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법치(法治)…‘한비자’가 주목받는 이유

입력 2017.03.15 (15:25) 수정 2017.03.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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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법가(法家) 사상의 대표적 인물인 한비자(韓非子)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3일에 열린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식에서 그의 책 이름이기도 한 ‘한비자(韓非子)’가 언급되면서 더욱 그렇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뒤 헌법재판소를 떠난 이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설명한 뒤 ‘한비자’의 말을 꺼냈다.

‘法之爲道前苦而長利(법지위도전고이장리)’, 즉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라는 구절이다.

이 전 재판관은 이번 결정으로 진통의 아픔이 크겠지만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기에, 오히려 길게 보면 이롭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한비자의 법가적 이상(理想)을 집대성한 중국 고전을 통해 이러한 믿음을 설명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한비자가 활동했던 시기는 군웅(群雄)이 할거한 약육강식의 전국시대(戰國時代)였다.

그는 강력하고 절대적인 왕권이 있어야 이상적인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고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제도의 법제화와 법의 엄격한 집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의(仁義)를 주장하는 유가(儒家)나 겸애(兼愛) 사상의 묵가(墨家)와는 달리, 한비자는 보다 현실적이었다.

마키아벨리 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해 권모술수의 대가로 오해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비자에게 있어 올바른 통치란 절대 군주의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한, 이상적인 제도의 법제화를 통한 합리적인 통치를 말한다.

이 때 법(法)은 귀족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백성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김수남 검찰총장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김수남 검찰총장

법이 사회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던 한비자는, 이 때문에 법조인들에게 자주 인용됐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2015년 말 취임사에서 한비자를 인용했다.

그는 “항상 강한 나라도 없고, 항상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받듦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받듦이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된다(國無常强 無常弱, 奉法者强 則國强 奉法者弱 則國弱)”는 글귀를 인용하면서 법질서의 확립을 강조했다.

법질서, 법과 원칙, 법치 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했는데 다분히 당시 폭력 시위 등을 고려한 말이었다.

이와 함께 한비자의 이러한 문구도 소개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즉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김 총장은 이어“수사의 객관성·공정성은 검찰의 존재 이유이고 지켜야 할 절대 가치”라며 법집행에 있어 어떠한 성역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그는 최순실 수사가 극에 치달았던 지난해 말에도 대검 간부회의에서 이 말을 다시 꺼냈다.

그러면서 “검사는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앞둔 지금 김수남 검찰총장의 심경은 복잡할 것이다.

자신을 임명한 전직 대통령을 향해 칼을 겨눠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임 당시 “어떠한 사건이든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던 초심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법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 조직이 죽는다는 각오로 수사를 지휘해야 한다.

성역 없는 법 집행을 강조했던 ‘한비자’가 읽고 싶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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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5 15:25:46
    • 수정2017-03-15 15: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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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법가(法家) 사상의 대표적 인물인 한비자(韓非子)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3일에 열린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식에서 그의 책 이름이기도 한 ‘한비자(韓非子)’가 언급되면서 더욱 그렇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뒤 헌법재판소를 떠난 이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설명한 뒤 ‘한비자’의 말을 꺼냈다. ‘法之爲道前苦而長利(법지위도전고이장리)’, 즉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라는 구절이다. 이 전 재판관은 이번 결정으로 진통의 아픔이 크겠지만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기에, 오히려 길게 보면 이롭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한비자의 법가적 이상(理想)을 집대성한 중국 고전을 통해 이러한 믿음을 설명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한비자가 활동했던 시기는 군웅(群雄)이 할거한 약육강식의 전국시대(戰國時代)였다. 그는 강력하고 절대적인 왕권이 있어야 이상적인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고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제도의 법제화와 법의 엄격한 집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의(仁義)를 주장하는 유가(儒家)나 겸애(兼愛) 사상의 묵가(墨家)와는 달리, 한비자는 보다 현실적이었다. 마키아벨리 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해 권모술수의 대가로 오해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비자에게 있어 올바른 통치란 절대 군주의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한, 이상적인 제도의 법제화를 통한 합리적인 통치를 말한다. 이 때 법(法)은 귀족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백성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김수남 검찰총장 법이 사회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던 한비자는, 이 때문에 법조인들에게 자주 인용됐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2015년 말 취임사에서 한비자를 인용했다. 그는 “항상 강한 나라도 없고, 항상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받듦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받듦이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된다(國無常强 無常弱, 奉法者强 則國强 奉法者弱 則國弱)”는 글귀를 인용하면서 법질서의 확립을 강조했다. 법질서, 법과 원칙, 법치 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했는데 다분히 당시 폭력 시위 등을 고려한 말이었다. 이와 함께 한비자의 이러한 문구도 소개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즉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김 총장은 이어“수사의 객관성·공정성은 검찰의 존재 이유이고 지켜야 할 절대 가치”라며 법집행에 있어 어떠한 성역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그는 최순실 수사가 극에 치달았던 지난해 말에도 대검 간부회의에서 이 말을 다시 꺼냈다. 그러면서 “검사는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앞둔 지금 김수남 검찰총장의 심경은 복잡할 것이다. 자신을 임명한 전직 대통령을 향해 칼을 겨눠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임 당시 “어떠한 사건이든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던 초심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법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 조직이 죽는다는 각오로 수사를 지휘해야 한다. 성역 없는 법 집행을 강조했던 ‘한비자’가 읽고 싶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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