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WBC 위기론?’ 진짜 위기는 따로 있다

입력 2017.03.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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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연속, 그것도 홈에서 열린 WBC 1라운드 탈락의 충격은 컸다. 많은 팬이 고액 연봉을 받는 KBO 리그 타자들의 자질을 의심했다. 선수들의 태도도 논란이 됐다. 예전의 치열했던 국가대표와 달랐단 이야기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그렇다고 WBC 탈락이 프로야구 흥행에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은 낮다. 이번 시범경기 개막날 오히려 지난해보다 많은 관중이 들어왔다. WBC는 WBC고 프로야구는 프로야구란 팬이 대부분이다. 또한, 이번 패배로 국제 경쟁력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게 됐다. 스트라이크 존 점검이나 전임감독제 도입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인지하고 있는 위험은 치명적이 않다. 진짜 위험은 사각에서 나온다. 요즘 프로야구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어떠한가.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KBO 시절에도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KBO는 오승환에게 리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계를 내리고, 더 큰 명예가 요구되는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WBC 소동 속에 지난해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승부 조작 사건은 잊혀졌다. 리그의 가치를 야구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프로야구의 출범 당시 캐치프레이즈는 '어린이에게 꿈을, 젊은이에게 낭만을, 국민에겐 건전한 여가 선용을'이다. 성적으로 모든 것이 합리화되는 리그엔 꿈도 낭만도 없다. 물론 당장 흥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면적 결과에 문제가 없다고 내부의 병폐를 무시한 말로가 무엇인지 우리는 지난해 몸소 겪었다.

의정부지검 발표자료의정부지검 발표자료

NC 무혐의…훼손된 리그의 품위는 누가 책임지는가?
의정부지검은 지난 2월 사기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NC 구단 관계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발표한 무혐의 이유를 요약하면 'NC가 해당 선수의 승부조작 혐의를 알았다고 확신하기 어렵고', '특별지명제도는 KBO가 주관하는 제도로 구단 간 계약관계로 볼 수 없다.'이다.

NC의 법적인 책임은 면죄됐다. KBO도 추가로 NC를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한다. KBO 규약 152조에 의하면 '구단은 소속선수의 유해 행위를 인지하였음에도 그 사실을 즉시 총재에게 신고하지 않거나 이를 은폐하려 한 경우'에 징계를 받는다. 검찰이 NC가 선수의 부정행위를 확신하기 어려웠다고 말했기 때문에 일리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검찰에 의하면 NC가 브로커로부터 승부조작 사실에 대해 협박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NC는 이런 논란을 겪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만약, 이런 소동이 있었던 걸 kt가 미리 알았다면 해당 선수를 지명하지 않았을 개연성도 많다.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었고 이를 구단에서 넘겨버렸는데 처벌할 수 없다면 규정이 문제다.

실제로 검찰도 KBO 규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별지명제도의 경우에도 선수의 영구제명 사유를 인식하면 상대 구단에 통보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도록 KBO에 개선 요청도 했다. 하지만 아직 규정 개선은 없다.

규약 152조도 너무 느슨하다. 구단이 해당 선수의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정황만 있어도 신고를 의무화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아닌 구단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만 신고 의무가 생기는 것인가? 다음번에 비슷한 일이 있어도 구단은 확신을 못했단 것만 증명하면 그만이다. 논란 당시 해명문을 올렸던 NC는 무혐의 이후 이렇다 할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이미 사건은 끝났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선수 한 명을 잃었다. 잇따른 소동으로 리그의 품위는 손상됐다. 피해는 분명히 존재하고 누군가는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을 위해 손조차 흔들어 주지 않는 선수도 많다.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을 위해 손조차 흔들어 주지 않는 선수도 많다.

