미군은 헬기와 수송기를 동원해 비전투원인 미국 시민들을 한국의 후방을 통해 일본 등으로 후송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이 북한 위협에 대비해 자국민들을 실제로 안전 지역으로 후송하는 훈련을 전개한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이었다.

미 19전구지원사령부 소속 대피 사령부 관계자는 이번 훈련과 관련해 "비전투원 대피 훈련은 매년 실시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실제 상황과 가장 비슷하게 훈련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가족들을 한반도 밖으로 대피시킨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훈련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이른바 NEO(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 프로그램, 즉 민간인 소개 계획에 따른 것이다. 수많은 미국 국민을 한꺼번에 대피시키는 일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실제 상황이 도래할 경우 우선적으로 대피시킬 인원을 내부적으로는 정해두고 이에 따른 소개 계획을 세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 미군의 훈련 자체를 놓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유비무환이다. 그러나 북한 위협을 직접 마주하고 있는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최근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동맹'의 움직임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과거 내부적으로 은밀하게 실시되던 민간인 대피 작전이 이제는 CNN과 같은 국제적인 뉴스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민감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이 7년 만에 민간인 소개 훈련을 실시한 것을 의미를 두고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CNN 기자가 니콜 마르티네즈 씨에게 한국에서 자녀들을 키우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냐고 물었다. 마르티네즈 씨는 안전하다고, 위협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자녀들에게 만에 하나 닥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를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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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CNN이 주목(?)한 ‘美 민간인 대피’ 훈련
    • 입력 2017-03-14 20:29:43
    특파원 리포트
"한국에 체류 중인 미국인들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미국 CNN 방송이 올해 초 보도한 내용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주한미군 가족 등이 북한의 도발 등 유사시 해외로 긴급 대피하는 '미국 민간인 대피' 훈련을 전하는 내용이다.

어린 자녀와 함께 훈련에 참가한 니콜 마르티네즈 씨는 주한 미군 가족이다. 니콜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해외로 대피하는 이번 훈련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CNN 기자가 니콜에게 어린 자녀가 어떠한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인지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자, 니콜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아이에게 한국은 과거에 전쟁을 치렀고,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관련 사이트] http://www.cnn.com/videos/politics/2017/01/03/americans-in-south-korea-prepare-for-worst-field-pkg-lead.cnn

주한 미군 홈페이지에 지난해 가을 짤막한 메시지가 하나 떴다.
'용기 있는 항해 훈련 2016'(Exercise Courageous Channel 2016, 비전투원 소개 작전)
시간: 2016년 11월 1일~4일 0900~1900
집합 장소:
-동두천: 캠프 케이지, 한센 필드 하우스 빌딩 3015
-의정부: 캠프 레드 클라우드, CRC 짐 빌딩 S-266
-서울: 용산 캐리슨, 콜리어 코뮤니티 피트니스 센터 빌딩 5200
-평택: 캠프 험프리스, 저클러 짐 빌딩 S-1296
-대구: 캠프 워커, 켈리 피트니스 센터, 빌딩-261


주한 미군이 유사시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민간인 등을 대피시키기 위한 '용기 있는 항해(Courageous Channel)' 훈련을 실시한다는 공고이다. 주한 미군은 이 같은 '용기 있는 항해(Courageous Channel)' 훈련을 1996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 2차례씩 실시해 왔다. 1994년 북핵 위기 이후 미국이 대응 차원에서 시작한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국민들은 매년 실시되는 강고한 한미연합 훈련 내용을 언론을 통해 보아왔다. 이런 우리 국민들에게는 주한 미군의 이같은 민간인 대피 훈련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내용일 수 있다. 하지만 주한 미군이 '유사시 미국민 대피' 훈련을 매년 실시해 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그리고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훈련을 한 차례 취소한 적이 있었을 뿐이었다.


주한 미군은 '용기 있는 항해(Courageous Channel)' 훈련을 그 동안 대부분 체육관 등에서 서류 확인 작업으로 대신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주한 미군은 헬기와 수송기를 동원해 비전투원인 미국 시민들을 한국의 후방을 통해 일본 등으로 후송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이 북한 위협에 대비해 자국민들을 실제로 안전 지역으로 후송하는 훈련을 전개한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이었다.

미 19전구지원사령부 소속 대피 사령부 관계자는 이번 훈련과 관련해 "비전투원 대피 훈련은 매년 실시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실제 상황과 가장 비슷하게 훈련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가족들을 한반도 밖으로 대피시킨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훈련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이른바 NEO(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 프로그램, 즉 민간인 소개 계획에 따른 것이다. 수많은 미국 국민을 한꺼번에 대피시키는 일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실제 상황이 도래할 경우 우선적으로 대피시킬 인원을 내부적으로는 정해두고 이에 따른 소개 계획을 세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 미군의 훈련 자체를 놓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유비무환이다. 그러나 북한 위협을 직접 마주하고 있는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최근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동맹'의 움직임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과거 내부적으로 은밀하게 실시되던 민간인 대피 작전이 이제는 CNN과 같은 국제적인 뉴스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민감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이 7년 만에 민간인 소개 훈련을 실시한 것을 의미를 두고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CNN 기자가 니콜 마르티네즈 씨에게 한국에서 자녀들을 키우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냐고 물었다. 마르티네즈 씨는 안전하다고, 위협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자녀들에게 만에 하나 닥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를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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