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면제해 드려요”…‘렌트 프리’의 두 얼굴

입력 2017.03.16 (14:27) 수정 2017.03.17 (14: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신도시 개발 등으로 상가 공급이 계속되고 있다. 공급이 늘다 보니 상가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상당 기간 월세를 대납해 주거나 면제해 주는 조건으로 임차인을 모집하는 '렌트 프리(Rent Free)' 상가가 늘고 있다.

자영업 임차인들에게는 솔깃할 만한 조건이지만, 이것만 보고 가게를 얻었다가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렌트 프리' 상가의 두 얼굴을 KBS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에서 취재했다.

‘렌트 프리’ 목돈으로 월세 선납?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신축 건물. 바로 근처에 먹자골목 상권이 형성돼 있지만 건물 내 상점의 3분의 1이 비어있다. 대체 왜 그럴까.

이곳에서 음식점을 열었던 김 씨는 보증금 2억 원, 월세 1,600여 만 원에 임차 계약을 했다고 한다. 당시 분양 시행사는 14개월 치 월세인 2억 3천여 만 원을 일시불로 주겠다는 이른바 '렌트 프리'조건을 제안했다.

하지만 분양 시행사는 김 씨가 장사를 시작했는데도 월세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김 씨는 시세보다 훨씬 비싼 월세를 자기 돈으로 내며 장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 월세 부담과 운영자금 부족으로 5개월 만에 보증금을 포기하고 영업을 접었다.

피해자는 임차인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김 씨는 이미 임차인이 월 520만 원의 임대료를 내기로 하고 장기임대 계약했다는 분양대행사의 설명에 상가 구매를 결심했다. 그는 아파트 전세금 5억 2천여 만 원과 은행 대출 8억 원을 받아 13억여 원에 상가 한 칸을 분양받았다.

그러나 임대료는 제때 들어오지 않았다. 김 씨는 임차인들이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 한 채 폐업을 하면서 뒤늦게 '렌트 프리' 조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그는 임차인이 없는 상가의 관리비와 대출 이자 등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현재 임대인들 일부는 분양대행사 관계자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분양계약 취소 소송을 검토 중이다.

폐업 위기에 몰린 임차인들


2014년,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위치한 신축 상가. 시행사는 수변상가로 홍보해 현재까지 약 250여 개의 상가점포를 분양했다. 초창기부터 1년 '렌트 프리'조건을 내세워 조기 완판이 되었다고 한다. 1년이 지난 지금, 이곳의 상황은 어떨까.

초창기 이곳 상가에 입점한 최 씨는 월세가 380만 원으로 비쌌지만 시행사에서 제안한 '렌트 프리'조건으로 햄버거 가게를 계약을 했다. 기대한 것보다 유동인구가 적어 장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렌트 프리'기간이 끝나 월세까지 매달 내게 되자 적자 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폐업하는 임차 상인들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행사나 분양 대행사들이 상권이 좋지 않은 신축 상가를 높은 가격에 신속하게 분양을 위해 '렌트 프리'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불법은 아니지만 임차 희망자나 상가 분양 희망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렌트 프리' 상가의 위험성은 3월 17일(금) 저녁 7시 35분 방송되는 KBS 1TV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렌트 프리 상가의 두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월세 면제해 드려요”…‘렌트 프리’의 두 얼굴
    • 입력 2017-03-16 14:27:26
    • 수정2017-03-17 14:01:49
    방송·연예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신도시 개발 등으로 상가 공급이 계속되고 있다. 공급이 늘다 보니 상가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상당 기간 월세를 대납해 주거나 면제해 주는 조건으로 임차인을 모집하는 '렌트 프리(Rent Free)' 상가가 늘고 있다.

자영업 임차인들에게는 솔깃할 만한 조건이지만, 이것만 보고 가게를 얻었다가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렌트 프리' 상가의 두 얼굴을 KBS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에서 취재했다.

‘렌트 프리’ 목돈으로 월세 선납?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신축 건물. 바로 근처에 먹자골목 상권이 형성돼 있지만 건물 내 상점의 3분의 1이 비어있다. 대체 왜 그럴까.

이곳에서 음식점을 열었던 김 씨는 보증금 2억 원, 월세 1,600여 만 원에 임차 계약을 했다고 한다. 당시 분양 시행사는 14개월 치 월세인 2억 3천여 만 원을 일시불로 주겠다는 이른바 '렌트 프리'조건을 제안했다.

하지만 분양 시행사는 김 씨가 장사를 시작했는데도 월세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김 씨는 시세보다 훨씬 비싼 월세를 자기 돈으로 내며 장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 월세 부담과 운영자금 부족으로 5개월 만에 보증금을 포기하고 영업을 접었다.

피해자는 임차인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김 씨는 이미 임차인이 월 520만 원의 임대료를 내기로 하고 장기임대 계약했다는 분양대행사의 설명에 상가 구매를 결심했다. 그는 아파트 전세금 5억 2천여 만 원과 은행 대출 8억 원을 받아 13억여 원에 상가 한 칸을 분양받았다.

그러나 임대료는 제때 들어오지 않았다. 김 씨는 임차인들이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 한 채 폐업을 하면서 뒤늦게 '렌트 프리' 조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그는 임차인이 없는 상가의 관리비와 대출 이자 등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현재 임대인들 일부는 분양대행사 관계자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분양계약 취소 소송을 검토 중이다.

폐업 위기에 몰린 임차인들


2014년,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위치한 신축 상가. 시행사는 수변상가로 홍보해 현재까지 약 250여 개의 상가점포를 분양했다. 초창기부터 1년 '렌트 프리'조건을 내세워 조기 완판이 되었다고 한다. 1년이 지난 지금, 이곳의 상황은 어떨까.

초창기 이곳 상가에 입점한 최 씨는 월세가 380만 원으로 비쌌지만 시행사에서 제안한 '렌트 프리'조건으로 햄버거 가게를 계약을 했다. 기대한 것보다 유동인구가 적어 장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렌트 프리'기간이 끝나 월세까지 매달 내게 되자 적자 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폐업하는 임차 상인들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행사나 분양 대행사들이 상권이 좋지 않은 신축 상가를 높은 가격에 신속하게 분양을 위해 '렌트 프리'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불법은 아니지만 임차 희망자나 상가 분양 희망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렌트 프리' 상가의 위험성은 3월 17일(금) 저녁 7시 35분 방송되는 KBS 1TV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렌트 프리 상가의 두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