팬 외면하는 선수들…프로의식의 실종
WBC 성적만큼 논란이 됐던 것이 선수들의 태도 문제였다. 사실 국가대표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어땠는지 제 3자 입장에선 알긴 힘들다. 다만 선수들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시선이 그만큼 곱지 않아졌다는 분위기는 알 수 있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의 동영상 하나가 크게 논란이 됐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훈련 후 팬들의 사인 요구를 피하는 듯한 영상이었다.

KBO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경기가 끝나도 많은 팬이 구장 주변을 에워싸고 선수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사인은 고사하고 팬들의 응원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경기 때문에 지친 선수라도 자신을 보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을 위해 손 한번 흔들어 주는 일이 그리 힘들어 보이지는 않는다.

해외 프로리그 선수들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명확해진다. 커리나 호날두 같은 세계적인 스타도 경기 후 적극적으로 사인해준다. 메이저리거들은 팬 서비스도 선수의 의무란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

스포츠 팬들은 선수들의 기예에만 찬사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팬들은 선수와 구단 그 자체를 지지하고 응원을 보낸다. 이런 팬들의 지지로 프로스포츠가 유지된다. 선수들도 프로스포츠의 존속을 위해서 팬에게 화답할 의무가 있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팬들의 요구에 응해주는 게 프로의식이다. 지금의 프로야구가 그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최근의 상황을 보면 물음표가 남는다.

책임과 직업의식스포츠가 먼저 보여주자
책임의 회피와 직업의식의 실종이 비단 스포츠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지금 사회가 그렇다. 큰 배의 선장도 작은 배의 선장도 모두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직업의식이라곤 온데간데없었다. 스포츠가 유별나게 나쁜 것이 아니다. 스포츠도 사회의 일부분이기에 자연스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사회인만큼 스포츠가 무언가를 보여주면 어떨까. 스포츠는 사회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때론 사회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스포츠 스타들은 쉽게 대중들의 롤모델이 되고, 사람들은 스포츠에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책임과 직업의식이 무엇인지 스포츠가 먼저 제시해보자. 프로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분야가 스포츠 아닌가.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앞장서보자. 그 울림은 분명 사회를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다. 나는 스포츠엔 그런 힘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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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WBC 위기론?’ 진짜 위기는 따로 있다
    • 입력 2017-03-17 10:07:49
    취재K
2회 연속, 그것도 홈에서 열린 WBC 1라운드 탈락의 충격은 컸다. 많은 팬이 고액 연봉을 받는 KBO 리그 타자들의 자질을 의심했다. 선수들의 태도도 논란이 됐다. 예전의 치열했던 국가대표와 달랐단 이야기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그렇다고 WBC 탈락이 프로야구 흥행에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은 낮다. 이번 시범경기 개막날 오히려 지난해보다 많은 관중이 들어왔다. WBC는 WBC고 프로야구는 프로야구란 팬이 대부분이다. 또한, 이번 패배로 국제 경쟁력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게 됐다. 스트라이크 존 점검이나 전임감독제 도입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인지하고 있는 위험은 치명적이 않다. 진짜 위험은 사각에서 나온다. 요즘 프로야구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어떠한가.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KBO 시절에도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KBO는 오승환에게 리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계를 내리고, 더 큰 명예가 요구되는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WBC 소동 속에 지난해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승부 조작 사건은 잊혀졌다. 리그의 가치를 야구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프로야구의 출범 당시 캐치프레이즈는 '어린이에게 꿈을, 젊은이에게 낭만을, 국민에겐 건전한 여가 선용을'이다. 성적으로 모든 것이 합리화되는 리그엔 꿈도 낭만도 없다. 물론 당장 흥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면적 결과에 문제가 없다고 내부의 병폐를 무시한 말로가 무엇인지 우리는 지난해 몸소 겪었다.

의정부지검 발표자료
NC 무혐의…훼손된 리그의 품위는 누가 책임지는가?
의정부지검은 지난 2월 사기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NC 구단 관계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발표한 무혐의 이유를 요약하면 'NC가 해당 선수의 승부조작 혐의를 알았다고 확신하기 어렵고', '특별지명제도는 KBO가 주관하는 제도로 구단 간 계약관계로 볼 수 없다.'이다.

NC의 법적인 책임은 면죄됐다. KBO도 추가로 NC를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한다. KBO 규약 152조에 의하면 '구단은 소속선수의 유해 행위를 인지하였음에도 그 사실을 즉시 총재에게 신고하지 않거나 이를 은폐하려 한 경우'에 징계를 받는다. 검찰이 NC가 선수의 부정행위를 확신하기 어려웠다고 말했기 때문에 일리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검찰에 의하면 NC가 브로커로부터 승부조작 사실에 대해 협박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NC는 이런 논란을 겪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만약, 이런 소동이 있었던 걸 kt가 미리 알았다면 해당 선수를 지명하지 않았을 개연성도 많다.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었고 이를 구단에서 넘겨버렸는데 처벌할 수 없다면 규정이 문제다.

실제로 검찰도 KBO 규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별지명제도의 경우에도 선수의 영구제명 사유를 인식하면 상대 구단에 통보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도록 KBO에 개선 요청도 했다. 하지만 아직 규정 개선은 없다.

규약 152조도 너무 느슨하다. 구단이 해당 선수의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정황만 있어도 신고를 의무화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아닌 구단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만 신고 의무가 생기는 것인가? 다음번에 비슷한 일이 있어도 구단은 확신을 못했단 것만 증명하면 그만이다. 논란 당시 해명문을 올렸던 NC는 무혐의 이후 이렇다 할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이미 사건은 끝났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선수 한 명을 잃었다. 잇따른 소동으로 리그의 품위는 손상됐다. 피해는 분명히 존재하고 누군가는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을 위해 손조차 흔들어 주지 않는 선수도 많다.
팬 외면하는 선수들…프로의식의 실종
WBC 성적만큼 논란이 됐던 것이 선수들의 태도 문제였다. 사실 국가대표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어땠는지 제 3자 입장에선 알긴 힘들다. 다만 선수들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시선이 그만큼 곱지 않아졌다는 분위기는 알 수 있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의 동영상 하나가 크게 논란이 됐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훈련 후 팬들의 사인 요구를 피하는 듯한 영상이었다.

KBO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경기가 끝나도 많은 팬이 구장 주변을 에워싸고 선수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사인은 고사하고 팬들의 응원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경기 때문에 지친 선수라도 자신을 보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을 위해 손 한번 흔들어 주는 일이 그리 힘들어 보이지는 않는다.

해외 프로리그 선수들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명확해진다. 커리나 호날두 같은 세계적인 스타도 경기 후 적극적으로 사인해준다. 메이저리거들은 팬 서비스도 선수의 의무란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

스포츠 팬들은 선수들의 기예에만 찬사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팬들은 선수와 구단 그 자체를 지지하고 응원을 보낸다. 이런 팬들의 지지로 프로스포츠가 유지된다. 선수들도 프로스포츠의 존속을 위해서 팬에게 화답할 의무가 있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팬들의 요구에 응해주는 게 프로의식이다. 지금의 프로야구가 그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최근의 상황을 보면 물음표가 남는다.

책임과 직업의식스포츠가 먼저 보여주자
책임의 회피와 직업의식의 실종이 비단 스포츠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지금 사회가 그렇다. 큰 배의 선장도 작은 배의 선장도 모두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직업의식이라곤 온데간데없었다. 스포츠가 유별나게 나쁜 것이 아니다. 스포츠도 사회의 일부분이기에 자연스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사회인만큼 스포츠가 무언가를 보여주면 어떨까. 스포츠는 사회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때론 사회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스포츠 스타들은 쉽게 대중들의 롤모델이 되고, 사람들은 스포츠에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책임과 직업의식이 무엇인지 스포츠가 먼저 제시해보자. 프로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분야가 스포츠 아닌가.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앞장서보자. 그 울림은 분명 사회를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다. 나는 스포츠엔 그런 힘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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